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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가 화이트데이 되기 일주일도 전부터 "케이, 나한테 사탕 줄 거죠? 나 이제 케이 남자친군데 나한테 사탕 줄 거죠?" 이렇게 대놓고 사탕 달라고 졸라서 그때부터 마치다의 고생 시작되겠지.

하필 둘이 3월 첫 주부터 사귀기 시작해서 마치다는 안 그래도 노부랑 사귀기 시작함과 동시에 당장 다다음 주가 화이트데이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사탕을 어떻게 줘야 하지? 내 인생에서 연인과 함께하는 첫 화이트데이인데 어떻게 해야 로맨틱하고 아름다울 수 있지? 이런 고민하고 있었을 듯.

노부랑은 10년도 넘게 친하게 지냈지만, 친한 형 동생 사이였고 지금은 연인 사이에 마치다는 연애 자체도 처음이니까 화이트데이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 하던 차에 노부가 저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젠 고민할 필요 없이 노부가 원하는 대로 사탕만 딱 주면 되는 건데,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본 마치다가 꿈꾸던 연애는 이런 게 아니었음. 이런 기념일은 한쪽이 사탕 달라, 초콜릿 달라 졸라서 주는 게 아니고 아무 말도 안 하다가 당일에 로맨틱하게 분위기 잡고 줘야 한다고 생각해왔고 그런 걸 꿈꿔와서 오히려 노부가 저러는 게 좀 김빠지기도 하고 내가 원한 화이트데이는 이런 게 아니니까 화이트데이에 대한 의욕이 사라져버려서 괜히 홧김에 노부한테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해버림.


"우리 이제 둘 다 30대인데, 이 나이 먹고 화이트데이, 발렌타인데이 이런 거 챙기는 거 싫어. 우리 좀 어른스럽게 연애하자."


마치다가 정색하고 저렇게 얘기하니까 노부도 화이트데이로 장난치던 모습은 하나도 없이 진지하게 알겠다고 하겠지. 누구보다 화이트데이를 기다렸던 마치다라서 마음에 없는 소리였는데 노부가 바로 저렇게 알겠다고 할줄은 몰라서 조금 얼떨떨 하기도 하고, 자기도 모르게 차갑게 나온 말이 후회되기도 하고, 사탕 하나 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워서 저렇게 얘기했을까 싶고, 그렇게 사탕을 받고 싶어 했는데 내가 노부한테 너무 심했나, 연애라는 건 너무 어렵다고 마음이 복잡할 듯...

그렇다고 그땐 내가 기분이 좀 안 좋아서 말이 헛나왔다 그냥 챙기자 이럴 수도 없는 노릇에 저 말을 한 이후에 노부가 다신 화이트데이 사탕 얘기를 안 꺼내니까 계속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다 결국 화이트데이 날이 왔는데, 이날 둘 다 촬영이 있어서 따로 데이트 약속은 못 잡았고 이것까지 더해져서 마치다는 속이 말이 아님. 처음으로 하는 연애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특별한 날인데 이런 날에 노부를 만나지도 못하고 이렇게 보내야 하다니... 집에 가서 혼자 술이나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울적하게 혼자 대기실에 있었는데, 밖이 좀 소란스럽더니 갑자기 대기실에 노부가 들어오고 스텝들 다 들을 정도의 큰 목소리로 할 말하면서 마치다 손 붙잡고 일으키겠지.


"케이! 촬영 다 끝났다면서요. 나도 일찍 끝났는데 우리 같이 밥이나 먹어요."


비밀연애 중이라 노부가 갑자기 나타나서 이러는 행동에 당황한 마치다가 손 빼려고 하니까 노부가 마치다만 들을 수 있게 속삭일 거임.


"우리가 사귀는 사이인 건 스텝들이 몰라도 우리가 친한 사이인 건 다 알잖아요. 예전처럼 행동하면 아무도 의심 안 해요, 케이."


노부 말 듣고 보니 사귀기 전에 이미 손도 여러 번 잡고 껴안기도 하고 그랬고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 둘이 친한 건 유명하니까 지금 손 빼는 게 더 이상해 보이겠구나 싶어서 손 잡힌 채로 스텝들에게 인사하고 노부랑 같이 밖으로 나왔는데, 지금 혹시 배 많이 고픈 거 아니면 좀 걷자고 하는 노부 말에 노부 매니저랑 마치다 매니저 둘 다 먼저 보내고 둘이 천천히 걷겠지. 걷다 보니 목적지가 촬영장에서 가까운 마치다 집이 됨. 나란히 걸으면서는 손을 잡지는 못하겠지. 아무리 둘이 친한 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해도 밖에서까지 손잡고 나란히 걸으면 비밀연애 다 들킬 테니까. 그래서 좀 떨어져서 걷는 동안 둘 다 별말 없었는데 그게 마치다는 또 속상할 거임. 자기 때문에 화이트데이 다 망친 것 같아서. 아무래도 집에 도착하면 같이 집에 들어가자고 해서 저녁 차려주면서 꼭 사과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다 보니 어느새 마치다 집에 도착함. 그리고 마치다가 다짐했던 말을 내뱉기도 전에 노부가 마치다 코트 주머니에 뭔가를 쏙 넣더니 주변을 휙휙 둘러보고 마치다 볼에 가볍게 뽀뽀해 준 후에 주머니는 집에 가서 확인해 보라고, 나는 사실 촬영 아직 안 끝나서 다시 가봐야 한다고 하고 급하게 돌아가 버릴 듯. 노부는 진짜로 촬영 쉬는 중간에 마치다한테 온 거였고 빨리 돌아가야 해서 뒤도 못 돌아보고 감.

그리고 마치다는 노부 가자마자 집에 뛰어들어가서 노부가 주머니에 넣은 게 뭔가 꺼내보니 마치다가 평소에 좋아하던 사탕 몇 개랑 쪽지가 있겠지.


[케이, 그래도 오늘이 화이트데이인데 그냥 넘어가고 싶지는 않아서 사탕 몇 개 준비했어요. 이런 거 챙기는 거 싫다고 했지만 뻥인 거 다 알아요ㅎㅎ 나는 케이가 화이트데이라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부담 가질까 봐 그럴 필요 없고 가볍게 사탕 하나만 줘도 된다는 의미로 사탕, 사탕 노래를 불렀던 건데 그게 케이에게 더 부담이었나 봐요. 미안해요. 그리고 화이트데이랑 발렌타인데이 챙기는데 나이가 어딨어요? 케이는 안 줘도 돼요. 근데 나는 100살 되어서도 케이한테 사탕하고 초콜릿 줄 거니까 그때까지 내 옆에 꼭 붙어있어야 해요. 사랑해요.

추가! 왜 뻥인 걸 아냐면... 옛날에 케이가 애인 생기면 화이트데이랑 발렌타인데이, 크리스마스 같이 보낼 생각에 너무 기대된다고 화려하게 챙기고 싶은데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겠다고 했던 것 때문에 알아요. 나 기억력 완전 좋거든요.]


마치다는 쪽지 보고 눈물 날 것 같은데 눈물 나는 것도 참고 어제 사뒀던 거 들고 바로 노부네 집으로 가겠지. 그리고 노부 촬영 끝나서 올 때까지 저녁 해놓고 기다리다가 노부 왔을 때 서프라이즈라고 어제 사뒀던 거 미는데 마치다가 내민 건 대형 사탕 꾸러미였을 듯. 이것저것 맛있어 보이는 사탕은 다 산 다음 마치다가 어설프게 포장한 사탕 꾸러미인데 그거 받고 노부는 입이 귀에 걸려서 마치다 껴안고 이런 걸 굳이 왜 사 왔냐고 내 쪽지 받고 급하게 산 거냐고 물어봄. 마치다는 그게 아니고 사실은 나도 그냥 넘어가고 싶진 않아서 어제 사뒀던 건데 못 주는 줄 알았다고, 나도 너한테 매년 화이트데이 때 사탕 항상 챙겨줄 거라고, 네가 주머니에 사탕하고 쪽지 넣어준 건 내 인생에서 최고로 로맨틱했던 화이트데이로 기억될 거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다가 아까 쪽지 떠올라서 애처럼 울음 터지고, 노부는 그것도 귀엽다고 갑자기 사진 찍어대서 마치다 웃게 만들 듯. 겨우 울음 그친 마치다랑 마치다가 해놓은 맛없는 저녁 같이 먹으면서도 둘이 웃음이 끊이질 않겠지.

그리고 마치다가 준비한 사탕은 다 마치다 입으로 들어갔음... 사실 노부는 사탕 별로 안 좋아하고, 마치다는 사탕에 환장하는데 마치다가 산 사탕도 다 마치다가 먹어보고 싶었던 사탕들이라 마치다의 셀프 화이트데이 선물이 됐을 듯ㅋㅋㅋㅋㅋ



화이트데이는 지났지만 그래도....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