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hygall.com/612607070


재즈는 통신너머로 디셉티콘들이 싸우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어. 이 메크 대체 몇명이랑 잔거지.... 재즈는 사운드웨이브가 자기랑 사귀고 있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어. 재즈는 아주 분별있는 메크였으니까! 그래도 메크의 심리라는게 그렇잖아. 사귀진 않더라도 걔한테 내가 좀더 중요했으면 하는 그런거. 사실 사운드웨이브와 자신의 첫 시작이 썩 좋은건 아니었지만 명실상부 가장 오랜시간을 함께 잤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즈는 고작 하루잔걸로 결혼까지 생각하는 디셉티콘들보다 자신이 훨씬 연인에 가깝다고 생각했어. 적대관계인데도 만나고 있는건 자신 뿐이고. 그러니까 재즈는 괜찮았어. 옆에서 미라지가 중얼거리는걸 듣기 전까진.

"....아, 나랑만 한게 아니었구나..."
"... 뭐?"
"아! 재즈 그게요..! 제가 설명할 수 있어요! 오토봇을 배신한게 아니라..!"
"너도 사운드웨이브랑 잤어?"
"....? 혹시 재즈도 사운드웨이브랑 잔 적 있어요?"

재즈는 뒷목이 뻐근해졌어. 방을 둘러보자 스펙옵스 대원들이 다들 충격받은 눈을 하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지.

"... 여기서 사운드웨이브랑 인터페이스 한 메크 손들어봐."

주저하던 스펙옵스 대원들은 일제히 손을 들어올렸어.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반대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어. 손을 안 든 메크가 한명도 없었거든. 야 너두...? 응 나도....
재즈는 헬름이 아프기 시작했어. 아니 전쟁 중에 도대체 적군 정보 참모랑 뭘한거야 대체! 물론 나는 사운드웨이브랑 지난 백만사이클동안 셀수없이 많이 했지만!

"아니 근데 저는 진짜 사운드웨이브가 저 좋아하는 줄 알았다구요..."

한 스펙옵스 대원의 증언을 시작으로 성토대회가 펼쳐졌어. 탐색하다 잡혔는데 먼저 수줍게 다가왔다. 뭐하는 짓거리인가 했는데 다친것도 치료해주고 고문도 안하더라. 치료받다가 바이저 마주봤는데 마스크 내리고 키스해오더라. 무조건 제스테이션 챔버를 꽉 채워달라고 했다. 같이 인터페이스한 후에 풀어주고는 잘 들어갔냐고 통신도 보냈었다. 아니 다른걸 다 떠나서 자기가 먼저 마스크 내렸다니까요?? 마스크를 벗었다구요!!
재즈는 한숨을 깊게 쉬었어. 이 모든걸 프라임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머리가 깨질것 같았지. 잤던 기간과 횟수만 따지면 사실 재즈야말로 제일 먼저 감옥에 들어가야하긴 했어. 프라울은 분명 자신의 나사하나하나 뽑아서 용광로에 넣어버리고 싶어할거야. 재즈는 미리 유서를 써두고 오토봇 상층부가 모인 자리에서 보고했어. 그리고...

"..........그가 너랑도, 아니 너희 모두와 잤다고?"

망연자실한 얼굴의 프라울과 조용해진 옵티머스를 보며 재즈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어. 아 이 발랑까진 메크가 도대체 어디까지 서보를 댄거야!!

*

메가트론은 눈앞에 한가득 모인 부하들을 보면서 아주 오랫만에 당황을 했어. 그러니까 쟤네가 전부 사운드웨이브랑 지들이 사귀고 있는줄 알았다고...? 왜??? 걔가 뭐가 모자라서???

"... 할말은 많지만 딱 한가지만 물어보지."
"아 뭔데요. 그보다 빨리 말하라니까요. 당신도 사운드웨이브랑 인터페이스 했냐니까요."

어제 말 잘들었던 건 역시 환각이었던듯 다시금 불손하게 말대답하는 스타스크림을 익숙하게 무시한 메가트론이 말을 이었어.

"이중에 사운드웨이브한테 고백을 받은 놈이 있긴 한가?"

디셉티콘은 모두 침묵했어. 한 메크 빼고.

"아니 메가트론 연애 안해봤어요? 사귀는게 꼭 서로 말로 꺼내야 땅땅인게 아니거든요? 이게 서로 눈과 행동에서 느껴지는 그게 있다니까요! 아 진짜 이래서 모솔이랑은 대화가...!"

결국 스타스크림은 한대 맞고 조용해졌어. 하지만 메가트론 앞의 조용한 다른 녀석들도 그말에 동의하고 있는게 느껴졌지. 그니까 아무도 고백받은 적도 없으면서 사귀고 있다고 오해를 한... 메가트론은 헬름통이 생기기 시작했어. 제 정보참모가 이런 재주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그러고보니 검투사 시절에도 주변에서 얘 때문에 치정싸움이 났던것 같기도해. 그땐 왜 싸우는지 관심없어서 그냥 사운드웨이브한테 덤벼오는 놈들의 사지를 분해시켜버렸는데. 메가트론은 곰곰히 생각하다 문득 의문이 생겼어.

"...근데 왜 나랑은 안잤지?"
"댁은 취향이 아니었나보죠."

기어이 또 이죽이는 스타스크림을 다시금 주먹으로 응징한 메가트론은 그냥 얘네 다 싸움 붙여서 이기는 놈을 사운드웨이브의 짝으로 인정해줄까하는 굉장히 검투사적인 생각을 잠시했어. 오토봇놈들이 외부통신을 걸어오기 전까지만. 결투를 열면 참가할 놈들이 디셉티콘 뿐이 아니라는걸 알게되기 전까지만. 그렇게 양진영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사운드웨이브 피해자 모임이 생겼어.

(검투사 설정은 트포프 참고함. 외형과 성격은 대체로 g1으로 생각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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