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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2 12:57
물어보는 거 보고 싶다. 켄지로는 재수 없게 뭐 그런 소리를 하냐고 화 냈다가 류지가 평소처럼 우씨 거리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길래 심장 덜컹 내려앉을듯. "슬퍼해주는 게 아니고 너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거야." 류지는 그 말 듣고 퍽이나 따라 죽겠다며 비꼬겠지. 근데 비꼬는 표정이나 눈빛 같은 게 마냥 장난은 아니어서 괜히 신경쓰이는 켄지로임.

그렇게 얼마 지난 뒤 둘 사이에 아이가 생겨 입적 갈기고 사는데 불행하게도 류지가 아이 낳다 죽게될 것 같다. 지병이 있었는데 임신 때문에 약도 못 쓰고 치료 제대로 못 받아서 그렇게 된 거.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켄지로는 세상이 다 무너져서 빗물에 쓸려내려가는 기분일 거임. 아이 태어난 날이 류지의 기일이 되어버리고 그렇게 기념일 아닌 기념일을 보내야했을듯. 아이 생일 케이크에 초를 붙여주면서 속으로는 류지를 떠올리고 어금니 꽉 물 것 같다. 눈물 나올까봐. 아이는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엄마가 멀리 외국에 있는 줄 알듯. 어느날 켄지로는 아이를 안고 낮잠 자다가 꿈에서 류지를 만났으면 좋겠다. 그때 나눴던 대화를 똑같이 하고 있는 둘이겠지. 나 죽으면 슬퍼해줄거야? 너 죽으면 따라 죽을 건데. 퍽이나. 그리고 천천히 눈을 뜬 켄지로는 거짓말처럼 품 안의 류지를 발견할 것 같다. 순간 너무 놀라서 눈도 안 깜빡이고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눈 한 번 깜빡이니 류지는 다시 아이의 얼굴로 잠을 자고 있을듯. 류지를 쏙 빼닮은 아이가 제 품에 안겨 나른한 낮잠에 빠져있는 걸 보니 류지를 평생 따라가선 안 되겠단 굳은 다짐을 하게됨. 내가 얘 지켜야 돼서 좀 늦게 갈게... 하고 눈 감고 류지한테 기도하는 켄지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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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지로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