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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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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어? 앰뷸런스는? 너네 손가락이 없어? 왜 삐용삐용 소리가 안 나냐고, 부르라고한지가 언젠데! 시발 진짜 아파 뒤지겠다고. 이 새끼는 왜 아직도 이러고 있는 거야. 이정도면 나도 좀 느껴야 되는 거 아니야? 왜 아프기만해... 어이 거기 너 상황 좀 설명 좀 해봐, 몰골이 영 아니니까 보지는 말고.

전신에 머스타드 소스를 잔뜩 바른듯 코스튬을 한 남자가 시체더미 위에서 마치 ‘그것’을 연상시키는 행위를 하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를 흔적들이 아래에 깔린 '시체'를 뒤덮어 마치 변태하기 전 애벌레의 형태를 띄고 있다.
후에 이 일에 대해 데드풀은 이렇게 말하고는했다.
에일리언의 입에서 태어나는 기분을 네가 아느냐고.
그럴 때면 울버린은 잘생긴 미간을 한껏 구기며 사과하려 들었고 그런 그를 보며 데드풀은 깔깔거리다 소파에서 넘어지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건 다 한참 후 시간이 지나서 그때 그랬었지? 정도의 기억이 가물하게 남았을 때쯤의 이야기였고. 지금 그 이야기의 중심인 데드풀은 제 위에 올라탄 이 머스타드 덩어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사실 가능하긴했다. 찢어버리지는 못해도 멈출 방법이.
닥터스트레인지의 손동작을 따라하며 허공을 향해 팔을 뻗은 그는 곧바로 저지하는 울버린의 동작에 그나마 멀쩡하던 팔마저 꺾여버렸고 비명을 내지르며 악을 질렀다.
- 시발, 내가 그짓까지 너한테 하고 싶지는 않다고.

사실 그 방법이라는게 팔이 꺾인 지금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성은 있었다. 제가 알기론 아다만티움으로 만든 총알이라면- 그걸 머리에 쏴서 저 녀석을 기절시킨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일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견딜 자신이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라고? 고작 잠깐 미쳐버린놈한테 아다를 따였다고 머리에 총을 쏴? 그럴 순 없었다.
익숙하진 않지만 고통은 곧 익숙해진다. 그게 여태껏 살면서 제가 배운 것들이었다. 힐링팩터라는 게 그랬다. 지금 이 고통은 곧 익숙해질 것이다. 비록 몇 번의 기절과 죽음이 저를 찌르고 갈라놓고 쥐어뜯겠지만. 조금만 참으면 녀석이 제정신으로 돌아오진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시발 고통이 익숙해지긴, 빌어먹을 힐링팩터! 차라리 기절시켜줘. 하고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래도 여전히 아다만티움 총알은 안된다는 게 결론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를 너무 많이 좋아해. 날 잊기라도 한다면 정말 견딜 수 없을 거야 울비- 그러니까

- 시발 비키라고 고릴라야! 정신차려 미친놈아!

하고 발버둥을 쳐본다. 뭔지모를 저녀석의 분이 풀릴 때까지. 정신을 차리고 저를 안아들고는 미안하다고 이마에 입이나 맞춰주며 다정하게 속삭일 때까지. 그럴리는 절대 없겠지만.
- 울비, 후회하지 말고 진짜 멈춰야해 너 지금 나를 18번째 죽이고 있다는 것만 기억하라고.

안쪽 깊숙한 곳까지 치고 올라오자 비릿한 냄새와 함께 토기가 올라온다. 말 한마디 뱉는 것조차 힘이 들어 띄엄띄엄 겨우 자음과 모음을 맞추어 소리를 만든다.

- 로건. 나 집에 가고싶어
또 한번 열아홉번째 세상과 작별을 고한다.

그리고 다시 스무번째 세상을 맞이했었을 때, 데드풀은 또 생각했다. 그냥 쏴버릴까.
도대체 뭐 때문에 눈이 돌아서 저에게 이런 더티한 욕정을 풀고 있는 거냐고. 제 왼쪽 건벨트에 곱게 모셔진 한발이 자꾸만 간절해졌다(어디서 구했는지는 비밀이지만). 똑딱이만 열면 한 발쯤이야 저 작은 머리통에 처박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 그 똑딱이를 여는 게 힘들었지만.
아까 눈을 감았을 때와는 또다른 체위에 이제는 제 팔이 어디에 있고 다리는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기를 멈추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식이라면 일반인은 죽을 거 같았거든.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저 Crayon Shin Chan의 눈이 반은 돌아온 거 같아서. 그래서 입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계속해 그를 부르기 시작했다.

­- 로건, 로건. 나야. 정신차려
이제야 어느정도 제 말이 들리는지 저를 보며 눈쌀을 찌푸리고는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
- 로건. 내 말 들려? 그래 그래 잘 하고 있어. 정신 좀 차려봐. 좆같은 건, 아니 좆은 좀 치워주고.

도저히 눈뜨고 봐줄 수 없는 광경에 웨이드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피인지 정액인지 모르는 것이 제 엉덩이 사이에서 흘러내리고 다리 사이 자리 잡은 로건의 그것이 앞뒤로 왕복운동하는 게 너무 자세히 보여서 웨이드는 두 눈을 찔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았다며 죽어야지 죽어야지, 근데 40대에 복상사로 뒤지는 건 호상이라고 할 수 있나? 이딴말이나 내뱉으며 로건이 정신을 찾고 물러나기를 수없이 반복해 빌었다.

- 있지 로건. 내 말 들리는 거면, 아니 안 들려도 들리는 척 좀 해줘. 네가 이 빌어먹을 좆같은 짓을 멈추잖아? 너 정신차리면 딱 내 심정 같을 거거든? 근데 다 용서해줄게. 미친 외계인의 알이 그런 거니까, 넌 뭐 미쳐서 내 아다를 가져간 죄밖에 없으니까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준다 이거야. 근데 나를 책임지겠다는둥 결혼하자는둥 그딴 소리하면 진짜 아다만티움총알을 내 똥꼬같이 좁고 작은 네 머리통에 박아줄 거니까... 오늘까지만이야.

웨이드의 팔이 축 늘어짐과 동시에 로건이 그의 몸을 들어 제 무릎 위로 앉히고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신을 잃은 웨이드의 목이 제대로 가눠지지 않아 앞뒤로 마구 흔들리다 로건의 목덜미 근처에 겨우 고정된다. 아직까지 연결된 아래에서는 하얀 거품이 일어나 찰박이는 소리로 적막한 공간을 가득 메운다.
그렇게 스물한번째 죽음과 기절을 맞이한 웨이드였다.

얼마 뒤 눈을 떴을 땐 제 옆에 무릎을 꿇은 채 멍하게 있는 로건이 보였다.
- ...괜찮나?
온 몸이 땅 아래로 꺼지는 기분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기운이 빠지고 목은 쉬었는지 성대가 끊기기라도했는지 겨우 소리가 삐져나온다.
- 어, 그거 내가 할 말인데. 울비 괜찮아? 난 보다시피 멀쩡해
- 내가 너를, 널... 내가
횡설수설하는 로건을 진정시키려 겨우 일어나 앉아 마주보곤
- 그래 너도 충격적이겠지. 하지만 나 말짱해. 아무렇지도 않아. 그건 네가 제일 잘 알잖아.
- 미안하다. 나도 왜 그랬는지 알 수가,
- 당연히 없겠지. 그나저나 내 바지 좀 찾아줄래? 네가 찢어버려서 뭐라도 입어야 될 거 같거든. 밖에 나갔다가 풍기문란으로 네가 나 대신 잡혀갈 게 아니라면 말이야. 그리고 뭐 나쁘지 않게 나도 즐겼으니까 걱정 마.
- 미안하다. 내가 ㅊ
- 책임진다는 개소리했다가는 널 죽여버릴 거야
웨이드의 눈이 흉흉하게 빛이났다. 아까 했던 소리가 거짓은 아니었던 건지 주변에 널부러져있던 카타나까지 챙겨 손에 쥔채다.
- 같잖은 동정이나 할 거면 꺼져버려. 난 네가 책임질만큼 약하지 않아.
- 미안하다.
- 미안하면 가는 길에 치미창가는 네가 사


내가 일할 땐 지갑을 안 챙겨서말이지.
거기 너희들도 괜찮으면 좀 던져주던가. 환전은 저 머스타드 덩어리가 할 거니까 걱정 말고.
그럼 오늘 배터지게 치미창가나 즐겨볼까.










아... 로건 이 개애애새끼야! 내 소중한 치미창가를 넣을자리에 이게 뭐야, 얼마를 싸지른 거야. 인생에 도움이 1도 안 되는 새끼 빌어먹을새끼 이십알붕알두개인색기야! 정신차렸으면 나 뒤졌을 때 뒤처리나 해놓던가, 아 이새끼 안들리는 척하네. 야? 어이 뮤턴트, 넌 최악의 울버린이야! 내가 최악중에 최악을 주워왔어.
어, 어 왜 오는데? 나 때리려고? 때려봐 때려보라고 어?!


로건은 조심스럽게 떨어진 놈들의 자켓을 주워 덮어주고는 가뿐히 웨이드를 들어올린다. 몸이 붕 뜨는 느낌에 팔을 뻗어보지만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 않아 정말 시체라도 된듯 축 늘어진다.
아- 살아있는 시체따위 역겨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올려다 본 얼굴에 잠시 생각을 멈춘다.
- 미안. 집에가서 해줄게 조금만 참아
그리고 그들이 빠져나오길 기다렸다는듯 건물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 야. 얼굴 쓰는 거 반칙이야. 누가 이럴 때 얼굴 쓰래
- 미안
- 치미창가 까먹지 마
- 알았어
- 얼굴 쓰지 말라니까
- 뭘 쓰지 말라는 거야
- 지금! 얼굴 공격하고 있잖아. 내가 아무 말 못하게
- 아무 것도 안 했어
- 그래 나 혼자만 열받지!




로건덷풀 풀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