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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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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은 강대국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어. 늙은 왕이 늘그막에 생긴 아들이라 금이야 옥이야 키워서 그냥 망나니 왕자임. 배다른 형이 있는데 족히 20살은 넘게 차이 났어. 애초에 왕도, 밑에 신하들도, 심지어 국민들조차 칼럼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었어. 칼럼은 더더욱 이 생활에 만족했지. 남자 여자 할 거 없이 쾌락을 위해 붙어먹고 심심할 때면 옆 나라 약소국에 전쟁놀이하러 쳐들어가고, 친구들 불러 매일같이 파티에 그저 망나니 왕자님으로 살아가고 있었어.



 
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시고, 당연한 수순으로 형은 왕이 되었어. 형은 왕이 되면서 후세를 이어야 한다는 압박을 심하게 받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형은 아버지를 닮아 불임에 가까운 생식기능저하가 있었어. 그러니 아버지도 수많은 여자를 거느리고 살았어도 자식은 둘밖에 없지.

형은 왕자로 지내는 동안 후세를 잇기 위해 왕세자비뿐만 아니라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가졌지만, 왕이 된 지금까지도 아이가 없었어. 이쯤 되면 형은 불임이 확실한 상태였고, 그걸 형 자신도 알고 있었지만 신하들은 아무도 그 사실을 언급하지 못했어. 형은 나이가 들면서 신하들이 자꾸 어린 여자들을 데려오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자존심이 상해 있었지. 그는 "네가 못나서 내가 이런 것이다. 네가 이 모양인데 내가 너를 안고 싶겠느냐"라고 말하며 폭력적인 태도로 여자들을 대했으나 칼럼은 그저 강 건너 불구경임.



배다른 형이긴 하지만, 칼럼은 딱히 형을 친형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태어날 때부터 형은 이미 20살이 넘는 성인이었고, 칼럼과 독대를 해본 적도 없으니깐. 형 또한 칼럼이 동생도, 후계자로서 자신을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했어. 그저 아버지가 안은 수많은 여자들 중 운 좋게 태어난 새끼에 불과하다고 여겼지. 칼럼은 형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고, 오히려 고마운 존재로 여겼어. 형은 자신보다 먼저 태어나줘서 자신은 정치 따위는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아버지의 사랑도 한껏 받았고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니깐. 물론 칼럼도 왕자니까 다른 왕국의 공주와 정략결혼할 약속이 있었지만, 칼럼은 결혼에 대한 뜻이 없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 약속을 흐지부지 만들었어.





근데 그저 망나니인 줄 알았던 칼럼이 미치광이가 된 건 어느 한순간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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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20살은 넘게 차이 나는 형이 새왕비로 데려온 상대가 바로 칼럼이 원래 정략결혼할 예정이었던 오스틴이었어. 이유는 없고, 그냥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지. 주변의 다른 공주들은 나이가 차서 다 결혼을 했고 오스틴은 칼럼과의 정략혼을 기다리며 참아왔는데, 칼럼이 그 약속을 흐지부지 만들어버렸으니 왕은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고, '마침 어린 공주도 필요하니… 내가 책임지겠다.' 이렇게 된 거지. 그리고 칼럼은 처음 본 제 원래 정혼자에게 한눈에 반했어. 예쁘고 큰 눈, 하늘하늘한 금발, 수줍게 웃는 미소. 그리고 본래 자신을 것인데 뺏겼다는 유아적인 성질까지.




그렇게 형과 오스틴은 결혼 준비가 진행되면서, 칼럼은 어린 공주가 왕의 폭력적인 성격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어. 시간이 흘러 결혼식이 일주일 정도 남았을 즈음, 칼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형의 접견실로 처음으로 찾아갔어.
 


“공주를 돌려줬으면 하는데, 다시 내 정혼자로.”
“지 어미를 닮아 예의가 없구나.”


왕은 칼럼을 쳐다보지도 않고 서류만 읽으며, 그 흔한 차 한 잔 가지고 오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어.


"그리고 그 공주는 이제 내 것이야. 정혼자 하나 바라본다고 아직까지 처녀라지. 이번 주 결혼식을 하면 내가 공주의 초야 상대가 되겠군."
"..."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 내가 왕으로 있는 이 나라에서 네가 내 것을 탐할 수는 없다 이 말이야. 내 허락 없이는 차 한 잔도 못 받아 마시는 것처럼.”
"... 잘 알겠습니다. 폐하."



살면서 칼럼에게 처음 듣는 폐하 소리였지. 형은 여전히 시선 하나 주지 않은 채 서류를 읽으며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었어. 하지만 이 폐하 소리는 칼럼에게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듣는 소리겠지. 그날 밤, 칼럼이 형의 처소에 찾아가 형을 죽였거든.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형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



"내.. 내가 오늘.. 너의.. 어미를 욕보여서.. 이러는 것이냐..? 그렇다면.. 내 .. 내 사과를.."
"아니. 얼굴도 모르는 어미 따위 그저 살면서 처음으로 왕을 것이 탐나. 애초에 내꺼니깐 내가 다시 가져가는 게 맞지. 그러게 아까 준다고 했으면 얼마나 좋아."


처소를 지키는 병사들도, 왕을 따르는 신하들도 칼럼이 어린 시절 전쟁놀이를 하던 그 군대를 끌고 와 반란을 일으켰어. 후세가 없는 왕이 서거했으니, 또 한 번 당연한 수순으로 칼럼이 왕좌를 차지했지. 칼럼은 자신을 신하들에게 당부하듯 말했어.


“내가 왕을 죽인 것을 국민들이 아는 것은 상관없으나 정혼자는 안 된다. 그러니 나의 형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 예. 폐하"


왕을 따르는 신하들도 죽였고, 왕의 서거로 국가적 애도 기간을 거친 후 나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지. 나라가 다시 안정될 시간이 지나고, 칼럼은 바로 자신을 정혼자를 찾아갔어.


 

오스틴은 당황스러웠어. 원래의 정혼자는 자신을 싫어하는 줄 알았고, 나이 많은 그의 형에게 시집을 가는 줄 알았는데 형이 스스로 자결하고, 원래 정혼자가 그 나라의 왕이 되다니… 자신은 이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구나 싶었어. 두 번이나 파혼을 당했는데, 누가 자신과 결혼을 하겠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중 칼럼이 찾아온 거야.



"늦었지만, 나와 결혼해 주겠소?"

"...저를 찾아오시는 길이 많이 어려우셨나 봅니다."

"많이 돌아왔지. 그래도 다시 찾아 다행이오. 나의 정혼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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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은 제 앞에 다가온 칼럼의 크고 두툼한 손을 조심스럽게 쥐었고 칼럼은 제 손위로 올라온 희고 여린 오스틴 손등을 소중한 것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어.



오스틴은 약소국 출신 공주로서 이 상황에서 이러자 저러자 말할 처지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이 많은 형보다는 차라리 칼럼이 제 원래 정혼자였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분명 자신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단지 자신의 착각이었던 것처럼, 칼럼은 오스틴에게 지극정성이었어.


결혼 후 선대가 불임에 가까워 오스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다행히도 둘이 결혼한 지 3개월 채 되지 않았는데 오스틴이 임신하게 된 거야. 임신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으나 입덧이 심한 것은 아니라 칼럼도 오스틴도 둘 다 임신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어. 칼럼은 그저 오스틴이 자기 나라가 그리워 생긴 향수병 같은 마음의 병일 거라 추측하고 오스틴이 살던 나라의 국화 장미를 처소 앞 정원에 잔뜩 심으라 명하였지. 새빨간 장미 넝쿨을 보며 오스틴을 뛸 듯이 좋아했지만 몸 상태는 전처럼 돌아오지 못했어. 이쯤 되면 칼럼도 걱정이 가득해 당장 의사를 불러라 명하였어. 처소에 누워 진단한 의사는 조심히 칼럼 눈치를 보며 말했어.


"아무래도.. 임신을 하신 거 같습니다."
"... 확실하느냐."
"예, 폐하 왕자를 잉태하신 거 같습니다."


그 소리에 오스틴은 수줍게 웃었고, 칼럼은 자꾸만 굳어지는 얼굴을 애써 감췄어. 그리고 신하들은 후세 소식에 기쁘면서도 태어날 왕자님이 왕비를 닮길 바라고 바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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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왕비의 처소 앞 정원에는 오스틴이 좋아하는 장미가 여기저기 피어 있었어. 오스틴은 그중에서도 새빨간 장미를 가장 좋아했지. 시간이 날 때마다 그 장미 넝쿨로 들어가 부른 배를 안고 향을 맡고 구경하곤 했으니 말이야. 새빨간 장미를 보고 있는 신하들과 병사들만이 칼럼이 형을 죽인 그날을 회상하고 있었어. 새빨간 피로 물든 왕의 처소를.







칼럼오틴버
2024.10.03 21:31
ㅇㅇ
모바일
센세 이렇개 맛있는 프롤로그가...!!! 칼럼 오틴버 늦게나마 보고 반해서 바로 미친놈되는거 꿀맛이네요 선생님 백나더로 압해해주실거죠ㅠㅠㅠㅠㅠ
[Code: 2dad]
2024.10.03 21:35
ㅇㅇ
모바일
미친미친....사랑 하나때문에 망나니에서 미친놈이 되다니요 센세 아니 와😇😇😇 그리고 자기애 임신했다는데 표정 굳어지는거 진짜 미친 와😇😇😇😇😇😇
[Code: ee32]
2024.10.03 21:48
ㅇㅇ
모바일
센세 제가 이런거 좋아하는거또 어찌 아시고 이런 존맛썰을ㅜㅜㅜㅜㅜ 망나니에서 사랑때문에 눈깔 돌아버리는 미친놈 덷쎅하다고요ㅜㅜㅜㅜ 토지만큼 압나더해주실거죠? 여기서 끝일리가 없어 제발 압나더 주세요ㅜㅜㅜ 나 기다린다 센세!!!!!!!!!!!!!!!!!!!!!!!!!!!!
[Code: 3f51]
2024.10.03 22:31
ㅇㅇ
캬 미친놈인데 순정남인거까지 진짜 존나 좋다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애 임신에 왜 표정 굳어지는거지 개무서워..
[Code: 2644]
2024.10.03 23:55
ㅇㅇ
모바일
신하한테 시켜서 만든 애인가???!!!
[Code: ff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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