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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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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ㅈㅇ

“스테판, 축하해줄래? 나 음악 공부 할 수 있게 됐어. 너보다는 1년 늦었지만 대학에 가게 됐거든.”
“정말이야? 리사 정말 축하해. 네가 자랑스럽다."
스테판은 리사와 늘 그랬든 비록 예전과는 다른 의미지만 가볍게 입을 맞췄다.

리사가 진학 할 대학은 스테판과 정반대 편의 주에 있지만 적당한 중고 악기를 판다기에 이곳에 왔다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사람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고 연락을 자주 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없었지만 늘 서로 잘되기를 바랐기에 스테판과 리사는 (고향에서처럼) 다정하게 포옹하며 오랜만에 고향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지내고 잠시 이곳에 머무는 동안 몇 번 더 만나기로 약속했다.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스테판이 포기하던 기회를 잡을 용기를 북돋아 준 풋풋했던 내 첫사랑 리사를 만난 것이 꿈만 같았다. 깜짝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낸 덕분일까?
팍팍한 생활은 변함없지만 마음은 전에 없이 평온한 스테판이었다. 닉 리버스와의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괜찮은 날들이었다


느릿한 재즈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제일 싼 커피를 시켜놓고 전 연인이자 이제는 신실한 친구가 되어주는 리사를 기다리고 있는 스테판의 마음은 여간 심란한 게 아니었다. 며칠 전 닉 리버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적잖게 받았지만 스스로 생각하더라도 분노와 모멸감보다는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 울면서 사과하는 닉의 목소리에 너무 쉽게 마음이 풀어진 자신에게 더 실망하고 있었다. 무섭기도 했지만 아픈 건 스테판인데 자신을 꼭 끌어안고 구슬프게 우는 닉 리버스 때문에 되려 괜찮다고 마주 안아주었다. 그런 빈틈을 놓치지 않고 닉은 예의 그 표정으로 애절하게 키스를 원했고 스테판은 분위기에 휩쓸려 한참 동안 그의 뜨겁게 질척거리는 키스를 받으며 다시 한번 관계를 가졌고.
앞서의 무서운 경험을 잊게 해주겠다는 기세로 얼마나 녹여 먹던지 스테판은 그날 너무 울어서 다음날 목도 쉬고 열이 심하게 올라 닉 리버스의 침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날을 다시 생각만 해도 스테판은 온몸이 불타는 것 같아 열이 올라 붉게 물었을게 분명한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열심히 부채질을 해댔다.

“스테판!”
“리사.”

간절히 원하던 음악 공부를 위해 대학 입학이 결정되어서 그런지 리사의 얼굴은 고향에 있을 때보다 더 빛나고 아름답다고 스테판은 자기 일처럼 기뻤다.
‘너를 사랑해 그러니까 어서 서명해.’ 그렇게 스테판의 등을 힘껏 밀어줬을 때보다 더. 두 사람은 비슷한 처지지만 어쨌든 모든 것이 정체된 고향에서 꿈을 향해 힘든 걸음을 시작한 목표가 같은 동지라고 할 수 있으니 그저 앞으로 서로가 잘 되길 바랄 뿐.

“스테판, 무슨 일이라도 있어? 걱정이 많은 얼굴인데.”
“응? 내가 무슨 일이 있겠어.”
“거짓말, 축 처져서 삐쭉거리는 입만 봐도 알겠는걸. 뭐야? 연애 문제야?”
“아... 아니.”
“누구야? 누가 스테판을 이렇게 심란한 얼굴을 하게 하는 거야?”

리사에게 닉 리버스와의 계약 관계를 절대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스테판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어지러운 마음을 조금은 위로받고 싶었다. 스테판은 한숨을 푹푹 쉬며 입을 떼려나 다물고 그걸 반복하는 못난 모습을 리사가 어서 털어놓으라고 재촉을 했다.

“그래서 스테판은 네 마음도 상대방 마음도 모르겠다는 거지?”
“얘기가 그렇게 되네.”
“직접 물어보는 게 최선이긴 한데... 감독에게 할 말 하던 패기는 어디 간 거야, 스테판?”
“...”
“스테판!”
“좀 어려운 사람이야. 주기적으로 만나긴 하는데 나랑 좀 사는 게 다르고... 정말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서."
“정식으로 교제하는 것도 아니라면 그만 만나도 되지 않아?”

스테판의 자신의 마음도 닉 리버스의 마음도 알고 싶었다.
누가 먼저 서로의 기분을 이야기 한 적도 없고, 그간 친밀함이 좀 높아졌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닉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확인해보고 싶었다. 나와 같은 마음일까. 나 같은 사람이 좋아해도 될까? 설사 같은 마음이라도 닉은 모두의 사랑받는 연인이고 결핍이라고는 없는 사람인데 닉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스테판에게 잠시 보이는 흥미일지도 모른다고.
무엇보다 닉 리버스의 마음에 따라 당장 내일이라도 달라질 관계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우리의 관계는 어쩌면 나누어 가진 종이 한장의 무게 정도일지도. 스테판은 어느새 사그라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싹이 트고 여린 잎으로 자란 자신의 마음이 다치고 싶지는 않았다. 한편으로는 어린아이같이 떼를 한 번쯤은 쓰고 싶었다. 불안하기 때문에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직접 물어보기는 너무 두려워 지금 상태라도 괜찮다고 되뇌어 보지만 스테판의 진심은 답답하고 불안했다. 그냥 더 이상 마음이 자라지 않게 하루라도 빨리 끝이 오길 바랄 정도로.

“스테판 진심을 알고 싶다면 그냥 직접 물어봐.”
“......”
“그게 그렇게나 싫은 거야?”
“좀 그래. 미식축구부에서 제명됐을 때 그 막막한 기분 같고.”
“그럼 거울이라도 보고 연습 해보는 건 어때? 고백 연습.”

리사는 무거워진 스테판의 마음을 위로하듯 가볍게 웃으며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마치 하늘을 뚫고 갈 것처럼 기세 좋게 뻗어있는 최고급 건물의 최상층.
한참을 올려다보다가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테판은 오늘따라 승강기의 층수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마음이 조금 조급해졌다.
닉의 펜트하우스는 이제 익숙할 대로 익숙한 곳인데 오늘따라 종잡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닉 리버스씨 ?”
적막감을 깬 것은 닉 리버스씨가 두고 가라던 스테판이 데리고 왔던 아기 고양이였다. 처음 데려왔을 때보다 제법 몸집이 커졌지만 여전히 스테판의 무릎 위로 뛰어올라 꼼짝도 못 하게 만들었다. 난처한 얼굴의 스테판을 반짝이는 눈동자로 빤히 보는 고양이를 보면서 이 제멋대로 고양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어깨를 늘어뜨리며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니키, 잘 있었어?”

발견한 것은 스테판이었지만 키우는 것은 고용주이기 때문에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하는 닉을 거절했었다. 이름을 붙이면 정이 들고 마는걸. 어느 날 덜컥 다시 볼 수 없을지 모르는데, 그래서 스테판은 정기적으로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니키를 따로 보러 오진 않았다. 별도계약이라고 부담을 가지지 말라고 했지만 불편한걸. 스테판에게 눈을 떼지 않고 턱밑을 만져달라고 앞발로 요구하는 당당함에 어이없기도 하고 깜찍하기도 해서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 니키가 원하는 대로 턱밑을 살살 긁어줬다. 갸릉갸릉 소리가 경쾌한 멜로디처럼 들리고 스테판은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나는 니키를 보면서 한 사람을 떠올렸다.

“니키, 스테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스테판이 누구냐고? 나야 스테판 조르제비치.”

턱을 간지럽힐수록 기분 좋은 골골 울음소리가 빨라졌다.

“나랑 특별한 사이라고 생각해?”

벨벳 같은 우아한 금발, 냉정하고 탐욕스러움을 다정함으로 숨기고 있는 잿빛 눈동자, 아폴론처럼 곧게 뻗은 콧날, 감미롭고 나긋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단번에 홀리는 타고난 재능 그의 앞에 서면 다들 열렬해질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아우라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는, 사랑 받는 닉 리버스.
그 애틋함마저도 당당하게 요구하는 제멋대로인 스테판의 고용주.
지금 이렇게 스테판의 무릎에 차지하고 앉아 이것저것 싫증 날 때까지 시켜 먹는 윤기로 반짝거리는 고양이 니키와 어쩌면 이렇게 비슷할 수가.
스테판은 누군가를 떠오르게 하는 저 니키의 보드라운 치즈색의 털을 보고, 제 형편을 생각지도 않고 애처롭게 울고 있는 아기고양이를 덥석 안아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어떻게 생각해? 싫어하는 건 아니지?”

마치 그에 맞춰 대답을 하듯 작게 울어대는 니키를 보며 스테판은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리며 쫑긋거리는 귀에 살짝 입을 맞췄다. 스테판은 문득 이 고민거리가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감정적인 상황이 버거워졌다.
어차피 이 관계는 스테판이 아닌 고용주의 통제권 안에서 성립되고 있는데 자신의 마음 따위가 뭐가 중요할까. 지금도 계약한 오늘 하루를 위해 언제 돌아올지 모를 닉을 맞이하기 위해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는 처지가 아닌가.
스테판은 눈을 감고 안겨있는 따뜻한 니키의 골골 거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엉켰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단순한 결과를 도출했다. 어차피 스테판 조르제비치의 마음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이 이상 생각할 필요도 판단할 필요도 없다고 주문을 외웠다. 몇번이고 반복해서.




닉은 저 얄미운 고양이를 안고 잠이 든 스테판을 보며 이를 갈았다.
저 망할 고양이는 절대 닉에게 애교는 커녕 다가오지도 않고 손톱을 세우고 하악질 하기 바쁘면서 스테판만 오면 세상 온순한 귀여운 고양이 흉내를 내는데 여간 영악한 게 아니었다. 고양이를 안은 자세로 소파에서 불편하게 잠이 든 스테판을 깨지 않도록 조심히 침실로 옮겼다. 가볍게 뛰어내린 니키는 바쁘게 침실로 따라붙었지만 닉은 들어오지 못하도록 긴 다리로 막고 문을 닫아버렸다. 저 요망한 녀석이 울면서 문을 긁는 소리를 모른 척 했다.
둘만의 시간을 빼앗길 순 없지.
닉이 침대 옆에 앉아 잠든 스테판의 말간 얼굴을 하나씩 뜯어보았다. 예쁘지 않은 곳이 없어. 어떤 날은 반짝거리는 금빛 천사의 고리가 보이는 눈동자가, 다른 날에는 장밋빛 볼이, 어느 날은 오물거리는 귀여운 입술이 멍하게 있을 때 살짝 벌린 입술 사이로 보이는 깜찍한 토끼 대문니는 말해서 무엇할까 쫑긋거리는 귀는 어떻고! 닉 리버스 역사상 귀가 정말로 쫑긋거리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못난 것이라고는 꼬박꼬박 닉 리버스씨라고 부르는 입?!
아냐 그래도 한입에 먹어버리고 싶게 예뻐. 살짝 세모꼴로 벌린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지난번에 키스를 허락했으니까 이제 계속해도 되는 거 아닐까?
닉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몇 번이나 닉의 입술이 스테판의 입술에 닿고 금방 떨어졌다. 작게 벌린 입술을 혀끝으로 가볍게 핥는 닉 때문에 자면서도 간지러운지 몸을 뒤척이는 스테판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고 스테판의 뜨거운 입으로 혀를 깊숙이 집어넣었다. 한계까지 벌린 입술 끝의 통증에 잠에서 깬 스테판은 눈을 감고 자신을 즐기며 맛보는데 열중하는 닉을 보면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편으로는 무대에서 자신만 보도록 사람들을 홀리던 닉이 스테판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는 것 같아서 중요한 것이 된 거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숨 쉴 틈 없이 계속되는 닉의 키스에 스테판은 온 몸에 힘이 빠질 것 같았다. 이렇게 키스하다 죽으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로.
깨어났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었지만 스테판의 두 손은 그의 가슴에 포개져 꼼짝도 못 하는 상태로 키스하는 동안 안아 올린 스테판의 상체가 숨이 막혀 뒤로 넘어갈 것 같아 자신의 등을 받치고 있는 닉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입안 구석구석을 헤집는 닉의 혀가 겁을 먹고 물러선 스테판의 것에 닿자 아득한 저 먼 세계로 날아가 버릴 듯한 긴 키스를 계속했다. 닉의 타액이 스테판의 입가를 흐르고 입술이 붉게 부풀어 있는 걸 닉이 손끝으로 만질 때야 정신이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스테판은 키스를 허락한 기억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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