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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9 00:09





오전 일정을 마친 제독이 오피스로 돌아가기 전, 부대를 한 바퀴 걸어보자고 제안했을 때까지만 해도 부관들은 그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제독은 군에 완벽히 동화된 이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군에 소속감을 느끼지 않은 이도 아니었다. 군에 대한 애착이 있겠거니, 지레짐작한 그들은 선선히 그를 따라 걷기로 했다.

부관들이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제독이 길을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산들산들한 바람이 불어와 코끝을 간질였다. 그들은 수많은 연습용 전투기들을 지나, 비행장을 거쳐, 코너를 여러 번 돌아 대부분의 영관급들이 근무하는 별관 건물까지 다다랐다. 이 긴 여정에도 지치지 않는 건지, 제독의 걸음걸이는 일정했다. 따르는 부관들이 손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는 동안에도 그는 마치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앞으로만 나아갔다.


이윽고 어느 오피스에 이르렀을 때, 그의 발이 우뚝 멈췄다.



Cap. Pete Mitchell



제독은 이름이 새겨진 문패를 한 두 번 정도 쓰다듬고 그 옆에 나있는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관들은 뒤에서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며 그의 행동을 지켜볼 뿐이었다. 창 너머 공간에는 커다란 사무용 책상과 대비되는 작은 체구의 대령이 짧은 머리칼을 쥐어뜯어대며 서류 작업에 한참이었다.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건지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였으나 안타깝게도 그 소리가 제독의 귓가까지 들리진 않았다.



"귀엽지 않나?"



사적인 이야기를 원체 하지 않는 분이 스몰톡을 시전하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당황한 부관이 대답하지 않아도 제독은 상관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시선은 오롯이 그에게 향한 채로.



"여전히 서류 읽는 걸 좋아하지 않지. 그런 대령의 일관성은 귀여운 편이고."



제독의 입술이 호선을 그려대는 걸 멈추지 않았다. 따사로운 눈빛을 한참 쏟아내던 그가 발을 돌리자, 한 부관이 물었다.



"ㅇ,인사는 안 하십니까?"
"대령은 공적인 자리에서 내가 아는 척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 그것마저도 귀여운 편이고."
"앗."
"그럼 가지. 곧 점심시간이겠군."



벙 찐 부관들을 뒤로 한 채 제독은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스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