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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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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니는 집에서 절대 자지 않는다 -

허니는 정말로 호텔로 가버렸고, 무조건 그곳으로 귀가했다. 심지어 사랑을 나눈 후에도...
하루종일 같이 있고 싶은데, 아침에 눈을 뜨면 맨 처음 보는 것이 허니였으면 좋겠는데, 허니는 신데렐라가 되어버렸다.


- 허니는 눈이 부시다며 내 옆으로 오지 않는다 -

허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내가 옆에 앉는 걸 좋아했다. 눈이 부시다며 내 옆으로 오겠다고 할 때면, 나는 괜히 자리를 옮기는 척 했다. 그러면 그녀는 입술을 뾰루뚱하게 하고는 니키 옆에 앉고 싶다고 말하고는 했다. 사랑스러워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아 눈부시다”라고 하면서 허니 옆으로 자리를 옮기면,

“자리 바꿔줄게”라며 일어선다. 어쩔 때는 선글라스를 벗어서 줄 때도 있었다.

허니 옆에 앉고 싶은데...


- 허니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

가장 무서운 부분이다. 내가 사랑한다고 하면 항상

“내가 더 사랑해”라고 했는데... 이제는

“사랑해, 베입”

“...응”

...끝이다. 응 하고 끝나버린다. 하아...

내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벽이 사라진 게 아니었다. 난 겨우 자물쇠 하나를 푼 거에 불과했던 것이다. 멍청하게 허니의 입맞춤에 그저 좋아서는. 허니에게 얼마나 많은 자물쇠가 있는지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하나씩 잠금 장치를 풀어야만 한다. 허니가 나로 인해 또 다시 상처받게 할 수 없다. 나 역시 그녀 없이는 안 된다.


**


먼저 내 집이 신데렐라의 집이 되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언젠가 같이 슈렉을 보면서

“니키, 저 고양이 닮았어ㅎㅎ”

“내가??”

“응. 저 울망울망한 얼굴이 니키한테 있거든. 귀여워”

그 얼굴을 이용할 것이다. 허니는 내 얼굴에 약하다.


“괜찮아, 닉??”

“...으어”

“저번에는 볶음면 먹고 괜찮았다며? 그때도 이랬던거야??”

“으응...아이고 배야...”


뻥이다. 그때도 지금도 아프지 않다. 아무래도 난 허니를 만나기 위한 최적화된 사람이 아닐까. 스트레스 받을 때나 아닐 때나 매운 걸 같이 먹어줄 수 있는 사람. 매운 걸 먹어도 속만 조금 쓰리고 말뿐 허니가 걱정한 복통이나 설사는 단 한번도 경험하지 않았다.


“닉. 하아... 병원을 가자”

“아니야. 병원 갈 정도 아니야... 가도 대기만 몇시간 하고 그래...”

“그럼 약 사올게. 조금만 기다려”

“웅...”


허니가 약국에서 사온 약을 털어넣다. 변비에 걸리려나. 어쩔 수 없지 뭐. 허니는 겉옷을 계속 입고 있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눈에 보였다. 이때다. 슈렉 고양이 눈을 뜨며 허니에게 손을 뻗었다.


“허니...”


허니는 한숨을 내쉬더니 겉옷을 벗어 놓고는 내 옆에 앉았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허니의 무릎을 베고 허니를 꼭 끌어 안았다.


“베입 나 그거 해줘”

“뭐?”

“허니가 싱글맘으로 나왔던 드라마에서 애기한테 해준거 있잖아”

“...?”


나는 허니의 손을 끌어 내 배 위에 올리고는 빙빙 돌렸다. 허니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았다는 듯 피식 웃으며 멀쩡한 내 배 위에서 천천히 손으로 원을 그렸다.

“베입, 오늘은 안 가면 안 돼?”

허니는 고민을 하더니 알겠다고 했다.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편안한 옷을 가져다주겠다고 일어났다. 아차. 나 방금까지 환자였는데. 다시금 손을 배로 가져가 몸을 수그린채 옷방으로 향했다.

허니는 내가 가져온 옷을 가만히 보더니


“갈아입고 올게”


하며 방을 나갔다. 성공이었다. 와 나 되게 영악하다.


**


허니다. 허니의 허리에 내 팔이 감겨있고 그녀의 숨결이 느껴진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보고 싶은 허니가 내 곁에 있다. 눈을 뜨려고 했는데 바스락하는 소리에 뜨지 못했다. 가는 건가 가...? 아픈(안 아픔) 날 두고 가는 건가??

느낄 수 있었다. 내 얼굴에 닿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내 이마에 손을 댔다. 아마도 열을 재는 것 같았다.


“미안해”


어...? 왜...

허니는 한숨을 내쉬고 내 팔을 조심히 들어 풀고는 일어났다.


“허니”

“깼어? 미안. 더 자”

“가...?”

“...아니”

”그럼 어디가...“

“스프 끓여두려고. 일어나서 먹어”

“그리고 갈거야...?”

“...안 갈게. 더 자”


허니는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주고는,


“미안해, 닉. 나 때문에... 열은 없는데 잘 못 먹으면 또 나빠질 수 있으니까 오늘은 편한 걸로만 먹어”


라는 말을 남기고 부엌으로 내려갔다.


망했다. 나의 영악함이 허니에게 죄책감을 불러오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솔직하게 말해야했다. 허니가 날 미워하면 어쩌지...?


“허니 미안해... 나... 나 사실은 아픈 거 아니야. 허니랑 같이 있고 싶어서 거짓말했어... 나 그거 먹고 한번도 안 아팠어!! 진짜야!!! 그냥... 허니랑 계속 같이 있고 싶고... 그래서... 잘못했어...”

“...”

“허니... 베입...”

“니콜라스 갈리친”

이런

“으응...”

“다시는... 아니... 아무튼 거짓말 하지마. 이유가 뭐가 됐든. 알았어?”

“응... 다시는 다시는 절대 평생 안 그럴게... 그니까 허니 나 미워하지마... 응?”

“...”

슈렉고양이야 이번에도 도와줘

“응??”

“몰라. 그럼 토스트 먹게 빵 사와”

“응!!! 금방 갔다올게!! 조금만 기다려 베입!!”


**


아프다는 거짓말대신 나는 날마다 솔직하게 말했다. 호텔 말고 집에서 같이 지냈으면 좋겠다고. 몇 번은 그럴 수 없다며 훌쩍 떠나버렸지만, 지금은 호텔 체크아웃을 성공했다.

드디어 우리집이 되었다.

오전에 호텔에서 짐을 빼오고 날이 좋아 야외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내가 옆에 앉으려고 하자 허니는 내 앞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맞은편에 앉은 허니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허니”

“응”

“허니가 불편하면 어쩔 수 없지만... 난 허니 옆에 앉는 게 좋아. 당신이 나한테 기대는 것도 좋고, 내 어깨에 머리를 대는 것도 좋고, 팔짱 끼는 것도 좋고, 어깨동무하는 것도 좋아”

“...”

“혹시 내가 옆에 앉으면 불편해?”

“아니”

“그럼 됐어! 뭐 시킬까?”


메뉴판을 펼치는데,


“그쪽은 눈부셔”


허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난 허니 옆으로가 그대로 팔짱을 끼고 어느새 발그레해진 허니의 볼에 뽀뽀했다. 허니는 토끼눈을 뜨고 날 보다 이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메뉴판에 집중하는 척을 했다.

점점 허니의 자물쇠가 풀리고 있다.


*


아무래도 매운 볶음면이 닉에 소울 푸드가 된 모양이었다. 여전히 주륵주륵 땀을 흘리면서도 우유와 번갈아 가며 먹는 모습이 썩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근데 오늘은 닉의 안색이 별안간 안 좋아지더니 배가 아프다고 했다. 나랑 달리 먹은 게 없는데 뭐 때문에 아픈건지. 닉을 침대에 눕게하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설마하고 이전에도 볶음면을 먹고 아팠는지 물었더니 그렇단다. 하아... 정말. 화가 났지만 아픈 사람한테 화를 낼 수 없어 꾹 참고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대기만 오래한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약이라고 사와서 먹여야겠다.


“베입 나 그거 해줘”


별안간 내가 드라마에서 아이에게 해준 엄마손은 약손 애기 배는 똥배를 해달라고 내 손을 끌어 자기 배 위에서 뱅글뱅글 돌렸다. 이렇게 귀여워서야...가 아니라 어... 닉은 아프다. 아프니까. 귀여울 수 있. 아니 아니. 어...


“베입, 오늘은 안 가면 안 돼?”


논리에 오류가 난 생각을 덮는 한 마디였다. 그동안 내가 호텔로 가지 않았다면 닉과 그의 소울푸드는 맞지 않다는 걸 알지 않았을까? 열이 내리는지 확인도 해야하고... 열 많이 나면 위험하니까... 그리고 아까부터 슈렉 고양이 얼굴을 하고는...


“알았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편한 옷을 가져온다며 옷방으로 갔다. 음...?


“베입, 여기!”


이 옷이 왜 여기... 그날 보이는대로 짐을 챙겨서 미국 집에서 나오던 날, 챙기지 못한 잠옷이었다. 나름 좋아하던 잠옷이라 짐 풀 때 놔두고 왔다는 걸 알고 아쉬워 했었는데. 버리지도 않고 이걸 영국으로 가져왔다니...
그리고 항상 그의 손목에 보이는 그 팔찌도...
뭐하는 건데 왜 이러는 건데 당신...


*


눈을 뜨니 닉이 내 몸에 팔을 감고 날 안고 있었다. 이렇게 잠든 모습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닉과 만날 때 나의 새벽은 온전히 닉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깊은 아이홀, 그와 대비되는 눈썹과 미간, 우주를 담은듯한 홍채를 덮고 있는 눈두덩이는 새벽빛에도 은은하게 빛나고, 우아한 속눈썹, 둥글둥글한 콧매, 도톰한 입술, 그 옆에 점, 그리고 턱에 있는 점까지.

천천히 손을 들어 하나씩... 아니야. 안 돼. 열 내렸나 확인하자. 열은 없네. 다행이다. 밤새 생각해보니 닉이 아픈 건 나 때문이었다. 매운 걸 좋아하는 나도 속이 쓰린데, 그는 오죽할까. 알았어야 했다. 그런데 자꾸만 새로운 레시피를 알아냈다며 조금만 기다리라는 모습이 좋아서, 흐르는 땀을 닦아 달라는 듯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게 귀여워서 놓치고 말았다.


“미안해”


닉이 깨지 않게 살금살금 일어나 문으로 향하는데, 그가 불렀다. 그리고는 자꾸만


“가...?”

“...아니”

”그럼 어디가...“

“스프 끓여두려고. 일어나서 먹어”

“그리고 갈거야...?”


자꾸만 내가 떠나버릴까 걱정하듯 물어왔다. 내가 떠나는 게 싫은거야? 자꾸만 이러면 내가... 내가 미련을 못버리잖아. 기대하게 되잖아.

그를 눕혀두고 사과를 남기고 스프를 만들기 위해 부엌으로 내려왔는데, 몇 초도 안 지나서 그가 달려와 하는 말이, 한 마디로 나랑 같이 있고 싶어서 꾀병을 부렸단다. 허. 화는 났는데 초기 진압이 잘 됐는지, 내 눈 앞에 거대한 남자가 잔뜩 수그려서는 낸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사랑스러웠다.
아니야 불씨를 살려 화를 내야 한다. 일단 성까지 부르는 걸 성공했다.


“다시는... ”


다시는?


“아니... 아무튼 거짓말 하지마. 이유가 뭐가 됐든. 알았어?”

“응... 다시는 다시는 절대 평생 안 그럴게... 그니까 허니 나 미워하지마... 응?”


내가 너를 미워할 수 있을까.
또또 저 슈렉고양이. 입꼬리를 겨우 내려누르며 빵을 사오라며 쫓아내고 내 입꼬리에 자유를 줬다.


*


결국 나는 호텔 숙박을 보름정도 남기고 체크아웃을 했다. 보름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이별여행을 간다 해도 잠은 같은 공간에서 자겠지 뭐...

닉 집에 짐을 두고 야외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으니 닉이 메뉴판보다 내 손을 먼저 잡으면서 뜬금없이,


“허니가 불편하면 어쩔 수 없지만... 난 허니 옆에 앉는 게 좋아. 당신이 나한테 기대는 것도 좋고, 내 어깨에 머리를 대는 것도 좋고, 팔짱 끼는 것도 좋고, 어깨동무하는 것도 좋아”


무방비한 상태에서 이러면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는데.


“혹시 내가 옆에 앉으면 불편해?”

“아니”


나도 당신 옆이 좋아. 언젠가처럼 눈부시다는 핑계로 옆에 앉고 싶어. 그러면 넌 일어나는 척. 나는 결국 솔직하게 말하겠지. ‘네 옆에 앉고 싶어서 이러는 거잖아.’ 그럼 너는 씩 웃으면서 그 말이 듣고 싶어 일부러 그랬다고 할거야.


“그쪽은 눈부셔”



당신을 사랑해.













닉갈너붕붕
2024.06.26 21: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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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센세가 성실수인이라 너무 기뻐 ㅠㅠ
[Code: 5cfc]
2024.06.26 21: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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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대로!!!
[Code: 013e]
2024.06.26 23:24
ㅇㅇ
모바일
닉갈 슈렉 고양이 전법 계속 가자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05b]
2024.06.27 23:07
ㅇㅇ
모바일
센세 천재 만세 존잼
[Code: 5c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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