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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6 06:07
원작설정바뀜ㅈㅇ 오타ㅈㅇ
“둘째?”
“그래, 바이 동생이 생겼어!”
컵에 가득 담긴 주스엔 손도 대지 않은 채 펠리시아가 흥분해 외쳤다. 화가 난 건지, 기쁜 건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아 실코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팔뚝에 손을 얹었다. 진정하라는 의미였지만 분명 그것이 펠리시아를 더 흥분케 한 듯 보였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게 안을 빙빙 돌며 씩씩거리던 그가 다시 실코에게로 다가왔다. 불쑥 얼굴을 들이밀어 실코와 눈을 맞춘 그가 입을 열었다.
“이번엔 더 좋은 삼촌이 되려고 노력해 봐. 물론 바이에겐 내내 거지 같았지만. 밴더만큼 하라고 하지도 않을 테니 적어도 모른척하지는 말라는 말이야, 대부자식아.”
“대부라고?”
“이 아이 말이야. 네가 대부야, 실코.”
인상을 찌푸린 채 펠리시아를 바라보던 실코는 등을 돌려 바에 몸을 기대섰다. 본디 실코는 몸의 균형이 5도 정도 좌측으로 기울어 있었는데, 그것은 척추의 문제였다. 3년 전 광산에서 암석에 깔려 입은 부상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생긴 지병이었다. 현장에 함께 있던 밴더는 제 손바닥이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맨손으로 마구 돌들을 파헤쳐 그의 친구를 찾아냈다. 품에 안긴 친구가 미동조차 없어서 밴더는 울며, 악을 쓰며 병원으로 달렸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오랜 육체적 노동으로 인해 피로가 쌓인 몸이 회복이 빠를 리도 없었거니와 부상이 심했다. 2주도 지나지 않아 실코는 온몸에 붕대를 둘둘 감은 채 다시 광산으로 향해야 했다.
그것이 자운의 시민들이 살아가는 삶이었다. 실코는 바이올렛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했으나, 자운의 시민들이 아이를 갖고 후세를 남기는 것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부디 자신의 죽음보다 전에 그가 자운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선물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것은 매우 희박한 확률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생지옥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삶과 미래는 그들의 부모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절망스러운 현실이었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결국 실코가 저절로 펠리시아와 그의 아이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눈에는 바이올렛의 미래가 불 보듯 뻔하게 아른거렸으니까. 사랑하는 이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충분히 보아왔다. 실코는 더 이상 그것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난 대부 같은 건 못돼. 알잖아, 펠.”
펠리시아의 애칭을 부르며 정중히 거절하는 실코는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아쉬움이 더 커 보였다. 언젠가 그도 가정을 꾸리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가져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을 꿈꾼 적이 있었다. 물론 그것이 꿈일 뿐이라는 걸 그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망할 놈. 무르기 없어, 넌 무조건 바이 동생 대부야.”
“펠.”
“이 아이가 불쌍하지도 않아? 바이는 밴더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고!”
펠리시아는 실코의 약한 부분을 알고 있었다. 자운의 미래, 즉 아이들이 그의 유일무이한 약점이었으니까.
“사랑해 줘. 이 아이도 바이만큼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펠리시아는 그날 끝내 실코에게서 확답을 받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그가 암묵적으로 아이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여겼다.
분명 벽면에는 아이들의 낙서와 그림이 가득하고, 집 안 곳곳에 사람의 온기가 넘치는 가구들이 가득한 따뜻한 집이었다. 마지막으로 실코가 방문했을 때 네 가족이 그를 따스하게 맞이해주던 행복이 넘치는 집이었다. 이제 그곳엔 무너져 내린 잔해 속에 깔린 시체들만이 남아있었다.
실코는 잔해를 마구 파헤치며 밑에 깔린 사람들을 구하려 했는데, 손바닥의 살가죽이 전부 벗겨지도록 돌을 파내고 또 파내도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남은 것은 피범벅이 된 두 손과 우중충한 하늘에서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을 맞으며 울부짖는 실코뿐이었다.
펠리시아와 남편의 시신은 수습이 불가할 정도로 훼손된 상태였다. 다른 자운의 시민들 또한 크게 다른 유해를 받지는 않았다. 모두가 유족이 되어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은 반드시 잃었을 만큼 거대한 상실의 시기였다. 필트오버는 침묵으로 답했으며, 책임자들은 모두 무죄로 방면되었다. 수도 없이 길게 늘어진 십자가들이 꽂힌 땅 위에서 실코는 얼룩진 토끼 인형 하나만을 손에 쥔 채 몸을 떨었다. 그것이 추위 때문인지, 형용할 수 없는 분노와 절망 때문인지는 그조차도 알지 못했다.
갓난 아기였던 둘째는 미처 몸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바이는 펠리시아가 마지막 힘을 다해 집 밖으로 밀어낸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그러나 그 또한 충격으로 매일같이 울며 부모와 동생의 행방을 물어댔다. 밴더는 가게 문을 잠그고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사실상 자운의 가게들 중 9할 이상이 폐업에 가까울 정도로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누구는 가족이 죽어서, 또 누구는 시위 중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기 위해, 혹은 주인이 사망했기 때문에 등등 이유는 많았다. 밴더는 오늘도 굳게 잠긴 문밖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반년이 넘어가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는 친구를 그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삐거덕 거리는 철제 의자에 앉아 바이와 마일로 클레거가 함께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주 잠깐은 고심을 버리고 그도 살짝 미소 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내 미소를 지우고 어두운 표정으로 가게로 통하는 골목을 바라보는 것이 밴더의 일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돌아왔다. 품 안에 소중히 끌어안은 아기 강보와 작고 통통한 아기의 손에 들린 토끼 인형과 함께.
시위로부터 3년여가 지나가면서 자운은 조금씩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도시 곳곳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왔고, 문을 닫은 가게들은 주인이 돌아오거나 새 주인과 함께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사람들 또한 더 이상 절망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자운의 시민들은 모두 함께 최선을 다했다.
‘파우더.’
‘실코!! 어딜 가려고, 그 몸으로, 아니 그보다도, 어떻게...’
‘이 아이의 이름이야. 파우더.’
‘바이 동생 이름을 파우더(가루)라고 짓겠다고?’
‘그래, 이 아이는 파우더(화약)가 될 거야. 온 세상에 불꽃을 터뜨리며 빛을 발하는 사람이 될 거야.’
‘실코...’
‘언젠가 반드시 필트오버를 날려버릴 거라고.’
밴더는 누군가 자신을 흔드는 행동에 겨우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등 뒤에 찰싹 매달려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파우더가 어깨너머로 보였다. 미소 지은 밴더는 그런 파우더를 어깨 위로 올려 매달고 주방으로 향했다. 샌드위치 끄트머리를 잘라내 먹기 쉽게 만들어준 밴더는 파우더의 입에 빵을 물려주고 다시 가게로 향했다. 빵 주변을 잘라내 주는 건 바이나 마일로 클레거는 받을 수 없는 오로지 막내의 특혜였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밴더의 가게에도 불이 꺼졌다. 이미 잠든 아이들을 한 명씩 확인하며 이불을 끌어올려 주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 밴더는 지친 몸을 1인용 소파 위에 앉혔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아이들을 팔아서 자운을 살려내겠다니, 뭔 개소리냐고!!!’
‘이미 죄를 지은 놈들이었어! 자운에 득보다 실이 되는 놈들이었다고!’
‘그래도 아이들이야!!! 만약 파우더였다면 네가 그렇게 할 수 있었겠어?!!’
‘내가 하는 모든 일은 그 아이를 위해서야!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반쯤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품에 토끼 인형을 안은 파우더가 까치집 머리를 한 채 두 눈을 비비며 밴더에게로 다가왔다. 비틀거리며 밴더의 무릎에 얼굴을 기대며 칭얼거리는 파우더를 익숙하게 끌어올려 제 품에 앉힌 밴더는 조용히 자장가를 흥얼거리며 아이를 달랬다. 이내 새근대는 숨소리만 남긴 채 파우더는 깊게 잠들었다. 이제 고작 4살인 아이에게 불면증이라니 당장에라도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것이 필트오버의 규율이었지만, 자운은 달랐다. 이곳에서 불면증 정도는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지병이라 여겨졌다. 자운의 시민 대부분이 이미 그것을 앓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강해지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것이 자운의 또 다른 절대적인 규율이었다.
“아저씨?”
작게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밴더는 파우더를 더 힘주어 끌어안았다.
“실코 아저씨는 언제 집에 와요?”
그것밖에 파우더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어느 날부터 자운에 섬뜩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애꾸눈의 악귀가 밤마다 거리에 나타나 아이들을 납치해 간다는 괴담이었다.
약밴더실코
“둘째?”
“그래, 바이 동생이 생겼어!”
컵에 가득 담긴 주스엔 손도 대지 않은 채 펠리시아가 흥분해 외쳤다. 화가 난 건지, 기쁜 건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아 실코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팔뚝에 손을 얹었다. 진정하라는 의미였지만 분명 그것이 펠리시아를 더 흥분케 한 듯 보였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게 안을 빙빙 돌며 씩씩거리던 그가 다시 실코에게로 다가왔다. 불쑥 얼굴을 들이밀어 실코와 눈을 맞춘 그가 입을 열었다.
“이번엔 더 좋은 삼촌이 되려고 노력해 봐. 물론 바이에겐 내내 거지 같았지만. 밴더만큼 하라고 하지도 않을 테니 적어도 모른척하지는 말라는 말이야, 대부자식아.”
“대부라고?”
“이 아이 말이야. 네가 대부야, 실코.”
인상을 찌푸린 채 펠리시아를 바라보던 실코는 등을 돌려 바에 몸을 기대섰다. 본디 실코는 몸의 균형이 5도 정도 좌측으로 기울어 있었는데, 그것은 척추의 문제였다. 3년 전 광산에서 암석에 깔려 입은 부상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생긴 지병이었다. 현장에 함께 있던 밴더는 제 손바닥이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맨손으로 마구 돌들을 파헤쳐 그의 친구를 찾아냈다. 품에 안긴 친구가 미동조차 없어서 밴더는 울며, 악을 쓰며 병원으로 달렸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오랜 육체적 노동으로 인해 피로가 쌓인 몸이 회복이 빠를 리도 없었거니와 부상이 심했다. 2주도 지나지 않아 실코는 온몸에 붕대를 둘둘 감은 채 다시 광산으로 향해야 했다.
그것이 자운의 시민들이 살아가는 삶이었다. 실코는 바이올렛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했으나, 자운의 시민들이 아이를 갖고 후세를 남기는 것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부디 자신의 죽음보다 전에 그가 자운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선물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것은 매우 희박한 확률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생지옥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삶과 미래는 그들의 부모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절망스러운 현실이었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결국 실코가 저절로 펠리시아와 그의 아이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눈에는 바이올렛의 미래가 불 보듯 뻔하게 아른거렸으니까. 사랑하는 이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충분히 보아왔다. 실코는 더 이상 그것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난 대부 같은 건 못돼. 알잖아, 펠.”
펠리시아의 애칭을 부르며 정중히 거절하는 실코는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아쉬움이 더 커 보였다. 언젠가 그도 가정을 꾸리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가져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을 꿈꾼 적이 있었다. 물론 그것이 꿈일 뿐이라는 걸 그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망할 놈. 무르기 없어, 넌 무조건 바이 동생 대부야.”
“펠.”
“이 아이가 불쌍하지도 않아? 바이는 밴더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고!”
펠리시아는 실코의 약한 부분을 알고 있었다. 자운의 미래, 즉 아이들이 그의 유일무이한 약점이었으니까.
“사랑해 줘. 이 아이도 바이만큼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펠리시아는 그날 끝내 실코에게서 확답을 받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그가 암묵적으로 아이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여겼다.
분명 벽면에는 아이들의 낙서와 그림이 가득하고, 집 안 곳곳에 사람의 온기가 넘치는 가구들이 가득한 따뜻한 집이었다. 마지막으로 실코가 방문했을 때 네 가족이 그를 따스하게 맞이해주던 행복이 넘치는 집이었다. 이제 그곳엔 무너져 내린 잔해 속에 깔린 시체들만이 남아있었다.
실코는 잔해를 마구 파헤치며 밑에 깔린 사람들을 구하려 했는데, 손바닥의 살가죽이 전부 벗겨지도록 돌을 파내고 또 파내도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남은 것은 피범벅이 된 두 손과 우중충한 하늘에서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을 맞으며 울부짖는 실코뿐이었다.
펠리시아와 남편의 시신은 수습이 불가할 정도로 훼손된 상태였다. 다른 자운의 시민들 또한 크게 다른 유해를 받지는 않았다. 모두가 유족이 되어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은 반드시 잃었을 만큼 거대한 상실의 시기였다. 필트오버는 침묵으로 답했으며, 책임자들은 모두 무죄로 방면되었다. 수도 없이 길게 늘어진 십자가들이 꽂힌 땅 위에서 실코는 얼룩진 토끼 인형 하나만을 손에 쥔 채 몸을 떨었다. 그것이 추위 때문인지, 형용할 수 없는 분노와 절망 때문인지는 그조차도 알지 못했다.
갓난 아기였던 둘째는 미처 몸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바이는 펠리시아가 마지막 힘을 다해 집 밖으로 밀어낸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그러나 그 또한 충격으로 매일같이 울며 부모와 동생의 행방을 물어댔다. 밴더는 가게 문을 잠그고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사실상 자운의 가게들 중 9할 이상이 폐업에 가까울 정도로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누구는 가족이 죽어서, 또 누구는 시위 중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기 위해, 혹은 주인이 사망했기 때문에 등등 이유는 많았다. 밴더는 오늘도 굳게 잠긴 문밖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반년이 넘어가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는 친구를 그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삐거덕 거리는 철제 의자에 앉아 바이와 마일로 클레거가 함께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주 잠깐은 고심을 버리고 그도 살짝 미소 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내 미소를 지우고 어두운 표정으로 가게로 통하는 골목을 바라보는 것이 밴더의 일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돌아왔다. 품 안에 소중히 끌어안은 아기 강보와 작고 통통한 아기의 손에 들린 토끼 인형과 함께.
시위로부터 3년여가 지나가면서 자운은 조금씩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도시 곳곳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왔고, 문을 닫은 가게들은 주인이 돌아오거나 새 주인과 함께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사람들 또한 더 이상 절망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자운의 시민들은 모두 함께 최선을 다했다.
‘파우더.’
‘실코!! 어딜 가려고, 그 몸으로, 아니 그보다도, 어떻게...’
‘이 아이의 이름이야. 파우더.’
‘바이 동생 이름을 파우더(가루)라고 짓겠다고?’
‘그래, 이 아이는 파우더(화약)가 될 거야. 온 세상에 불꽃을 터뜨리며 빛을 발하는 사람이 될 거야.’
‘실코...’
‘언젠가 반드시 필트오버를 날려버릴 거라고.’
밴더는 누군가 자신을 흔드는 행동에 겨우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등 뒤에 찰싹 매달려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파우더가 어깨너머로 보였다. 미소 지은 밴더는 그런 파우더를 어깨 위로 올려 매달고 주방으로 향했다. 샌드위치 끄트머리를 잘라내 먹기 쉽게 만들어준 밴더는 파우더의 입에 빵을 물려주고 다시 가게로 향했다. 빵 주변을 잘라내 주는 건 바이나 마일로 클레거는 받을 수 없는 오로지 막내의 특혜였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밴더의 가게에도 불이 꺼졌다. 이미 잠든 아이들을 한 명씩 확인하며 이불을 끌어올려 주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 밴더는 지친 몸을 1인용 소파 위에 앉혔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아이들을 팔아서 자운을 살려내겠다니, 뭔 개소리냐고!!!’
‘이미 죄를 지은 놈들이었어! 자운에 득보다 실이 되는 놈들이었다고!’
‘그래도 아이들이야!!! 만약 파우더였다면 네가 그렇게 할 수 있었겠어?!!’
‘내가 하는 모든 일은 그 아이를 위해서야!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반쯤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품에 토끼 인형을 안은 파우더가 까치집 머리를 한 채 두 눈을 비비며 밴더에게로 다가왔다. 비틀거리며 밴더의 무릎에 얼굴을 기대며 칭얼거리는 파우더를 익숙하게 끌어올려 제 품에 앉힌 밴더는 조용히 자장가를 흥얼거리며 아이를 달랬다. 이내 새근대는 숨소리만 남긴 채 파우더는 깊게 잠들었다. 이제 고작 4살인 아이에게 불면증이라니 당장에라도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것이 필트오버의 규율이었지만, 자운은 달랐다. 이곳에서 불면증 정도는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지병이라 여겨졌다. 자운의 시민 대부분이 이미 그것을 앓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강해지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것이 자운의 또 다른 절대적인 규율이었다.
“아저씨?”
작게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밴더는 파우더를 더 힘주어 끌어안았다.
“실코 아저씨는 언제 집에 와요?”
그것밖에 파우더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어느 날부터 자운에 섬뜩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애꾸눈의 악귀가 밤마다 거리에 나타나 아이들을 납치해 간다는 괴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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