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멋있네요, 프레디. 그 넥타이에는 내가 선물한 하늘색 셔츠가 더 잘 어울렸겠지만요. 내일은 꼭 입어주길 바라요.'


매일 아침마다 발신자표시제한 번호로 오는 문자. 아무리 번호를 바꿔도 문자는 멈추지 않았어. 이제는 밤마다 프레디를 따라오는 발걸음이 들려. 프레디가 뛰면 그 사람도 같이 뛰고, 프레디가 멈추면 그 사람도 멈춰. 스토커는 대체 어떻게 보는 건지 프레디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어. 프레디가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마치 옆에서 같이 보고 있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문자가 와. 당연히 신고도 해 봤지만 경찰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대. 신경이 곤두선 프레디는 스스로 해결하기로 했어.









생각보다 앳된 여자였어. 조그만 몸에 얼마나 뒤틀린 생각이 들어있으면 그런 짓을 했을까? 묶은 채로 몇 시간 방치하니 드디어 조용해졌어. 이제 좀 대화가 통할 것 같아.


철거덕하는 소리가 들리자 여자가 눈물 번진 얼굴로 소리 나는 쪽을 돌아봤어. 잔뜩 긴장한 여자는 프레디가 들어오자 반색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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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는 침이 묻은 재갈을 풀고 여자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 당신 덕분에 살았다, 역시 당신이 구하러 올 줄 알았다고 쏟아내던 여자는 점점 말수가 없어져.


"....당신이 한 거예요?"

"네가 바란 거잖아, 허니."

"아, 아니에요."

"순진한 척하지 마. 내가 널 납치해서 가둬주길 바랐잖아. 날 사랑한다며, 평생 함께 해야지."

프레디는 허니의 손을 억지로 펴 칼을 갖다댔어.

"말뿐인 사랑을 어떻게 믿겠어. 난 절대 사라지지 않는 증거를 원해. 네 번째 손가락은 내가 가져갈게. 빈 자리를 보며 영원히 날 기억할 수 있도록."


프레디가 칼에 힘을 주자 허니의 손가락에서 피가 흘렀어. 허니는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어.


"악! 그만,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허니, 고작 이거에 놀라면 어떡해. 이제 시작인데. 나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며."

"다시는, 안 할게요. 제발 풀어주세요. 제발요. 당신 쪽은 쳐다도 안 볼게요. 아무한테도 안 말할게요."

"왜 이래, 허니. 날 사랑하지 않아? 이 고통만 참으면 나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어."


허니는 온몸을 주체할 수 없이 떨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어. 프레디가 아쉽다는 듯 칼을 내려놓고 허니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어.


"이번에는 그냥 보내줄게. 하지만 다시 내 눈에 띄면 그 땐 절대 안 놔줄 거야."


프레디가 허니를 풀어주자 허니가 미친 듯 내달렸어. 몇 번이나 넘어졌지만 아픈 기색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어.




















허니는 새로운 사람과 사랑에 빠졌어. 예전의 그와는 정반대의 사람이야.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거야. 허니는 새로운 그가 외출한 동안 그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식탁 위에 선물을 올려뒀어.



연애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모든 게 풋풋해. 그의 발걸음 속도에 맞춰 뒤따르는 것도 예전과는 달라. 프레디의 걸음걸이는, 아니야. 그 사람 생각은 안 할 거야. 과거가 뭐가 중요해, 앞만 보고 살아야지.


지나치게 앞만 보고 걸었던 허니는 뒤에서 뻗어오는 손을 피하지 못했어. 커다란 손은 허니의 코와 입을 막았고 허니가 기절할 때까지 떨어지지 않았어.












이럴 리 없어. 난 그 뒤로 프레디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왜 똑같은 장소에 잡혀온 거지? 아니야, 난 지금 꿈을 꾸는 거야.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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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허니의 눈동자가 빠르게 돌아갔어.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했잖아."

'당신 눈에 안 띄었잖아요!'


프레디는 허니의 머릿속을 읽은 듯 대답했어.


"너는 그랬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널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다른 놈만 안 건드렸다면 모른 척 지나갔을 텐데 다른 놈한테 치근덕거리는 게 아주 거슬렸거든."

"......"

"나만 사랑한다고 해놓고."


허니는 파랗게 질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어쨌든 상관 없어. 이제 정말 나만 보게 될 거니까."

뒤를 돌던 프레디는 뭔가 생각이 나 환하게 웃었어.

"아, 그리고 손가락 말인데. 지난 번에 너무 아파하는 것 같아서. 특별히 마취제를 준비했어. 푹 자고 일어나면 끝나 있을 거야."

잘 자. 프레디가 허니 귀에 속삭이며 팔에 뭔가를 주사했어.




그리고 정적.


프레디여우너붕붕 프레디폭스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