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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02:08
그것은 강배코 포슬포슬 병아리 머리 쓰담쓰담하는 서탱......

뭐 대충 그것이 처음 시작된 건 백호 재활에서 농구부 복귀한지 얼마 안되던 시점, 아직 실전 감각 끌어올리던 중에 뭐 잘 안되니까 백호가 좀 시무룩한 티 내거나 왈칵 속상함을 성질내듯이 표출한거지. 그래서 태웅이가 딱 심각하게 막아세우더니 머리에 손 딱 얹더니, 손가락 사이로 삐죽 돋아난 짧은 머리카락이 막 엉망이 되도록 복복복복을 시전함. 얼타고 있던 강배코. 야이씨 여우자식 너 미쳤냐!!!!!! 이 천재의 머리에 뭐하는 짓이야!!! 당장 손 안 떼!! 이러면서 머리감싸고 날뛰기 시작하는데 서탱 그러겠지.

- '아기' 치고는 잘 하고 있어.

- 뭐라고?

- 농구인생 1년도 안된 네가 그럼 아기지 뭐야.

- 너이씨 이 천재 강백호님한테 감히 젖비린내난다고 욕한거냐

- ...멀었어.

- 뭐라고 다시 말해봐.

- ......그러니까, 선수인생 '끝'을, 벌써 걱정하지 말라고.
넌 아직 거기까지 가보지도 못했으니까. 멍청아.

- .........


그때 살짝 묘하기도 하고, 가슴이 덜컹, 울렁, 비슷하게 울리고 흔들리는 감정을 느끼고 그게 백호 안에서 여우 캐해 결정적으로 바뀐 1차 전환기였겠지. 그리고 이후에도 고교시절 내내 서탱이 강배코 놀리고 훈수질할때 머리 복복복 북북북 쓱쓱쓱을 시전하는데
10대의 강백호는 그래도 몰랐을거야. 미국에서 그 손의 감촉과 온도를 그렇게 그리워하게 될 줄은.


...


zip zip하고 백탱 미국 유학갔는데 지역이 다름에도 이상하게 서탱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고 여우 가족들도(!) 백호를 잘 알고 있어서 백호 긱사랑 방 호실 바뀔때마다 뭐를 잔뜩 국제우편으로 보내주심. 뭐냐 이거. 이 무슨 일년에 혼자 명절을 2주에 한 번씩 맞이하는 기분은. 이렇게 뭐 선물세트 딸려보내듯 안부 전할거면 직접 얼굴 보는게 낫지 않냐 여우자식도 참. 이렇게 생각하면서 괜히 제 머리를 복복복 긁적거려보는 배코임. 근데 이번엔 ㄹㅇ 택배에 여우가 쓴 카드가 같이 딸려온거임. 뭐? 이번 vacation에 여기로 와?


...


그래서 서로 거진 몇 년만에 얼굴 보는데 물리적 거리가 더한 건 어색함인지 애틋함인지. 서로 말없이 바라보다가 태웅이가 겨우

- 하나도 안 변했네 미친 빨강머리 멍청이.

- 뭐래 이 검머 구미호가!!!

선빵갈겨서 이렇게 한번 치고받은 뒤에야 겨우 좀 예전 텐션 되찾은 백호태웅이었지. 그리고 밥도 먹고 어른이니까 둘다 술도 마시고......하다가 술취한 백호 방으로 데려다주던 길에 이벤트가 생겨버린거지

- 아 진짜 무겁네 멍청이. 술도 못하는 거 같던데 뭘 그리 처마셔.

- ...몰라서.....물어........서태웅...........너 한번이라도 이겨보겠다잖냐.......내가....

- 지랄하네. 이길거면 농구로 이기던가.

- .........

- 야. 멍청이. 자냐?

- .............

- 야. 나 네 방까지 여기서 어떻게 가는지 몰라.

- ...........

- ......야, 강백호.....



그래서 결국 번화가 골목 있는 모텔에 기절한 강백호 들쳐메고 와서 침대에 눕히고 어쩌지. 멍-때리고 있던 서애웅임. 이대로 냅두는 게 낫나. 아니면 겉옷이라도 벗...아니 근데 지금 얘한테 내가 손대서 옷벗기면 괜히 분위기 이상해지지 않나. 아무래도 장소가 좀. 이러면서 속으로 엄청 떠들고 있던 서탱인데 강배코 목소리가 들림.

- ......어.....여기 어디야?

- 정신이 드냐 멍청아.

- .......머리가 불타는 거 같아......

- 응. 네 머리는 원래 항상 불타고 있었고.

- .....진짜 미안한데.......물.......


쟤가 나한테 미안하단 소리를 다하네. 싶어 조금 놀랐지만 방 안에 있던 미니 자판기에 잔돈을 넣어 손에 다 차지도 않는 조그만 생수병을 뽑아주는 태웅. 이놈의 아메리카는 리터럴리 숨만 쉬고 물만 마셔도 돈이지.

- 이거 마실 수는 있냐?

- 어. 줘. 내가 마시게. 고마워.


'고마워'라니.
너 진짜 이상해. 그냥 자연스럽게 어른으로 길들여지면서 갖추게 된 매너야, 아니면, 아니면......

뭔가 아까 거리에서 백호를 부축할 때부터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위화감. 내가 기억하는 강백호와 지금의 강백호는 '다르다'는 느낌이 계속 태웅의 가슴을 스산하고 찌릿하게 만지면서 심플한 머릿속에 복잡하고 이상한 상념들을 마구 채워감.


- 너, 무슨 일 있지. 미국 온 뒤로.


결국 입속을 맴돌던 말은 밖으로 튀어나와 버리지.


- .......

- 아까 전부터, 이상했어. 내가 아는 멍청이, 강백호 같지 않아.

- 뭐가 그렇게 이상한데.


다 집어 말하자면 이상하게 캥기는 부분은 꽤 많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말을 길게 늘이는 건 서태웅같지도 않고 별로니까 태웅이는 핵심만 골라 전달하기로 해.


- 너, 나랑 있을 때 '천재'라는 말을 안 썼어. 단 한 번도.

- 천재가 아니니까.

- 뭐?

- 나, 천재 아니야. 이제 알아. 나도 어른이야. 고등학교 졸업했고, 프로들 코치들 크리틱도 받고 이제 다 알아 알 거. 내 '수준', 내 '분수'.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안 맞춰줘도 돼. 내 애새끼같은 장난에...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너 북산에서 했던 농구가 그럼 장난이었냐? 우리랑 같이 한 농구가 장난이었어? 나.....나랑 같이 한 농구가 그럼 그게 다 장난이냐고

- ...너희는 장난이 아니지. 근데 나는, 사실 너희랑 처음부터 너무 달랐잖아. 시작점부터

- 너 자꾸 얼 빠진놈 같은 소리할거면 당장 나가서 바람이나 쐐. 술이나 깨고 말해 이 바보 등신 머저리야.

- ....있잖아......이제와서, 여기까지 와서, 이런 얘기하기 미안한데, 나 사실 여기 있을 자격이......

- 여기서 뭔 개소리를 듣고 다녔는진 모르지만 내 농구까지 장난으로,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들지 마!

- ......태웅아.

- ...........이런 꼴 보자고 나도 죽어라 미국 온 거 아니야. 너 이러는 거 보려고 내가.........


울컥함에 말문이 막혀 차마 그 다음의 마음을 밖으로 토해내지 못하는 태웅이의 모습에 백호는 그만 무너지고 말아.


- 태웅아. 진짜, 진짜로 내가 너한테 너무 고맙고 미안한데,
나 더 이상 못하겠어. 난, 난, 난, 그냥......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된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고칠 수도 없어. 못하겠어. 슬럼프가 안 끝나. 예전같았으면 내멋대로 주변사람 힘들게 고집부렸겠지만 이제는 그렇게 못해. 난 글러먹었어. 더 이상 모두를 속이면서까지 농구, 하고 싶지 않아. 애초에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 그만할래. 나 못해. 난 글렀어. 못해. 포기할래. 그만한다고. 나 다 그만두고 싶어 태웅아.......


그렇게 고개를 땅에 떨어뜨리고 주먹을 쥐고, 눈물을 쏟아가며 갈라진 목소리를 토해내던 백호를 어느 새 그림자가 다가와 감싸더니 크고, 강하고 따스한 팔 안으로 넘어뜨려지지.

그리고, 언젠가처럼 머리를 간지럽히는 크고 따스한 손. 멀리서 보면 그냥 왠지 모르게 닿으면 차가울 것 같은 손인데 막상 닿으면 그렇게 따뜻하고 편안할 수 없는 그 아이의 손. 예전의 온기를 간직한 그 손이, 백호의 머리를 예전과 다른 부드러움과 섬세함을 담아 쓰다듬고, 다른 한 손으론 등을 눌러 태웅이의 품 안으로 단단히 붙잡고, 더 가까이 붙잡고 있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온도와 감촉을, 봄날의 햇살처럼, 가을의 노을처럼, 그렇게 온 힘을 다해 너라는 세상에 부딪히고 관통하는 그 생명의 근원처럼, 있는 힘을 다해 전해주고 싶어서.


- 이래도 계속 이상한 소리할래, 멍청아?

- .....나는, 난.......

- 너는, 잘못되지 않았어. 응. 잘못된 적 없어. 글러먹지도 않았어.


누가 뭐라고 했든 너 혼자 삽질했든 네가 생각하는 그건 네 '진짜'가 아니야.

나 너 믿어.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까...


- ...안아줘.

- 응?

- 계속, 계속 이렇게 안아줘. 만져줘. 쓰다듬어줘. 다정한 말이랑 표정을......오늘밤 내내 듣고 싶어.


온몸으로 떨면서, 울먹이면서 마음을 전하는 백호의 두 손도 어느 새 태웅이의 뺨과 등허리에 얹어져 있고, 눈과 눈을 통해 침묵으로 교감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게 되고, 그렇게 처음으로 밤을 같이 보내게 되지.



...


그날 밤 밤새 꿈속에서 그리운 분의 무릎에 눕고 품에 안기고 등에 업혀서 잔뜩 애교와 응석을 부렸던 강백호 어린이는 눈을 떠서 맨몸의 여우를 안고 있는 현실을 보고 으악 소리를 질러 기절잠에 빠져있던 서탱을 같이 깨워버리지.


- 놀랐잖아 이 멍청아......

- 아니 여우야 빨리 일어나서 우리 봐봐 안놀라게 생겼...... 하 어젯밤에 내가 졸라 취해서...그래 졸라 취했지...강백호 이 미친놈아....하....일단 진짜 너무 미안하고

- 미안해하지 말라고 어제 내가 안그랬냐? 졸라 이상하다고. 너답지 않다고.

- 그래도...

- 왜. 네가 나 싫다는 거 힘으로 막 억지로 덮쳤을까봐 쫄았냐.

- .......

- ...잘 하더라, 너. 초짜 치고는.
......'초짜', 맞지?

아니 너는 그런 무슨 민망 숭한 말을......이러면서 얼굴이 머리색이랑 똑같아져서는 막 말을 더듬고 흐리는 백호 보면서 태웅이가 가볍게 손깍지끼겠지.


- 나 추워.

- ....어, 옷....가져다 줄까? 아니면 가운이라도.

- 붙어 있으라고 그냥. 일단은.

- ......응.


그러면서 아까 충격에 박차고 나가느라 들춰졌던 이불 소심하게 원상복귀 시킨다음 조심스럽게 이불 안에 들어와 소심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고개를 돌려 한 이불 덮은 여우를 바라보고 눈 깜빡깜빡.하는 백호겠지.


- 이러니까 부부같네. 소꿉놀이같기도 하고.

다소 태평한 듯한 태웅이의 드립에 그만 얼굴이 터져서 그대로 하늘로 솟아나든 땅으로 꺼지든 하고 싶은 강배코.

- ...어제 좋았어?

- ............뭐뭐뭐뭐뭐가. 설마 '그거'? 난 사실 잘 모르겠고 아무리 결과가 좋았어도 우리가 '그거'를 어제처럼 시작해서는 안됐다고 생각

- 머리 '쓰담쓰담'이? 고등학교 때도 했잖아.

- 아. 아니 내말은.

- 그래 허그는 좀 졸라 어색하긴 했겠다. 고등학교 생각해보면.

- 아니야 너무 좋았어. 고마워.

- .......그래?

- 응. 진심이야.

- 이러고 나 다시는 안보는거 아니냐. 쥐도새도 모르게 막 잠수타고.

- ...안 그럴게.

- ...어디 가지마. 내가 농구를 하는 한. 항상 가까이에 있어......줘.

- .........내가 그래도 돼?

- 너니까.

- 그럼 내가......어, 네 가까이에 항상 있으면......있기 위해서 죽을 힘 살 힘 다해 열심히 노력한다면.........어.......너는......

- 말해봐. 뭐 해주면 돼. 내가.

- ......어제처럼......상냥하게.....칭찬해주고......손잡아주고.....쓰다듬어주고.....안....아주고...

- 그게 그렇게 좋았어?

- 응.

- 언제든지.

- 응?

- 언제든지. 언제든지 와. 그게 내 답이라고.


그러면서 속눈썹 사이로 빛나는 애틋한 눈빛과 은은하게 상기된 얼굴을 보여주고는, 백호를 바라보는 그 자세 그대로 팔을 벌리고 뻗는 태웅이겠지.

그러면 더 이상의 말이 이어지지 않아도, 그 다정한 품 안으로 뛰어들어 잔뜩 온기를 들이마시는 백호였겠지.


이제 어디로 가야 할 지 다시는 헷갈리지 않을거니까.






슬램덩크 백호탑 태웅텀 백호태웅 하나루
2024.04.25 02:57
ㅇㅇ
모바일
아기공 백호랑 마망텀 태웅이 너무 좋다ㅜ 햐 센세의 백탱 최고
[Code: ddce]
2024.04.25 08:44
ㅇㅇ
모바일
하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들어...... 개좋아......센세사랑해요.......🥹
[Code: 9c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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