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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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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새 공주 최동오랑 프린세스 메이커 하는 중인 정성구는 지들이 썸타고 있는 거 모르겠지ㅋㅋㅋ

근데 얘네 둘만 빼고 온 세상이 다 알듯!

 

 

 

 

11월이 되니 전국 각지가 다 쌀쌀하니 추워졌는데 강원도 산골에 있는 산왕은 다른 지역보다도 더 이르게 겨울이 깊어 가겠지.

3학년 주전들은 대학 추천이 들어 온 아이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그래도 공부를 아예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음. 평일엔 학교 일과와 농구부의 아침 훈련, 오후 훈련을 병행했으니 대부분의 학생들은 황금 같은 주말만 기다렸겠지. 주말엔 공식적인 훈련이 토요일 오후에 끝나서 일요일 하루는 기숙사에 삼삼오오 모여서 놀거나 가끔은 허락을 맡고 시내에 외출을 다녀올 수 있었으니까.

 

동오도 월요일부터 주말만 기다리는 중이었어. 지난주 외출을 나갔다 온 명헌이가 시내 사거리 만화방에 <더블클러치> 26권이 새로 들어왔다더라는 얘기를 했거든. 근데 동오가 의외로 농구 말고 공부에는 진짜 관심이 없는 애다 보니 선생님이 쉽게 외출을 안 끊어주는 거야. 

 

 

 

 

"진짜 운동복 사러 가는 거 맞아?"

"네..진짜에요. 선생니임...!"

 

 

 

 

동오 선생님께 운동복 바지가 닳아서 구멍 나서 버렸다고 운동복 산단 핑계로 외출 끊으려는데 선생님이 가자미눈으로 보는 거지. 너 아무리 대학 추천 이미 받았다고 해도 낙제하면 고등학교 졸업이 안 된다. 공부는 하고 있는 거야? 하며 잔소리 어택 들어와서 동오 으어어...하는 중이었는데 마침 담임선생님 부탁으로 교무실에 뭐 가져다 두러 온 성구가 그거 봤음.

 

 

 

 

"선생님. 동오 진짜 운동복 새로 사야 하는 거 맞아요."

 

 

 

 

 

와! 성구 안 그래 보여도 공부도 꽤 열심히 하는 편이라서 선생님들이 되게 믿는 학생이란 말야. 그렇게 정성구 덕에 잔소리의 늪에서 벗어나서 성공적으로 외출증 끊었겠지. 정성구랑 나란히. 갑자기 자기도 양말 사러 가야 한다고 같이 끊는 거 있지?

 

그렇게 같이 외출계 쓰고선 버스 타고 시내 나가고 있는데 동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거임.

요즘 얘랑 둘이 있으면 좀 어색한데...뭐 하고 놀지..낙수한테 같이 가자고 할 걸ㅠㅠ으으...원래 성구랑 둘이서도 잘 놀았었는데 너무 어색하다ㄷㄷ

 

시내까지 다 도는 버스는 하루에 몇 대 운행을 안 해서 외출 끊은 산왕 학생들이며 교사들, 주민들까지 다 타서 완전 만원 버스였음.

동오는 성구한테 넌 오늘 뭐 하고 싶은 거 있냐고 물어 보려다가 버스가 덜컹 하는 바람에 또 정성구가 잡아줬겠지. 괜히 또 어색해져서 하려던 말도 못 하고 그냥 창밖만 보면서 갔음.

 

 

 

 

걱정했던 거랑 다르게 막상 시내 나오니 둘이 신나게 놀았겠지.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랑 어묵 사 먹고(주인아저씨가 빡빡머리랑 키 보고 농구부인 거 알아보셔서 2인분 값 내고 4인분 먹음) 진짜 사려던 건 아니지만 스포츠의류 매장 들러서 옷 구경도 좀 하기로 함. (용돈 부족해서 사지는 못 함ㅋㅋ) 그렇게 구경하고 나서 뽑기도 한 판씩 하고 동오가 원하던 대로 사거리 지하에 있는 만화방 가서 만화책 봤겠지.

 

늘 애용하는 굴방 같은 곳에 기어들어 가서 만화책 읽고 있었는데 동오 한 권 다 볼 때까지 눈도 안 떼고 만화만 보다가 후련하게 탁 덮고 정성구 봤는데 풉 하고 육성으로 터져 버림.

아니...저 덩치로 여길 어떻게 들어왔지...?

명헌이, 낙수랑 왔을 때 굴방이 그렇게까지 작다고는 못 느꼈었는데 쟤한텐 왜 이렇게 껴 보이는지ㅋㅋ

 

성구가 몸 잔뜩 웅크리고 앉아서 자기 손바닥 반만 한 만화책 두 손으로 들고 읽고 있는데 너무 웃기고 조금 귀엽기도 해서 웃음나는 거야. 동오가 웃으니까 성구는 첨에 왜 웃는지 몰라서 물음표만 띄웠는데 곧 이유 깨달아서 자기도 웃겨짐ㅋ

그렇게 둘이 낄낄 웃다가 옆방 사람한테 조용히 하라고 한 소리 들었겠지.

 

죄송함다 하고 소리 죽이고 웃음 참던 최동오...

여전히 좁아터진 굴방 보다가 발라당 뒤로 누워 버리겠지. 뭐 하는 거냐는 표정인 성구한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그러는 거야.

 

 

 

 

"야. 누워 너도."

 

 

 

 

쭈구리고 있느라 허리 아플 바엔 무릎 굽히고 누워 있는 게 낫지 않냐?ㅋㅋ

그렇게 산만한 덩치로 굴방 꽉 끼게 누워서 속닥속닥 속삭이며 대화 하는 둘...

 

 

 

 

야 너 26권 봤어?

아니? 네가 봤잖아 여태

아 그렇네..있잖아.....성구야

귀 대봐.

아니 쫌 더 가까이 와 봐

아오 좁아터지는데 뭔...! 자, 됐지. 왜~

 

 

 

 

그리고 최동오가 속삭인 거 26권 스포겠지^^

그거 들은 정성구 진짜 이거 한대 쥐어 박을까 싶었지만 굴방 넘 좁아서 참기로 함ㅋㅋ

최동오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또 음소거로 한참 웃더니 몸 낑낑 돌려서 성구 쪽으로 눕는 거야. 성구는 그냥 천장 보는 자세 그대로 동오 하는 얘기 듣고 있고 둘 다 목소리 높일 수 없으니 속삭이는 목소리로 대화 하는 거지. 그냥 학교 얘기며 농구부 애들 얘기, 지난 시합들 등등 그런 평범한 이야기들이었음.

밖은 추운데 굴방은 바닥 보일러 때문에 뜨끈하고 귓가에 최동오 속삭이는 목소리 들리고...그러다 보니 점점 잠이 와서 스르륵 잠이 들었음. 그러다 움직임에 잠이 깼는데 한쪽 팔이 뜨끈뜨끈 한 거야. 고개 돌려서 보니 동오가 자기 쪽 보면서 잠들어 있는데 둘 팔이 맞닿아서 따끈한 체온이 느껴짐. 

 

괜히 얼굴이 뜨거워지고 마음 이상해지는 정성구...

 

얘가 이렇게 생겼었나...?

역시...최동오 잘생기긴 했다.

몰랐는데 얘 속눈썹 되게 길구나...

 

그렇게 한참 최동오 얼굴 뜯어보고 있었는데 기다란 속눈썹이 사라락 하고 떠지겠지. 잠깐 멍하니 서로 쳐다 보다가 갑자기 동오 정신 번쩍 들어서 푸드덕대다가 천장에 이마 쾅 박았음. 그래서 또 옆방 사람한테 시끄럽다고 한 소리 듣고...결국 얼른 만화방 나가겠지. 근데 둘이 한참 웃고 떠든 게 언제냐는 듯 어색해져서 나감...

 

 

 

 

밖에 나오니 하늘은 어둡고 반쯤 눈에 가까운 비가 내리고 있는 거야. 둘 다 우산 안 가지고 와서 좀 당황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더해서 동오는 진짜 너무너무 추운 거임. '와...낮엔 이 정도 아니었는데ㄷㄷ 겉옷을 입고 왔어야 하나ㄷㄷㄷ' 교복 자켓 위에 목도리 하나 맨 최동오 혼자 동공 지진 났음. 내복도 잔뜩 껴입었건만...자기가 강원도의 추위를 잠깐 까먹었었나 봄;;; 근데 동오가 춥다고 말 꺼내기도 전에 성구가 자기 기모 후드집업 벗어선 슥 내미는 거야. 아우 됐다고 너 입으라고 하는데 나가서 후회하지 말고 줄 때 입으라고 정성구가 억지로 동오 어깨에 걸쳐버림. 동오 성구가 먹는 거 챙겨주는 건 이제 적응이 좀 됐는데 얘가 이럴 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진짜 부끄럽고 그래.

어쨌든 일단 주니까 팔 하나씩 끼워 넣고, 버스정류장까지 뛰려고 운동화 끈도 다시 질끈 묶음. 그러고 있는데 건너편 도로에서 누가 이쪽으로 뭐라 뭐라 소리를 지르는 거야. 비 때문에 잘 안 보이긴 하는데 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서 있었겠지.

 

 

 

 

"어이-! 거기 못난이!!!"

 

 

 

 

뭐지? 우리한테 말하는 건가?

동오 그쪽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성구가 후드집업 지퍼를 목 끝까지 주욱 올려주더니 후드도 머리에 쑥 뒤집어씌움. 그러더니 '야 뛰어.' 한 마디 하고는 냅다 빗속으로 뛰어드는 거임.

 

뭐야 갑자기!! 으아아 으아아

최동오 분명 방금까지 저거 누구지? 하면서 멍때리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방금 그 차에 타 있음.

 

 

 

 

"..안녕?"

"...어.....안녕하세요...근데 누구세요?!??"

 

 

 

 

정성구가 뛰길래 같이 뛰었고 자길 차에 밀어 넣길래 정신 없이 타버렸더니만 어떤 여자가 운전석에 앉아있는 거임. 대체 누구야!

 

알고보니 성구 누나겠지ㅋ

대학생 되자마자 면허 땄고 나름 베스트 드라이버임. 엄마 심부름으로 막내동생이 칠칠치 못하게 안 챙겨 간 겨울 이불이랑 동생 밥 좀 사주고 오라는 지령과 함께 받은 엄카 받아 들고서 부모님 차 끌고 강원도까지 온 거.

동오 낯선 여자라 엄청 어색한데 뭐 어쨌든 안 젖고 좋지 뭐. 감사하다고 인사했는데 성구 누나가 학교에 얘기해뒀으니 저녁 먹고 기숙사 데려다준다 하는 거야. 동오는 어색하기도 하고 부모님도 아니고 누나인데 나까지 얻어 먹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대답 쉽게 못 하고 있었는데 성구가 맘대로 그냥 알았다고 해버림;;

 

 

 

 

 

 

 

그렇게 최동오 얼레벌레 정 씨 남매와 함께 웬 패밀리 레스토랑에 앉아있는 거지. 사실 레스토랑이라기보단 거의 경양식집에 가까운 비주얼이긴 한데 그래도 이 근처에서 제일 비싸고 맛있는 집임.

동오 진짜 얻어먹어도 되는 건가 쭈뼛쭈뼛 메뉴도 못 고르고 있는데 정성구가 지 누나랑 알아서 뭐라뭐라 얘기하더니 뭘 잔뜩 시킴.

 

그러고 나니까 최동오 딱히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멀뚱멀뚱 앉아 있었는데 아까부터 자기를 계속 쳐다보는 성구 누나 때문에 어색해 죽겠음. 정성구 얘는 왜 지 누나랑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임?!

와 진짜 어색하다....근데..지금 보니 성구네 누나 정성구랑 진짜 닮았네.

최동오 외동이라 친구들 형제자매들끼리 닮은 거 보면 늘 신기해하겠지. 암튼 그런 생각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나가 질문을 해 왔음.

 

넌 몇살이니? 3학년? 너도 키 크다~농구부야? 이름이 뭔데? 어! 너 주전이지? 이름 어디서 들었던 거 같은데.. 오! 맞지? 넌 몇 살 때부터 농구 했어? 얘랑 친해?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질문에 동오 식은땀 줄줄 흘리면서 어색하게 대답하고 있었는데 눈치 없는 위장이 꼬르륵대는 거임;;

 

 

 

 

"헉 너 배 많이 고프구나! 잠깐만..."

 

 

 

 

성구네 누나 크로스백을 잠시 뒤적뒤적 하더니 마이쮸를 꺼내는 거야. 포도 맛 하나, 딸기 맛 하나.

딸기 맛을 까더니 세 알 꺼내서는 하나씩 주네? 최동오 딸기맛 마이쮸 진짜 안 좋아하긴 하는데 그래도 친구 누나가 준 거고..딸기시럽 만큼 토할 지경은 아니라 그냥 먹으려고 했음. 껍질 벗겨서 입에 넣는데 정성구가 이미 최동오 입에 반쯤 들어간 마이쮸 쏙 가져가선 지가 먹어버림. 그러고선 누나가 테이블에 올려둔 포도 맛 포장 까서 동오 앞에 두 알 놔주겠지.

 

 

 

 

"얘 딸기 맛 못 먹어."

 

 

 

 

으아아아악 정성구 이 자식아ㅜㅜㅠ초면인 너네 누님 앞에서까지 나한테 쪽을 줘야겠냐ㅜㅠㅠㅜㅜㅜ

동오 쪽팔려서 속으로 경악하며 눈치만 보고 있는데 다행히 성구 누나 '아 그래?'하고 마네. 휴...

 

 

정성구랑 누나랑 엄마가 어쨌다 아빠가 뭐라더라 등등 이런저런 얘기하고 있고 동오는 옆에서 조용히 포도 맛 마이쮸나 먹고 있으니 주문한 음식 한두 개씩 나오기 시작함.

뭘 얼마나 시킨 건지 끝없이 테이블 가득 음식이 놓이는데 스파게티, 피자, 스테이크까지 골고루 몇 종류씩 잔뜩 깔림. 진짜 이걸 다 얻어 먹어도 되나...?

동오 시선을 읽은 건지 누나가 엄마카드 받아온 걸로 사주는 거니 걱정 말고 많이 먹으라고 호쾌하게 말하는 거야.

 

최동오 감사히 잘 먹겠다고 인사하고 포크 들었지만 빠르게 눈으로 음식 스캔 중이었겠지. 여기 따라올 때부터 오늘은 진짜 먹으면 구역질 올라오는 것들 빼고는 다 먹으리라 맘을 먹었어 이미.

누나가 비온다고 차도 태워주고 이렇게 비싼 저녁도 잔뜩 사주는데...! 게다가 오늘 처음 본 성구네 누나니까 더더욱!! 첫인상으로 편식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단 말이지.

 

그래서 더 스캔하지 않고 일단 가까이에 있던 피자를 한 조각 집어 들었음. 올리브가 콕콕 박혀있는 게 맘에 안 들었지만, 올리브...뭐 싫어하는 거지 절대 못 먹는 건 아니니까! 한입 물려고 하는데 또 내 손에서 피자를 거둬가는 정성구 이 자식.....! 순식간에 올리브 가득한 피자를 뺏어가더니 토마토스파게티를 내 앞으로 놔주는 거 있지.

 

뭐라 한 마디 하려다가 성구 누나의 시선이 느껴져서 그냥 조용히 고개 처박고 스파게티 퍼먹기로 함.

음 맛있군...그래 다른 음식도 많은데 굳이 올리브 박힌 피자를 첫입으로 선택한 건 좀 오바긴 했어.

와 근데 오랜만에 이런 거 먹으니까 너무 맛있음ㅠㅠ맨날 나물 가득 급식 우적우적 씹어대다가 먹는 이 모짜렐라 치즈의 풍미란...짭짤한 토마토소스...진짜 장난 아니다ㄷㄷㄷ와 스테이크도 급식에서 나오는 거랑은 차원이 다름ㄷㄷ역시 사람은 속세의 음식을 가끔 먹어줘야 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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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오가 이렇게 끝내주는 식사를 하는 동안 성구 누나는 피자 냠냠 먹으면서 속으로는 내내 웃참 중이었음.

사실 성구 누나 시내로 데리러 오기 전에 학교 먼저 들렀다 온 거였겠지. 엄마 심부름으로 피 같은 주말에 열심히 운전해서 강원도까지 갔더니만 얘가 외출을 했다는 거야. 아오 이놈 자식 알아서 잘 먹고 다니겠구만 엄마는 뭘 그렇게 또 좋은 걸 사 먹이고 오래;;

근데 얘가 외출했단 거만 알지 어딜 갔는지 어떻게 알아. 어찌해야 하나 기숙사 건물 앞에 서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애 하나가 오더니 성구 누나냐고 물어보는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본 건가 싶어서 기분이 미묘한데...어쨌든 정성구 친구랑 같이 오늘 사거리에 있는 ㅇㅇ만화방 갔을 거라네? 삐뇽....? 이건 또 뭐지??? 여기 애들 이상하네;; 암튼 뭐...알려줘서 고맙긴 함..!

 

 

 

 

그렇게 사거리에 ㅇㅇ만화방 찾았는데 비가 엄청 오길래 안에 찾으러 들어가 봐야 하나, 혹시 이미 학교로 간 거면 어쩌지 싶어 잠깐 차 세우고 주위 둘러보고 있었는데 와 타이밍 기가 막히네! 아무리 봐도 우리 집 못난이 막내가 틀림 없는 대문짝만한 덩치가 지하에서부터 쑤욱 올라오고 있는 거임. 옆에는 친군가? 창문 내리고 부르려고 했는데.....

 

 

 

 

저게 뭐지???? 쟤 지금 자기 옷 벗어준 거임?!

정성구가?????저런 짓을 할 줄 아는 놈이라고?!?!?!!!!

 

 

 

 

성구 누나 입장에선 너무 당황스러운 광경인 거지. 사실 성구가 학교에선 의젓한 부주장이긴 한데 얘도 자기 집에선 막내라서 이러니저러니 해도 챙김 받고 사랑받는 게 더 익숙하단 말이야. 

어쨌든....흐음...일단 비가 많이 오니 놀란 마음 잠시 미뤄두고 소리쳐서 동생놈 불렀더니 이쪽을 보네.

오호.....? 저게 뭐람.........???!?!?!?!

 

옷을 벗어준 건 둘째치고 지퍼도 잠가주고 후드도 씌워 줘.....????

 

그렇게 굉장히 흥미로워진 상태로 식당까지 온 건데......밥 먹는 내내 정성구 이 미친 내 동생새끼 염병첨병 떨어대는 것 땜에 피자 코로 나올 뻔ㅋㅋㅋ

참나....개웃기네 정성구....?

 

 

 

 

 

 

 

그래서 대체 성구네 누나가 본 염병첨병이란 무엇이냐...

 

최동오 손에서 올리브 박힌 피자 뺏고 토마토스파게티 쥐여준 정성구, 동오가 스파게티와 무아지경 사랑에 빠져 있을 때 피자에 올리브만 전부 콕콕 찍어서 지가 다 먹어 버리곤 최동오 앞접시에 놔줌...

동오가 토마토스파게티 어느 정도 먹다가 자연스럽게 지 접시에 있는 피자를 먹으면 정성구가 로제 파스타 안에 새우 죄다 다른 접시로 골라내버리고는 컵에 콜라 따라서 최동오 앞에 놔줌. (느그누나는 이놈아)

여기서 멈추면 다행이게? 찹스테이크 안에서 고기만 또 쏙쏙 골라내서 최동오 앞에 놔주는 거지.

 

참나....

아까 딸기 맛 마이쮸 때 이미 반쯤 확신하긴 했는데, 이건 너무 빼박아닌가?ㅋ

 

 

 

 

그렇게 엄청나게 (성구 누나한테만) 흥미로웠던 식사 마치고 학교로 운전해서 올라가는 동안에도 누나 계속 아까 본 광경 곱씹고 있겠지.

사실...마이쮸보다도 더 이전에, 이미 아까 식당 가는 차 안에서부터 좀...눈치를 채긴 했었어.

잠시지만 비를 맞아서 까까머리에 물이 송골송골 맺혀 있고 교복 자켓 차림에 목도리 하나 두른 정성구가 자기 옷으로 머리까지 뒤집어씌운 바람에 머리통에 비 한 방울 안 맞은 최동오 보면서 그랬으니까.

 

 

 

 

"..아직도 춥냐?"

"아니 이제 괜찮아."

"그래. 그거 계속 입고 있어."

 

 

 

 

이 말을 하는데 정성구 약간 빨개진 귀가 백미러로 보였거든. 그리고 밥 먹는 내내 자기랑 대화 하면서도 자기 친구 먹는 거 힐끔힐끔 계속 지켜보고 있는 내 동생 놈이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콧노래 부르면서 운전 하는데 백미러로 뒷좌석 쓰윽 보곤 다시 웃음이 풋 터지겠지.

 

 

 

 

 

 

 

다 큰 거 같지만 잘 때는 여전히 애 같은 얼굴 하나,

역시나 아직은 앳된 티가 나는 하얀 얼굴도 하나.

 

동글동글한 머리통 두 개가 뒷좌석에서 세상모르고 잠이 들어 있는데 하얀 얼굴을 한 반듯하게 생긴 그놈이 내 동생 옷을 입고 내 동생 품에 기대서 잠이 들어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 둘 아직 썸만 타는 중인 거 맞지?

 

 

 

 

 

 

 

 

 

 

 


슬램덩크 성구동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