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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7 17:16
분명 처음 로건을 제 세계로 데리고 와서 동거하기 시작할 쯤에는 말랑버린 돼서 잘 웃어주던 로건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저만 보면 정색하기 시작한거지. 슬슬 사귄지 백년도 넘었으니 그럴만도 하다고 덷풀은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씁쓸할거야. 자낮 치료 다 된 줄 알았는데 로건이 자꾸 다른 사람이랑 웃으며 얘기하다가도 제가 나타나면 갑자기 웃음 뚝 멈추고 정색하니까 민망해진 덷풀이 슬슬 자리 피하고.. 혹시 자주 마주치면 더 자신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괜히 이리저리 핑계 대면서 집에도 늦게 들어가고 외박도 하고 그럴거야. 
그렇게 예전 알콜중독 울버린처럼 술만 퍼마시고 느즈막히 집에 들어가는데 깨어있던 로건이 오랜만에 클로 꺼내서 벽에 쳐박으며 밖에서 뭘 하면서 싸돌아다니냐고 무섭게 묻겠지. 덷풀은 로건이 난폭하게 구니까 이제 진짜 끝이 다가왔구나 싶어서 아무 말 안하고 고개만 숙일거야. 로건이 답답해서 마스크 벗기면 어느새 잔뜩 울고 있는 덷풀을 보고 놀라겠지. 
피넛, 난 그냥... 널 위해서...
뭐?
네가 날 싫어하니까, 이제는... 그래서, 난, 쿨하게 보내주려.. 보.. 보내... 아니, 죽어도 못보내! 내거야! 영원히 내거란 말야!
덷풀은 엉엉 울며 가지 말라고 로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울었음. 그와중에 로건 가슴이랑 엉덩이를 쭈물거리며 이 탱글탱글한 몸은 전부 나만 만질 수 있는거란 말야! 하면서 애처럼 떼를 썼지. 로건은 어이가 없어서 보다가 덷풀 멱살 잡고 들어올릴거야.
내가 널 싫어한다고? 네가 나한테 질린게 아니라?
흡, 흐으, 난, 자기한테 평생 안질려... 내가 어떻게 그래...
덷풀은 훌쩍거리다가도 갑자기 울음을 그치고 로건을 노려봤음.
우리 자기가 다른 새끼를 좋아한다고 해도 절대 못보내. 그새끼가 누군지 찾아내서 죽일거야. 
갑자기 용병 모드가 된 덷풀을 황당하게 보던 로건은 얌전히 덷풀을 바닥에 내려줬지. 
뭔가 오해가 있나본데.. 난 너 안싫어해, 웨이드. 
날 사랑해, 피넛?
물론이지.
그럼 왜 나만 보면 정색했던거야? 내가 끔찍하게 싫은 것처럼...
아.
로건은 그제야 오해를 깨닫고 어색하게 눈을 피하다 속내를 밝혔지.
그게,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만난지 벌써 백년이고, 내가 아무리 힐링팩터가 있어도 늙긴 하니까... 게다가 넌 나보다 훨씬 어리고...
대체 무슨 소리야?
...지난 세월 동안 주름살이 늘어난건 나 뿐인 것 같아서 그랬어. 
로건은 부끄러운 듯 조그맣게 웅얼거렸음.
너 때문에 매일같이 웃다보니까... 백년 사이에 주름이 몇개나 늘어났는지, 너무 창피하더라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늙으려고...
덷풀은 넋을 놓고 쳐다봤지. 로건은 기겁하며 떨어질거야.
대체 왜 지금 세우고 그래? 젠장, 더럽게 변태같기는.
그래도 나 사랑하잖아, 자기야.
...그렇지.
덷풀이 약간 눈이 돌아서 다가오면 로건은 한숨을 쉬고 받아주겠지. 유난히 집요하게 구는 덷풀 때문에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덷풀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한 느낌이라 행복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