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12519683
view 972
2024.11.27 01:56
보고싶다 https://hygall.com/612259741
"으, 읏...응... 그만... 아, 아파... 제발, 살살... 아, 응, 으읏...아, 하으..."
프라임의 신성해야 할 개인실에서는 옵티머스의 애원에 가까운 신음이 문 너머로 흘러나왔다. 옵티머스는 처음엔 이를 악물고 참으려 했지만 점점 고통에 젖은 목소리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평화로운 시대를 만들기 위해 온 생을 바쳐온 그들의 프라임이자 가장 아끼는 친우의 고통에 찬 신음이 문 앞에서 대기하고 서있는 재즈와 프라울의 오디오 리셉터에 똑똑히 꽂혔다. 훤히 열린 문은 조금만 돌아보면 옵티머스가 괴로워 하며 강제적으로 벌어진 인터페이스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일 것 같아 재즈와 프라울은 고개도 까딱 할 수 없었다. 둘은 머리속으로 이건 옵티머스의 선택이라는걸 몇번이고 되새겼다. 재즈는 오디오 리셉터를 꺼버릴까 하다가 그만 뒀다. 만약에라도, 그러진 않겠지만 만약에라도 옵티머스가 도와달라고 하면 바로 뛰쳐들어갈 생각이었으니까.
당장이라도 방으로 들어가 전부 뒤집어 엎을 줄 알았던 프라울은 의외로 가만히 서있었다. 꼼짝도 앉고 뒷짐을 진채 그 망할자식이 핑계를 댄 경호하라는 임무를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양 옆 문가를 지키고 선 둘이었지만 서로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 할 수는 없었다. 열린 문으로 훤히 옵티머스가 굴욕적인 인터페이스를 감내하고 있는 모습이 보일지 모르는데 고개를 돌려 서로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재즈는 바닥만 쳐다보고 있다가 프라울 쪽 바닥에 선홍색 에너존이 고여있는걸 발견했다. 그제야 재즈는 프라울이 뒷짐지고 있었던 손을 자세히 봤다. 프라울의 떨리고 있는 주먹에서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의 손바닥 플레이트를 손끝이 파고들만큼 세게 쥔 주먹에서 피가 뚝뚝 흘러나왔다.
옵티머스의 거의 울음에 가까운 고통에 찬 신음이 두 사람의 머리 속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재즈는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총으로 저 메크의 머리를 날리고 옵티머스에게 두번 다시 우릴 위한답시고 이런걸 견딜 생각하지 말라고 화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옵티머스가 정략결혼을 해서까지 오토봇을 지키려고 한 의의가 없어진다. 그들이 여태 해온 일을 그저 잔혹한 전쟁범죄일 뿐이라고 치중해온 이 행성에 오토봇이 발 붙이고 살 수 있게 하려고 애써온 옵티머스의 노력이 무의미해진다. 참아야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제발, 싫, 싫어... 그만... 흑..."
옵티머스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프라울의 이 악문 턱이 떨리기 시작하는게 보였다. 프라울의 두 눈은 이미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우리가 왜 이런걸 견뎌야 하지? 옵티머스가 해온 모든 일들, 우리가 여태껏 치뤄온 희생의 댓가가 이런건가? 옵티머스는 대체 왜 우릴 이딴 행성에 살 수 있게 하겠다고 저런 굴욕을 감내해야 하는거지? 프라울의 옵틱이 분노로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었을때, 재즈의 손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안았다. 재즈는 눈짓으로 프라울을 조용히 멈추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아니야, 조금만 참아.
그 망할 놈은 옵티머스가 과부하로 셧다운 되고 나서도 놓아주질 않았다. 이미 정신을 잃은 옵티머스를 인터페이스용 장난감이라도 되는 것 처럼 다루곤, 옵티머스의 제스테이션 챔버가 자기 트랜스플루이드로 가득차서 그의 납작하던 배가 약간 불룩해져서야 그를 놓아주었다. 그래놓고는 그놈은 뻔뻔한 표정으로 방에서 걸어나왔다.
"특수부대 팀장님과 전략사령관님의 경호라니 호화스럽기도 하지,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네."
그 놈은 뻔뻔하게 둘에게 인사를 건네며 둘의 얼굴을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재즈는 그에게 만족감을 주고 싶지 않았지만 생사가 오가는 전장에서도 나오던 느긋한 미소도, 재치있는 말도 그 어느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재즈의 무감정해 보이는 차가운 표정과 분노가 가득 담긴 프라울의 얼굴을 보곤 만족스럽게 복도로 걸어나갔다.
재즈는 그 놈이 떠난걸 확인하자마자 방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옵티머스의 하부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첫 경험을 겨우 견딘 밸브는 잔뜩 벌어지고 상해있었고 그 사이로 분홍빛 에너존이 그 놈의 트랜스플루이드와 섞여 새어나오고 있었다. 옵티머스가 과연 이런 모습의 자길 누가 보길 바랄까 싶긴 했지만 이런 상태로 방치해 둘 수도 없었다.
"프라울, 심정은 알겠지만 들어와."
프라울은 여전히 밖에 서서 겨우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오라이온을 이런 상태로 방치해둘거야?"
프라울은 잠시 고민하더니 주먹을 쥐고 방 안에 들어왔다. 프라울도 인터페이스에 익숙한 메크는 아니었지만 정상적인 인터페이스 후의 동체 상태가 이렇지는 않다는 걸 안다. 그 자식은 인터페이스 패널 안쪽의 밸브 뿐만 아니라 뒷쪽의 후면포트에도 손을 댄 모양이었다. 배틀마스크가 벗겨진 어린티를 벗지 못한 얼굴은 눈물에 젖어있었다. 넌 수 많은 전장을 넘나들고 수 없는 생명을 스스로를 희생하며 구하고서도 버텨나갔는데, 우린 겨우 저런 놈이 널 짓밟게 하려고 네 옆을 지킨게 아니였는데.
하지만 지금 당장 둘이 할 수 있는 건 조용히 옵티머스의 상처와 피를 수습해주는 것 뿐이었다.
전쟁 후 오토봇은 오히려 전쟁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전쟁은 끝났고, 디셉티콘과 오토봇은 표면상으로 화해했지만 그뿐이었다.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그저 상처뿐이었던 긴 내전이 끝났을 뿐이었다. 그 뒤 옵티머스는 전쟁 후 사이버트론의 재건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그게 오토봇들에 대한 평판을 돌려놓지는 못했다. 결국 오토봇 추방이 의회의 안건으로까지 올라오자, 옵티머스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했다. 옵티머스는 프라임 직위를 내려놓고 자기가 떠날테니 오토봇들은 남게 해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라임이 물러나면 겨우 다시 재건된 사이버트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말은 다들 빙빙 돌렸지만 사실 저들은 오토봇도 추방하고 싶지 않았고 옵티머스도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옵티머스가 현실적인 대책을 세우며 이런저런 다른 방법을 고려하는 사이, 정략결혼 요청이 들어왔다. 오토봇의 평판을 떨어트리는데 일조한 방송사, 오토봇 추방을 주장한 의원, 여론을 악화시키는데 제일 큰 일조를 하고 증거조작까지 했던 의장... 몇번 정직하게 호감이 있어 옵티머스에게 구혼요청이 들어온적은 있으나 이 제안의 의도는 그것과 다르게 명백했다. 오토봇을 보호하고 싶으면 옵티머스가 자기들 앞에 무릎을 꿇으라는 소리였다.
옵티머스는 이게 제일 평화적인 선택이라는 말들과 오토봇들을 생각하라는 그들의 협박에 결국 손을 들어주었다. 어쩌면 그게 제일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르지만, 프라울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처음부터 옵티머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그렇게 말해봤지만 그는 이게 제일 평화로운 대책이라고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이게 정말 평화로운 선택이라면 그 자신도 상처받지 않아야 할텐데, 옵티머스는 늘 자기가 받을 상처와 고통은 잊어버리곤 했다. 마치 그건 당연하다는 듯이.
옵티머스가 정략결혼을 고르자 그제야 오토봇에 대한 여론은 잠잠해졌다. 오토봇을 추방해야 한다고 의회에서 셀 수 없이 나왔던 소리도 더 나오지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도 역겨웠다.
날밤을 꼬박 새고 끙끙거리는 옵티머스의 곁을 지킨 둘은 그가 옵틱을 열고 두리번거리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이 굴었다.
"언제부터 있었어?"
"방금 왔어."
재즈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고, 프라울은 평소에 늘 하던 것 처럼 하루 일과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그나마도 프라울은 옵티머스가 자던 동안 뺄 수 있는 일정은 전부 다 미뤄놓고 다시 일정을 잡았지만 딱 하나만은 프라울도 멋대로 할 수가 없었다.
"오늘 일정은 행사 하나 참가해야 하는거 말곤 별거 없어, 그닥 중요한건 아니야."
"오늘이 벨로시트론과 같이 하는 첫 아이아콘 6000 경주 날 아니야?"
"그래봤자 레이싱인데 뭐. 연설도 벨로시트론 대표가 하기로 한거고 넌 얼굴만 비추기로 한건데 안간다고 뭐라고 안 할 걸."
당연히 거짓말이다. 전쟁이 끝난 후 다른 행성과 같이 진행하는 첫 행사가 중요하지 않을리가 없었다. 프라울도 그걸 알고 옵티머스도 그걸 알았다. 옵티머스는 왜 프라울이 허튼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보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허리 아래쪽으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옵티머스가 비틀거리자 둘이 곧장 달려와 부축했다.
"괜찮아."
옵티머스가 둘을 물리고 잠시 벽을 짚더니 천천히 걸어나갔다.
결국 옵티머스의 고집에 행사엔 참가하게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옵티머스는 앉아있는 내내 불편해보였다. 워낙 티를 내지 않는 메크라 다른 시민들이나 다른 행성에서 온 인사들은 다행히 눈치를 못 챈 모양이었지만, 계속 곁에서 같이 있었던 둘은 눈치 챌 수 밖에 없었다. 재즈는 원래 이런 행사가 있으면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사각으로 가서 혹시라도 있을 암살자 등을 잡아내거나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대기하곤 했지만 오늘은 옵티머스의 곁을 떠날 수가 없어서 다른 팀 멤버에게 일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벨로시트론 대표의 축사가 있고 나서 곧 그 자식이 연설대에 올라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평화와 신뢰 어쩌구 하는 개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옵티머스의 안색이 다시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하자, 프라울이 조용히 옵티머스의 떨리는 어깨를 부드럽게 붙잡았다. 프라울의 손은 옵티머스를 다정하게 안심시키고 있었지만 그의 분노로 불타는 시선 끝에는 그 놈이 있었다. 옵티머스는 연설대에서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사탕발린 소리나 늘어놓는 놈을 노려보는 프라울의 눈빛이 불안한 눈치였다.
"왜그래?"
"아무 것도 아니야, 연설 니가 안써줬나보지?"
"당연히 내가 안썼지. 다음엔 내가 쓸까?"
"아니, 니가 쓴 연설문을 저런 놈이 자기 것 마냥 읽는건 더 싫어. 다음번엔 내가 더 의전 수행 잘할게, 다음엔 네가 꼭 직접 해."
프라울의 말은 주변에 듣는 귀가 없어서 다행일 정도인 말이었지만, 그제야 옵티머스가 배시시 웃었다.
"그래, 그럴게."
재즈는 연설대에서 막 연설을 마친 놈의 시선이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는 옵티머스와 그 옆을 지키고 있는 프라울에게 향하는걸 보고 바이저 아래의 옵틱을 가늘게 떴다. 놈은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느긋하게 웃고 있었지만 아까보다 약간 경직된 표정이었다. 재즈가 상황을 판단하기 충분할 만큼의 표정 변화였다.
아하, 겨우 그깟 질투 때문에 옵티머스에게 그딴 짓을 했단 말이지.
지금 당장은 오토봇의 정치적 입지가 강하진 않지만, 칼을 갈고 위로 올라가다보면 결국 저런 놈이 옵티머스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날도 오겠지. 좀 더 장기적으로 할 생각이었으니, 그저 그 시기를 좀 더 앞당기기만 하면 되는거다. 지금 당장은 그렇게 뻔뻔하게 굴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너에게 배로 댓가를 치루게 해줄거다. 오라이온에게 준 상처 이상으로 너에게 되돌려 줄게. 재즈는 조용히 속으로 분노를 삼키면서 그 놈을 노려보았다.
트포 프라옵티 재즈옵티 모브옵티
"으, 읏...응... 그만... 아, 아파... 제발, 살살... 아, 응, 으읏...아, 하으..."
프라임의 신성해야 할 개인실에서는 옵티머스의 애원에 가까운 신음이 문 너머로 흘러나왔다. 옵티머스는 처음엔 이를 악물고 참으려 했지만 점점 고통에 젖은 목소리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평화로운 시대를 만들기 위해 온 생을 바쳐온 그들의 프라임이자 가장 아끼는 친우의 고통에 찬 신음이 문 앞에서 대기하고 서있는 재즈와 프라울의 오디오 리셉터에 똑똑히 꽂혔다. 훤히 열린 문은 조금만 돌아보면 옵티머스가 괴로워 하며 강제적으로 벌어진 인터페이스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일 것 같아 재즈와 프라울은 고개도 까딱 할 수 없었다. 둘은 머리속으로 이건 옵티머스의 선택이라는걸 몇번이고 되새겼다. 재즈는 오디오 리셉터를 꺼버릴까 하다가 그만 뒀다. 만약에라도, 그러진 않겠지만 만약에라도 옵티머스가 도와달라고 하면 바로 뛰쳐들어갈 생각이었으니까.
당장이라도 방으로 들어가 전부 뒤집어 엎을 줄 알았던 프라울은 의외로 가만히 서있었다. 꼼짝도 앉고 뒷짐을 진채 그 망할자식이 핑계를 댄 경호하라는 임무를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양 옆 문가를 지키고 선 둘이었지만 서로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 할 수는 없었다. 열린 문으로 훤히 옵티머스가 굴욕적인 인터페이스를 감내하고 있는 모습이 보일지 모르는데 고개를 돌려 서로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재즈는 바닥만 쳐다보고 있다가 프라울 쪽 바닥에 선홍색 에너존이 고여있는걸 발견했다. 그제야 재즈는 프라울이 뒷짐지고 있었던 손을 자세히 봤다. 프라울의 떨리고 있는 주먹에서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의 손바닥 플레이트를 손끝이 파고들만큼 세게 쥔 주먹에서 피가 뚝뚝 흘러나왔다.
옵티머스의 거의 울음에 가까운 고통에 찬 신음이 두 사람의 머리 속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재즈는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총으로 저 메크의 머리를 날리고 옵티머스에게 두번 다시 우릴 위한답시고 이런걸 견딜 생각하지 말라고 화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옵티머스가 정략결혼을 해서까지 오토봇을 지키려고 한 의의가 없어진다. 그들이 여태 해온 일을 그저 잔혹한 전쟁범죄일 뿐이라고 치중해온 이 행성에 오토봇이 발 붙이고 살 수 있게 하려고 애써온 옵티머스의 노력이 무의미해진다. 참아야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제발, 싫, 싫어... 그만... 흑..."
옵티머스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프라울의 이 악문 턱이 떨리기 시작하는게 보였다. 프라울의 두 눈은 이미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우리가 왜 이런걸 견뎌야 하지? 옵티머스가 해온 모든 일들, 우리가 여태껏 치뤄온 희생의 댓가가 이런건가? 옵티머스는 대체 왜 우릴 이딴 행성에 살 수 있게 하겠다고 저런 굴욕을 감내해야 하는거지? 프라울의 옵틱이 분노로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었을때, 재즈의 손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안았다. 재즈는 눈짓으로 프라울을 조용히 멈추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아니야, 조금만 참아.
그 망할 놈은 옵티머스가 과부하로 셧다운 되고 나서도 놓아주질 않았다. 이미 정신을 잃은 옵티머스를 인터페이스용 장난감이라도 되는 것 처럼 다루곤, 옵티머스의 제스테이션 챔버가 자기 트랜스플루이드로 가득차서 그의 납작하던 배가 약간 불룩해져서야 그를 놓아주었다. 그래놓고는 그놈은 뻔뻔한 표정으로 방에서 걸어나왔다.
"특수부대 팀장님과 전략사령관님의 경호라니 호화스럽기도 하지,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네."
그 놈은 뻔뻔하게 둘에게 인사를 건네며 둘의 얼굴을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재즈는 그에게 만족감을 주고 싶지 않았지만 생사가 오가는 전장에서도 나오던 느긋한 미소도, 재치있는 말도 그 어느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재즈의 무감정해 보이는 차가운 표정과 분노가 가득 담긴 프라울의 얼굴을 보곤 만족스럽게 복도로 걸어나갔다.
재즈는 그 놈이 떠난걸 확인하자마자 방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옵티머스의 하부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첫 경험을 겨우 견딘 밸브는 잔뜩 벌어지고 상해있었고 그 사이로 분홍빛 에너존이 그 놈의 트랜스플루이드와 섞여 새어나오고 있었다. 옵티머스가 과연 이런 모습의 자길 누가 보길 바랄까 싶긴 했지만 이런 상태로 방치해 둘 수도 없었다.
"프라울, 심정은 알겠지만 들어와."
프라울은 여전히 밖에 서서 겨우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오라이온을 이런 상태로 방치해둘거야?"
프라울은 잠시 고민하더니 주먹을 쥐고 방 안에 들어왔다. 프라울도 인터페이스에 익숙한 메크는 아니었지만 정상적인 인터페이스 후의 동체 상태가 이렇지는 않다는 걸 안다. 그 자식은 인터페이스 패널 안쪽의 밸브 뿐만 아니라 뒷쪽의 후면포트에도 손을 댄 모양이었다. 배틀마스크가 벗겨진 어린티를 벗지 못한 얼굴은 눈물에 젖어있었다. 넌 수 많은 전장을 넘나들고 수 없는 생명을 스스로를 희생하며 구하고서도 버텨나갔는데, 우린 겨우 저런 놈이 널 짓밟게 하려고 네 옆을 지킨게 아니였는데.
하지만 지금 당장 둘이 할 수 있는 건 조용히 옵티머스의 상처와 피를 수습해주는 것 뿐이었다.
전쟁 후 오토봇은 오히려 전쟁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전쟁은 끝났고, 디셉티콘과 오토봇은 표면상으로 화해했지만 그뿐이었다.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그저 상처뿐이었던 긴 내전이 끝났을 뿐이었다. 그 뒤 옵티머스는 전쟁 후 사이버트론의 재건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그게 오토봇들에 대한 평판을 돌려놓지는 못했다. 결국 오토봇 추방이 의회의 안건으로까지 올라오자, 옵티머스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했다. 옵티머스는 프라임 직위를 내려놓고 자기가 떠날테니 오토봇들은 남게 해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라임이 물러나면 겨우 다시 재건된 사이버트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말은 다들 빙빙 돌렸지만 사실 저들은 오토봇도 추방하고 싶지 않았고 옵티머스도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옵티머스가 현실적인 대책을 세우며 이런저런 다른 방법을 고려하는 사이, 정략결혼 요청이 들어왔다. 오토봇의 평판을 떨어트리는데 일조한 방송사, 오토봇 추방을 주장한 의원, 여론을 악화시키는데 제일 큰 일조를 하고 증거조작까지 했던 의장... 몇번 정직하게 호감이 있어 옵티머스에게 구혼요청이 들어온적은 있으나 이 제안의 의도는 그것과 다르게 명백했다. 오토봇을 보호하고 싶으면 옵티머스가 자기들 앞에 무릎을 꿇으라는 소리였다.
옵티머스는 이게 제일 평화적인 선택이라는 말들과 오토봇들을 생각하라는 그들의 협박에 결국 손을 들어주었다. 어쩌면 그게 제일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르지만, 프라울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처음부터 옵티머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그렇게 말해봤지만 그는 이게 제일 평화로운 대책이라고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이게 정말 평화로운 선택이라면 그 자신도 상처받지 않아야 할텐데, 옵티머스는 늘 자기가 받을 상처와 고통은 잊어버리곤 했다. 마치 그건 당연하다는 듯이.
옵티머스가 정략결혼을 고르자 그제야 오토봇에 대한 여론은 잠잠해졌다. 오토봇을 추방해야 한다고 의회에서 셀 수 없이 나왔던 소리도 더 나오지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도 역겨웠다.
날밤을 꼬박 새고 끙끙거리는 옵티머스의 곁을 지킨 둘은 그가 옵틱을 열고 두리번거리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이 굴었다.
"언제부터 있었어?"
"방금 왔어."
재즈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고, 프라울은 평소에 늘 하던 것 처럼 하루 일과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그나마도 프라울은 옵티머스가 자던 동안 뺄 수 있는 일정은 전부 다 미뤄놓고 다시 일정을 잡았지만 딱 하나만은 프라울도 멋대로 할 수가 없었다.
"오늘 일정은 행사 하나 참가해야 하는거 말곤 별거 없어, 그닥 중요한건 아니야."
"오늘이 벨로시트론과 같이 하는 첫 아이아콘 6000 경주 날 아니야?"
"그래봤자 레이싱인데 뭐. 연설도 벨로시트론 대표가 하기로 한거고 넌 얼굴만 비추기로 한건데 안간다고 뭐라고 안 할 걸."
당연히 거짓말이다. 전쟁이 끝난 후 다른 행성과 같이 진행하는 첫 행사가 중요하지 않을리가 없었다. 프라울도 그걸 알고 옵티머스도 그걸 알았다. 옵티머스는 왜 프라울이 허튼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보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허리 아래쪽으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옵티머스가 비틀거리자 둘이 곧장 달려와 부축했다.
"괜찮아."
옵티머스가 둘을 물리고 잠시 벽을 짚더니 천천히 걸어나갔다.
결국 옵티머스의 고집에 행사엔 참가하게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옵티머스는 앉아있는 내내 불편해보였다. 워낙 티를 내지 않는 메크라 다른 시민들이나 다른 행성에서 온 인사들은 다행히 눈치를 못 챈 모양이었지만, 계속 곁에서 같이 있었던 둘은 눈치 챌 수 밖에 없었다. 재즈는 원래 이런 행사가 있으면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사각으로 가서 혹시라도 있을 암살자 등을 잡아내거나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대기하곤 했지만 오늘은 옵티머스의 곁을 떠날 수가 없어서 다른 팀 멤버에게 일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벨로시트론 대표의 축사가 있고 나서 곧 그 자식이 연설대에 올라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평화와 신뢰 어쩌구 하는 개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옵티머스의 안색이 다시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하자, 프라울이 조용히 옵티머스의 떨리는 어깨를 부드럽게 붙잡았다. 프라울의 손은 옵티머스를 다정하게 안심시키고 있었지만 그의 분노로 불타는 시선 끝에는 그 놈이 있었다. 옵티머스는 연설대에서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사탕발린 소리나 늘어놓는 놈을 노려보는 프라울의 눈빛이 불안한 눈치였다.
"왜그래?"
"아무 것도 아니야, 연설 니가 안써줬나보지?"
"당연히 내가 안썼지. 다음엔 내가 쓸까?"
"아니, 니가 쓴 연설문을 저런 놈이 자기 것 마냥 읽는건 더 싫어. 다음번엔 내가 더 의전 수행 잘할게, 다음엔 네가 꼭 직접 해."
프라울의 말은 주변에 듣는 귀가 없어서 다행일 정도인 말이었지만, 그제야 옵티머스가 배시시 웃었다.
"그래, 그럴게."
재즈는 연설대에서 막 연설을 마친 놈의 시선이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는 옵티머스와 그 옆을 지키고 있는 프라울에게 향하는걸 보고 바이저 아래의 옵틱을 가늘게 떴다. 놈은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느긋하게 웃고 있었지만 아까보다 약간 경직된 표정이었다. 재즈가 상황을 판단하기 충분할 만큼의 표정 변화였다.
아하, 겨우 그깟 질투 때문에 옵티머스에게 그딴 짓을 했단 말이지.
지금 당장은 오토봇의 정치적 입지가 강하진 않지만, 칼을 갈고 위로 올라가다보면 결국 저런 놈이 옵티머스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날도 오겠지. 좀 더 장기적으로 할 생각이었으니, 그저 그 시기를 좀 더 앞당기기만 하면 되는거다. 지금 당장은 그렇게 뻔뻔하게 굴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너에게 배로 댓가를 치루게 해줄거다. 오라이온에게 준 상처 이상으로 너에게 되돌려 줄게. 재즈는 조용히 속으로 분노를 삼키면서 그 놈을 노려보았다.
트포 프라옵티 재즈옵티 모브옵티
https://hygall.com/612519683
[Code: 8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