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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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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포원 기반 종전 이후 
알못주의 






“청사 봉쇄해!”
“전투 프레임이 아닌 메크는 대피하세요!” 
“다친 데는 없습니까 오라이온?” 


저 발치에 굴러 떨어진 작은 크기의 에너존 단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가득한 반파된 복도. 청사에 숨어든 중립파 메크를 짓누르듯이 제압한 메가트론의 검붉은 옵틱. 오라이온은 종전 후엔 오랜만에 보는 익숙한 형태의 아수라장을 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프라울이 안전에 대해서 하는 잔소리를 좀 더 경청했어야 한 걸지도 모르겠다고. 



***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순한 해프닝이었다. 


중립파를 자처하는 메크 한 명이 운 좋게 청사의 보안을 뚫고 들어와서 오라이온 팩스에게 테러를 시도한 것이었다. 실로 멍청한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애초에 전투에 특화된 프레임에서 일반 메크로 돌아왔다지만 오라이온은 전쟁 최전선에서 수천 사이클 구른 메크였다. 자기 손으로 뭐 하나 지켜본 적 없는 메크에게 허무하게 당할 만큼 약하진 않았다. 

물론 오라이온의 손이 닿기도 전에 그 중립파 메크는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모를 메가트론의 알트모드에 의해 순식간에 제압당하긴 했다. (사실 청사 복도가 반파된 건 메가트론의 알트모드인 탱크가 엄청난 속도로 밀고들어와서 그런 거지만 프라울이 있는 한 그 부분까지 저 중립파 메크가 배상하게 될 것이다.) 그걸 고려하니 중립충 메크의 프로세서 성능이 더욱 의심될 뿐이었다. 청사에는 오라이온 뿐 아니라 하이가드와 훈련된 전투 프레임들이 가득했다. 뭘 믿고 이 ‘테러’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알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생각이란 게 있다면 테러를 계획하지도 않았겠지만. 


메가트론은 알트모드에서 다시 트랜스폼한 상태로 이미 전투불능에 가까운 그 메크를 제압하고 포박했다. 평소보다 어둡고 짙은 색으로 빛나는 붉은 옵틱은 그 메크를 제압하는 게 아니라 넥케이블을 뜯어버리고 싶어하는 기색이었지만, 어쨌든 손은 차분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 어수선하긴 했지만 상황이 정리되고, 보안 시스템 상 다른 침입자가 없다는 게 확인 되자 잠시 물러났던 메크들은 삼삼오오 복도 끝에 모여들어 진압과정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심 메가트론이 발휘하는 인내심에 감탄하는 중이었다. 저 메크가 조금만 더 민첩하게 움직여서 오라이온의 프레임에 작은 스크래치라도 났다면 지금 어떤 꼴일지 감히 상상하고 싶지 않아 하면서. 


하지만 제압당하고 있는 메크는 메가트론이 이 자리에서 자신의 스파크를 바로 거두지 않는 게 그가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자비라는 걸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바닥에 짓눌린 와중에도 옵틱을 비열하게 빛내며 글로사를 놀리기 시작했다. 메크의 목소리가 복도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하, 역시 더러운 전쟁광끼리 붙어먹는단 소문이 사실이었군!” 


응? 

메가트론의 프레임이 잠시 움찔했다. 구경하는 메크들 사이에서도 놀란 듯 헉,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옆에 선 오라이온만은 갈피를 못 잡겠다는 듯 옵틱을 깜빡거렸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보자 그 중립파 메크는 더욱 분통이 터진다는 듯이 외쳤다. 


“모른 척 해도 소용없다 프라임! 네가 호국경과 콘적스를 맺고 정계에 진출해서 의회를 장악할 계획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다. 겉으로는 사이버트로니안의 자유를 위한다면서, 그 권력욕은 코그가 바뀌어도 못 버리는 모양이지…!”


그 말 뒤로도 그 메크는 막장소설이나 다름없는 오라이온의 의회 장악 계획에 대해 중얼중얼거렸다. 하지만 오라이온은 황당하게 그지없었다. 이 메크가 하는 얘기는 조금 틀린 수준이 아니라, 오라이온의 안온한 은퇴 계획과는 정 반대이지 않은가! 안 그래도 지난 총회의 때 자신의 시민권 및 콘적스 문제에 생각보다 이목이 많이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민이 많아졌던 오라이온은, 조금 발끈해서 강경하게 대답했다. 



“그게 무슨 헛소리인가! 호국경과 콘적스를 맺는다니, 그런 말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을! 그런 계획 없네!”



‘오, 3연타…’ 복도 끝에서 구경 중인 메크 몇몇이 중얼거렸다. 

오라이온 의회 장악설을 주장한 그 메크도 그제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끼긱거리는 헬름을 돌려 메가트론의 눈치를 살폈다. 
메가트론의 옵틱은 전에없이 새빨간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힘이 확 들어가는 메가트론의 손아귀 아래, 중립파 메크의 단말마같은 비명이 울려퍼졌다. 




*** 


진압되는 와중에 어깨 프레임이 살짝 우그러진 중립파 메크를 제외하면 거의 아무도 다치지 않고 소강된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오라이온 팩스의 안전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긴 했다. 일시적으로라도 오라이온의 경호를 전담할 메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번에는 오라이온도 이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경호원을 배정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오라이온의 안전에 근래 편집증적인 집착을 보였던 프라울의 담당이었다. 집무실 책상에 앉아 프라울의 브리핑을 기다리며 오라이온은 프라울이 혹여나 말도 안되는 경호 계획안을 내밀까봐 조금 걱정 중이었다. 그러나 작은 데이터패드 하나를 들고 침착한 표정으로 집무실 문을 두드린 프라울을 보며 이내 그런 걱정을 머리에서 지웠다. 가끔 그는 프라울의 성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프라울은 익숙하게 오라이온이 앉아있는 책상 앞으로 다가와 브리핑을 시작했다. 

“일단, 메가트론과 사운드웨이브도 자원했지만 그건 내 선에서 잘랐어.” 

프라울이 내 전략사령관이어서 이만큼 다행인 순간이 있었던가. 오라이온은 조용히 감사를 보냈다. 안 그래도 총회의 때의 발언으로 브레인 모듈이 복잡한데, 그 둘은 밀착 경호는 사양이었다. 프라울은 안심한 듯 풀어지는 오라이온의 표정을 보고 바람 빠지듯 웃고는 들고 있던 데이터패드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게 그 둘 제외 경호 업무에 자원한 유일한 메크. 여러모로 얘가 적임자야.”


오라이온은 데이터패드를 받아들었다. 데이터패드에는 ‘스모크스크린’이라는 메크의 이름과 이미지, 간단한 정보가 띄워져 있었다. 그는 옵틱으로 내용을 빠르게 훑었 다. 내전 당시 오토봇 진영에서 엘리트가드로 교육받은, 신원도 확실하고 전투 실력도 보장되는 메크. 나이가 조금 어린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납득 가는 인선이었다. 오라이온은 작게 헬름을 끄덕였다. 


“경호 업무는 오늘부터 바로 시작되는 거였지? 지금 만나볼 수 있을까?”
“...곧 여기로 올 거야.” 


본인이 추천한 메크면서, 그렇게 말하는 프라울은 어딘가 찜찜한 기색이었다. 그는 경호인력에 대한 공지를 띄우자마자 튀어나오다싶이 한 스모크스크린과, 뒤따라 자원하려다 어쩐지 꺼리는 기색으로 멈칫하고 돌아간 메크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숱하게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각종 광기와는 또 다른 결로 빛나는 청색 옵틱을. 논리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작은 결정일 뿐인데, 프라울은 어쩐지 감정을 담당하는 신경회로에서 두통처럼 울리는 경고를 느꼈다. 


하지만 곧 프라울은 그 기분을 털어버렸다. 사소한 감정에 신경을 쏟기엔 그에겐 오라이온을 위해 해야 할 업무가 산적해 있었다. 그는 다른 일들을 하기 위해 걸음을 서둘렀다. 



***



집무실로 찾아온 스모크스크린은 뭐랄까… 굉장히 에너제틱한 젊은 메크였다. 오라이온이 광부 시절에 자신을 감당해야 했던 동료들이 이런 느낌일까 생각하게 될 정도로. 물론 꼬질꼬질했던 코그리스 시절의 오라이온과 다르게 스모크스크린의 반짝거리는 은색과 빨간색의 도색은 누가봐도 새 것인 것처럼 광택이 났고, 스파클링을 막 벗어난 메크 특유의 활달하고 앳된 느낌이 있었다. 그의 청색 옵틱은 의욕으로 똘똘 뭉쳐서 빛났다. 오라이온의 말 한마디면 당장 튀어나가서 모든 잠재적 위협에 주먹을 날리고 올 것 같았다. 


오라이온의 집무실에 혼자 들어온 게 처음이었던 그는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제 스파크를 다해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오라이온!” 


아무리 어려도 엘리트가드 출신의 오토봇인 것은 티가 나는지, 제법 각 잡힌 자세로 각오를 다지는 스모크스크린을 보며 오라이온은 작게 미소지었다. 어엿한 전사로 교육받은 메크한테 할 생각은 아니지만 좀 귀엽기도 했고… 



그리고 오라이온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감상을 철회하기로 했다. 스모크스크린은 프라울이나 메가트론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아주 집요했던 것이다. 하필 중립파 메크의 테러시도가 있었던 당일 경호임무에 투입되어서 그런지, 스모크스크린은 민망할 정도로 오라이온을 싸고 돌았다. 원래 자신의 코그를 얻고 나서부터 특유의 즉흥성과 앞뒤 안재는 행동력이 되살아난 오라이온으로서 이런 밀착경호는 좀 곤란했다. 그가 스모크스크린을 설득해 조금의 개인공간을 확보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스모크스크린은 ‘하지만 저에겐 제 스파크를 다해 당신을 지킬 의무가 있는데요…’ 라고 말하며 그 어린 티가 나는 옵틱으로 오라이온을 쳐다봤다.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기색이었다. 



‘그래도 퇴근 후에 개인 쿼터까지 따라오는 건 좀 과하지 않나…’


이미 쿼터 정문 앞까지 따라온 스모크스크린을 물끄러미 보며 오라이온이 생각했다. 이미 여기까지 오는 동안 오라이온은 여러 번 스모크스크린을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노력했지만 도돌이표 같은 대화만 지속될 뿐이었다. -아니, 쿼터에서까지 경호업무를 할 필요는 없네. 당신을 지키는 게 제 의무입니다. 물론 그렇지만, 자네도 퇴근해야지. 제 일을 저버릴 수는 없어요. 그래, 하지만 퇴근하는 게 의무를 져버리는 건 아니지 않나. 다른 날은 몰라도 오늘은 그렇게 못하겠습니다. 이하, 무한반복. 마치 그의 프로세서에 후진이라는 개념이 입력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러다 아이아콘의 두 태양이 질 때까지 같은 대화만 반복하게 될 것 같았기에, 결국 한 수 접는 쪽은 오라이온이 되었다. 



“그럼 정말 오늘 밤만 부탁하는 걸로 하지.” 


손님용 리차징 베드가 있어서 다행이야… 혼잣말인듯 낮게 중얼거리며 쿼터 문의 잠금을 해제하는 오라이온의 뒤로 어쩐지 스모크스크린의 페이스 플레이트가 엄청나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오라이온은 ‘밤을 부탁한다’는 말이 꽤 미묘하게 들린다는 것과, 그런 말투가 젊은 메크의 스파크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스모크스크린은 오라이온을 따라 쿼터로 들어왔다. 그는 최대한 감추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아까 오라이온의 집무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쿼터에 들어와서도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호기심 어린 옵틱으로 전 프라임의 사저를 흘끔거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정돈된 집이었다. 오토봇의 리더이자 프라임이라면 좀 더 사치스러운 쿼터를 구할 수도 있었을텐데, 오라이온이 머무는 집은 수수한 쪽에 가까웠다. 광부시절 툭하면 기록보관소를 들락거렸단 소문이 사실이긴 했는지, 조금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서재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패드가 쌓여있는 것 같았지만. 


오라이온은 그런 스모크스크린을 향해 뒤돌아보고는 살짝 웃었다. 프라울이 건네줬던 데이터패드에 적힌 스모크스크린의 나이가 떠올랐다. 역시 젊다못해 어린 메크였다. 


“보여줄 게 많이 없는 집이라 미안하네.” 
“아니, 아닙니다, 전혀…” 
“손님용 방이 따로 있으니 오늘은 거기서 리차징 하면 돼. 경호한다고 밤을 샐 건 아니잖나.”  



***


막상 스모크스크린에게 손님용 방을 안내해주고 나서 리차징 베드에 눕자, 어쩐지 쉽게 옵틱이 감기지 않았다. 아무래도 너무 오랜만에 다른 메크를 쿼터에 들인 게 이유인 것 같았다. 베드에서 리차징도 안 하고 상념에 잠길 바엔 뭐라도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라이온은 동체를 일으켰다. 마침 재즈가 전에 선물해줬지만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했던 고서가 떠오른 참이었다. 


그렇게 방을 나서 거실에 들어선 순간 오라이온은 깜짝 놀랐다. 스모크스크린이 언제든 전투에 임할 수 있는 경계 테세로 거실 중앙에 버티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깜깜한 거실에서 청색 옵틱만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스모크스크린도 오라이온을 보고 놀란 눈치였다. 


“오라이온…! 리차징 안 하고 뭐하세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그게… 오라이온이 편하게 자라고 해주셨지만, 역시 오늘만큼은 그렇게 못 하겠어서요. 경호를 서고 있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둘 다 잠들긴 글렀군. 오라이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거실 중앙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는 이내 스모크스크린에게도 앉으라고 손짓했다. 



이미 아이아콘의 밤이 깊어 사방이 어둠에 잠긴 시각, 잠들지 못하고 깨어있는 두 메크가 할 거라곤 대화밖에 없었다. 대화를 하며 오라이온은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는 요즘 메크들이 쓰는 말은 가끔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의욕 넘치고 어리게만 봤던 스모크스크린이 퍽 괜찮은 대화상대라는 것이었다. 스모크스크린의 말은 진솔하단 게 느껴지면서도 거칠기만 하진 않았다. 그는 내전 중에 태어나 자신만의 소명을 안고 전선에 뛰어들었던 메크였고, 그 과정에서 포부를 잃지 않으면서도 성숙해지는 법을 배운 이였다. 그리고 그건 대화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래서 오라이온은 어쩌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하소연에 가까운 말까지 내뱉게 되었다. 


“언제나 최대한 평화롭고, 도덕적으로 옳은 선택을 하고 싶었어.”

오라이온의 목소리는 어느새 공기 중에 흩어질 듯이 아주 낮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노력과 별개로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지.”


그리고 그 실수는 언제나 너무 큰 결과를 가져왔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오라이온의 푸른 옵틱에는 우울한 빛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모크스크린은 그 우울이 옵틱을 모두 집어삼키는 것으로부터 오라이온을 지킬 생각이었다. 그는 오라이온을 향해 헬름을 휙 돌리고는 말했다. 

“오라이온, 중립충 고철들이 하는 말은 신경쓰지 마세요.”

주, 중립충? 오라이온은 젊은 메크들의 자유분방한 언어생활에 속으로 잠시 당황했다. 그리고 오라이온의 옵틱에서 우울이 흩어지고 당황이 들어차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며 스모크스크린은 쐐기를 박았다. 


“그 누구도 당신보다 잘할 순 없었을 겁니다. 당신의 책임감까지 존경하지만 스스로에게 지우고 있는 짐이 너무 무거워 보여요.”

스모크스크린은 오라이온의 옵틱을 똑바로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 흔들림없이 푸르게 빛나며 자신을 바라보는 옵틱에, 오라이온은 어쩐지 도망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되어 헬름을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스모크스크린은 만족한 것처럼 웃었다. 그는 동체를 당겨 좀 더 오라이온에게 바싹 붙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옵틱을 감고서, 아주 진지하고 신성하기까지 한 고백을 행하는 것처럼. 


“당신이 짐을 내려놨으면 좋겠어요.”

전 오라이온 팩스를 위해서 여기 있는 겁니다. 



오라이온은 침묵에 잠겼다. 마음 아주 깊은 곳에 숨겨둔 사명을 고백하는 것 같은 스모크스크린의 태도에 오라이온의 스파크까지 이상하게 일렁이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원래 오라이온 팩스가 되면서 원하던 건 이런 거였다. 그저 조용히 지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재즈나 프라울이 말하던 전 프라임으로서의 보호를 원하지도 않았고, 전 디셉티콘 측 메크들이 주장하는 정치적 화합을 위한 상징이 되고 싶은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드넓은 아이아콘의 한 메크로서, 고향이 재건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소소하게 도움을 보태며 살아가고 싶었다. 


‘스모크스크린 같은 메크가 콘적스 서류에 이름을 올려줄 메크로 안성맞춤 아닌가?’


반사적으로 프로세서를 스친 생각에 이내 오라이온은 헬름을 내저었다.

이렇게 어린 메크를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스모크스크린은 오토봇 출신이니 사령관이었던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면 더더욱. 



차분하고 편안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오라이온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오늘 스모크스크린에게 ‘오늘 밤을 부탁’한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


오라이온 팩스로 돌아왔지만 본질은 여전히 수천 사이클 동안 내전을 겪어서 단단해진 만큼 많이 지친 오토봇 사령관님이 좋타




메옵 메가옵티 스뫀옵티 
옵티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