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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9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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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만 가면 유독 연애하는 느낌이 드는 오미강짱








쉴 틈 없던 스케줄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잠시 눈을 붙이다 무언가 생각난 듯 가방 깊이 들어있던 휴대폰을 꺼내드는 강짱이었다. 그러고 보니 종일 연락 한번 못 했던 게 생각나 이제라도 메시지를 보낼까 싶어 시계를 보니 밤 9시가 조금 넘었다. 도쿄와의 시간 차이가 8시간 정도니 한참 자고 있겠다 싶어 잠시 머뭇거렸지만 혹여 저가 미안해 하기라도 할까 그래서 신경 쓰여 일에 지장이라도 줄까 하루 내내 연락 한 통 없는 자신에게 왜 연락이 없는 건지 묻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을게 분명한 제 연인의 성격이 생각나 간단히 메시지를 보냈다.





역시나 강짱의 예상대로 하루 종일 연락 한 통 없는 연인에게 혹여라도 바쁜데 자신의 메시지가 폐가 될까 먼저 연락도 못하고 종일 속앓이만 하다 새벽녘에서야 선잠이 들었던 오미는 '띠링~' 하는 메시지 알람에 눈을 번쩍 떴다.  

[스케줄이 예상보다 늦게 끝나서 이제 숙소에 들어가는 중이야. 들어가면 바로 쓰러질 것 같아 지금 메시지 보내요. 오미상도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이가 보내온 메시지는 그의 성격답게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깔끔했다. 연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어쩌면 사무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메시지지만 오미는 이 짧은 문장 안에서 아이의 다정함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보면 어느부분에서 그런 생각이 드냐며 어이없어하겠지만 피곤에 절어있으면서도 자신이 걱정할까 졸린 눈을 비비며 메시지를 보냈을 강짱을 떠올리며 오미는 만면에 웃음 가득 담고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이제 이틀 남았으니 남은 스케줄 잘 마무리하고 피곤하다고 식사 거르지 말고 꼭 챙겨 먹어. 지금 그곳 기온이 낮던데 감기 걸리지 않게 옷 따뜻하게 입고.. 사랑해]

몇 번의 수정을 거쳐 답장을 쓴 후 보내기 버튼을 누르려다 쉬어야 하는데 제 메시지가 혹여라도 방해가 될까 꾹 참고 강짱이 일어날 시간까지 기다리다 그제야 메시지를 보내는 오미였다. 








귀국해서도 밀린 일정으로 인해 정신없이 보내다 며칠이 지난 후에야 여유가 생겨 오미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집에 도착해 씻지도 못하고 옷만 갈아입고서는 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제법 늦은 시간이었지만 집에 가서 연락하겠다는 아이의 메시지를 받고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신호가 한번이 채 울리기도 전에 화면에 오미의 모습이 비췄다.

같은 그룹의 멤버로만 지낼 때 콜라보로 라방을 한 적이 몇 번 있긴 했지만 연인이 된 후로 이렇게 영상으로 마주하는 건 처음이라 살짝 긴장도 하고 화면에 비친 서로의 모습이 새롭기도 한 오미와 강짱이었지만 그 약간의 긴장감은 서로의 멋쩍은 웃음으로 이내 사라지고 오미가 먼저 아이에게 자신이 그리도 궁금해했던 파리에서의 시간을 물었다.
강짱은 자신의 파리 일정을 시간 단위로 들려주면서 말미에 어떤 팬분이 오미상은 같이 안 온 거냐 묻길래 이번엔 혼자 왔다고 대답했는데 돌아서서 생각해 보니 나도 많이 아쉽더라 하며 다음부터는 오미상도 꼭 같이가요 라는 말로 오미의 눈시울이 붉어지게도 했겠다.

그 모습을 못 본 척 오미상은 어떻게 지냈냐 묻는 아이의 물음에 고맙게도 사무실에서 연초 스케줄을 빼줘 본가에 가서 엄마가 해 주시는 음식 먹으며 조용히 지냈다면서 엄마가 조금 늙으신 것 같아 속상했고 조카가 지난번에 봤을 때 보다 제법 많이 커서 놀랐으며 누나는 올해도 다이어트를 목표로 한다는데 아이가 남긴 밥은 왜 자꾸 먹는 건지 모르겠다며 흉을 보는 듯했지만 그 말속엔 누나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는 걸 강짱은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며칠 전 휴대폰 사진을 보다 작년에 우리 둘이 새해 참배에 가서 찍었던 사진을 보니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하더라고 하곤 잠시 머뭇거리다 혹시 너만 괜찮다면 앞으로 쭉 같이 가줄 수 있냐는 오미의 말에 강짱은 어쩐지 귀 끝이 붉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뭔가 부끄러운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 간질거리는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계속 함께하자 한 오미도 듣고 있던 강짱도 기분 좋은 어색함을 느끼고 있을 때 아이가 말을 꺼냈다. 


- 이런 기분인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말할 걸 그랬어. 오미상 마음 알았을 때 그냥 물어볼 걸 그랬나 봐.
- ...
- 못 본 척 지나쳐 버린 시간이 너무 아까워. 
- .. 난 지금도 충분해. 
- 뭐야, 내가 너무 빨리 받아준 거야? 그냥 계속 모른척하고 있을걸 그랬나 봐요
- 아.. 아냐아냐아냐, 그런 게 아니라..
- 하하하하하하 오미상 진짜


늘 기분 좋게 만드는 아이의 웃음이 잦아들 때쯤 오미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 .. 고마워
- 응?
- 고맙다고
- 뭐가요? 
-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해 줘서
- 나도 고마워요. 기다려 줘서..


강짱의 고맙다는 말에 어쩐지 울음이 날것 같은 오미였지만 아이 앞에서 울 수는 없어 한동안 휴대폰이 아닌 거실 한켠에 놓여있는 오렌지색 상자들에게 의미 없는 시선을 보내며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리곤 짧지 않은 침묵을 시간을 기다려준 제 연인에게 오미는 슬쩍 말을 띄웠다.


- 지금.. 가도 돼?
- 그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안 오려고 했어요? 


조심스러운 자신의 물음에 당연한 걸 뭘 물어보냐는 듯한 연인의 목소리가 들렸고 이에 기다리라 말하며 전화를 끊고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급히 차 키를 들고나가는 오미였다.








삼대 오미강짱 오댕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