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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23:05
[ 1 ]







버려지다
포기하다
구해지다
맹세하다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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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에서 나가, 달라는 게 무슨 소리야?"
"미안해, 루비."
"아, 아니 미안하다고 하지 말고... 장난이지, 응? 장난이잖아."
"진짜 미안하다."




루비 스톡스. 태생을 함께한 팀원들에게 버린 받은 비운의 여자. 또는, 저주받은 죄인의 참배자. 그녀를 무어라 부르든, 맞닥뜨린 진실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녀가 그녀 자신에게 제일 멀리 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말해줘, 내가 고칠게."
"고쳐서 될 게 아니야, 루비."
"왜! 도대체, 도대체 갑자기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




높아지는 언성과 격해지는 행동. 그럼에도 나오지 않는 의문점에 대한 일방적 호소는 답장 되지 않았다. 수평선 위 등대처럼 우두커니 박혀 그 누구 하나 다가오지 않았다.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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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뭐하는 거야, 빨리 구하라고!"




톰의 팀원이 죽었다. 그가 목격하는 바로 코앞에서. 손을 뻗으면 될 거리를, 쥐 앞에 겁먹은 고양이처럼 얼어 보고만 있었다. 괴물에게 잡혀 팔다리가 뜯겨먹혀도 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리가 붙잡혀 땅과 하늘에 수십 번을 패대기 당해도 톰은 다가갈 수 없었다.




"네가 죽인 거야, 네가 죽였다고!"
"난, 나도, 그니까, 왜 난......."
"살인자! 배신자! 그냥 네가 죽었어야 해!"




톰은 포기했다. 자신의 팀원도, 자신의 인간성도. 냉정한 판단보다 본능에 더 가까웠던 생존은 자연스럽게 낙오된 무리의 인원을 잘라내고 자신이 살고자 믿음을 포기했다. 그렇게 그는 누구에게도 믿음 받지 못하는 살인자에 불과하여 홀로 제 몸 받쳐 피바다 사이를 가를 것이다.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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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살려줘! 보지만 말고 살려달라고 이 시발년아!"




자신을 가축 그 이상으로도 생각지 않던 악마의 피가 찌꺼기로 막힌 수돗물처럼 얕은 물줄기로 바닥에 고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성처리용으로만 사용되던 그녀는 조용히, 증오와 허무함뿐인 시선으로 그의 마지막 광경을 지켜봤다.




"주,인을, 배신, 한, 못돼먹, 은, 년 같으, 니라...."




문장도 차마 끝내지 못하고 나무판자를 두들기는 파편이 되어 흩어진 옛 주인. 그에 엠버는 너부러진 옷더미를 하나둘씩 끌어다 피에 절여진 것을 개의치 않고 품에 넣는다. 자유의 몸이자 방황의 몸이 된 그녀는 자신을 그림자에 가둔 벽을 올려다본다.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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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교수님이 사이비를? 거짓말!"
"진짜라니까? 심지어 제물도 바친댔어!"



섬뜩하리만큼 따라붙는 여러 개의, 어쩌면 수십 개의 시야들이 한 사람만을 뒤쫓고 있었다. 그 중심을 따라가자, 사립 대학교의 생물학자 사이먼 교수가 아주 평온하게 산책 중이었다. 이상하리만큼 꼬리가 길지만, 그 많고 많은 구설수 중 진실로 밝혀진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어? 교수님 그 목걸이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예, 제가 제일 아끼는 보물이에요."
"그러신 것 같아요, 모양도 특이하네요?"
"그렇죠?"




무릎을 꿇고 십자가 가운데를 칼로 찌르는 무언가. 자칫 이단이라 몰릴 수도 있는 펜던트였지만 그는 손끝으로 금 간 유리를 다루듯 쓰다듬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학생은 오싹한 오한과 함께 을씨년스러운 상황을 피하고자 급히 떠난다.










[ 6 ]





사실 이 모든 이야기엔 한 사람이 연관되어 있다면 어떨까.








[ 7 ]






허니 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엑스트라.









[ 8 ]






루비 스톡스는 허니 비에 의해 버려져야 했다.
톰 홀랜드는 허니 비에 의해 팀원을 포기해야 했다.
엠버 허드는 허니 비에 의해 지옥에서 구해져야 했다.
사이먼 베이커는 허니 비에 의해 태어났고 죽어야 했다.










[ EnD ]






시원하게 쌌으니까 밥 먹으러 가야지





루비너붕붕 루시너붕중 톰너붕붕 토모너붕붕 엠버너붕붕 싸베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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