장군 애교 부려주세요.











오늘치 애교 보여주십시오.













오늘 애교를 아직 못 봤네요. 장군














(나름의 애교)












슈슈가 시니어 애교에 완전 맛들려서 엄청나게 요구하는거지. 시니어는 하루에 한번이기만 하면 꼭 슈슈가 원할 때마다 애교를 보여줬어. 사실 크게 애교라고 부를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슈슈는 꼭 요구했고 시니어는 어떻게든 보여주려고 했지.

슈슈가 애교를 요구할 때마다 시니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하는 한이 있더라도 보여줄 마음이 있었어. 왜냐면, 슈슈가 보고싶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시니어는 슈슈가 자기에게 더 뭐든 더 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이스와의 관계였지. 슈슈는 아이스가 어렸을 때 시니어를 만나게 되고 둘은 사랑하게 되었어. 그러나 그때 이미 슈슈는 시니어보다 10살은 많은 어른이었고 심지어 아이도 키워 본 경험이 있는 아버지였지.

그리고 시니어는 첫번째 아이인 외동아들 주니어를 키우면서 정말 큰 한가지를 실수를 하고 있었어. 바로 주니어에게 완벽을 요구하고 너무 엄했다는 거지.

물론 주니어를 학대한 건 아니었어. 다만, 주니어에게 아주 높은 기대치가 있었다는 건 분명했지.

시니어는 러시아 귀족으로 자란 외동아들이지 유일한 후계자였어. 그래서 카잔스키 가문을 잇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흠결 없는 후계자가 되어야 했고, 누구보다 적법한 사람이 되어야 방계를 떨칠 수 있는 온전한 가주가 될 수 있었지.

심지어 시니어의 아버지가 미국으로 망명온 이후에는 더욱 혹독해졌어. 러시아에 남아있는 다른 방계나 사촌들이 절대 가주 자리를 탐내지 않도록, 아니 탐낼 수조차 없도록 시니어는 완벽한 후계자가 되어야 했어.

만약 형제가 있었다면 자신이 아니라 형이나 누나가 가문을 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시니어는 외동아들이었어. 무슨일이 있더라도 가문을 자기가 물려 받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완벽한 카잔스키 가문의 주인이 되어야 했지.

그리고 그렇게 성장한 시니어는 당연히 주니어 또한 똑같이 가르쳤어. 주니어는 외동아들이었고 주니어 또한 흠결 없는 단 한명의 주인이 되어야 했어. 시니어는 자신이 가진 이 모든 부, 재산 그리고 명예를 톰 카잔스키 주니어에게만 물려주고 싶었어.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주니어가 완벽한 후계자가 되어야 했지.

주니어가 시도때도 없이 1등을 해도 시니어는 크게 과장하며 칭찬하지 않았어. 물론, 주니어가 너무 장하고 자랑스럽고 사랑스럽지만 지금 이 절차는 필요한 것에 가까웠으니까 과장하고 싶진 않았던 거지.

이런 시니어의 사랑은 해가 지나면 지날 수록 주니어를 혼란스럽게 했어. 아버지는 날 너무 사랑하고 날 끌어안으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여주시는데, 나에게 완벽을 바라신다. 내가 혹시 제대로 못하고 계셔서 그러신 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

이걸 보던 슈슈가 시니어를 처음에 고치려고 들었지만, 곧 시니어의 생각을 고치긴 어렵다는 걸 알았어. 시니어는 평생을 그렇게 자랐고 귀족의 유일한 후계자가 되기 위해 평생을 준비하며 살았던 사람이었지. 그리고 그렇게 거머쥔 모든 재산을 온전히 아이스에게 물려주고 싶어했고.

시니어가 아이스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걸 슈슈도 알고 있었어. 그냥 단지.... 시니어는 아이를 키우는 제대로 된 방법을 몰라. 그리고 그런 건 남이 간섭하면 할수록 더욱 아이를 옥죄는 방법으로만 발현된다는 것도 슈슈는 알고 있지.

그래서 슈슈는 시니어와 아이스의 사이를 노렸고 둘이 오해하지 않도록 했어. 시니어가 오해할 만한 말을 언젠가 한다면 꼭 그 다음에 시니어의 진심을 말해줬지. 혹시라도 아이스가 시니어를 오해하지 않도록.




주니어 무슨 일인가요?













... 아닙니다. 슈슈.















주니어 말해주세요. 혹시 해사 입학식이 너무 떨려서 그런건가요? 수석 입학이라니...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주니어. 장군도 주니어가 수석 대표로 연설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째 자랑스럽다고 말하는지 모릅니다.


















....아버지가요? 전... 아버지가 오시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절대 아니예요 주니어. 장군은 주니어의 입학식만 기다린답니다. 벌써 그날은 휴가로 빼두었는 걸요.
















… 그렇군요. 몰랐습니다













굳어있던 아이스의 얼굴이 풀리는 걸 보면서 슈슈는 미소를 지었지. 왜냐면 슈슈는 분명 이 일로 아이스가 시니어를 오해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수석 입학 소식을 아이스가 말하자 시니어는 몹시 기뻐하면서도 한 가지 말을 덧붙였으니까.



정말 기쁘구나. 카잔스키로서 당연하지만, 네게 잘된일이야.













아무리 시니어의 얼굴이 기뻐보였어도 아들의 입장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썩 좋지 않지. 아이스는 분명이 자신이 부족한가?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테고. 슈슈는 그 모든 걸 눈치채고 미리 아이스에게 말한 거였어. 시니어는 널 정말 사랑하고 가끔 말을 잘못 하는 것뿐이라는 걸.

그리고 이제 주니어가 대위가 될 만큼 성장했어. 지금 시니어와 아이스 사이에는 그 어떠한 오해도 없었어. 중간에 슈슈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도 몰라. 아무리 시니어가 자란 환경을 이해해보려고 해도 막상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이 어른 마음에 해소되기란 어려운 거니까.

시니어는 그 가실을 주니어가 해사에 간 이후부터 점점 뼈져리게 느끼고 있었어. 사실 슈슈가 둘 사이를 중재하는 건 언제나 알고 있었던 터라 시니어는 지금까지 그냥 슈슈가 어른스럽다. 라고 생각하고만 있었지. 그런데 이제는 아니야.

주니어가 해사에 진학하고 난 뒤 시니어는 슈슈가 없었더라면 절대 지금처럼 주니어와 대화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았어. 주니어는 분명 자신을 어려워하고 말 할때는 무조건 sir을 붙여서 말하겠지.

시니어 본인이 그의 아버지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런 생각이 들자 덜컥 겁이 났어. 시니어는 본인의 아버지와 자신이 어떤 관계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어. 시니어는 절대 아버지에게 말을 편하게 하지 않고 무조건 경어를 사용했어. 그리고 언제나 아버지를 지칭할 때는 sir 과 mr 혹은 전 가주님. 이라는 표현이 따라붙었지.

그런 생각을 하자 너무 무서웠어. 만약... 아이스도 그러면 어쩌지? 내 주니어도 날 그렇게... 내가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처럼 날 바라보면 어쩌지. 그리고 이 생각을 말했을때 슈슈가 말했지.



장군. 걱정마세요.
내가 다 알아서 했습니다.














대령?














장군이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단.
















난 장군의 애교는 봐야겠어요. 그정도는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입니다. 대령.










그래서 시니어가 시도때도 없는 슈슈의 애교 요구를 들어주게 됐지. 그리고 슈슈가 정말 어른스러운 사람이라고 맹신하게 됐어.

슈슈가 없었더라면, 아마 주니어는 없겠지. 분명 존재하지만 자신의 곁에는 없는 이름뿐인 아들과 완벽한 후계자가 있었을 거야. 마치 본인처럼.




슈슈시니어
매브아이스 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