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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2 03:22
https://hygall.com/604747582 어나더..?이긴 함
엑스맨2-3
엑스맨3 마지막 삭제컷과 엑탄울-더 울버린을 차용한 ㄴㅈㄴㅈㄴ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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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침엽수 위로 얹어진 새하얀 천. 
빼곡히 쌓인 시체들을 뒤덮은 서린 눈. 
익숙하고. 싫은 것. 

 
댐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1

흩뿌려진 빛무리가 나뭇결을 올라타 해를 빗겨 그린다. 지금 쯤이면. 누군가가 열고 들어왔을 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그를 나직한 목소리가 돌려 앉힌다.

사람의 기억은 섬세하고, 감정이란 복잡하지.

햇빛이 차오른 눈동자가 물빛을 마주 보았다. 오늘은 기억나는 게 있나? 생각보단 오래 살았다는 것 정도는요. 로건은 입꼬리를 물며 발을 끌었다. 내가 조각을 잡아 줄 순 있어도, 기억해내는 건 자네의 몫이야. 영 진척이 없다가도, 어느 순간 물꼬를 튼 것처럼 쏟아질 때도 있고. 때론, 우리에겐 잊고 싶었던 기억일 수도 있네. 의뭉스러운 눈빛을 잡은 따스한 눈이 웃었다. 당연히. 가령, 어린아이를 잠 못 이루게 했던 목소리라던가. 책이 덮였다. 곧 수업 시간이군. 로건은 의자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긴다.  

그녀가 선택한 일이었네.

문고리를 잡아 여는 등 뒤에서 찰스는 말한다. 받아들여야할 때가 올거야.



1

서슬퍼런 총구 앞에 놓인 두 눈은 형형했다.

-카탕가에 가본 적이 있나?
-거기가 어딘데?

짧지 않은 시선이 남자를 발끝부터 훑고선. 겨누고 있던 라이플을 내려뜨렸다. 화상으로 뒤덮인 노인은 성대가 송곳에 찢긴 소리를 냈다. 눈은 꼭 야생 동물 같군. ......어쩌다. 흘러들어온 건지. 기다란 총신을 눈 무더기에 꽂은 노인은 꽤 오랜 시간 고개를 숙이고 발을 작게 구르다, 새허연 깊은 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아선 쫓아내고 싶은데, 

-곧 폭풍이 올 거야. 들어가자고.

남자의 손등에 반쯤 드러난 클로를 봤음에도 노인은 말이 없었다. 망설이던 눈이 이내 곧 노인을 따라갔다. 
얼굴에 닿는 찬기는 매서운 것을 가져왔다. 깎아지르는 산의 가장자리를 뒤로하고 겹겹이 마주 서 있는 잿기둥들. 잿빛의 벽과 벽 사이로 비죽 선 오두막은 검은 감옥 같았다. 



2

....내려와.

진짜로.. 무거우니까 일단 내려와.

시트가 푹, 꺼진다. 한번, 더 눌러 참는 목소리로 스콧은 제 침대에 기어오른 남자를 노려보았다.

대체 내가 너랑 자야 할 이유가 뭐야?
매일 악몽에 시달리잖아.
...
내가 귀가 좋다는 건 알지?
..그래서, 내가 사과라도 해야 할까? 온 지 첫날부터 로그를 죽일 뻔한 사람한테 할 얘긴 아닌 거 같은데.

내쫓길 기세에 로건이 살짝 물러난다. 엉덩이가 가라앉았다. 좀 진정하고..어차피 섹스 잖아. 어려울 게 뭐 있어. 그리고, 할 말을 고르는 눈동자가 굴러간다. 어,

내 경험 상, 한바탕 뒹굴면 나아지던데.

하. 이 미친놈. 스콧은 땅끝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욕설을 내뱉었다. 마른 손가락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전등 빛에 비친 루비 석이 일렁인다. 그리고 한참을. 또 한참을. 손바닥이 짧게 수염 난 턱에서부터 미간까지 쓸어올리며. 버석한 입술이 짓이겨졌다. .....그래. 너가 원하는 대로, 어디 한번 해보자고. 말해두는데, 

난 남자한테 대주는 취미는 없어
여자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던 놈이 뭘 알겠어. 그냥 해. 어차피 나ㅇ..

퍽, 입을 굳은 살 박힌 손이 덮었다. 제발 좀, 그 입 좀 다물어. 낮게 으르렁거리는 경고에, 로건은 고개를 적당히 끄덕인다. 젖힌 후드 아래로 맨피부가 드러난다. ..아주, 작정을 하고 왔어. 남들보다 배는 껴입고 다니면서. 그러나 화를 눌러 참는 목소리의 손은 거칠지 않다. 체온이 맞닿는다. 겨울 산보다 더 시린 것을 품은 몸은 달궈진 마른 땅만큼 뜨거웠다.


 


밤샌 눈바람에 넘어진 나무가 문을 막고 있었다. 그새 살얼음이 낀 창문을 퍽,퍽. 쳐올리며 빠져나갈 곳을 만들었다. 두 남자가 한껏 몸을 구기고 밖으로 나가자 나무들은 현이 끊긴 활시위처럼 늘어져 있었다. 
공구통에서 도끼를 꺼낸 남자 옆에서 노인이 손을 까딱였다. 그냥 줘. 내가 할 테니까. 

-이 정도도 못할 정도로 환자는 아니야.

화상으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노인은 남자만큼은 아니지만 다부진 체격이었다. 도끼를 휙 머리 위로 든 노인은 나무를 쩍, 갈랐다. 
 

나뭇결 반대로 휘돌려져 가는 선을 노인은 손가락으로 느리게 쓸었다.

-나이테로 방향을 알 수 있단 걸 아나? 말하고선, 본인이 코웃음 쳤다. 
 
-다 낭설이지. 멋모르고 호기롭게 나설 때는 이걸로 찾을 수 있다고 장담을 했었는데 말야... 개망신이나 당했지. 그때 짐승보다 더 코가 좋은 놈들이 길을 찾았거든. 그래도 뭐 그 두놈이 아니었으면 다 죽었을 걸. 노인은 남자를 뒤돌아봤다. ....별로 상관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여기 똑똑히 새겨져 있지

다시 도끼를 강하게 내려쳤다. 이렇, 게, 우지끈하며 나무가 마저 쓰러졌다. 잘게 깨진 고드름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남자의 청바지에도 눈가루가 옮겨붙었다.

-생의 허리가 끊어질 때서야 알 수 있도록. 



3

본넷 위 잔불에 시가를 붙이기도 전에 세션이 꺼졌다. 팔짱을 끼고 쏘아보는 오로로에게 그는 어깨를 으쓱인다. 아이들을 내보내며 그녀는 슬그머니 도망가는 로건을 불러세웠다. 잠깐 얘기 좀 해. 

언제까지나 어린아이고 학생일 순 없어. 
나도 알아.

정말로? 근데 왜 난 너가 일부러 피하는 것 같을까. 

살짝 시선을 피하는 로건을 다시 마주 세우곤 오로로는 말한다. 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졌다는 듯 손을 들어올린다. 그래 알았어. 나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어.
스콧이랑 침대에서 붙어먹는 게?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와?
숨길 생각도 없잖아.

여긴 프라이버시도 없군. 그러나 말투는 능청스럽다. 목소리가 낮아진다. 로건. 

잘못된 방법이란 걸 알잖아.
..올바른 건 있고?

지금 말장난 하자는 거 아니야. 눈이 매서워졌다. 로건은 손바닥을 들어 내보인다. ..진심이었는데. 알다 싶이. 나는 할 줄 아는 게 딱히 없잖아. 오로로는 고개를 작게 돌리곤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래서, 지금 그게 스콧을 도와주는...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를 힘들게 하지 마 로건. 단지... 기다려. 괜찮아질 때까지.

너도 마찬가지야. 남겨진 로건은 시가를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쯧. 지포라이터 기름이 떨어졌다.

 

3

거센 눈발이 산을 집어삼킨 날이면 꼼짝없이 노인의 푸념을 들어야 했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콘스프를 조금씩 나눠 마시며 남자는 몸을 데웠다. 쌕쌕이는 목소리로 자신이 얼마나 능력 있던 군인이었는지, 제 상사가 얼마나 개 같은 놈이었는지 고하던 노인은 점점 자조적으로 흘러 들어갔다. 아프리카에서 민간인을 죽였던 일. 동족들을 잡아 넘겼던 일. 전 동료들을 실험체로 썼던 일. 이유 없는 노부부를 죽였던 일들이-

-생생한 사실이었는데. 어떻게 벗어날 수가 있겠어?

울분인지, 고해인지 모를 말을 토해내며 노인은 담요를 고쳐 올렸다. 


습도가 높아진 추위는 고통을 깨우고, 몰아치는 눈소리는 악몽을 돋군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남자 옆에선 노인이 하염없이 떨었다. 벌겋게 일어난 피부에선 옅은 진물의 냄새가 났다. 한참을 끙끙거리던 노인은 되려 남자를 움켜잡았다. 핏발 선 눈으로.

-편, 하겠어. 자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잊어버리고, 고통도 순식간에 나아 버리면,

남자가 멱살을 잡아챘다. 노인의 등허리가 찬장에 부딪혔다. 옆으로 쓰러진 집기들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발치에 채였다. 노인은, 남자가 어떠한 상처라도 회복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본 적이 없었다. 

-역시 너, 나를 알고 있었지.
-이제야, 알아채는 군.

라이플의 총구만큼 서슬 퍼런 날붙이가 목을 겨눴다. 바람 빠지는 웃음을 터트리며 노인은 오히려 턱을 내 들었다. 그 무기로, 날 찌를 건가? 해봐. 너가 늘. 해왔던 거니까. 맞닿은 사이로 시뻘건 핏방울이 피어올랐다. 두 쌍의 눈.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숨과 고동 소리. 남자는 노인을 팍, 내팽개쳤다.

-당신이 바라는 건, 안 해줘.

바닥에 허리를 찧은 노인이 연신 콜록거렸다.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차라리, 네 형제가 나았을 거야. 똑같은 괴물인 주제에, 끝까지 다른 척을 하는 너보단. 처형장의 총소리처럼 흩날리는 눈보라를 뒤로 한 채로, 두 남자가 도망칠 곳은 없었다.


 
4

어둠 속에서. 다리 사이를 파고든 머리통이 밀어젖혀진다. 그만하자고. 여전히, 진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너는 이게 괜찮아 지는 걸로 보여? 울음이 섞인 목소리에 답하지 않는다. 할 수가 없다. 나아지는 건 너한테나, 그렇겠지. 문이 닫히고 복도에 발소리가 울린다.


팔을 붙잡은 손과 달리, 입은 해야 할 말을 여전히 찾지 못한다.

..잊어버려.

애먼 말. 인간의 삶은 불확실한 것을 견디지 못해서, 대부분의 말과 언어는 가장 불확실한 것들을 정의하려 한다. 얄궂게도, 이 감정을 아우르는 말은 없다.
 
모두가 너처럼 상처가 빠르게 낫진 않아. 로건.



4

눈이 그쳤다. 산은 고요해졌다. 다시 난로에 장작을 태우고 난장판이 된 집을 치우던 노인은 구석에서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찰랑거리는 쇠붙이가 던져졌다. 오래 쓰지 않았을 차키였다. 눈썹을 치켜올린 남자에게 노인이 손을 내젓고선 쌓인 장작 뒤켠을 가리켰다. 내려가면 차가 있어. 굴러갈 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죽일 듯이 노려봐도 해줄 말은 없어. 잊은 건 너고. ..떠난 것도 너였어.

스스로 알아내 보라고. 웃는 숨엔 쇳소리가 새었다.


잿빛산을 가로질렀다. 눈이 닿는 곳마다 세상은 하얗고 흰 것을 펼쳐놓았다. 내디딘 발엔 길이 패였다. 산등선에 다다를 때 쯤, 군용 트레일러가 비탈길에 버려져 있었다. 
남자는 어깨 높이에 달린 손잡이를 힘주어 열어젖혔다. 거대한 재떨이 같았지만 망가져 있진 않았다. 쌓인 먼지를 대충 털어내곤 운전석에 앉았다. 안은 조용하고 여전히, 추웠다. 
잠시 멍하니, 핸들을 가만히 탁,   탁.  두드리던 손가락이 열쇠를 맞춰 돌렸다. 크게 덜컹이는 소리를 낸 트레일러는 쌓인 눈을 밀며 천천히 나아갔다. 

_
 

기민한 귀에 잡히는 한 발의 총성. 남자는 핸들의 목을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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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너야말로, 각오가 된 거야?

 


습기 찬 나무 바닥에 흩뿌려졌던 검붉은 피.

호수에서 부유하는 루비 석 바이저.

떨어지는 붉은 머리칼 아래 차갑게 굳어가는 살가죽.



로건. 

자네는 이곳에서 안전해.


 


[그리고 다시 달을 안을 수 없었어]





*

두개골 반이 날아갔던 노인의 무게가 선명했다. 핏자국이 옅게 남은 손가락이 핸들 옆 카세트 레코드 버튼을 이리저리 눌러댔다. 딸깍. 찰칵이고. 드문드문 끊긴 음악이 흘러나왔다. 어디가 끝인지 시작인지 모를 것을, 남자는 날이 새도록 들었다. 

두꺼운 성에가 차창에 가득했다. 눈앞을 채우는 희뿌연 입김 또한. 시가를 입에 물었다. 아슴푸레 타오르는 매캐한, 빛.



*

폭풍이 지나도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그 여자애가 숨어 타는 걸 봤었는데, 이제 보모 노릇은 그만뒀나 보지. 창을 긁어대는 눈갈퀴를 주인은 제 키만 한 나무판자로 덧대 막았다. 이번 겨울은 힘들 거야. 흔들리는 양초의 작은 불. 로건은 엄지와 검지를 마주 비벼 꺼뜨린다. 짧게 찌르는 통증과 살이 타는 냄새. 주름진 눈가가 가늘어졌다. 변했군.

언제는, 괭이 새끼마냥 하릴없이 불빛만 쫓던 놈이.

곧 하키 경기가 있다며 주인은 라디오 다이얼을 돌렸다. 이건 또 말썽이야. 그는 낡은 기계를 여기저기 두드려댄다. 고칠 수나 있을지 모르겠어. 답을 바라지 않는 혼잣말을 로건은 그저 흘려보낸다. 주파수가 맞아진 라디오에서 음성이 새어 나왔다.

-//////-

그러나 몸에 새겨진 분명한 것. 네 주변의 좋은 사람들은 다 죽는군. 누구였는지. 이제는 떠올릴 수 있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알콜만은 홧홧하다.

 






+


아. 시트가 붉게 물들었다. 손목을 타고 떨어지는 핏방울에, 달뜬 숨이 가라앉았다. 눈에 띄게 당황하는 로건을 되려 스콧이 진정시켰다. 괜찮아. 깊게 안 베였어. 흉터가 남지 않을 얕은 상처였다. 휴지로 살짝 지혈하는 그를 말없이 빤히 바라보다가, 

어...내일은 묶고 해볼래?
............넌 도대체 뭘 하고 돌아다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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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잘타는 좆냥이는 사고칠 때가 젤 기여운데....이게 어쩌다...



엑스맨 엓 마스던맨중맨 제로 케일라
2024.10.02 03:30
ㅇㅇ
모바일
너무 먹먹하다 모두가 너처럼 상처가 빨리 낫지 않는다는 말...그리고 또 혼자 남겨진 로건 ㅠㅠ
[Code: 8768]
2024.10.02 03:59
ㅇㅇ
모바일
센세… 기다렸어…… 먼저 권유하는 로건이 너무 좋다… 하
[Code: b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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