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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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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잨이 의사필모 왜 저짤 하나뿐이야 젭알 의드..찍어조..)
너무 찌통이고 좋을거같으다



닉갈 어릴때부터 소아병동생활해서 병원에 아는사람 개많음. 자꾸 재발하고 이래서 꾸준히 몇달 몇년주기로 들락날락하는데 워낙 애교많고 사랑둥이라 간호사부터 교수님들까지 하여간 안면튼사람들은 다 예뻐라 하겠지.

근데 하필 타이밍 안좋게 다시 재발해서 들어온날. 제일 예민할때 테잨이 마주쳐서 첫만남 삐그덕하는거.

대기 공간에서 멍하니 기타 만지작대던 닉 발견한 테일러가 여기서 이런거 치면 안된다고 하는데
테일러 도끼눈하고 흘긋 올려다 본 닉이 아무말없이 기타 챙겨서 쌩 지나쳐가는거. 발소리 쿵쿵 내는거보니 화난 모양이네. 어이없다는듯 웃고 말겠지.

그저 누구 병문안 따라온 철딱서니없는 앤가보다 했는데 어느날 회진 돌다 보니 환자복입고 누워있어. 쟨 누구에요? 병실나와서 슬쩍 선배한테 물어보는데 딱하다는듯 혀를 쯧쯧 차. 유명하다고. 어릴때부터 들락거리다 지난번에 퇴원해서 나갔었는데 며칠전에 다시 들어왔다고. 한창 꽃필나이에 병원안에 갇혀서 안쓰럽다는 말에 그렇구나 하고말겠지.

닉갈만큼이나 테잨이도 이미 얼굴도 몸도 ㅈㄴ 핫한 레지던트쌤으로 병원에서 유명함. 테일러는 간호사들한테도 친절하고 능글맞고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병원의 유니콘같은 존재겠지. 워낙 타고난 체력에 노력까지해서 미친 체력이라 개노답폭풍같은 레지던트 생활도 그럭저럭 잘 해나가는 중이었음.

그런중에 조금 거슬리는게 닉이야. 나쁜의미로 거슬린다는게 아니라 그냥. 쟤가 원래는 성격도 되게 밝고 곰살맞다는데 첫만남이 별로였어서 그런가. 테일러한테는 낯을 가리는지 통통하고 예쁜입술 비죽 내밀고 눈도 안마주치는 애 관심이 끌고싶어져. 괜히 지나칠때마다 한마디 말도 붙여보고 농담도 해보는데 데면데면 하겠지.


그러다 작은 사건이 한번 생기겠지. 닉이 담당환자는 아니지만 야간당직서던 테일러가 새벽에 응급콜받고 뛰어가는데 닉 코피 쏟아서 얼굴이며 시트며 거의 피투성이인거. 안그래도 하얀애가 귀신처럼 창백하게 질려서는 코 감싸쥐고 멈추지않는 피에 당황하고있을거야.
놀라서 얼어붙어있는 애 다독이며 응급처치하고 직원불러서 옷도 갈아입히고 시트도 갈아줌.
큰일은 아니라 한숨돌리고 돌아가려는데 테일러 소매를 잡아와.

" 왜, 어디 불편하니? 더 아픈데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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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한텐 말하지마요. "

코 안에 지질때는 찍소리도 안하고 참더니 지금은 눈시울이 벌개.

"보호자한테 상태 보고는 해야하는데, 안그러면 나 짤려. "

난감한 웃음을 지은 테일러가 손날을 목에 갖다대는 시늉을 하며 껙소릴냈어. 일부러 장난을 쳐보지만 닉의 근심어린 얼굴은 그대로 흐려. 동생이 어리다고 했나, 보호자 엄마 한분인걸로 아는데. 하필 그마저도 없을때 혼자 이런일이 생겼으니 얘가 무슨 마음으로 이러는지는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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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놀라시게 잘 이야기해드릴게. "

눈 바라보면서 진심담아서 부드럽게 말하는데 닉 머뭇거리다가 고개 끄덕이겠지.


그 후로는 마음이 좀 누그러졌는지 테일러랑 닉은 조금씩 친해질거야. 닉 장기입원환자다 보니 상태좋을땐 여기저기 병원 싸돌아댕길때가 많은데 다른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병원에 살다시피하는 테일러 자주 마주쳐서 안친해질수가 없음.
맨날 농담따먹기하는 테잨이 싫은척 틱틱거리면서도
같이 한적한 옥상에서 Rc카 같은거 조종하면서 놀고 병원 자판기 털고.. 닉이 테일러 크록스에 지비츠 같은거 선물해주고ㅋㅋ 성인 된날 병동사람들이랑 같이 축하하면서 생일 케이크에 초 불때도 함께였고.닉 건강했을때 기타치면서 노래부르는거 영상도 보고 병원 자선행사때 직접 연주하는거도 보고. 크리스마스땐 테일러가 산타모자 쓴거 사진도 찍어주고. 두사람사이에 그런 시간들이 지나갔어.


테일러 점심시간에 커피 사마시는데 쭐래쭐래 따라온 닉이 쌤 바빠요? 물어와.
보면 모르냐, 수술복차림으로 고개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닉 놀려먹는건 빼먹지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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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한건 난데 왜 니 다크서클이 더 하냐. 볼까지 내려왔다 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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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씨. 놀리지마요. "

넌 니 반응이 얼마나 재밌는지 모르지. 낄낄웃으며 몇잔째인지 모를 아메리카노 쪼로록 빠는데 닉이 불쑥 핸드폰을 들이밀어. 새로나온 기구가 있대요- 하면서 틀어준건 놀이공원 영상.

" 이거 타는거 내 버킷리스트에 있어요. "

버킷.. 살짝 인상찌푸린 테일러가 닉 뒤통수에 꿀밤 꽁 먹일거야.

" 이름 한번 거창하다 임마. 앞날이 창창한 놈이 무슨 얼어죽을 버킷리스트야. "

" 으. 방금 진짜 아저씨 같았던거알죠. 수염은 길어가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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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깎을 시간도 없어. 이리와 "

연달은 당직에 제법 자란 까끌한 수염을 볼에 부벼대니 닉은 아악- 질색을하며 짜증을부리고. 테일러는 웃으면서 헤드락이 걸린 닉의 머리를 헝클었지. 오프때 너랑 놀이공원 가줄게. 새끼손가락걸고 약속해.

얘기전해들은 닉의 엄마는 너무 격없이 잘해주셔서 애가 염치가 없어진다고 손사래치는데 테일러 씩웃으면서 내가 그러고싶어서그런다고 하겠지. 그 황금같은 오프를 무슨 환자랑 보내냐고 아무리 친해도그렇지. 하며 동기들도 미친사람 취급했지만..

근데 결국 둘이 놀이공원 갈일은 없을거야.



약속한 날이 다가오던중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어.
평소같은 날이었어. 환자복에 가디건 차림, 슬리퍼를 끌고늘그렇듯 복도를 거니던 닉이 멀쩡히 친한 간호사와 잡담을 나누던중이었지. 복도 저멀리서 걸어오던 테일러는 닉 발견하고 또 뭐로 놀려볼까 미소띄우고 있다가 애가 비틀거리자마자 표정 굳어서 급하게 뛰어올거야. 그 찰나에 닉의 얼굴에서 핏기 싹사라지고 휘청하는데 심상치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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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있지도못하고 주저앉은 닉 말도 제대로 못잇고 아, 아..아파.. 입만 벙긋거리며 어쩔줄 몰라해. 아까까지만 해도 생글생글 웃던애가 표정 잔뜩 일그러져서 숨만 가쁘게 몰아쉬는데 점점 의식 멀어지는게 보일거야. 닉, 닉! 니키, 정신차려봐. 제 이름 부르는 테일러 팔 잡은 손가락 하얗게 질리도록 꽉움켜쥐고 고통 버티다가 결국 눈 까뒤집히고 기절해버리겠지. 그대로 응급수술 잡히고..

수십수백번은 봤던 맨몸에 뻘건 소독약 바르고 메스로 살가르는 장면인데 그게 닉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못볼거같아서 수술 보조도 다른 동기한테 돌리고 빠지고
체감상 백만년만에 아주 여유롭고 느긋한 오프인데 쉬기는 커녕 기분 뭐같아서 술만 퍼마셨겠지.

한 선배는 닉 얘기 전해듣고나서 테일러한테 - 너 원래 그런놈 아니었잖아. 환자한테 너무 마음쓰지마라, 정 깊게주지말라고 말하는데 좋은뜻으로 자기 걱정해서 말한거 알아도 울컥 화 치밀거같다. 미친듯이 화가나고 슬퍼서 자기도 왜인지 알수없겠지.

자주보던 환자 잘못되는거 드문일도 아니고 테일러에게 처음있는일도 아닌데. 멘탈 딴딴한 인간으로 소문난 테일러인데 어째서.
테일러도 당연히 닉 상태 알고 언제 큰일나도 이상하지않다는거 머리로는 알아. 당연하지. 근데...근데 닉은.. 회복중이라는 중환자실 앞에서 서성이다 차마 얼굴 못보고 돌아온 테일러.

완전 뼛속까지 이과에다 종교나 미신 절대안믿는 테일러지만 이번만큼은 경과 좋기를 하늘에 간절히 빌었을듯.





Zipzip
근데 정말로 기적 일어나서 닉 많이 호전되고 퇴원도 하게되는거. 왜냐면 꼭 햎삐엔딩이어야만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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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가 허전하지만 병원에서 떠난건 너무 잘된일이고 축하할 일이니까. 그리고 워낙 바쁜 삶이니 테일러 그저 몸 혹사시키며 문득 떠오르는 닉 생각도 묻어두려 할거야. 대학 들어갔다는 연락받고 테일러 진짜 기뻐하겠지. 기껏 살려놨더니 술같은거 마시지말고 건전하게 살으라는 잔소리도 하며 간간이 문자나 주고받겠다.

그러다 한 일년쯤 후에 닉이 혈색좋고 말끔한 차림으로 테일러 찾아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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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지긋지긋해서 정말 오기싫었는데, 테일러쌤 보러 왔어요."

쑥스러운 미소짓는 닉의 모습에 테일러 말을 잃고 멍하니 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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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랑 놀이공원 가기로했잖아요. 약속 지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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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의사랑 데이트하는거 얼마나 끔찍한줄알아? 시간내기 하늘의 별따기야. 내 동기들 줄줄이 차이는중이라구. "

겨우 정신차린 테일러 또 능청떨면 닉이 눈굴리며 한숨 폭 쉬고는 다가가 꼭 안기겠지. 보고싶었어요.
그럼 살짝 목메인 테일러도 눈 꼭 감으며 나도, 대답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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