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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2 00:15
덷이 울비 너무 좋아해서 일기 썼으면 좋겠음.

어쨌든 지금은 둘이 사귀지만 언젠간 헤어질 거고 울비는 결국 떠날거고… 그 뒤에 둘이 사겼다는 증거를 가지고 싶어서 일기 씀. 근데 그 일기를 울비가 어느날 발견해서 봤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누가봐도 개인적인 물건이니까 안 열어보려고 다시 책장에 꽂아주려고 하는데, 사진이 한장 떨어짐.

둘이 같이 찍은 사진도 아니고 울비 자고 있을 때 찍은 사진이었음. 이런 사진이 있는 줄도 몰라서 뭐야? 웃긴놈. 이러면서 다시 꽂아 두려고 일기를 펼쳤게 됐음.

이게 일기인지 아니면 그냥 메모장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마구잡이로 써 있는 노트를 보면서 울비는 기분 묘해짐.

-술 많이 마시넹. 치미창가 2인분. 아니다 4인분 일단 사기. 저놈의 술을 다 치워버리든지 해야지. 타코 약간? 그래도 술 안 마셨으면 나랑 말도 안 해줬겠지. 맥주사기.

대부분의 내용은 그날 저녁이나 사야할 무언가를 적어놓은 메모였고 언제나 마무리도 아니고 처음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로건 얘기가 있었음.

마치 일부러 숨긴 것처럼 보일 정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듯이 늘 이상한 위치에.

그러니 울비는 기분이 이상했어. 무슨 잡생각이 이렇게 많아선.

-아아아ㅏㄷ!!!! 같이 자기싫어. 그런데 자기 자고싶어. 그러나 아침에 같이 깨긴 싫어!! 벗 아침에 같이 눈뜨고 싶어. 이런 내마음은 뭘까? 뭐긴 뭐야 정신병이지.

일반인의 생각으론 따라가기도 힘든 종잢을 수 없는 난잡한 생각들. 늘 장난만 치던 덷의 마음속이 낱낱이 적혀 있었어. 모든 게.

울비와 덷은 사귀기 시작하면서 한바탕 말싸움도 모자라 2차 혼다오디세이를 찍었는데, 그 이후는 하나였어.

“넌 씨발 뭐가 그렇게 어려워? 내가 좋은지 아는지 그것만 말해.“
“피넛!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세상엔 흑백논리로 해결 불가능한,“
“좋냐고 싫냐고 물었다.“
“… 좋아“
“그럼 간단하네. 뭐간 문젠데.“
“아니, 생각해봐. 이건… 이 모든 건 이상,“
“ 난 생각 잘 안 한다.“
“… 그래보인다 피넛.“
“뭐?“

요약하면 그랬음. 그냥 간단하게 나 네가 좋아서 죽을 것 같아! 인정하고 안기면 될 문젠데 미친놈이 잡생각이 너무 많은 거야. 그래서 말했음 대놓고

“싫으면 나 간다. 말해.“
“……“
“그럴 줄 알았어.“

그렇게 꾸역꾸역 엎드려 절 받기 식으로 마음 확인을 했고 로건도 명확하게 그 마음은 알고 있었음.

그냥 대체 뭔놈의 잡생각이 그렇게 많은지 이해가 안 될 뿐이었음. 그리고 덷풀의 일기를 보면서 깨달은거야. 날 너무 좋아해서 이러나?

-모르겟다… 이젠 몰겠어.. 근데 진짜로 허리 부러진 거 같은데 미친 벌꿀오소리 진짜 미쳤나….? 정신 나간듯…

별별 내용을 다 써놓은 일기장엔 달콤한 내용도 있었고 웃긴 내용도 있었고 안쓰럽게 느껴지는 내용도 있었음.

주로 자기를 낮잡아 보다못해 자학하는 어조의 메모와 함께.

그리고 가끔은 갑작스런 저주도 있었음. 마치 당장 로건이 떠나기라도 한 것처럼.

-이 미친 최악의 울버린이라더니 왜 이렇게 다정한거야 대체 뭐가 최악인데??? 어이없네… 이러다가 떠나면 그게 최악이다 진짜로. 나쁜놈. 왜 떠난 거야!! 날 두고 가다니. 평생 저주하겠어. 으으

떠난 적도 없는데 이미 로건이 자기를 떠난 것처럼 저주를 한페이지를 넘어 한페이지하고도 반이나 썼음.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렇게 남겼지.

-사실 거짓말이야. 난 너 저주 안해.

웃긴놈이야. 정말. 그렇게 저주한다더니 그냥 한 줄로 퉁치려고 하네. 로건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웃었음.

-버킷리스트!! 유니콘 하늘에 데려다주기. 마블 내가 다 먹기. 토르 왜 울었는지 밝혀내기. 피넛이랑 피넛먹기. 피넛이랑 디즈니랜드 가기. 벌꿀오소리랑 아침에 레슬링하기(침대가 부서지려나? 고민 중. 섹스x)(생각해보니 섹스0) 공주님 안기해달라고 하기.

대체 무슨 버킷리스트가 끝도 없었음. 그리고 처음에야 다른 내용이었지 점점 갈 수록 로건에 대한 내용이 많았음. 친구들에 대한 내용도 물론 있었지만 곧 첨삭이라도 하듯이 메모가 붙어있었음.

-다같이 레터링케이크 먹고 바네사 애인 뭐시기는 초대 안하기(주제와 벗어남. 피넛이랑 단둘의 뜨거운 발렌타인 파티로 변경)

그러다 로건은 눈치 챘음. 이 일기장이 한번에 쭉 쓰여진 것이 아니라 처음에 쓰인 후 몇번이나 다시 써진 것처럼 이런저런 흔적이 가득하다는 걸.

펜이 다 제각각이라고 생각했지만, 날짜가 달라서 그런 줄 알았더니 아니었음. 계속 다시 쓰였던 거였음. 혹시나 불을 비추어 보니 숨겨진 글자도 있고.

-술 많이 마시넹(걱정되는데 괜찮겠지?) 치미창가 2인분(울버린이니까 괜찮겠지?) 아니다 4인분 일단 사기(힐링팩터가 있으니까 괜찮겠지?)저놈의 술을 다 치워버리든지 해야지(근데 뺏으면 싫어할 거 같아) 타코 약간?(안주라도..)그래도 술 안 마셨으면 나랑 말도 안 해줬겠지. 맥주사기.

-모르겟다…(걘 무슨 생각일까? 술 많이 마셔서 제정신이 아닌라서? 나야 좋지만 갑자기 술 깰까 봐 무섭네) 이젠 몰겠어..(깨지 마라.. 깨지 마. 아니 깨더라도 나한테 깨기 전에 알려줘. 아니 모르는 게 좋나?) 근데 진짜로 허리 부러진 거 같은데 미친 벌꿀오소리 진짜 미쳤나….? 정신 나간듯..

숨겨진 글자로 난잡하게 적힌 생각을 보면서 웃음도 안 나왔음. 대체 무슨 잡생각이 진짜 이렇게 많은 거야 이 미친놈이.

한참 일기장을 보던 로건은 고민 했음. 일기를 본 내색을 해야하나?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하나. 그런데 이미 봤는데 어쩌겠어. 거짓말을 잘할 자신은 없었음. 그래서 말했지. 내기 하나 하자고.

갑자기 로건이 그러니 덷은 응? 했지만 오늘 밤엔 꼭 위에서 하게 해준단 말에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음.

로건은 너무 무거워서 며칠 전부터 계속 위에서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처음에야 위였지 끝에 가서는 늘 밑이었음. 그런데 로건이 오늘은 끝까지 위로 끝내겠대.

“무슨 내긴데?“
“궁금한 거 하나 물으면 대답해주기. 대답 못하면 소원 하나 들어주는 거.“
“…피넛 내기의 의미를 모르구나.“
“할 거냐 말 거냐“

뚱하게 말하니 곧 덷이 고개를 끄덕였음. 그리고 로건이 바로 물었지.

“너. 내가 떠날 거라는 잡생각 하냐?“
“…..소원 들어줄게.“

바로 소원 들어준다고 하면서 제대로 말하지도 않았지. 그러나 예상했어 당연히 저렇게 나올줄 알았음. 그래서 로건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음.

“좋아. 지금 바로 소원 쓴다.“
“지금?“
“어. 내 소원은 니가 잡생각 할 때마다 떡치기.“
“…? 내가 잡생각 할 때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내가 잡생각하는 걸 피넛이 대체 어떻게 알아 챌 건데?“
“양심껏 먼저 말해. 아니다. 말은 절대 안 할 테니까 바닥에 마스크 던져. 소리나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건 웨이드도 웨이드였지만 로건도 마찬가지였음. 2백년 살았다더니 로건도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음.

“어…. 그냥 바닥에 던지라고? 내 마스크를?“
“응.“

덷이 마스크를 일단 벗어서 땅에 척 달라붙는 소리가 나게 던졌음. 이때까지도 이게 무슨 장난인 줄 알았음.

그런데 바닥에 마스크가 떨어지자마자 로건이 다가오더니 번쩍 들고 침대로 갔고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면서 덷이 말햇음.

“피넛? 이거 대체 뭐하는 거야?? 혹시 뭐 찍는 거야?? 이상한 게 맛들이면 안 돼! 아빠는 걱정 돼.. 요즘 어떤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거니!“

로건은 그 말에 그냥 키스만 했음. 어차피 이놈은 잡생각이 너무 많아서 멈추지 못하고 잡생각 그만하라고 한다고 해서 멈출 놈도 아니었음.

잡생각이 많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었음. 잡생각 할 시간을 빼앗아주면 된다는 것.

그거면 충분했음.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로건은 무덤덤한 거지 절대 인내심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백년에 한 번 정도는 인내심 있게 굴어도 되겠다고 생각함.

그리고 점점 웨이드도 로건에게 익숙해지겠지. 한참 뒤에 일기 속 로건 사진 뒷편에 한 줄을 더 추가함

-마스크 닳아서 새로 사기.

그뒤로 로건이 일기장을 본 적은 없었지만 가끔은 궁금했음. 또 뭐라고 적었을까? 좀 나아지긴 했을까. 뭐 두고보면 알겠지.

“뭐 하고싶은 거 없냐. 디즈니랜드 라든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더만.“
“뭐멋?! 시댁에 내가 종살이 하러 가게되는구나.. 당장 짐싸자.“
“그 인형도 챙겨라. 뭐시기. 유니콘.“

바로 호들갑을 떨면서 짐을 싸는 모습을 보니 나쁘지 않았지. 인내심을 길러 보는 것도.




ㅌㅆ 올렸음
2024.10.02 00:20
ㅇㅇ
모바일
미친 내 센세가 하버드라니……….
[Code: 7963]
2024.10.02 00:21
ㅇㅇ
모바일
스크롤 내리기 아까워서 천천히 읽었어요 ㅅㅂ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미쳤다 나까지 찐 덷풀이 일기 훔쳐본 거 같애.. 존나 달달하고 좋다 센세 사랑해..
[Code: 7963]
2024.10.02 00:25
ㅇㅇ
모바일
시발 너무 좋아서 기절
[Code: ef7f]
2024.10.02 00: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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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방금 이 글로 나에게 행복이란 감정을 알려줬어ㅠ
[Code: 9b31]
2024.10.02 00: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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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해석박사…하버드…예일…암튼 최고에.
일기장 진짜 너무 덷풀이 쓸것같은 내용이고 로건은 진짜 최고의 울버린이야ㅠㅠㅠㅠ
[Code: cf1a]
2024.10.02 00: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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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랜 시댁이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먹물고 울다가 빵 터짐 ㅋㅋㅋㅋㅋ
[Code: ee22]
2024.10.02 00: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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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좋아 센세💛❤️🔥
[Code: c0cd]
2024.10.02 02: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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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 달아
[Code: 4f4d]
2024.10.02 07: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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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 달달하고 귀엽고 다 했어요 센세
[Code: 6874]
2024.10.02 07: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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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무좋다
[Code: f2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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