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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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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왕 애들 최동오 편식하는 거 알게 된 이후로는 계속 눈에 보이는데 최선을 다해 모른 척 했음.
아는 척 하면 또 뭘 어쩔건데...쟤 부모님처럼 최동오 까다로운 입맛에 다 맞춰 줄 순 없는 거잖아? 그니까 철딱서니 없는 내 친구 공주짓...걍 모른 척 못 본 척 하는 수 밖에~!
그런데...성구만 그 모른 척을 도저히 못 하겠는 거지. 정성구 열 아홉해 동안 살아 오면서 저렇게 편식 심한 애 처음 봤음. 그것도 최동오가 그럴 줄은 상상도 못 했단 말이지.

일단 최동오 하는 짓이 경악스럽긴 한데 또 신기하기도 함. 저렇게 편식이 심한데 그동안 왜 몰랐지? 싶은 거야. 하긴...평소에 나 먹기에도 바쁜데 친구가 뭐 먹는지에 대해 딱히 신경 쓸 일이 없지. 근데 한번 인지하고 나니까 너무 잘 보여서 도저히 모른 척이 안 됨;;

몰랐는데 급식 먹을 때 말고도 가리는 게 엄청 많은 것 같음. 동네 주민들이 워낙 농구부한테 인심이 후하다 보니 감자나 옥수수 이런 거 쪄 먹으라고 주시는 분들도 많고 아예 학교로 업체 후원이 들어 오기도 함. 그리고 선배들이 왔다가 사주기도 하고 말이지. 암튼 은근히 간식거리가 틈틈이 들어 온단 말야. 근데 잘 보니까 최동오 이놈이 그렇게 들어온 것들도 못 먹는 거 많아 보임.
그치만 이제...학교에선 아무도 얠 챙겨주지 않으니(당연함. 누가 건장한 19세 운동부 남자애 먹는 걸 일일히 챙겨주겠냐고;;) 조용히 지가 알아서 안 먹음.

암튼 이런 최동오 편식하는 거에 자꾸 눈이 가고 신경이 쓰이니 관찰을 하게 됐는데 성구가 관찰한 동오는 이랬음.




1. 먹기 싫은 반찬이라도 웬만하면 꾸역꾸역 다 먹는 거 같은데 유독 밥을 평소보다 적게 먹는 날이 있음.
왜지? 아...야채는 밥에 식감이 가려지니 그렇게라도 먹는데 생긴 것 땜에 싫어하는 것들은 아예 못 먹는구나.
(ex. 대가리 붙은 멸치볶음)

2. 저렇게 도저히 못 먹겠어서 밥 부족하게 먹은 날은 농구부 훈련 전에 매점 들러서 크림빵이랑 바나나우유 사 먹음. 근데 왜 점심시간에 바로 안 가고?
아 자느라고...그래 꿀잠 중요하지.

3. 과일을 제외한 딸기 맛 나는 과자며 사탕, 음료 등등은 다 안 먹음. 왜 안 먹는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싫어하나 봄.
아~감기약 맛 같다고? 그런 거였군.

4. 동네 시장에 새로 생긴 만둣집이 있는데 다들 새우만두가 제일 맛있대. 나도 그런 듯? 근데 최동오는 안 먹음.
왜지? 아...새우도 생긴 게 징그러워서 못 먹는 구나....

5. 매점 피자빵은 왜 안 먹지?
아하 토핑으로 올라간 올리브를 못 먹어서 그렇군...
아 피망이랑 양파도 싫지? 오케.

6. 가끔 선배들이 학교 올 때 보쌈이랑 족발을 사 오는데 보쌈은 먹으면서 족발은 안 먹음.
뭐, 이건 그럴 거 같긴 했음.

7. 삼겹살 좋아하면서 오겹살은 또 안 먹음. 이건 진짜 왜?
아...! 껍질에 털 박힌 것 땜에 그런 거구만!




....이하 생략......







이렇게 정성구 계속 최동오 관찰했는데 한참 보다 보니 왜 그동안 아무도 얘 이러는 걸 눈치 못 챘는지 이제 알겠음. 얘가 가리는 거 많고 입맛이 까탈스럽긴 한데 그냥 지 혼자 싫은 거지 그걸 주위에 티를 안 내. 싫다고 투정 부리거나 바꿔 달라거나 그런 게 없음.
일단 급식은 웬만해선 밥 빨로 꾸역꾸역 먹는 편이고, 급식표 미리 보고 정말 도저히 못 먹겠는 반찬이 너무 많은 날은 대충 맨밥이랑 국이나 조금 퍼서 입에 때려 넣고 일찌감치 책상에 엎드려서 점심시간 내내 잠. 반찬이 어떻고 저쩧고 가타부타 말을 안 함. 징그러워서 못 먹는 족발, 새우 그런 거? 혼자 속으로 징그러워할 뿐이지 그거 징그럽단 소리 안 함. 간식 들어오면 자기가 안 가리는 음식이면 먹고 아니면 조용히 안 먹고 맘. 다른 애들이 다른 맛 다 가져가서 딸기 맛만 남아도 나 이거 못 먹으니 나랑 바꿔 먹자 이런 거 안 함.

이렇게 반찬 투정을 안 부리니 얘가 분명 편식을 엄청 하는데 주위에서 그걸 잘 느끼지 못하는 거야. 그냥 동오 평소 어른스럽다는 이미지도 있고 해서 식사 외에 주전부리 잘 안 먹는다고 생각했음.

근데 동오네 집에 간 날...걔가 뭘 그렇게 와구와구 맛있게 먹는 걸 처음 본 거지.

최동오 간식 먹는 거 좋아했구나...
어이없고 살짝 킹받는데 좀 짠하기도 하고...
자기 집에 갔다고 그렇게 신나게 먹어대는 게 좀 웃김ㅋ







...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성구의 공주 사육....!




근데 성구 생각 복잡하고 길게 하는 거 싫고 귀찮은 거 딱 질색이라 동오 것만 따로 챙기거나 그런 건 없음. 아직 자기가 동오한테 감긴 거 자각 못해서 더 그런 것도 있고..
(🗿 : 참나 쟤 뭐 이쁘다고 그걸 다 따로 챙겨주냐)
암튼 그래서 애들끼리 뭐 먹게 되면 모든 걸 최동오 입맛으로 통일시켜 버림.

훈련하다 쉬는 시간에 농구부 간식비로 매점 가서 다 같이 먹을 빵 사 오라고 주장, 부주장한테 시키면 명헌이가 피자빵 담은 거 빼고 소보로랑 크림빵 우르르 담아 버리고, 감독님 뵈러 학교 놀러 온 선배들이 저녁 쏜다고 너희 알아서 주문하라고 하면 족발 먹자는 몇몇 애들 의견 무시하고 보쌈 시켜버림. 주말에 외출 받아서 애들이랑 시내에 있는 시장 놀러 가는데 팥빙수 먹자고 들어간 가게에서 과일빙수 주문하고 있고, 아이스크림 담을 때 누가 스크류바 담으면 다 빼고 다른 거 넣음.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이 되니까 가까운 친구들 중에선 뭔가 미묘함을 느끼는 사람이 하나둘씩 생기는데 제일 처음으로 눈치챈 거 낙수일 듯.
돌아가는 상황이랑 요즘 들어 간식 먹을 때 빼지 않고 냠냠 잘 먹는 최동오 보다가 깨닫고 말았고...안그래도 최동오 편식하는 거 철 없다 생각하는 싸나이 김낙수, 그거 다 맞춰주고 있는 성구 보니 쟨 뭐지? 싶고 어이없음. 한 소리 할까 하다가 아직 아무도 이 상황 눈치 못 챘길래 그냥 자기가 참기로 함.




그리고 성구는 이제 한술 더 떠서 점점 동오를 따로 챙기기 시작하겠지.

동네 유제품 유통하는 가게에서 농구부 앞으로 우유 박스째로 여러 종류 보내주셨는데 몇 개 없는 초코우유나 바나나우유 빼뒀다가 최동오 주고, 급식에 생선구이 나왔는데 쓱 보니 하필 동오가 받은 부위가 내장이랑 붙어서 비린 쪽이면 하얀 등살 받은 자기 거랑 바꿔줌. 그리고 급식표에 오늘 최동오가 절대 못 먹을 거 같은 반찬만 가득한 날은 자기 밥 먹고 올라가는 길에 매점 들러서 크림빵이랑 뚱바 하나씩 사서 동오네 반에 두고 자기 교실로 감.

이런 것들이 반복되니 현철이, 명헌이까지도 눈치를 채는데 둘 다 저걸 뭐라고 할 일까지는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조용히 쳐다보고 아무 반응 안 할 듯. 성구가 유난스럽게 굴거나 다른 사람들 거 뺏어서 동오 주는 것도 아니고...
대신 최동오 진짜 공주님마냥 아무 생각 없고 성구가 챙겨주는 거 잘 받아먹고 있으니 어이없어서 한 소리 하긴 함.




"역시 한번 도련님은 어딜 가나 도련님인 거냐 삐뇽"
"???"
"어떻게 여기에서도 집사를 구한 거냐 삐뇽"
"뭔 소리야?" (진짜 뭔소린지 몰라서 묻는 거임)
"......아니다 삐뇽. 그거나 마저 먹어라 삐뇽"




이렇게 정성구 지가 동오한테 감긴 것도 모르고 그냥 다 해줄 듯ㅋㅋ
근데 성구는 단순히 (최동오가 신기함 → 왜? → 편식 심한데 자기가 좋아하는 거 주면 개잘먹음 → 초딩같아서 웃기기도 하고 뿌듯한 듯 → 더 줘볼까?) 의 생각의 흐름으로 이러고 있는 거라 얘도 별생각 없음.

그러다 하루는 옷 갈아입다가 현철이가 그러는 거지.




"야 성구야. 네 성격이 원래 애들 잘 챙기고 하는 건 아는데...계속 그렇게 다 해줘도 되는 거냐?"
"응?"
"동오 말이야. 막말로 우리 내년이면 다 각자 대학 흩어질 텐데. 쟤 버릇 든다 그러다?"




성구 이 얘기 듣고 흠칫 했음.
내가 그동안...최동오를 챙겨주고 있었던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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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체전 앞둔 주말, 올해는 여름방학도 거의 학교에서 보냈었는데 이제 앞으로 윈터컵 예선도 있고 하니 주말에 다들 본가 하루씩 다녀오기로 했음.
성구 오랜만에 집밥 먹는데 막내 온다고 직장 근처에서 자취하는 큰형도 오고 대학생이라 저녁마다 놀러 다니느라 바쁜 작은 누나도 일찍 들어왔겠지. 온 가족 둘러 앉아서 저녁 먹는데 3남매 이제 다 컸는데도 여전히 이 집 밥상은 조용한 눈치싸움이야. 내가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ㅋㅋㅋ엄마가 한솥 끓인 소고기 뭇국은 계속 리필해 먹느라 동이 나기 일보 직전이고 성구 좋아한다고 해주신 닭볶음탕은 양파고 당근이고 할 거 없이 싹싹 설거지 됨.

배부르게 밥 잘 먹고서 소파에서 만족스럽게 배 통통 두드리고 있었는데 엄마가 마트에 귤이 나왔길래 사 왔다며 귤을 한 소쿠리 가져다주심. 근데 그 귤을 보니 불현듯 또 최동오 생각이 나는 거임.

겨울마다 귤이 그렇게 넘쳐나는데도 잘 안 먹던 놈이 자기 아빠가 귤 까주니 그걸 또 그렇게 잘 먹더라...입도 작은 놈이 한입에 때려 넣고 우물우물 먹는데 무슨 미취학아동이냐고ㅋㅋㅋ아오 야채도 그래, 물컹한 게 싫어서 익은 당근을 못 먹는다니...! 최동오 진짜 애 같다. 뭐 그러고 보면 걔가 생긴 게 그런 거지 하는 짓은 쫌...잘 삐지고 반응도 크고....에이 뭐 집에 와서까지 이런 생각을 하냐.
아니 근데, 진짜 웃기단 말야 그 녀석. 먹기 싫으면 먹기 싫다고 하면 되지. 그걸 왜 참고 먹냐고. 지가 김낙수야? 맨밥 사이에 시금치 찔러서 숨겨 먹는 거 개웃기네 진짜ㅋㅋㅋㅋ으휴 최동오ㅋㅋㅋㅋㅋㅋ귀여운 놈ㅋㅋㅋㅋ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응? 귀엽다고??.....나 지금 최동오가 귀엽다고 생각한 거임???' 하고 머리 얻어맞은 사람처럼 굳어버림.
아니ㅅㅂ 뭔 징그러운 생각을 한 거냐 정성구!
.....근데 뭐..그렇게까지 못할 생각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귀여울 수도...있지 않.....나.....???
걔 키가 185cm인데도...그럼 뭐해 나보다 한참 작구만. 그리고 2m 넘는 현필이도 귀여운데 키가 무슨 상관이람.
근데 현필이는 말랑하고 최동오는 안 말랑한데.....근데 우성이도 마르고 근육밖에 없는데 귀엽잖아.
거봐. 최동오도 귀여울 수 있는 거임ㅇㅇ




근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귤을 까다 보니 성구 자기도 모르게 귤에 하얀 부분을 죄다 벗겨 버렸음. 노래진 자기 손이랑 조그마한 귤 가만히 보다가 옆에서 같이 배 긁으며 누워서 TV 보는 자기 누나를 보는 거야. 그러고 보니 우리 누나도 귤에 이런 거 다 벗겨서 먹던데.




"야 정서연. 이거 먹을래?"
"엉? 오!! 너 뭐 잘못 먹었냐?"




이 미친놈이 왜 갑자기 귤을 까주고 그러냐...? 그거 뭐 이상한 거임?
아 뭐래 먹기 싫음 말던가.
먹을거지롱~우움 개맛있당. 이열 정성구 빡센 학교 가더니 철들었냐? 이 누님 취향에 맞춰서 귤을 다 까주고~

누나가 엄청 신나는 표정으로 귤을 한입에 다 넣고 우물우물 먹는데.......진짜 꼴보기가 싫군.

그냥 최동오가 귀여운 거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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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본가에서 마저도 동오 생각을 해버린 성구...
하루 자고 다시 기숙사로 복귀해서 훈련 들어 가는데 매니저가 아까 학교 올라오는 길에 부모님이 시장에서 만두 사주셨다며 정성구 손에 바리바리 쥐여주고 화장실 좀 갔다 온다고 했음.




눈치 없는 최동오...
성구가 자기 챙겨주는 거 10번 중에 9번은 모르고 지나가는데 최동오 몸뚱아리는 눈치가 있어서 무의식중에 성구가 주는 건 의심 없이 다 받아먹게 됐을 거임ㅋ
원래 누가 뭐 갖다주면 그게 뭔지 파악하기 전엔 입에 안 대고 슬쩍 지켜보는 편인데 이제는 정성구가 가져오는 것들은 의심 없이 일단 입에 넣고 봄...

성구가 매니저한테 받아 든 만두 봉다리 안으로 들고 들어와서 내려 놓는데, 먼저 와서 몸 풀고 있던 최동오 성구가 내려놓은 만두 포장 풀자마자 냅다 만두 하나 입에 물어 버렸네?
성구가 말릴 새도 없이 와앙 입에 물었는데 확 올라오는 새우 향이랑 식감에 동오 굳어 버리겠지ㅋㅋㅋ

그리고 그거 매니저가 사 온 거라고 하면서 최동오 입 앞에 지 손바닥 갖다 대는 정성구...
동오 얼떨결에 입에 물고 있던 새우만두 뱉어 버렸고....




체육관 들어서다 그 모습을 목격하고 망부석처럼 굳어 버린 현필이와...본가에서 뭐 먹고 왔냐고 명헌이랑 수다 떨며 몸 풀고 있던 현철이 '저게 뭐야.' 라고 육성으로 뱉어 버렸고...존나게 동요하는 이명헌........
결국 참을성의 왕자, 싸나이 김낙수는 참지 못하고 '작작해 이 시발것들아!' 라고 사자후를 질러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동오도 당황해서,




"야!!!그걸 니가 손으로 왜 받아!!!"




하고 곧 터질 것 처럼 시뻘게진 얼굴로 지랄지랄 하는데 정성구만 태연하게




"너 새우 안 먹잖아. 자 이거 먹어."




동오가 뱉은 만두 한쪽에 버리고선 봉투 뒤적여서 고기만두 찾아 지랄하는 최동오 손에 쥐여줄 듯.
처음으로 눈치 없는 최동오도 정성구가 뭔가 이상하다는 거 느끼는 순간이었겠지.

최동오 얼굴은 새빨갛고 멍하니 손에 고기만두 들고 서 있는데 입 헹구라면서 포카리도 쥐여주는 정성구...







방금 막 자판기에서 뽑아 온 것처럼 차갑겠지.










슬램덩크 성구동오
2024.06.26 23:03
ㅇㅇ
모바일
와 정성구 진짜 최동오 사랑하네...
[Code: db24]
2024.06.27 21:13
ㅇㅇ
모바일
왐마야 성구야
[Code: 2f8f]
2024.06.29 00:24
ㅇㅇ
모바일
이걸 왜 이제봤을까.... 이 지독한 사랑을....
[Code: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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