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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17:49
개빻ㅈㅅ 코믹스설정이나 지명, 단위 이런거 내맘대로 아무거나 막 섞엇음
오프되었던 브레인 모듈이 다시 가동되는것을 느끼며 재즈는 천천히 옵틱을 깜박였지만 시야는 흐릿했다. 초점을 맞추려 집중하자 시각보다도 먼저 소리가 청각 센서를 때렸다. 낮은 웅성거림과 기긱대며 움직이는 조인트들의 소리로 추측하건데 최소 백여 채 이상의 메크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때, 목소리가 카랑카랑한 메크가 흥분하듯 무어라 외쳤다. 뿌옇던 시각에 초점이 잡히며 재즈는 눈앞의 광경을 바라본다. 어두운 회장을 가득 채운 메크들. 붉은 눈의 디셉티콘들. 그들중 몇몇은 외침에 화답하듯 붉은 패널전광판을 머리위로 올렸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메크는 점점 더 재밌다는 어투로 말했다.
- 좋습니다. 3만 셰릭스에서 더 없습니까? 3만 2천 셰릭스 나왔습니다! 3만 5천 셰릭스! 승부를 더 보실 분은 없습니까?
재즈는 몸을 비틀었고 그의 동체가 어딘가에 단단히 고정되어있어 손가락 하나도 꼼짝도 할 수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시각센서는 이제 제법 선명해져서, 회장을 채운 디셉티콘의 몇 익숙한 얼굴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다. 4만 셰릭스. 붉은 패널을 머리위로 들어올린 메크는 이제 둘 뿐이었다. 재즈는 그들을 지긋지긋할 정도로 잘 알았다. 쇼크웨이브와 사운드웨이브. 재즈는 이를 으득 갈며 더 크게 몸을 비틀었다. 경매사 메크가 그런 재즈의 움직임을 알아채고 비웃으며 말했다.
- 하하! 과연 치열한 경쟁입니다. 벌써 3클럭*이 훌쩍 지나 상품이 깨어나버렸습니다. 슬슬 승부를 결정해야겠군요. 4만 2천 셰릭스, 도전하시겠습니까?
그러자 별 망설임 없이 한 메크가 다시 패널을 들어올린다. 일순 회장은 정적에 휩싸인다. 잠시간 침묵을 깨고 경매사 메크가 소리친다. 5만셰릭스! 5만셰릭스가 나왔습니다! 회장의 시선은 쇼크웨이브에게로 집중된다. 그의 모노아이가 찌푸리듯 흔들리며 패배를 인정한다.
- 5만셰릭스! 5만셰릭스의 이 전리품의 새 주인은 바로 여기 계십니다! 사운드웨이브! 박수 부탁드립니다!
둔탁한 박수갈채가 이어진다. 이게 무슨 짓거리야, 날 놔줘. 재즈는 그제서야 자신의 보이스박스가 뮤트되어있음을 깨닫는다. 경매사 메크는 낄낄대며 재즈가 묶여있는 베드를 끌고 단상 뒷문으로 나간다. 경매가 모두 종료되었는지 메크들이 회장을 빠져나가며 떠드는 소리로 귀가 아플정도다. 5만셰릭스라니. 그들의 정보참모가 그런 액수를 쉽게 내놓을수 있다는것에 놀라는 메크들의 웅성거림들. 재즈는 그것들을 뒤로하고 베드에 단단히 묶인 채 어두운 복도를 통과한다. 경매사 메크는 즐겁게 휘파람을 부른다. 긴 복도를 통과해 도착한곳은 작은 방이었다. 재즈는 고개를 돌릴수도 없어 경매사 메크와 그의 낙찰자가 셰릭스를 주고받는것을 듣는다. 사운드웨이브는 특유의 높낮이 없는 음성으로 금방 5만 셰릭스를 송금했음을 알린다. 베드의 손잡이는 이제 경매사 메크에게서 사운드웨이브에게로 건네졌다. 방을 나서며 닫히는 문틈 사이로 경매사 메크가 기분나쁘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드는것을 본다. 긴 전쟁의 끝이 이런모습이라니 재즈는 몸에 힘이 쭉 빠지는것을 느낀다. 비슷한 처지일 지라도 사로잡힌 다른 오토봇들이 있을지, 그들중 누군가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을지 생각하는것만이 재즈에게 유일한 위안이 된다. 다시금 긴 복도를 지나가며 끌려가는 그를 입맛다시며 쳐다보는 디셉티콘들을 몇 마주친다. 쇼크웨이브는 그런 재즈를 조금 더 오래 쳐다본다. 몇 사이클 전의 전투에서 그가 재즈를 고문하는데 실패했던 일을 떠올린다. 아마 그가 낙찰에 성공했더라면, 재즈의 나사 하나 하나, 플레이트 하나 하나를 천천히 해체할 생각에 신이 났을테지.
곧이어 도착한 방은 불쾌할정도로 방음이 잘되어있어 재즈는 자신의 동체를 흐르는 에너존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곳은 사운드웨이브의 개인 쿼터인듯 했다. 단조로운 무채색 벽, 거기에 한쪽 벽면은 온통 감찰 모니터와 도청을 위한 설비로 보이는 음향장치들로 이뤄져 있었다. 그리고 한켠에는 그가 사용하는것으로 보이는 리차징 베드, 건너편에는 어떻게 봐도 고문을 위한 도구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결박용 베드가 쇠창살에 둘러싸인채 놓여있었다. 재즈는 새삼 자신이 디셉티콘의 고위 간부의 손아귀에 떨어졌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가 설령 자신의 바이저를 부수고 옵틱을 뽑아내거나 사지를 잘라내고 스파크를 으깬다 하더라도 재즈의 숭고한 신념만큼은 망가뜨리지 못할것이었다. 재즈는 다가올 끔찍하고 긴 고통에 대비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부디 그의 다른 동료들은 이 경멸스런 전쟁범죄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길, 혹은 프라이머스의 품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길.
사운드웨이브의 쿼터 안은 비정상적일정도로 고요해서, 그가 허락하지 않은 소리는 한 음도 허용하지 않는듯 했다. 재즈는 한동안 베드에 그대로 묶인 채 쿼터의 한켠에 놓여져 있어야 했다. 사운드웨이브는 한참동안 컴퓨터로 무언가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평범한 집무실의 화분이 되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느낌이었다. 재즈는 조금씩 손끝과 발끝부터 움직여보았다. 베드에 어찌나 단단히 고정되어있는지 움직일 수 있는 파츠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천천히 오른쪽어깨와 다리, 그리고 왼쪽어깨와 왼다리에 리듬을 실어 들썩이자 베드는 조금씩 좌우로 비틀거렸고, 곧 쿼터의 소름끼치는 정적을 깨며 고꾸라져 쓰러졌다. 윽. 얼굴과 가슴으로 바닥에 그대로 쳐박힌 충격으로 재즈의 보이스박스를 뮤트시키고 있던 케이블이 뽑혀나갔다. 재즈가 콜록대는 동안 둔중한 걸음소리가 다가와서는 베드채로 넘어진 재즈를 휙 다시 일으켜 세웠다. 사운드웨이브의 바이저가 더 붉게 빛났다.
- 탈출 : 가능성 없음. 허튼 생각.
- 미안, 네가 가계부 쓰는걸 기다리는게 너무 지루해서 말이야. 용돈을 다 썼나보지?
사운드웨이브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듯 재즈의 비아냥거림을 무시했다. 그는 재즈의 동체 패널 이곳저곳을 마음대로 건드려 열고 무언가를 조작하더니, 재즈를 베드에서 쑥 빼냈다. 갑작스레 자유로워진 재즈는 그러나 곧 사운드웨이브의 조작으로 인해 사지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힘없이 스르륵 주저앉는 재즈를 사웨는 가볍게 들어올려 창살로 둘러진 고문용 베드로 끌고갔다. 결국 시작되는건가, 하는 생각에 재즈는 몸을 긴장시키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다리는 이리저리 맥없이 흔들릴 뿐이었다. 그는 곧 새로운 베드에 눕혀졌고, 사운드웨이브는 재즈의 양 팔과 다리를 넓게 벌려 결박했다.
- 적어도 네가 전사라면, 지저분한 꼴 보지 말고 그냥 내 스파크를 부숴. 너도 이런 일이 얼마나 불명예스러운건지는 알겠지.
그러나 사운드웨이브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 네게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재즈, 나는 값을 지불했고 이제... 네 차례다.
- 그게 무슨..... 아악.....!!!!
사운드웨이브는 순식간에 재즈의 벨브를 감춘 패널을 뜯어내버렸다. 금속이 갈라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재즈의 몸이 베드위에서 펄떡였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재즈는 몸부림쳤다. 그리고 정말로, 실망했다. 고작 이런일을 하려고 자신을 데려왔단 말인가? 벨브 패널을 뜯어내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아마 사이버트로니안의 동체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연약한 부위를 희롱하거나 고문하면서 모욕감을 주겠다는 거겠지. 이는 전쟁범죄중에서도 가장 질낮고 비겁한 일이었다. 수백만년간 적으로 대치해왔지만 그럼에도 재즈는 사운드웨이브의 일정부분은 높이 사고 있었다. 논리 자체가 비틀어졌을 지언정 그들이 추구하는 대의에 대한 헌신이라던지, 불필요한 고문과 도륙을 즐기는 저급한 메크들과는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 역시 그건 착각이었던걸까? 사운드웨이브는 알수없는 용도의 케이블을 몇 개 끌고와서는 재즈의 밸브 근처 어댑터에 연결했다. 이미 재즈의 동체 보안 시스템 전부를 해킹한듯, 케이블이 연결되자마자 여러 명령어가 발동되었다.
[제스테이션 챔버 오픈]
[브리딩 모드 : ON]
재즈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사운드웨이브는 데이터패드에 무언가를 열심히 입력해댔다. 재즈는 순식간에 번식 모드로 들어간 자신의 동체를 컨트롤하려고 했지만 이미 해킹된 시스템은 사운드웨이브에게 고삐를 쥐어준 상태였다. 고문용 베드에 눕혀질때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전개에 재즈는 적잖이 당황했다. 나사들이 뽑히고 패널이 레이저로 지져지는 고통엔 대비했지만 이런.. 이런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대체 뭘 하려는거야...! 나랑 스파클링이라도 만들자고? 너 마지막 전투에서 브레인에 총맞았-
- ...래비지.
- ...뭐?
사운드웨이브는 조용히 읊조리며 어깨의 버튼을 눌러 체스트 패널을 열어젖혔다. 그곳은 사운드웨이브가 그의 카세티콘들을 카세트테이프 형태로 수납하는곳이었고, 텅 비어있었다. 재즈는 사운드웨이브와 맞붙었던 수십 사이클의 전투를 회상했다. 티른의 전투에서 정찰나온 레이저비크를, 트라이포더스의 전투에서 럼블과 프렌지를, 그리고 지긋지긋했던 클론다이크 해안의 전투에서 옵티머스에게 돌진하는 래비지를 캐논으로 쏴 처치했던걸 기억해냈다.
- 래비지, 럼블, 프렌지, 레이저비크. 모두 재즈가 없앴다. 돌려받길 원해.
- ...알아듣게 말해.
- Operation : Recovery
- 래비지, 럼블, 프렌지, 레이저비크의 마지막을 알고있는 재즈가 그들을 나에게 다시 돌려준다.
- 미친짓이야, 싫어... 싫..!
사운드웨이브는 힘없이 버둥대는 재즈의 동체를 가볍게 제압하고, 훤히 드러난 벨브를 살살 쓰다듬는다. 벨브와 스파이크를 이용한 인터페이스는 아주 고전적인 번식 방법이고, 오늘날에서는 그런식의 번식을 선호하지 않는 메크들이 대다수였다. 타 종족에 비해서도 상당히 긴 수명을 가진 사이버트로니안들의 특성상 번식에 목 맬 이유가 없기도 하고 말이다. 사운드웨이브 또한 그런 비효율적인 방식의 행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재즈를 이용해 그의 카세티콘들을 다시 생산해낼 방법을 떠올리기 전까진 말이다. 그는 재즈의 제스테이션 설정을 해킹해 그의 카세티콘의 데이터를 업로드했다. 재즈에게도 이미 그들의 데이터가 남아있기때문에 데이터 구축이 어렵지 않았다. 이제 필요한건, 재즈가 안정적으로 스파클링을 생산해낼 수 있게 그의 제스테이션 챔버에 사이어로서 트랜스플루이드를 가득 넣어주는 일 뿐이었다. 그 안에는 사운드웨이브의 CNA도 섞일테니, 이제는 정말 완벽한 부하이자 가족이 되어줄 카세티콘이 태어날 터였다.
꽉 다물린 벨브에 커다란 스파이크가 억지로 비집고 들어왔다. 재즈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아악...!!! 동체가 쪼개지는듯한 통증에 몸을 비틀었지만 사운드웨이브는 아랑곳 하지 않고 스파이크를 끝까지 밀어넣었다. 동체 크기가 꽤 차이나서인지 재즈의 벨브는 한계까지 벌어져있었음에도 끝까지 삽입하는것이 쉽지 않았다. 재즈는 내부가 찌그러지는듯한 감각에 덜덜 떨었다. 이대로라면 사운드웨이브의 미친 계획이 실행되기 전에 그냥 제스테이션 챔버가 망가져버릴것 같았다. 그 편이 차라리 더 나은걸까? 알수 없었다. 자신의 내부가 망가져서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면 사운드웨이브는 그냥 재즈를 처리해버릴수도 있었다. 그의 카세티콘들을 낳는것과, 그것에 실패해 죽임당하는것중 어떤게 더 끔찍한지 비교해보려 했지만 극심한 고통이 계산을 방해했다. 무식하게 커다란 스파이크를 마른 벨브에 무작정 들이미는 메크라니, 디셉티콘 내부에 성교육 강의가 없는것인지 아니면 그저 사운드웨이브가 겸사겸사 자신을 고문하려고 이러는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재즈는 생각 끝에 차라리 그가 자신을 망가뜨리고 그의 미친 계획을 실패하게 만드는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물론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차라리 그가 자신을 망가뜨려 이 모든게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즈는 이제 소리지르는것도 포기한채 우그러지는듯한 내부의 고통을 그저 견디고 있었다. 벨브 내부는 이미 긁히고 찢겨져 에너존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파.. 재즈는 옵틱을 감고 그냥 챔버가 망가지길 기다렸다. 사운드웨이브의 무자비한 침범이 우뚝 멈춘건 그때였다.
- ...결함 감지.
브리딩 확률을 계산해주던 데이터패드에 경고문구가 떴다. [제스테이션 챔버 손상 감지. 브리딩 성공 확률 40포인트 하락.]
사운드웨이브는 경고문을 한참 쳐다보더니, 자신의 스파이크를 재즈의 벨브에서 빼냈다. 이대로는 트랜스플루이드를 주입해봤자 별 소용이 없을 터였다. 거의 너덜너덜해진 벨브에서 에너존이 흘러나왔다. 내부에 손상이 생긴게 분명했다. 재즈는 축 늘어진채 비죽 웃었다.
- ...최악의 인터페이스였어, 너 정말 못한다.
- 재즈 : 제스테이션 챔버 견고함 떨어짐.
- 하, 이게 내탓이야? 자기가 멋대로 망가뜨려놓고.
- ...
- 네 계획은 끝났어, 사운드웨이브. 그냥... 내 스파크를 부수고 끝내.
- ...
- 프라이머스의 품에 안긴다면 먼저 간 네 친구들한테 안부 전해주지.
사운드웨이브는 재즈의 도발에 바이저를 더 날카롭게 빛냈다.
- ...물론 걔들이 거기 있다면 말이야.
쾅! 사운드웨이브는 재즈를 그대로 결박해 둔 채, 고문실의 철창을 닫았다. 손상이 생긴 재즈의 제스테이션 챔버는 디셉티콘의 메딕에게 치료를 부탁할 수 있었다.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건 첫번째 시도였을 뿐이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브리딩 과정이 단 한번의 인터페이스로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니 조급해 할 필요는 없었다. 사운드웨이브는 카세티콘을 앗아간 재즈에게서 반드시 그들을 돌려받고 싶었다. 안정적인 브리딩을 위해 적절한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었고, 사운드웨이브는 그것을 이 계획의 최우선 과제로 올렸다. 사운드웨이브가 값을 치렀듯이, 재즈, 그 작은 오토봇도 값을 치뤄야 할것이다.
트포 사웨재즈
오프되었던 브레인 모듈이 다시 가동되는것을 느끼며 재즈는 천천히 옵틱을 깜박였지만 시야는 흐릿했다. 초점을 맞추려 집중하자 시각보다도 먼저 소리가 청각 센서를 때렸다. 낮은 웅성거림과 기긱대며 움직이는 조인트들의 소리로 추측하건데 최소 백여 채 이상의 메크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때, 목소리가 카랑카랑한 메크가 흥분하듯 무어라 외쳤다. 뿌옇던 시각에 초점이 잡히며 재즈는 눈앞의 광경을 바라본다. 어두운 회장을 가득 채운 메크들. 붉은 눈의 디셉티콘들. 그들중 몇몇은 외침에 화답하듯 붉은 패널전광판을 머리위로 올렸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메크는 점점 더 재밌다는 어투로 말했다.
- 좋습니다. 3만 셰릭스에서 더 없습니까? 3만 2천 셰릭스 나왔습니다! 3만 5천 셰릭스! 승부를 더 보실 분은 없습니까?
재즈는 몸을 비틀었고 그의 동체가 어딘가에 단단히 고정되어있어 손가락 하나도 꼼짝도 할 수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시각센서는 이제 제법 선명해져서, 회장을 채운 디셉티콘의 몇 익숙한 얼굴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다. 4만 셰릭스. 붉은 패널을 머리위로 들어올린 메크는 이제 둘 뿐이었다. 재즈는 그들을 지긋지긋할 정도로 잘 알았다. 쇼크웨이브와 사운드웨이브. 재즈는 이를 으득 갈며 더 크게 몸을 비틀었다. 경매사 메크가 그런 재즈의 움직임을 알아채고 비웃으며 말했다.
- 하하! 과연 치열한 경쟁입니다. 벌써 3클럭*이 훌쩍 지나 상품이 깨어나버렸습니다. 슬슬 승부를 결정해야겠군요. 4만 2천 셰릭스, 도전하시겠습니까?
그러자 별 망설임 없이 한 메크가 다시 패널을 들어올린다. 일순 회장은 정적에 휩싸인다. 잠시간 침묵을 깨고 경매사 메크가 소리친다. 5만셰릭스! 5만셰릭스가 나왔습니다! 회장의 시선은 쇼크웨이브에게로 집중된다. 그의 모노아이가 찌푸리듯 흔들리며 패배를 인정한다.
- 5만셰릭스! 5만셰릭스의 이 전리품의 새 주인은 바로 여기 계십니다! 사운드웨이브! 박수 부탁드립니다!
둔탁한 박수갈채가 이어진다. 이게 무슨 짓거리야, 날 놔줘. 재즈는 그제서야 자신의 보이스박스가 뮤트되어있음을 깨닫는다. 경매사 메크는 낄낄대며 재즈가 묶여있는 베드를 끌고 단상 뒷문으로 나간다. 경매가 모두 종료되었는지 메크들이 회장을 빠져나가며 떠드는 소리로 귀가 아플정도다. 5만셰릭스라니. 그들의 정보참모가 그런 액수를 쉽게 내놓을수 있다는것에 놀라는 메크들의 웅성거림들. 재즈는 그것들을 뒤로하고 베드에 단단히 묶인 채 어두운 복도를 통과한다. 경매사 메크는 즐겁게 휘파람을 부른다. 긴 복도를 통과해 도착한곳은 작은 방이었다. 재즈는 고개를 돌릴수도 없어 경매사 메크와 그의 낙찰자가 셰릭스를 주고받는것을 듣는다. 사운드웨이브는 특유의 높낮이 없는 음성으로 금방 5만 셰릭스를 송금했음을 알린다. 베드의 손잡이는 이제 경매사 메크에게서 사운드웨이브에게로 건네졌다. 방을 나서며 닫히는 문틈 사이로 경매사 메크가 기분나쁘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드는것을 본다. 긴 전쟁의 끝이 이런모습이라니 재즈는 몸에 힘이 쭉 빠지는것을 느낀다. 비슷한 처지일 지라도 사로잡힌 다른 오토봇들이 있을지, 그들중 누군가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을지 생각하는것만이 재즈에게 유일한 위안이 된다. 다시금 긴 복도를 지나가며 끌려가는 그를 입맛다시며 쳐다보는 디셉티콘들을 몇 마주친다. 쇼크웨이브는 그런 재즈를 조금 더 오래 쳐다본다. 몇 사이클 전의 전투에서 그가 재즈를 고문하는데 실패했던 일을 떠올린다. 아마 그가 낙찰에 성공했더라면, 재즈의 나사 하나 하나, 플레이트 하나 하나를 천천히 해체할 생각에 신이 났을테지.
곧이어 도착한 방은 불쾌할정도로 방음이 잘되어있어 재즈는 자신의 동체를 흐르는 에너존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곳은 사운드웨이브의 개인 쿼터인듯 했다. 단조로운 무채색 벽, 거기에 한쪽 벽면은 온통 감찰 모니터와 도청을 위한 설비로 보이는 음향장치들로 이뤄져 있었다. 그리고 한켠에는 그가 사용하는것으로 보이는 리차징 베드, 건너편에는 어떻게 봐도 고문을 위한 도구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결박용 베드가 쇠창살에 둘러싸인채 놓여있었다. 재즈는 새삼 자신이 디셉티콘의 고위 간부의 손아귀에 떨어졌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가 설령 자신의 바이저를 부수고 옵틱을 뽑아내거나 사지를 잘라내고 스파크를 으깬다 하더라도 재즈의 숭고한 신념만큼은 망가뜨리지 못할것이었다. 재즈는 다가올 끔찍하고 긴 고통에 대비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부디 그의 다른 동료들은 이 경멸스런 전쟁범죄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길, 혹은 프라이머스의 품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길.
사운드웨이브의 쿼터 안은 비정상적일정도로 고요해서, 그가 허락하지 않은 소리는 한 음도 허용하지 않는듯 했다. 재즈는 한동안 베드에 그대로 묶인 채 쿼터의 한켠에 놓여져 있어야 했다. 사운드웨이브는 한참동안 컴퓨터로 무언가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평범한 집무실의 화분이 되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느낌이었다. 재즈는 조금씩 손끝과 발끝부터 움직여보았다. 베드에 어찌나 단단히 고정되어있는지 움직일 수 있는 파츠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천천히 오른쪽어깨와 다리, 그리고 왼쪽어깨와 왼다리에 리듬을 실어 들썩이자 베드는 조금씩 좌우로 비틀거렸고, 곧 쿼터의 소름끼치는 정적을 깨며 고꾸라져 쓰러졌다. 윽. 얼굴과 가슴으로 바닥에 그대로 쳐박힌 충격으로 재즈의 보이스박스를 뮤트시키고 있던 케이블이 뽑혀나갔다. 재즈가 콜록대는 동안 둔중한 걸음소리가 다가와서는 베드채로 넘어진 재즈를 휙 다시 일으켜 세웠다. 사운드웨이브의 바이저가 더 붉게 빛났다.
- 탈출 : 가능성 없음. 허튼 생각.
- 미안, 네가 가계부 쓰는걸 기다리는게 너무 지루해서 말이야. 용돈을 다 썼나보지?
사운드웨이브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듯 재즈의 비아냥거림을 무시했다. 그는 재즈의 동체 패널 이곳저곳을 마음대로 건드려 열고 무언가를 조작하더니, 재즈를 베드에서 쑥 빼냈다. 갑작스레 자유로워진 재즈는 그러나 곧 사운드웨이브의 조작으로 인해 사지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힘없이 스르륵 주저앉는 재즈를 사웨는 가볍게 들어올려 창살로 둘러진 고문용 베드로 끌고갔다. 결국 시작되는건가, 하는 생각에 재즈는 몸을 긴장시키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다리는 이리저리 맥없이 흔들릴 뿐이었다. 그는 곧 새로운 베드에 눕혀졌고, 사운드웨이브는 재즈의 양 팔과 다리를 넓게 벌려 결박했다.
- 적어도 네가 전사라면, 지저분한 꼴 보지 말고 그냥 내 스파크를 부숴. 너도 이런 일이 얼마나 불명예스러운건지는 알겠지.
그러나 사운드웨이브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 네게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재즈, 나는 값을 지불했고 이제... 네 차례다.
- 그게 무슨..... 아악.....!!!!
사운드웨이브는 순식간에 재즈의 벨브를 감춘 패널을 뜯어내버렸다. 금속이 갈라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재즈의 몸이 베드위에서 펄떡였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재즈는 몸부림쳤다. 그리고 정말로, 실망했다. 고작 이런일을 하려고 자신을 데려왔단 말인가? 벨브 패널을 뜯어내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아마 사이버트로니안의 동체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연약한 부위를 희롱하거나 고문하면서 모욕감을 주겠다는 거겠지. 이는 전쟁범죄중에서도 가장 질낮고 비겁한 일이었다. 수백만년간 적으로 대치해왔지만 그럼에도 재즈는 사운드웨이브의 일정부분은 높이 사고 있었다. 논리 자체가 비틀어졌을 지언정 그들이 추구하는 대의에 대한 헌신이라던지, 불필요한 고문과 도륙을 즐기는 저급한 메크들과는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 역시 그건 착각이었던걸까? 사운드웨이브는 알수없는 용도의 케이블을 몇 개 끌고와서는 재즈의 밸브 근처 어댑터에 연결했다. 이미 재즈의 동체 보안 시스템 전부를 해킹한듯, 케이블이 연결되자마자 여러 명령어가 발동되었다.
[제스테이션 챔버 오픈]
[브리딩 모드 : ON]
재즈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사운드웨이브는 데이터패드에 무언가를 열심히 입력해댔다. 재즈는 순식간에 번식 모드로 들어간 자신의 동체를 컨트롤하려고 했지만 이미 해킹된 시스템은 사운드웨이브에게 고삐를 쥐어준 상태였다. 고문용 베드에 눕혀질때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전개에 재즈는 적잖이 당황했다. 나사들이 뽑히고 패널이 레이저로 지져지는 고통엔 대비했지만 이런.. 이런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대체 뭘 하려는거야...! 나랑 스파클링이라도 만들자고? 너 마지막 전투에서 브레인에 총맞았-
- ...래비지.
- ...뭐?
사운드웨이브는 조용히 읊조리며 어깨의 버튼을 눌러 체스트 패널을 열어젖혔다. 그곳은 사운드웨이브가 그의 카세티콘들을 카세트테이프 형태로 수납하는곳이었고, 텅 비어있었다. 재즈는 사운드웨이브와 맞붙었던 수십 사이클의 전투를 회상했다. 티른의 전투에서 정찰나온 레이저비크를, 트라이포더스의 전투에서 럼블과 프렌지를, 그리고 지긋지긋했던 클론다이크 해안의 전투에서 옵티머스에게 돌진하는 래비지를 캐논으로 쏴 처치했던걸 기억해냈다.
- 래비지, 럼블, 프렌지, 레이저비크. 모두 재즈가 없앴다. 돌려받길 원해.
- ...알아듣게 말해.
- Operation : Recovery
- 래비지, 럼블, 프렌지, 레이저비크의 마지막을 알고있는 재즈가 그들을 나에게 다시 돌려준다.
- 미친짓이야, 싫어... 싫..!
사운드웨이브는 힘없이 버둥대는 재즈의 동체를 가볍게 제압하고, 훤히 드러난 벨브를 살살 쓰다듬는다. 벨브와 스파이크를 이용한 인터페이스는 아주 고전적인 번식 방법이고, 오늘날에서는 그런식의 번식을 선호하지 않는 메크들이 대다수였다. 타 종족에 비해서도 상당히 긴 수명을 가진 사이버트로니안들의 특성상 번식에 목 맬 이유가 없기도 하고 말이다. 사운드웨이브 또한 그런 비효율적인 방식의 행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재즈를 이용해 그의 카세티콘들을 다시 생산해낼 방법을 떠올리기 전까진 말이다. 그는 재즈의 제스테이션 설정을 해킹해 그의 카세티콘의 데이터를 업로드했다. 재즈에게도 이미 그들의 데이터가 남아있기때문에 데이터 구축이 어렵지 않았다. 이제 필요한건, 재즈가 안정적으로 스파클링을 생산해낼 수 있게 그의 제스테이션 챔버에 사이어로서 트랜스플루이드를 가득 넣어주는 일 뿐이었다. 그 안에는 사운드웨이브의 CNA도 섞일테니, 이제는 정말 완벽한 부하이자 가족이 되어줄 카세티콘이 태어날 터였다.
꽉 다물린 벨브에 커다란 스파이크가 억지로 비집고 들어왔다. 재즈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아악...!!! 동체가 쪼개지는듯한 통증에 몸을 비틀었지만 사운드웨이브는 아랑곳 하지 않고 스파이크를 끝까지 밀어넣었다. 동체 크기가 꽤 차이나서인지 재즈의 벨브는 한계까지 벌어져있었음에도 끝까지 삽입하는것이 쉽지 않았다. 재즈는 내부가 찌그러지는듯한 감각에 덜덜 떨었다. 이대로라면 사운드웨이브의 미친 계획이 실행되기 전에 그냥 제스테이션 챔버가 망가져버릴것 같았다. 그 편이 차라리 더 나은걸까? 알수 없었다. 자신의 내부가 망가져서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면 사운드웨이브는 그냥 재즈를 처리해버릴수도 있었다. 그의 카세티콘들을 낳는것과, 그것에 실패해 죽임당하는것중 어떤게 더 끔찍한지 비교해보려 했지만 극심한 고통이 계산을 방해했다. 무식하게 커다란 스파이크를 마른 벨브에 무작정 들이미는 메크라니, 디셉티콘 내부에 성교육 강의가 없는것인지 아니면 그저 사운드웨이브가 겸사겸사 자신을 고문하려고 이러는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재즈는 생각 끝에 차라리 그가 자신을 망가뜨리고 그의 미친 계획을 실패하게 만드는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물론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차라리 그가 자신을 망가뜨려 이 모든게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즈는 이제 소리지르는것도 포기한채 우그러지는듯한 내부의 고통을 그저 견디고 있었다. 벨브 내부는 이미 긁히고 찢겨져 에너존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파.. 재즈는 옵틱을 감고 그냥 챔버가 망가지길 기다렸다. 사운드웨이브의 무자비한 침범이 우뚝 멈춘건 그때였다.
- ...결함 감지.
브리딩 확률을 계산해주던 데이터패드에 경고문구가 떴다. [제스테이션 챔버 손상 감지. 브리딩 성공 확률 40포인트 하락.]
사운드웨이브는 경고문을 한참 쳐다보더니, 자신의 스파이크를 재즈의 벨브에서 빼냈다. 이대로는 트랜스플루이드를 주입해봤자 별 소용이 없을 터였다. 거의 너덜너덜해진 벨브에서 에너존이 흘러나왔다. 내부에 손상이 생긴게 분명했다. 재즈는 축 늘어진채 비죽 웃었다.
- ...최악의 인터페이스였어, 너 정말 못한다.
- 재즈 : 제스테이션 챔버 견고함 떨어짐.
- 하, 이게 내탓이야? 자기가 멋대로 망가뜨려놓고.
- ...
- 네 계획은 끝났어, 사운드웨이브. 그냥... 내 스파크를 부수고 끝내.
- ...
- 프라이머스의 품에 안긴다면 먼저 간 네 친구들한테 안부 전해주지.
사운드웨이브는 재즈의 도발에 바이저를 더 날카롭게 빛냈다.
- ...물론 걔들이 거기 있다면 말이야.
쾅! 사운드웨이브는 재즈를 그대로 결박해 둔 채, 고문실의 철창을 닫았다. 손상이 생긴 재즈의 제스테이션 챔버는 디셉티콘의 메딕에게 치료를 부탁할 수 있었다.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건 첫번째 시도였을 뿐이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브리딩 과정이 단 한번의 인터페이스로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니 조급해 할 필요는 없었다. 사운드웨이브는 카세티콘을 앗아간 재즈에게서 반드시 그들을 돌려받고 싶었다. 안정적인 브리딩을 위해 적절한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었고, 사운드웨이브는 그것을 이 계획의 최우선 과제로 올렸다. 사운드웨이브가 값을 치렀듯이, 재즈, 그 작은 오토봇도 값을 치뤄야 할것이다.
트포 사웨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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