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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02:12
경술년(庚戌)에 시작된 가뭄은 대지가 갈라지도록 변함이 없었다. 대소신료들은 하늘께서 노여워하셔 천벌을 내리는 것이라 하였고 백성들은 무능한 임금과 양반들을 욕하였다. 부모가 자식을 잡아먹고 자식이 부모를 잡아먹는게 당연시 여겨질쯤 공주가 태어났다.


공주가 태어난 날 하늘에선 비가 내렸으며 서쪽에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며 곡식을 익게 하였다.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신의 선물이라고, 신이 다시 대지에 축복을 내려주신거라고. 임금은 기뻐하며 아이를 금이야 옥이야 키웠더랬어. 허나 공주가 성인이 된 어느날 임금은 그 옛날 자신을 도운 노구(老軀)를 맞닥뜨렸어.

임금은 본디 왕위에 오르지 못할 운명이었건만 영엄한 무당에게 빌었지. 형님들과 아우들을 제치게 해달라고.


"그대의 천운은 얼마 남지 않았구려, 포기하시오. 명은 바치지 않는 이상 길어지지 않소."
임금은 무엇을 바치면 명운을 바꿀수 있냐고 물었고 노구는 결국 하는수 없이 길을 알려주었지.


지리산의 신령부인을 납치해 그 간을 주면 임금으로 만들어 주겠노라고. 노구는 임금의 얼굴에 새겨진 길만 보고 해내지 못할 것이라 굳게 믿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방법을 알려주었지. 하지만 임금은 표독스러우며 간사한 자이기에 자신의 수하로 하여금 일을 시켰지. 신령의 신부인 사슴을 납치해왔지.

노구는 크게 놀라 어떻게든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신령은 진노하여 산을 불태우고 있었어. 자신의 그릇됨을 알지 못하는 임금과 자신의 신력에 자만하여 그를 도운 노구는 일을 바로잡을 이는 자신 뿐이라 생각하고 임금 모르게 간을 빼돌리고 신령부인의 가죽으로 만든 곤룡포만을 임금에게 안겨주어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만들어 주었지.


"저와같은 미천한 자를 믿고 나와주신 왕후마마께 어찌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나이다."
"...그대의 간사한 계략으로 본디 오르지 말아야 할 곳에 있는 지금의 국왕때문이니 그만 새치혀를 놀리고 내가 해야할 일을 말하라."
노구가 이르길 매달 초하룻날 신령부인의 간을 섭취하여 그것이 12달에 이르기 까지 멈추지 말고 또한 섭취한 바로 다음날 임금과의 잠자리를 가지라 하였지.

"그리한다고 신령이 자신의 부인을 알아볼 성 싶더냐?"
사실 노구도 반신반의 였어 이미 거죽은 임금의 곤룡포가 되었고 뼈와 살은 재가 되어 버렸으니까. 허나 간에는 가장 영엄한 기운이 깃들기에 해볼만 하다고 느꼈지.

결국 왕후는 썩은 고기를 섭취해가며 임금과 밤을 보내 드디어 어여쁜 공주를 나았어. 하지만 인간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일이라 공주가 태어난 날 왕후는 명을 달리했지.


"공주는 이제 다시 지리산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어디 감히 그 입을 놀리느냐!!"
진노한 임금이 검을 빼들고 노구를 베었어. 그럼에도 노구는 아직 살아 움직였지
"그 곤룡포가 무겁지 않소? 공주가 무섭지 않소?"
임금은 당황했어. 눈에 넣어도 안 아프건만 그럼에도 이따끔 공주가 무서웠어.
"본디 인세에 속해선 안될 존재요. 그리고 지리산이 그녀를 기다리오."
노구는 그 말과 함께 죽었어. 임금은 안심하며 다시 치세를 이어갔지만 노구가 죽은지 채 한달도 안되어 경술년보다 더한 기근이 덥쳐오자. 신하들이 재촉했어, 노구의 말대로 하자고. 결국 임금은 울며 공주를 지리산 초입에 모셔두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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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아바마마가 나에게 이러신단 말이야!"
금이야 옥이야 자라서 그럴까 사슴과 같은 눈망울에 앵두와 같은 입술과 대비되는 앙칼진 목소리로 목놓아 울었지.

"어찌 호위하나 없이 이런 산기슭에 나를 버리신단 말이야!"
허니는 결국 두려움에 못이겨 이곳을 절대 벗어나지 말라던 아바마마의 말을 무시하고 돌아왔던 곳으로 발을 내딛었어.

"아야!"
기껏해야 가시에 긁힌것 가지고 주저앉아 울었지. 살아생전 정돈된 다리만 건너던 인생에 이런 울퉁불퉁하고 풀이 가득한 곳은 처음이었거든.

"무섭단 말이다! 누가 나를 모시러 오란 말이야~!!!"
허니는 산짐승 무서운줄 모르고 나 여기있오 하면서 소리쳐댔지.

한참을 울었을까, 뒤에서 들리는 우지끈 소리에 고개를 천천히 돌려보니 호랑이가 있었어. 호랑이의 가죽만 보았지 살아 움직이는 모습에 몸은 굳어 버리고 말았지. 이제 나는 죽는구나라고 생가하며 눈을 감고 몸을 감싸 말아안으며 벌벌 떨기 시작했어. 마치 고개만 숙이면 된다는 듯 어리숙한 공주였지. 근데 한참이 지나도 몸 어느 한군데도 상처가 나지 않았다는 걸 인지하자 고개를 올려 호랑이를 보았지. 호랑이는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 고개도 못들고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어.

호랑이의 시선이 머물렀을 법한 곳을 보자 거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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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는 사슴이 자신을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었어.


이상하게도 허니는 그 사슴이 낯설지 않았어. 마치 오래 알고 지내온 이 처럼. 홀린듯 사슴의 뒤를 따랐어. 이리도 못가 항상 주저앉던 허니는 그 험한길을 사슴을 따라갔어. 마침내 얕은 개울에 이르러 사슴은 멈춰 돌아보곤 마치 이곳에 있어야 한다고 알려주기라도 하듯 개울가 근처에 자리잡아 앉았어. 허니는 그 사슴을 따라 개울가에 앉아 지친몸을 사슴에게 기대었어.

발을 내려다보니 신은 어디간지 없고 발에 온갖 생채기가 나있었어. 결국 긴장이 풀려버린 탓일까? 허니는 서럽게 울며 사슴에게 기대어 눈물을 훔쳤어. 울다 지쳐 잠들어 버렸지. 나긋하고 안심되는 정겨운 목소리가 들리때쯤 깊게 잠들어 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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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너를 다시 보는구나, 아가야."

천년이 넘는 수련기간을 거쳐 신령이 된지 수백년도 더 지나서야 만난 소중한 인연이었다. 신령으로서 삿되지 않고 공정하게 산을 다스렸건만 너를 본 순간 모든게 헛됨임을 알았다. 인간이었던 너에게 신력을 불어넣어 나와 같은 사슴으로 이 산을 함께 다스리려 했건만 너의 수련이 끝나기 하루 전 너를 잃었다.

신령의 부인이 되기위해 짐승으로만 100년을 살아온 네가 형체도 못 알아볼 정도로 가죽도 간도 잃은체 내 앞에 왔을때 악령이 되어 버렸다. 보이는 마을은 죄다 불사르며 천신에게 죄를 내보였다. 그런 나를 가여이 여기고 너를 다시 나에게 보내주었다. 그 곤룡포를 두른 자를 찢어가르려 했건만 너의 미소에 그러지 못했다. 너를 다시 앗아가려던 호랑이를 밟아 죽이려 했건만 너의 눈물에 멈추었다. 그러니

"일어나서 나를 봐다오. 나의 눈에 너를 담게 해다오."


애달픈 밤이 지나고 동이트자 허니는 눈을 뜨었다.



철옹너붕붕
2024.05.14 10: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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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 하 씌ㅠㅠㅠ 허니랑 같이있게해줘요ㅠㅠㅠ
[Code: f1d1]
2024.05.14 23: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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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철옹너붕붕이라니 센세는 최고야 제발 어나더......
[Code: 0c48]
2024.05.15 09: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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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대작의 시작을 만납니다 사랑해요
[Code: 213e]
2024.05.17 05: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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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센세... 이 대작을 내가 무료로 본다고? ㅠ
[Code: ba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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