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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3 06:25
둘이 이혼하는데 둘이 같이 함께 살았던 집에 피아노가 있었음. 물론 행맨이 산거고 루스터가 자주 쳐줬겠지. 이혼한 다음 루스터는 그냥 몸이랑 자기 옷가지랑 물건 정도만 들고 나갔고  행맨은 계속 그 집에 살았었음. 그리고 6년쯤 뒤에, 행맨의 부고가 루스터에게도 전해짐. 그런데 행맨의 유언중에 피아노를 루스터에게 주라는 그런 유언이 있었음. 그래서 루스터는 다른 사람에게 건너 듣기 전에 곧바로 행맨의 사망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거.



루스터는 하고 많은 물건들 중에 왜 하필 행맨이 저에게 다른 것도 아니고 피아노를 남겼을까 궁금했음. 행맨이 성격에 이미 이혼한 사이라면 그 무엇도 남기지 않을거라 생각했거든. 공과 사가 깔끔한데다가 마지막은 꽤 험악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자신에게 무언가를 남길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 했던 루스터였음. 루스터는 공증인이 들고 온 유언장을 읽었지. 몇 번을 읽어도 내용은 간단했음. 브래들리 브래드쇼에게 집에 있는 피아노를 남긴다. 행맨의 성격만큼이나 간결하고 간단한, 그런 내용. 여러번 읽을 필요도 없이 단촐한 한 문장 뿐이었지.


피아노는 루스터가 혼자 살고 있는 집에 들이기엔 지나치게 컸음. 그야 행맨이 콘서트홀에서나 볼법한 그랜드 피아노를 샀으니까. 루스터는 제 몫으로 떨어진 세러신의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본인의 돈으로만 집을 구했기에 루스터의 집은 행맨이 남긴 피아노를 들이기에는 좁았음. 혼자 살건데 큰 집이 뭐하러 필요할까 생각하며 혼자 머물만한 집을 골랐던 루스터였음. 그러니 당연히 피아노를 들였다가는 안방을 통째로 내줘야 할 판이었지. 미치겠네. 이런걸 걔는 왜 남겻을까. 루스터는 고민했지만 행맨은 편지 한 장, 한 줄조차 남긴게 없었음. 한줄짜리 유언과 피아노만이 전부였지.



그런데 사실 행맨이 루스터에게 처음으로 반했던 때가 루스터가 피아노 치는 모습이었음. 물론 행맨은 말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영원히 비밀로 남겠지만. 어리고 풋풋했던때 파병지에서 처음으로 루스터에게 반했던 날을 행맨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었음. 모래로 가득한 가난한 마을인데다가 오랫동안 조율하지 않아 삐그덕 신음을 냈지만 그 마을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딱 한대의 피아노가 술집에 있었음. 루스터와 행맨을 비롯해 파병을 갔던 군인들은 다른 마을로 이동하기 전날이었지. 군인들은 조촐하게 파티를 했고 그 마을에서 마찬가지로 유일한 술집이었던 곳에서 루스터는 동료들의 요청에 흔쾌히 응했음. 

떠들석한 분위기, 동료들의 시끄러운 고함소리, 오랫동안 조율하지 않아 이상한 신음을 내는 건반, 전기가 한정적으로 들어와 자주 깜빡이던 주황빛 램프, 술집 밖에서 벌어지는 불꽃놀이로 인한 소음. 그 모든것들이 조용한 순간이었지. 이상하게도 말이야. 알콜과 분위기에 취해 뻘개진 얼굴로 신나게 건반을 두드리던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행맨에게는 슬로우모션으로 다가왔음. 그 순간 행맨은 루스터에게 반했지. 루스터가 행맨의 존재조차도 모르던 그 시절에. 조율이 안 된 피아노에서는 제대로 된 소음이 날리 만무했고, 시끄러운 고함소리와 박수소리와 폭죽 소리에 피아노 소리는 점차 묻혀갔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스터의 얼굴과 연주소리는 각각 눈동자와 귀에 콕 박혔지.




유언을 작성할 당시 행맨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음. 피아노를 치던 루스터의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었을 뿐이었음. 그래, 걔가 피아노를 많이 쳐줬지. 내가 쳐달라고 할 때마다 군소리 않고 뭐 쳐줄까? 묻기나 했고. 위험한 작전전에 늘 작성하는 유서엔 늘 유언장대로. 그 한 마디만을 적었을 뿐이면서 그날따라 행맨은 새로운 말을 써내려갔음.



네 연주를 딱 한 번만 더 듣고싶어.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제대로 쓰여있지 않았지만, 당사자가 보면 분명 알아들을거라 생각하고 행맨은 웃었음. 비록 그 유서는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못 했음. 수신자가 정확하게 쓰여있지 않았거든. 그래서 처음엔 관과 함께 묻힐 예정이었는데.... 그래도 한때 배우자였었고 혹시나 루스터가 궁금해할까봐 매버릭이 손을 써 유서를 루스터에게 전달하면 좋겠다. 물론 매버릭은 봉인된 봉투를 열어보진 않았음. 담당 병사가 유서는 한줄 뿐이었고 누구에게 말하는건지 정확하게 쓰여있지도 않아서 보신다고 해도 무슨 뜻인지 모를거라며 만류했지만, 매버릭도 한고집 했기에 어쩔 수 없었음. 그렇게 해서 유서는 루스터의 손에 도착했음. 그리고 비로소 매버릭의 유서를 받고 나서야, 루스터는 깨달았음. 행맨이 왜 이 피아노를 저에게 주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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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에게 피아노는, 되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자 가족을 의미했거든. 어린시절 저를 피아노 위에 앉혀놓고 피아노를 치던 부모님이 자동적으로 떠올랐지.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피아노를 칠때면 루스터는 짧은 다리를 달랑거리며 그 연주를 듣곤 했음. 이젠 많이 희미한 기억이지만  버릇처럼 그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바람에 몇 마디를 기억하고 있었음. 



'피아노는 단순히 나에게 악기가 아니야.'
'그럼 뭔데?'
'....추억이야. 부모님에 대한. 내가 안 잊어버리려고 했던거.'
'오. 그러니까 하와이안셔츠나 콧수염처럼?'
'뭐 그런 셈이지.'



루스터는 불현듯 예전에 행맨과 했던 대화가 떠올랐음. 행맨은 선채로 피아노에 기대있었고, 루스터는 결혼기념일이라 좀 센치해지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서 그런 말을 내뱉었음. 둘다 와인에 적당히 취해 낄낄대던 와중이었음. 그리 심각한 대화는 아니었고, 행맨이 넌 언제부터 피아노를 배운거냐는 질문에 시작된 대화였음. 엄마가 어릴 때 자주 쳐줘서, 나도 관심을 갖게 됐지. 뭐 그정도의 이야기? 대화의 끝마무리는 가족이자 추억이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술에 취해 뭘 저런 얘길 다 했나 싶지만 절반 정도는 진심이었던 말이었음. 



그리고 행맨이 자신에게 피아노를 보낸 이유를 깨달은 루스터는 행맨에게 묻고 싶었지. 가족이었던 너마저 날 떠나간 지금, 도대체 누굴 추억하며 피아노를 치라는거냐고. 그렇게 되묻고 싶어졌음.









루행 릷
 
2024.10.03 07:03
ㅇㅇ
모바일
센세 웨 날 울려 ㅜㅜㅜ 누굴 추억하며 피아노를 치냐니 ㅜㅜㅜㅜㅜㅜ
[Code: 30ea]
2024.10.03 07:51
ㅇㅇ
모바일
으아아악ㅠㅠㅠㅠㅠㅠㅠㅠ안돼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왜 아침부터 날 울려 센세ㅜㅠㅠㅠㅠ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ㅜㅜㅠㅠㅠ가족이었던 너마저 날 떠나간 지금, 도대체 누굴 추억하며 피아노를 치라는거냐고. <<하 루스터 진짜 너무 안쓰럽고 행맨도 너무 안타깝고.... 너네 왜 이혼했냐....... 행맨 돌아와..................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9a17]
2024.10.03 09:37
ㅇㅇ
모바일
으엉 ㅠㅠㅠㅠㅠ
[Code: 2ebe]
2024.10.03 09:37
ㅇㅇ
모바일
이제 행맨은 피아노 지박령이 되어 루스터가 피아노 칠때마다 등장해야함 ㅠㅠㅠㅠㅠㅠ
[Code: 2ebe]
2024.10.03 11:46
ㅇㅇ
모바일
시발.... 너희가 이혼을 왜 해~~~~~ 너희가 이혼하면 이세상 누가 결혼을 할수 있겠냐고ㅠㅠㅠㅠㅠㅠㅠ(눈물콸콸) 얼른 다시 태어나서 못다한 이야기 할수 잇게해줘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198]
2024.10.03 17: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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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담담하게 슬픔을 표현하는 거 너무 마음 아파ㅠㅠㅠㅠㅠㅠ 빨리 피아노의 영험으로 루스터 자고 일어나면 행맨 살아 있는 시간대로 돌아가주라ㅠㅠ
[Code: d4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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