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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9 23:13
“이즈미상.”

입술이 부딪친 다음이었다. 누가 의도했는지 의도하지 않았는지 분간할 틈도 없이 얽혀든 입술과 혀의 감촉이 뜨겁게 남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였다. 내가 아키토를 그렇게 보고 있는지 나도 미처 몰랐다. 마치 우위를 점하려는 수컷의 본능인 것처럼. 종잇장 하나 끼어들지 못할만큼 가까워진 얼굴을 아무도 물리지 않았다. 옷깃이 잡혔고 끌려갔다. 아키토가 졌다고 생각했다. 거칠게 부딪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나는 그가 나를 열망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도.
대답을 할 정신이 없었다. 나는 조금 답답해진 목을 편하게 하려고 와이셔츠 단추 하나를 더 풀어내며 아키토를 쳐다봤다.

“남자도 가능해요?”

늘 자신만만하던 목소리가 어색한 투로 들려왔다. 자신이 없다고 하기엔 분명한 말로, 하지만 평소보다 훨씬 부드럽고 작은 목소리였다. 나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더운 공기를 식히려고 애썼다.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네가 내 팔을 잡았다.

“이즈미상.”

꼭 매달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불안해하는 아키토의 얼굴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본 일은 없다. 좁은 차 안의 공기가 서늘하게 식어갔다. 방금 전의 일을 사고라고 하면 네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영악하지 못했다. 이 늦은 나이에, 내가 너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 모르겠어.”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 몇 년 동안 봐 온, 그저 건방진 학생이었던 너를, 내가 왜?

“그럼 나는? 나는 가능해요?”

팔을 붙든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대답을 회피하고 싶었다. 마음의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을 모면하면 그저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그 짧은 순간에 나는 너와 나의 첫만남부터 지금까지 모든 일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너와 나는 앞으로도 한 조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게 맞는가에 대한 고민도 했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 응.”

도망치기에는 나는 너무 오랫동안 외로웠던 것이 틀림없다. 너와 줄다리기를 할 새도 없이 나는 이 마음을 인정하고 말았다.
팔을 잡았던 네 손에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내 대답 다음에 다른 것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는, 짧게 숨을 내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다시 창 밖을 내다본다. 우리가 늘 하는 일이 그러했기에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그러니까 조금 전에 너와 내가 키스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그 행동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 뒤로 우리 둘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잠복을 마치고 서로 돌아와서야 다시 너에게 팔을 붙잡혔다. 며칠 간 이어져 온 잠복에 피로로 가득한 머리가 몽롱했다. 그런 나에게 네가 돌진해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네 뒷덜미를 움켜잡았다. 떼어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피곤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고서야 왜 네가, 나를. 처음보다 더 뜨겁고 깊게 혀가 얽혀왔다. 한참이나 어린 너에게 힘으로 밀리고 있었다. 한없이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감각이었다. 너를 말리지 않으면 나는 이대로 잠식되어버리고 말 것만 같았다.

“아키토, 아키토!”
“들키기 싫으면 조용히 해요, 이즈미상.”
“너야말로 정신차려. 여기, 서라고!”
“알아요. 그러니까 키스 정도로 끝나는 거라고요.”

그 말에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내 땀냄새가 가득한 목덜미에 코를 박고서 중얼거리는 네 말이 숨을 멎게 했다.

“…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러나 여전히,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것은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네가 따라붙었다. 내 차에 나보다 먼저 올라 탄 너에게 한 마디 쏘아붙일 타이밍이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뒤로도 너와 수도 없이 입을 맞췄다. 그 이상으로 나아가는 일은 없었다. 다만 네가 무언가 참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애써 모르는 척했다. 너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 아니기에.

“쫓아낼 줄 알았는데.”

난생처음 네가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교관과 학생 사이일 때도 그런 일이 없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처음으로 네가 귀여워보였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나 역시 네 눈치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앞을 보고 있었지만 네 시선이 명백하게 나에게 꽂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차마 그쪽으로 고개를 돌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이런 관계에 익숙치 않았다. 일 때문이라며 모든 감정을 밀어내는 습관이 있었다. 주변을 위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 살아가는 것이 여러모로 나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관계가 어색했다. 그 무엇으로도 명명되지 않은, 그저 키스 몇 번 한 사이의, 직장동료.

“… 어디까지 갈 생각이야?”

확실히 하고 싶었다. 이대로 휩쓸려가면 둘 다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널 게 불보듯 뻔했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는 이미 강 건너편에 서있을 것이었다.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집 앞까지 그를 끌고 와버렸으니. 그러니까 아직 강을 건너지 않은 너라면, 아직 망설이고 있다면, 나는 기회를 주어야 했다. 이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글쎄요.”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불장난처럼 시작한 관계겠지. 오랫동안 붙어있을 수 밖에 없고 쌓인 욕구를 해소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환경이었다. 어쩌다 그런 마음이 생긴 둘이 붙어먹고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그런 관계일 수 밖에 없었다. 알고 있었다. 네가 나를 진지하게 생각할 리 없다는 방어선을 긋고, 긋고, 그 위에 덧그렸다.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렇게 해주겠다, 저렇게 해주겠다 약속은 못하겠죠. 서로 하는 일이 그러니까.”
“결론만 말 해.”

그제야 너와 눈이 마주쳤다. 눈치를 보던 어린 아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나를 방어하려 인상을 썼고, 너는 그런 나를 향해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의 관계에 끝이라는 게 있다면, 적어도 그 너머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그 뒤에 집에 안 갈 거냐며 나를 채근하는 너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내가 구축한 방어선이 천천히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 뒤로 날아오는 고작 몇마디 다정한 말들에, 어른스럽지 못하게도, 나는 네 앞에 갑옷 하나 없이, 심장을 다 내어보인 채 서있게 되었다.
좋아한다는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뭔가 찝찝하게 시작하는 아키토이즈미가 보고 싶었달찌…
공안즈 더 줘… ㅠㅠㅠㅠㅠㅠㅠㅠ

아재스 아키토이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