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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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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너너너너너너 뭐야? 왜 이렇게....자...작아? 첫마디가 이래버렸으니 무슨 말을 한다 한들 그다지 위로가 안 될 걸 알았다. 머리로는 얼른 눈 앞의 애를 안아주고 달래준 다음, 계란을 까서 넣어줘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손이 안 움직이는걸 어떡하라고. 잔뜩 움츠러들어 웅크린 작은 솜뭉치 같은 녀석을 당장 달래줘야 하는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끼잉...잔뜩 쪼그라들어 토스트기 뒤로 숨어버리는 작은 생명체가 가엽고 안쓰러운데, 덜덜 떨리는 제 손가락도 좀 안쓰럽다. 빌어먹을. 토스트기에도 얼추 가려지는 애가 무섭다니.
"야 네가 싫다는건 절대 아닌데, 그게...아니 울지 말라니까! 내가 그,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래. 그러니까 그렇게 불쌍하게 나 쳐다보지마!"
끼잉...작게 앓은 솜뭉치가 있는 힘껏 몸을 말아 숨는다는게 기껏 토스트기라니. 거기에 가려지는게 더 충격인데. 도대체 얼마나 작은거야? 피터는 알았다. 여기서 삐끗 잘못 미끄러지면 낭떠러지라는 것을. 겁도 많고 눈물도 많은 애가 또 제 태도만 보고 오해를 하면? 최근에서야 겨우 감자가 사실은 애칭이었고(피터는 아직도 감자가 보편적인 애칭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에 분개했다) 널 놀리는게 아니었다는걸 간신히 설득한 참인데, 계란도 혼자서 못 까먹고 몸을 동그랗게 말면 토스트기에 가려지는 애가 또다시 땅굴을 파고 들어가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끼잉. 다시 애처롭게 울기 시작한 어린 생명체를 차마 외면하지 못 하고, 피터는 결국 손을 뻗었다. 닿을듯 말듯, 손을 내밀면 바스라질것 같은 무게에 망설이는 찰나, 손가락 끝에 보드라운 감촉이 닿았다. 전류라도 통한듯 피터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뗴어내려다가....제 한 손으로도 대충 몸이 가려질만큼 작은 녀석이 살그머니 다가오는 바람에. 작디 작은 분홍빛 혀를 조금 내밀어 손가락 끝을 핥고, 제 눈치를 한참이나 봤다. 까아맣고 진한 눈동자가 깜빡 깜빡.
참을성이 많아서 그런가. 자신이 이렇게 멍청하게 손가락이나 덜덜 떠는데도 그 애는 침착하게 기다렸다. 앉아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파파에 비하면 한참이나 작고, 짧아서 털 달린 나뭇가지나 다름없는 꼬리가 살랑이자 웃음이 났다. 네가 나를 위로해주는거야? 보드라운 꼬리가 살살 제 손가락을 간지럽히기 시작하자 피터는 비로소 숨을 내쉬었다. 그 전까지는 자신이 거의 숨을 쉬고 있지도 않았다는걸 몰랐다.
".....야."
당연하지만 답은 없었다. 그저 앙! 짖는 소리와 함께 꼬리가 프로펠러마냥 돌아갈 뿐. 듣고있으니 말해보라는듯 눈이 빠르게 깜빡인다. 있잖아, 그러니까 네가 싫은게 아니고....아니 진짜 싫은게 아니라니까! 울지마! 다시 끼잉대며 시무룩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작은 생명체에 피터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아이씨, 시발. 아니, 그러니까 너한테 한 말 아니고! 아니, 숨지 말아봐, 좀. 이제 숫제 피터는 애원했다. 그러니까 내가 어릴때에......
한참의 얘기 끝에 피터는 떨리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다친 당사자인 파파에게조차도 이런 말을 털어놓은 적이 없다. 작은 것들을 내가 해할까봐, 본의 아니게 다치게 할까봐, 내가 무심코 앉았다가 깔아뭉갤까봐. 그런 걱정들이 피터를 좀먹어갔다. 침착하게 얘기를 다 들은 애는 말 없이 제 손가락을 할짝였다. 끼잉, 작게 운 다음에 제 손가락을 할짝거리는게 마치 위로하는것 같다.
아마 그 애 얼굴을 보고 말하라고 했다면 오히려 더 힘들었을텐데 이상하게 작은 솜뭉치 같은 모습이 안정감을 주었다. 까만 눈을 깜빡이며 제 얘기를 듣고 있다는듯이 꼬리를 살랑였고, 피터는 조심스럽게 등을 쓰다듬었다. 보드랍고 따뜻했다. 손바닥을 쫙 펼치니 등허리가 가려질만큼 작은 생명체가 저를 위로한다. 빼꼼 나온 분홍빛 혀는 엄지손톱보다도 작고, 혀가 작은만큼이나 전체적으로 작지 않은 부분이 없어서, 꼬리털은 파파에 비하면 빈약하기만 하다. 아마 보는 사람마다 귀엽다고 난리를 쳤을 그 모습이 저에게는 아직도 무섭다. 이 덩치를 하고, 심지어 곰수인인 주제에. 털실을 뭉쳐놓은 공처럼 생긴게 무섭다니 얼마나 웃긴가 싶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은 솜뭉치에게 상처를 주기는 싫다. 그 일념 하나만으로 피터는 떨리는 손을 참아낸다.
손가락을 물다가 조금 괜찮아보이니 이제 손등에 한줌도 안 되는 뺨을 기대고 비빈다. 마치 애교를 부리는것처럼. 괜찮아, 꼭 그렇게 위로하는 것처럼. 그리고 피터는 아주 오랜만에야, 작은 생명체가 제 곁으로 오는 것을 허락한다.
"야."
불러보지만 당연하게도 여전히 대답은 없다. 하지만 대답을 하는 것처럼 앙! 짖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네 말을 듣고 있어, 라고 말 하는 것처럼. 까아만 눈을반짝이고, 한줌도 안 되는 덩치를 한 주제에 저를 올려다보겠다고 있는 힘껏 고개를 치들고. 손바닥이 천장을 향한채 손을 내민건 그 위에 올라타란 얘기가 아니라 발바닥 젤리 좀 보려고 그런건데. 뭐, 상관없다. 제 손바닥 위에 안착한 솜뭉치를 두 손으로 받쳐 들자 제 손바닥을 딛고선 솜뭉치가 혀를 내밀어 뺨을 핥고, 작디 작은 앞발로 뺨을 감싼다. 마치 뺨을 쓸어보고 싶다는 양. 얼굴이 계란만하면서 앞발을 뺨에 가져대니 닿은 티도 나지도 않는것 같다. 그래서야 만져지기나 할까. 손톱 두어개를 합쳐놓은 수준으로 작은 앞발을 들어다 뺨에 올리니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불편해야 할 이 작은 모습이 신기하게도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아까까지는 손이 벌벌 떨려서 쓰다듬지도 못 했는데. 이상한 일이지. 자그마한 솜뭉치를 들어다 눈높이에 맞춰놓으니 작은 혀가 마중나와 콧잔등을 핥는다. 할짝, 할짝 핥고는 다시 제 눈치를 본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용기가 난듯 제 뺨에 고개를 가져다대더니 몸 전체를 제 뺨에 가져다댄다. 여기가 허리야, 등이야? 배인가? 너무 작아서 구분도 가지않는 몸뚱어리를 잡지도 못 해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간절하게 제 뺨에 비벼온다. 저를 내치지 않을거라는 믿음에근거한 보드랍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앙살. 나를 내치지 않을거지? 순진하고도 사랑스러운 믿음.
"내가 놀라서 널 떨구면 어쩌려고."
말과 달리 피터는 소중하게 눈 앞의 솜뭉치를 품에 안아들었다. 한 손으로도 들어올릴 수 있고, 한 손에 대충 찰만큼 작은 몸집이지만 행여라도 떨어뜨릴까 두 손으로 소중하게. 제 두 손 바닥위에 올라갈만큼 작디 작은 몸집이 귀여웠다. 얜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이렇게 작은거야. 피터는 자신과 프란시스가 동갑이라는것도 잊어버린채 작은 몸뚱어리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 작은 얼굴에 눈이랑 코랑 입이 다 들어가있어. 발톱은 또 왜 이렇게 작은데? 세상에, 얼굴이 계란만하네. 그러니까 노른자를 다 묻히고 먹지. 피터는 그제서야 수염 및 주둥이에 묻은 노른자 가루를 털어냈다.
자신이 이보다 훨씬 어릴적에 이미 파파를 야구공마냥 날려버렸던 기억이 선명한탓에, 피터는 눈 앞의 이 작은 솜뭉치가 자신과 동갑이라는걸 믿기 힘들었다. 사람일 때는 체구가 작지 않은데 종종 이렇게 괴리감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 이 솜뭉치는 제 모습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것 같지만, 그렇다면 이 사랑스러운 솜뭉치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려줘야지. 네가 나를 위로하고 다가와줬던것처럼.
피터는 이제야, 비로소 드디어, 작은 프란시스를 안아든다. 갑자기 들려버린 탓에 놀라 버둥거리는 짧은 다리에 시선을 잠시 던지다가, 저에게는 한참이나 작은 주둥이에 살며시 입을 맞춘다. 고마워. 얼굴을 보고서는 도저히 나오지 않았을 말이 아이러니하게도 무섭다 생각하던 작은 수인형태의 모습 앞에서는 술술 흘러나왔다. 10여년만에 트라우마에 대해 꺼낼 수 있었던 것도, 무서워하는 저에게 먼저 다가와준것도 모두 작은 프란시스 덕분이니까. 앞으로 내가 적응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줘야돼.
루스터행맨 루행크오 피터프란
너너너너너너너 뭐야? 왜 이렇게....자...작아? 첫마디가 이래버렸으니 무슨 말을 한다 한들 그다지 위로가 안 될 걸 알았다. 머리로는 얼른 눈 앞의 애를 안아주고 달래준 다음, 계란을 까서 넣어줘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손이 안 움직이는걸 어떡하라고. 잔뜩 움츠러들어 웅크린 작은 솜뭉치 같은 녀석을 당장 달래줘야 하는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끼잉...잔뜩 쪼그라들어 토스트기 뒤로 숨어버리는 작은 생명체가 가엽고 안쓰러운데, 덜덜 떨리는 제 손가락도 좀 안쓰럽다. 빌어먹을. 토스트기에도 얼추 가려지는 애가 무섭다니.
"야 네가 싫다는건 절대 아닌데, 그게...아니 울지 말라니까! 내가 그,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래. 그러니까 그렇게 불쌍하게 나 쳐다보지마!"
끼잉...작게 앓은 솜뭉치가 있는 힘껏 몸을 말아 숨는다는게 기껏 토스트기라니. 거기에 가려지는게 더 충격인데. 도대체 얼마나 작은거야? 피터는 알았다. 여기서 삐끗 잘못 미끄러지면 낭떠러지라는 것을. 겁도 많고 눈물도 많은 애가 또 제 태도만 보고 오해를 하면? 최근에서야 겨우 감자가 사실은 애칭이었고(피터는 아직도 감자가 보편적인 애칭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에 분개했다) 널 놀리는게 아니었다는걸 간신히 설득한 참인데, 계란도 혼자서 못 까먹고 몸을 동그랗게 말면 토스트기에 가려지는 애가 또다시 땅굴을 파고 들어가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끼잉. 다시 애처롭게 울기 시작한 어린 생명체를 차마 외면하지 못 하고, 피터는 결국 손을 뻗었다. 닿을듯 말듯, 손을 내밀면 바스라질것 같은 무게에 망설이는 찰나, 손가락 끝에 보드라운 감촉이 닿았다. 전류라도 통한듯 피터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뗴어내려다가....제 한 손으로도 대충 몸이 가려질만큼 작은 녀석이 살그머니 다가오는 바람에. 작디 작은 분홍빛 혀를 조금 내밀어 손가락 끝을 핥고, 제 눈치를 한참이나 봤다. 까아맣고 진한 눈동자가 깜빡 깜빡.
참을성이 많아서 그런가. 자신이 이렇게 멍청하게 손가락이나 덜덜 떠는데도 그 애는 침착하게 기다렸다. 앉아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파파에 비하면 한참이나 작고, 짧아서 털 달린 나뭇가지나 다름없는 꼬리가 살랑이자 웃음이 났다. 네가 나를 위로해주는거야? 보드라운 꼬리가 살살 제 손가락을 간지럽히기 시작하자 피터는 비로소 숨을 내쉬었다. 그 전까지는 자신이 거의 숨을 쉬고 있지도 않았다는걸 몰랐다.
".....야."
당연하지만 답은 없었다. 그저 앙! 짖는 소리와 함께 꼬리가 프로펠러마냥 돌아갈 뿐. 듣고있으니 말해보라는듯 눈이 빠르게 깜빡인다. 있잖아, 그러니까 네가 싫은게 아니고....아니 진짜 싫은게 아니라니까! 울지마! 다시 끼잉대며 시무룩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작은 생명체에 피터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아이씨, 시발. 아니, 그러니까 너한테 한 말 아니고! 아니, 숨지 말아봐, 좀. 이제 숫제 피터는 애원했다. 그러니까 내가 어릴때에......
한참의 얘기 끝에 피터는 떨리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다친 당사자인 파파에게조차도 이런 말을 털어놓은 적이 없다. 작은 것들을 내가 해할까봐, 본의 아니게 다치게 할까봐, 내가 무심코 앉았다가 깔아뭉갤까봐. 그런 걱정들이 피터를 좀먹어갔다. 침착하게 얘기를 다 들은 애는 말 없이 제 손가락을 할짝였다. 끼잉, 작게 운 다음에 제 손가락을 할짝거리는게 마치 위로하는것 같다.
아마 그 애 얼굴을 보고 말하라고 했다면 오히려 더 힘들었을텐데 이상하게 작은 솜뭉치 같은 모습이 안정감을 주었다. 까만 눈을 깜빡이며 제 얘기를 듣고 있다는듯이 꼬리를 살랑였고, 피터는 조심스럽게 등을 쓰다듬었다. 보드랍고 따뜻했다. 손바닥을 쫙 펼치니 등허리가 가려질만큼 작은 생명체가 저를 위로한다. 빼꼼 나온 분홍빛 혀는 엄지손톱보다도 작고, 혀가 작은만큼이나 전체적으로 작지 않은 부분이 없어서, 꼬리털은 파파에 비하면 빈약하기만 하다. 아마 보는 사람마다 귀엽다고 난리를 쳤을 그 모습이 저에게는 아직도 무섭다. 이 덩치를 하고, 심지어 곰수인인 주제에. 털실을 뭉쳐놓은 공처럼 생긴게 무섭다니 얼마나 웃긴가 싶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은 솜뭉치에게 상처를 주기는 싫다. 그 일념 하나만으로 피터는 떨리는 손을 참아낸다.
손가락을 물다가 조금 괜찮아보이니 이제 손등에 한줌도 안 되는 뺨을 기대고 비빈다. 마치 애교를 부리는것처럼. 괜찮아, 꼭 그렇게 위로하는 것처럼. 그리고 피터는 아주 오랜만에야, 작은 생명체가 제 곁으로 오는 것을 허락한다.
"야."
불러보지만 당연하게도 여전히 대답은 없다. 하지만 대답을 하는 것처럼 앙! 짖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네 말을 듣고 있어, 라고 말 하는 것처럼. 까아만 눈을반짝이고, 한줌도 안 되는 덩치를 한 주제에 저를 올려다보겠다고 있는 힘껏 고개를 치들고. 손바닥이 천장을 향한채 손을 내민건 그 위에 올라타란 얘기가 아니라 발바닥 젤리 좀 보려고 그런건데. 뭐, 상관없다. 제 손바닥 위에 안착한 솜뭉치를 두 손으로 받쳐 들자 제 손바닥을 딛고선 솜뭉치가 혀를 내밀어 뺨을 핥고, 작디 작은 앞발로 뺨을 감싼다. 마치 뺨을 쓸어보고 싶다는 양. 얼굴이 계란만하면서 앞발을 뺨에 가져대니 닿은 티도 나지도 않는것 같다. 그래서야 만져지기나 할까. 손톱 두어개를 합쳐놓은 수준으로 작은 앞발을 들어다 뺨에 올리니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불편해야 할 이 작은 모습이 신기하게도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아까까지는 손이 벌벌 떨려서 쓰다듬지도 못 했는데. 이상한 일이지. 자그마한 솜뭉치를 들어다 눈높이에 맞춰놓으니 작은 혀가 마중나와 콧잔등을 핥는다. 할짝, 할짝 핥고는 다시 제 눈치를 본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용기가 난듯 제 뺨에 고개를 가져다대더니 몸 전체를 제 뺨에 가져다댄다. 여기가 허리야, 등이야? 배인가? 너무 작아서 구분도 가지않는 몸뚱어리를 잡지도 못 해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간절하게 제 뺨에 비벼온다. 저를 내치지 않을거라는 믿음에근거한 보드랍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앙살. 나를 내치지 않을거지? 순진하고도 사랑스러운 믿음.
"내가 놀라서 널 떨구면 어쩌려고."
말과 달리 피터는 소중하게 눈 앞의 솜뭉치를 품에 안아들었다. 한 손으로도 들어올릴 수 있고, 한 손에 대충 찰만큼 작은 몸집이지만 행여라도 떨어뜨릴까 두 손으로 소중하게. 제 두 손 바닥위에 올라갈만큼 작디 작은 몸집이 귀여웠다. 얜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이렇게 작은거야. 피터는 자신과 프란시스가 동갑이라는것도 잊어버린채 작은 몸뚱어리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 작은 얼굴에 눈이랑 코랑 입이 다 들어가있어. 발톱은 또 왜 이렇게 작은데? 세상에, 얼굴이 계란만하네. 그러니까 노른자를 다 묻히고 먹지. 피터는 그제서야 수염 및 주둥이에 묻은 노른자 가루를 털어냈다.
자신이 이보다 훨씬 어릴적에 이미 파파를 야구공마냥 날려버렸던 기억이 선명한탓에, 피터는 눈 앞의 이 작은 솜뭉치가 자신과 동갑이라는걸 믿기 힘들었다. 사람일 때는 체구가 작지 않은데 종종 이렇게 괴리감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 이 솜뭉치는 제 모습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것 같지만, 그렇다면 이 사랑스러운 솜뭉치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려줘야지. 네가 나를 위로하고 다가와줬던것처럼.
피터는 이제야, 비로소 드디어, 작은 프란시스를 안아든다. 갑자기 들려버린 탓에 놀라 버둥거리는 짧은 다리에 시선을 잠시 던지다가, 저에게는 한참이나 작은 주둥이에 살며시 입을 맞춘다. 고마워. 얼굴을 보고서는 도저히 나오지 않았을 말이 아이러니하게도 무섭다 생각하던 작은 수인형태의 모습 앞에서는 술술 흘러나왔다. 10여년만에 트라우마에 대해 꺼낼 수 있었던 것도, 무서워하는 저에게 먼저 다가와준것도 모두 작은 프란시스 덕분이니까. 앞으로 내가 적응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줘야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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