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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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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겠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 안에 허니의 목소리만이 고요히 울려퍼진다. 울프스베인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냄비의 상태는 안정적이었고, 잠시 후면 리무스가 들러서 그를 대신해 저것을 휘휘 저어 약을 완성할 것이었다. 모든 것이 -최소한 허니의 기준에는- 온전했고 완벽했다. 약재들이 들어있는 벽장에는 흔한 좀벌레 한 마리 없었고 그의 신체에도 특별한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오늘 출근하지 않을 특별한 사유 따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뜻이다.
"...개같은 출근."
한 달이라는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오늘은 허니 비가 죄수들의 건강 상태 확인을 위해 아즈카반에 가는 날이었다. 아마 그는 오늘 더이상 이름조차 부르고 싶지 않은 '그'를 마주하게 되리라.
마음만 같아서는 A씨에게 지금이라도 일을 그만두겠노라 말하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머글 태생 여자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귀했고, 그 중에서도 이만한 보수와 업무 강도를 보장하는 일자리는 드물었으며, 추후에 이력서에 한 줄 써 넣을 만한 커리어가 될 수 있는 일자리는 거의 없다시피 한데다, 그처럼 경력이 없는 치료사 역시 채용하는 일자리는 이것 하나 뿐이었다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야말로 업무 환경이 최악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꿈의 직장이었다. 게다가 아즈카반에 가는 일이 매일인 것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기껏해야 대여섯시간 가량이니 이 정도도 못 견뎌서야 다른 일은 얻을 수 있겠냐는 생각까지 합쳐지면 어느새 허니 비의 머릿속에서 이 직장 외의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은 존재할 수 없었다.
허니는 괜히 좁은 집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창문이 없어 공기가 탁하고, 습하기 그지없어 일상적으로 곰팡이가 피며 약재가 상하고, 벽난로가 없어 플루가루조차 쓸 수 없는, 그의 월 소득이 25 갈레온만 더 되었어도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비좁은 지하 월세방. 이제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어. 이번 계약 기간이 끝나는 대로 이사를 갈거야. 최소한 창문과 벽난로가 있는 곳으로. 그러니까 어서 나가자, 허니 비. 나가서 돈 벌어 와야지.
아아, 그런데 출근의 대가를 이 집으로부터의 탈출이라 생각하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아늑하고 포근해 보이는 것인지!
허니가 그렇게 갈등하며 바깥을 향해 한 걸음 내딛고, 집 안으로 다시 한 걸음 들어오기를 반복하던 중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가격이 정말이지 더럽게 비싼- 울프스베인 냄비였다.
"..."
순간 리무스 루핀의 얼굴이 어른거렸다면 착각일까? 아무튼 그는 결국 지나간 과거의 악연 때문에 소중한 친구가 고통을 감수하게 할 만한 사람은 못 되었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 허니 비는 아즈카반에 왔다.
-
"C 씨. 특별히 불편하신 부분은 또 없으십니까?"
"다, 다리가 부러진 것 같은데..."
"미스 비. 이제 그만 다음 방으로 가셔야 합니다."
"...네. 그렇다면야... 다다음 달에 다시 뵙겠습니다, C 씨."
얼음장같은 2월의 기온 만큼이나 차가운 목소리가 작은 감방을 울린다.
"잠시만, 당신, 당신 의사잖아!! 제발요, 어떻게 좀 해주세요, 저 지금 다리가, 다리가..."
"미스 비, 이동하시죠."
"네."
야 이 개자식들아! 등 뒤에서 그와 A를 저주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A는 저 자가 무고한 머글 여성들을 골라 살해한 쓰레기라는 이야기를 해 주고, 그는 그러면 그 자신의 행동에 기꺼이 면죄부를 준다. 그런 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고야 만다.
자, 이제 '그'를 대면할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블랙 씨.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
"내가 아니야."
또 그 말같지도 않은 거짓말. 허니 비는 얕게 한숨을 쉬고는 몸을 일으켰다.
"A씨, 다음 방으로 넘어가실까요."
"허니, 제발. 내 말을 한 번만 들어줘. 웜테일이-"
떨리는 블랙의 손을 가볍게 쳐내며 허니는 다른 사람들을 대하듯 차갑게 쏘아붙였다.
"시리우스 블랙.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나도 그 자리에 있었어."
그래, 이것이 허니 비가 시리우스 블랙의 말을 믿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허니 비는 다름 아닌 그 폭발의 한 복판에 있었다. 마법사 한 명과 머글 열 두명 사망, 그리고 마법사 한 명 중상 중 마지막 '마법사 한 명'을 의미하는 것이 허니 비였다.
"나도 너와 같은 자리에 서 있었어. 나도 너와 같은 것을 봤고, 들었고, 느꼈어. 나도 네가, 네가 피터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했나?
의문 뒤에 따라오는 무언가의 아찔함이 허니 비를 덮친다.
"허니, 그러니까, 나는..."
아, 그 순간, 블랙의 목소리가 어째서인지 멀게만 느껴진다.
알 수 없게도 허니 비는 급작스러운 과거로의 회상에 사로잡혔다. 기억 속의 그곳은 창문을 통해 빛과 바람이 들고, 벽난로가 활활 타오르고, 그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기에 충분히 널찍한, 시리우스가 마련해 주었던 그의 명의의 집.
-
"허니."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것은 기억과 한 치의 다름이 없는 두려움이 섞인 시리우스의 목소리.
"무슨 일이야, 시리우스?"
그리고 아마 그의 추측이 옳다면 이것은 1981년 10월 31일. 그의 모든 악몽의 시작점이다.
시리우스너붕붕
해포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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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겠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 안에 허니의 목소리만이 고요히 울려퍼진다. 울프스베인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냄비의 상태는 안정적이었고, 잠시 후면 리무스가 들러서 그를 대신해 저것을 휘휘 저어 약을 완성할 것이었다. 모든 것이 -최소한 허니의 기준에는- 온전했고 완벽했다. 약재들이 들어있는 벽장에는 흔한 좀벌레 한 마리 없었고 그의 신체에도 특별한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오늘 출근하지 않을 특별한 사유 따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뜻이다.
"...개같은 출근."
한 달이라는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오늘은 허니 비가 죄수들의 건강 상태 확인을 위해 아즈카반에 가는 날이었다. 아마 그는 오늘 더이상 이름조차 부르고 싶지 않은 '그'를 마주하게 되리라.
마음만 같아서는 A씨에게 지금이라도 일을 그만두겠노라 말하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머글 태생 여자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귀했고, 그 중에서도 이만한 보수와 업무 강도를 보장하는 일자리는 드물었으며, 추후에 이력서에 한 줄 써 넣을 만한 커리어가 될 수 있는 일자리는 거의 없다시피 한데다, 그처럼 경력이 없는 치료사 역시 채용하는 일자리는 이것 하나 뿐이었다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야말로 업무 환경이 최악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꿈의 직장이었다. 게다가 아즈카반에 가는 일이 매일인 것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기껏해야 대여섯시간 가량이니 이 정도도 못 견뎌서야 다른 일은 얻을 수 있겠냐는 생각까지 합쳐지면 어느새 허니 비의 머릿속에서 이 직장 외의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은 존재할 수 없었다.
허니는 괜히 좁은 집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창문이 없어 공기가 탁하고, 습하기 그지없어 일상적으로 곰팡이가 피며 약재가 상하고, 벽난로가 없어 플루가루조차 쓸 수 없는, 그의 월 소득이 25 갈레온만 더 되었어도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비좁은 지하 월세방. 이제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어. 이번 계약 기간이 끝나는 대로 이사를 갈거야. 최소한 창문과 벽난로가 있는 곳으로. 그러니까 어서 나가자, 허니 비. 나가서 돈 벌어 와야지.
아아, 그런데 출근의 대가를 이 집으로부터의 탈출이라 생각하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아늑하고 포근해 보이는 것인지!
허니가 그렇게 갈등하며 바깥을 향해 한 걸음 내딛고, 집 안으로 다시 한 걸음 들어오기를 반복하던 중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가격이 정말이지 더럽게 비싼- 울프스베인 냄비였다.
"..."
순간 리무스 루핀의 얼굴이 어른거렸다면 착각일까? 아무튼 그는 결국 지나간 과거의 악연 때문에 소중한 친구가 고통을 감수하게 할 만한 사람은 못 되었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 허니 비는 아즈카반에 왔다.
-
"C 씨. 특별히 불편하신 부분은 또 없으십니까?"
"다, 다리가 부러진 것 같은데..."
"미스 비. 이제 그만 다음 방으로 가셔야 합니다."
"...네. 그렇다면야... 다다음 달에 다시 뵙겠습니다, C 씨."
얼음장같은 2월의 기온 만큼이나 차가운 목소리가 작은 감방을 울린다.
"잠시만, 당신, 당신 의사잖아!! 제발요, 어떻게 좀 해주세요, 저 지금 다리가, 다리가..."
"미스 비, 이동하시죠."
"네."
야 이 개자식들아! 등 뒤에서 그와 A를 저주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A는 저 자가 무고한 머글 여성들을 골라 살해한 쓰레기라는 이야기를 해 주고, 그는 그러면 그 자신의 행동에 기꺼이 면죄부를 준다. 그런 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고야 만다.
자, 이제 '그'를 대면할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블랙 씨.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
"내가 아니야."
또 그 말같지도 않은 거짓말. 허니 비는 얕게 한숨을 쉬고는 몸을 일으켰다.
"A씨, 다음 방으로 넘어가실까요."
"허니, 제발. 내 말을 한 번만 들어줘. 웜테일이-"
떨리는 블랙의 손을 가볍게 쳐내며 허니는 다른 사람들을 대하듯 차갑게 쏘아붙였다.
"시리우스 블랙.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나도 그 자리에 있었어."
그래, 이것이 허니 비가 시리우스 블랙의 말을 믿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허니 비는 다름 아닌 그 폭발의 한 복판에 있었다. 마법사 한 명과 머글 열 두명 사망, 그리고 마법사 한 명 중상 중 마지막 '마법사 한 명'을 의미하는 것이 허니 비였다.
"나도 너와 같은 자리에 서 있었어. 나도 너와 같은 것을 봤고, 들었고, 느꼈어. 나도 네가, 네가 피터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했나?
의문 뒤에 따라오는 무언가의 아찔함이 허니 비를 덮친다.
아, 그 순간, 블랙의 목소리가 어째서인지 멀게만 느껴진다.
알 수 없게도 허니 비는 급작스러운 과거로의 회상에 사로잡혔다. 기억 속의 그곳은 창문을 통해 빛과 바람이 들고, 벽난로가 활활 타오르고, 그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기에 충분히 널찍한, 시리우스가 마련해 주었던 그의 명의의 집.
-
"허니."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것은 기억과 한 치의 다름이 없는 두려움이 섞인 시리우스의 목소리.
"무슨 일이야, 시리우스?"
그리고 아마 그의 추측이 옳다면 이것은 1981년 10월 31일. 그의 모든 악몽의 시작점이다.
시리우스너붕붕
해포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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