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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3 18:13
정확히 미간에 총구가 드리워졌을 때, 그 생각을 했겠지.
슈슈가 시니어를 겨눈 건 가족을 되찾으러 가기 위함이었음. 시니어가 통화하는 걸 들었거든. 슈슈의 가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잘은 듣지 못했지만 그들을 어디론가 인계한다는 말을 들었지. 시니어는 미국을 위해 충성하는 군인이니 그들을 미국에 억류하여 슈슈와 같은 처지로 만들 지도 모를 일이야. 이런 처지가 된 건 슈슈 하나로도 충분했어. 그래서 슈슈가 시니어에게 총구를 겨누는데.
사실 시니어는 그 가족을 확보하여 슈슈와 만나게 해줄 생각이었지만, 중간에 일이 어긋나면서 그들의 신분을 위조하고 다른 나라에서라도 무사히 정착할 수 있도록 브로커에게 인계하는 중이었겠지. 슈슈에게는 가족과 다시 만날 수는 없을 거라고 말한 것이 오해의 불씨를 더더욱 세차게 당겼음. 슈슈는 제 가족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확신으로 입을 열었지. 당장, 내 가족이 어디 있는지 말하라고 말야.
그 이후 여차저차해서 모든 오해가 풀리고 난 뒤 시니어 혼자 앉아 있을 때 슈슈가 방아쇠를 당기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문득 부모님 이야기를 떠올렸을 것 같음. 레스타에게 방아쇠를 당기던 패터슨. 그 눈에 핏발이 선 모습을 본 순간 레스타는 패터슨이 자길 죽이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지. 그리고 시니어는 슈슈의 손이 가늘게 떨리던 걸 떠올렸음. 한때 독일의 대령으로 수많은 전투에 참가했던 자가 총을 들고서 손을 떨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시니어는 그 순간 슈슈가 망설인 것을 알아. 그는 나를 쏘더라도 죽일 수는 없어. 시니어에게도 그런 확신이 생겼지. 시니어는 헛웃음을 흘렸어.
그는 스스로 단 한 번도 레스타를 닮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 그도 그럴 것이 레스타에게서 태어났어도 외견도 성격도 그와 닮지는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오늘 처음으로 어머니를 닮은 점을 딱 하나 찾아냈지.
총구가 코앞에 있는데, 그가 나를 죽이지 않으리라는 확신 하나로 이렇게 기쁘다니.
시니어는 헛웃음을 흘리며 머리를 쓸어올렸어.
어머니를 닮아 악취미가 되어가는 기분이야.
#아이스매브 크오 시니어슈슈 약패터슨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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