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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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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개날조임





그러니까 폴이 딘을 처음 만난 것은 아직 폴이 어릴 때였겠지.

이른 아침부터 레토의 손을 잡고 나온 폴은 별로 기분이 좋지 못 했어. 아버지의 친구인지 뭔지 하는 사람이 온다고 말했는데 사실 그런 이야기는 폴의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어. 어린 폴은 그저 이른 아침부터 일어났다는 사실과 날도 우중충한데 비행장에 나와있어야 하는 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조금은 작고 처음 보는 모양의 우주선이 칼라단에 도착하겠지. 그리고 그 안에 나오는 사람은 갑옷을 입고 있었고 심지어 헬멧까지 쓰고 있었겠지.

그런 이상한 모습을 보고도 레토는 반가운 듯 “딘!” 하고 이름을 부르겠지. 그리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딘과 껴안고 오느라 수고했다는 말을 하며 안부를 전하겠지.

어린 폴의 눈에는 그야말로 딘은 이상한 사람이겠지. 식사를 할 때도 딘만이 식사를 하지 않았어. 그리고 그 이상한 헬멧은 왜인지 벗지도 않았지.

그런 딘의 모습에도 레토는 딘을 타박하지 않았어. 대신 식사를 방으로 가져다주겠다는 말을 했고 식사 이후에는 늦은 저녁까지 그와 또 대화를 나누었어.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하고 폴은 생각할 뿐이었지. 그나마 그에게서 이상하지 않은 것은 그의 낮은 목소리 뿐이라고도 생각했어.




딘은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칼라단에 왔어.

딱히 주기를 정하고 온다든가 하는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칼라단을 찾아왔지. 그리고 딘이 칼라단에 네번째로 왔을 때는 폴은 그에게서 꽤나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겠지.

딘을 올 때마다 빈 손으로 오지 않았어. 레토는 당연하고 제시카와 폴의 선물까지 챙겨서 왔지. 심지어 폴의 취향을 어찌나 잘 아는지 저기 아우터림에 있다는 이름 조차 제대로 들어보지 못 한 행성에서만 난다는 광물로 만들어진 칼, 특이한 장신구 등을 가져다주기도 했어.

그쯤 되니 폴은 더이상 딘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대신 얼굴 모를 착한 사람… 정도로 생각했지.

그런 폴이 딘에게 사랑을 빠진 건 폴 본인 조차도 예상하지 못 한 결과였어.

그 날은 딘이 오랜만에 칼라단에 찾아온 날이었고 또 폴의 수행이 더딘 날이었지.

뭐 솔직히 말하면 수업이 마음대로 안 풀리는 날은 언제나 있었지만 그 날은 특히 더 풀리지 않는 날이었어. ‘목소리’의 사용법을 몇 번이고 제시카가 알려줘도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고 무술 시합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거니에게 잔뜩 혼이 난 이후였어.

망할. 폴이 작게 욕을 씹으며 괜히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바닥으로 던졌어. 딱히 그게 화를 삭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그러다가 지나가던 딘이 그런 폴의 모습을 보고 위로를 해주겠지. 사실 큰 위로도 아니었어. 달콤한 말은 해주지 않았고 대신 땅에 떨어진 칼을 폴의 손에 쥐어준 딘이 폴의 뒤에 섰어. 그리고 그의 손등 위로 손을 겹쳐올린 딘이 그대로 폴의 팔을 움직이며 동작을 알려줬지.

“이렇게 하면 본인은 다치지 않고 상대방에게만 타격을 입힐 수 있지.” 헬멧 너머로 귓가를 간질이는 딘의 목소리를 들으며 폴은 기분이 이상해지는 걸 느꼈어.

어쩐지 귀가 좀 뜨거워진 것도 같아.



그러다가 폴이 우연히 딘의 얼굴을 보게 되겠지. 방으로 찾아가 그에게 푸념아닌 푸념을 하려다가 헬멧을 벗은 그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어.

갈색 머리와 갈색 눈. 조금은 지저분한 수염까지.

그런 딘의 얼굴을 마주하고 세차게 뛰는 심장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폴은 공작저 내의 모든 사용인에게까지 들리는 것만 같이 느껴졌지.






헬멧을 쓴 딘을 마주할 때마다 폴은 괜히 얼굴이 빨개지는 것만 같았지. 헬멧 아래의 얼굴이 자꾸만 상상이 갔어. 그리고 그 얼굴을 다시 마주하고 싶었지.

자꾸만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폴은 인정하기로 했어 결국. 자신이 딘에게 느끼는 감정은 그저 아버지 친구에게서 느끼는 호감 뿐이 아니라는걸 말이야.

딘을 좋아하고 있었지.






제 감정을 깨닫고 난 폴은 마음을 먹었어.

성인이 되면 고백해야지. 아직은 그가 자신을 어린 애로만 보니까. 꼭 성인이 되어서 그에게 고백해야지. 그렇게 생각했어.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폴이 예상하지 못 한 일들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말이야.

예를 들어 딘에게 갑자기 예정에도 없던 아이가 생긴다는 일이 그 중 하나였지.

초록색의 피부. 그로구라는 이름. 심지어 아이가 제다이 소속이니 제다이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말까지.

제다이라는 집단은 폴 또한 들어본 적이 있었어. 라이트세이버라는 무기를 쓰며 포스를 다루는 집단. 하지만 그게 칼라단을 떠나 본 적이 없던 그가 아는 전부였지.

그나마 폴보다는 조금 더 많은 정보를 알았던 레토가 딘에게 도움이 될 법 한 정보를 조금 주었어. 그리고 그 정보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딘은 다시 우주선에 올랐지.

평소보다 빠르게 칼라단을 떠난 그를 보며 폴은 조금 서운함을 느꼈어.







몇 개월이나 지났을까, 딘이 다시 칼라단을 찾았지. 이번에는 그가 다시 혼자였어.

그의 설명을 듣자하니, 그는 결국 제다이를 찾았다고 했어. 그 과정에서 생사의 고비를 몇 번이고 넘었지만 결국 운이 좋게 아이의 포스의 기운을 따라 온 제다이를 만나 아이를 그의 동료들의 품에 돌려보냈다는 말을 했어.

“아이가 그립지는 않나요?” 폴의 질문에 딘이 잠시 침묵했지.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어. “다행히 그 선생이 가끔은… 아이를 보러 와도 좋다고 하더라고.”

그 대답을 들은 폴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어.







그랬으면 안 됐다는 걸 알아챈 것은 1년 넘게 지난 이후였지.

오랜만에 또 칼라단을 찾아 온 딘을 보며 폴은 이런저런 안부를 물었어. 그러다가 무심코 물었던 그로구의 안부에 딘이 갑자기 눈에 띄게 조용해진 걸 느꼈어.

그로구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그건 아니었어. 그럼 무슨 일이지? 싶은 폴에게 딘이 조용히 대답하겠지. 최근에는 사정이 생겨 그로구를 잘 찾아가지 못 했다고 말이야.

딘은 더 이상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으나 폴이 느끼기에는 딘이 그렇다고 그로구를 보기 싫어하는 것 같아보이지는 않았지.

그럼 그 제다이라는 자가 문제인가? 거기까지 생각한 폴은 딘에게 슬쩍 물었어. “그 제다이 선생이랑 무슨 일이 있나요?” 그러자 딘이 눈에 띄게 움찔했지.

무슨 일. 폴은 그 말을 사실 큰 의미 없이 뱉었어. 그래봤자 싸움 정도겠거니. 하고 생각했지. 뭐, 선생과 학부모가 아이의 교육관이 달라서 싸우는 일은 흔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폴은 그걸 눈 앞에서 지켜본 당사자였잖아. 물론 폴의 선생은 어머니였던 제시카였고 학부모가 레토였으니 조금 다를 수도 있었지만 말이야.

“그로구를 보러 혼자 가는 것이 좀 그렇다면 저도 같이 가 드릴까요?” 폴이 질문했어. 조금 사심이 담긴 질문이었지. 어쩌면 딘의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그의 우주선 안에도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

딘은 폴의 질문에 잠시 고민했어.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다른 이의 아들을 막 행성 밖으로 데리고 갈 수는 없잖아. 심지어 폴은 아트레이데스 공작 가의 유일한 후계자인데 말이야.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지. 레토의 허락은 생각보다 쉽게 떨어졌고 제시카 또한 다른 사람도 아니고 딘이라면 충분히 믿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다녀오라고 폴에게 인사를 해주었거든.

이때까지만 해도… 폴은 다 괜찮을 줄 알았어.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 딘에게 자신이 기대도 좋은 기둥이라는 걸 보여줄 기회라고도 생각했어.






야빈4는 여러모로 칼라단이 생각나는 행성이었어. 기후나 환경 같은 것들이 말이야. 물론 칼라단에는 있는 저택같은 것은 없었지만.

야빈4에 폴과 딘이 탄 레이저 크래스트가 착륙을 하고 딘은 우주선에서 내리자마자 익숙하게 제다이 사원으로 들어갔지.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어. 그로구도 보이지 않자 폴과 딘은 서로 길을 나누어 그로구를 찾아보기로 했어.

그로구를 먼저 찾은 것은 폴이었어. 그로구는 언젠가 딘과 함께 만났던 익숙한 얼굴인 폴을 경계하지 않았지. 오히려 그에게 먼저 다가와 손을 뻗었어.

안아달라는 듯한 그로구의 모습에 폴은 그로구를 품에 안았어. 그리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어쩌면 이런 제 모습을 보면 딘에게 점수를 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지.

품에 그로구를 안고 폴은 딘이 향했던 곳으로 발을 옮겼어. 그를 찾아 사원으로 돌아가려고 했지. 그리고 얼마나 걸었을까, 숲속에서 낯설고 익숙한 목소리가 얽혀들었어.


”스카이워커…”
“루크요.”


딘의 목소리가 망설이듯 말하자 낯선 다른 목소리가 또 들려왔지.

루크 스카이워커? 폴 또한 그 이름을 알고 있었어. 아마 온 우주가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름이었지. 그야 지난 몇 년 전에 우주를 구한 영웅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었지.

설마 그로구의 선생이라는 자가 저 자인가? 싶은 생각과 함께 폴이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루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지.


”침대 위에서는 잘만 불러주면서 왜 지금은 안 불러주세요?“
”아니… 스카이, 아니 루크.“ 딘이 다급하게 말을 바꾸었지. 그리고 말을 이었어.


”저번은… 실수였습니다.“
”실수요”
“…예.“
”그럼 이것도 실수인가요?“


하는 말과 함께 폴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딘의 헬멧을 벗기고 그에게 입을 맞추는 루크의 모습이겠지.






지옥불 뜨끈하다
폴딘 루크딘 듄 만달 별전쟁 해밀옹페드로 티모시페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