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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03:18
(제목 어그로 ㅈㅅ 제이크의 정확한 생일은 불명이지만 브나나 시즌1 13화에서 제이크가 직접 쌍둥이자리라고 언급한 걸 토대로 썼음. 생일 에피소드에서도 날짜는 안 나오더라. AU 다중우주 소재...? 하여튼 시즌 7이후 시점이긴 함. 초반부터 사망 소재 있음 주의)
"...긴급 상황 발생, 총격은 끝났지만 우리 쪽에 총상을 입고 심하게 다친 부상자가 한 명 있으니까 바로 출동해줘요. 빨리요!"
급하게 무전을 끊은 제이크는 바닥에 쓰러진 에이미를 조심스레 끌어 당겨 제 품에 안았다. "에이미,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거야." 하지만 제이크의 기대와 달리 에이미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팔을 축 늘어트리며 숨조차 내쉬지 않았다. "아냐, 그럴 리 없어. 아직 내 말 듣고 있잖아, 그치? 에이미? 에이미? 제발......" 제이크는 에이미의 명치에서 울컥대며 쏟아지는 피를 막으며 에이미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지만, 에이미는 제이크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마치 영영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떠나는 사람처럼.
에이미와 살던 집, 에이미와 함께 일하던 경찰서, 에이미와 출근할 때 타던 차, 에이미와 함께 걷던 길거리, 오늘 아침 "생일 축하해." 라고 말하던 에이미의 목소리, 입술의 작은 움직임, 코 끝을 장난스레 부비며 겹쳐지던 숨결의 온도, 함께 순찰을 돌고 오는 길에 듣던 노래와 갑자기 시작되던 총성과 상처를 막으며 피범벅이 된 손으로 급하게 지원을 요청하던 자신의 말소리까지. 모든 게 순서 없이 뒤죽박죽 섞여서 제이크의 귓전을 맴돌았다. 경찰이 되고 배운 부상자 처치 메뉴얼 따위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제이크에게 눈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행동 요령 따위를 가르쳐 준 적은 없었다.
"뉴욕 경찰이다! 무기 당장 내려놔!"
지하실로 이어지는 철문을 박차고 들어간 경찰들은 대형을 지키며 일사분란하게 주변을 살폈다. 어두컴컴하고 고요한 현장 속에 알 수 없는 긴장이 감돌았다. 쿰쿰한 물냄새 사이로 녹슨 철의 냄새가 비릿하게 피어오르고, 천장을 타고 오르는 기괴한 흐느낌이 멀리서 들렸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무기 버려!" 테리가 소리쳤다. 하지만 손전등을 쥐고 테리 뒤를 따라 가던 찰스는 이내 무언가를 발견한 듯 손을 아래로 내리며 중얼거렸다. "이건 대체..." 시신은 하나인데, 도저히 한 사람의 것이라 할 수 없는 양의 피가 고여있었다. 바닥에서 피어오르던 비릿한 철 냄새는 여기서 시작된 게 분명했다.
"반장님!" 찰스가 다급히 테리를 불렀다. 테리는 어둠 속에 쏘아지는 손전등 빛에 잠시 미간을 구겼다가, 바닥을 보고는 기겁하며 찰스가 서있는 방향으로 재빠르게 다가왔다. "젠장, 이건 한 사람이 흘린 피가 아닌 거 같은데." 총을 쥐고 목이 반쯤 날아간 채 누워있는 남자는 마치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온 핏 속에서 익사한 것 처럼 보였다. 테리가 고갤 돌려 손짓하자 반대편을 확인하던 경찰 두 명이 금세 테리의 뒤로 따라 붙었다. "부상의 상태로 보아 이 남자가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으니, 우리는 제이크 페랄타를 찾아 수색을 계속한다. 이해했나?" 테리의 말에 이제 막 신입 티를 벗은 두 명의 경찰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테리의 말대로 핏물 속에 누워 있는 남자는 이미 살아있는 사람이 아닐 터였다.
찰스가 손전등을 조금 더 넓게 비추자 멀지 않은 곳에 역시나 총을 쥔 채 머리에 총을 맞고 사방에 잔해가 튄 두 번째 시신이 보였다. 가장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은 경찰이 애써 구역질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제이크, 듣고 있나?" 테리가 제이크에게 무전을 시도했지만 무전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찰스는 소리 없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제는 제이크의 생사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괴한 울음 소리는 어딘가에서 자꾸만 희미하게 이어졌다. 그렇다면 소리의 근원지는 이보다 더 안쪽에 숨어있다는 걸까.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울음 소리에 테리가 곧바로 총을 쥐고 경계 자세를 취했다. 찰스는 테리를 대신해 지상에서 수색을 하고 있을 다른 팀에게 지하의 상황을 전했다.
"상황이 좋지 않다. 제이크와 에이미는 만나지도 못했는데 벌써 총에 맞은 시신을 두 개나 발견했어. 그 쪽은 어때, 로사?"
"아직 숨이 붙은 놈을 하나 발견해서 곧바로 구급차에 태워서 보냈어. 하지만 에이미나 제이크는 아니야."
"지상에 다른 시신은?"
"아직까지는 없었어."
무전을 받은 로사가 답했다. 하지만 찰스와 테리는 지상에서 로사가 발견한 사람이 에이미나 제이크가 아니라는 말에 실망할 겨를조차 없었다. 제이크와 에이미가 아직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테리가 선두에 서자 찰스와 나머지 경찰 두 명은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핏자국을 따라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갔다. 열려있는 두번째 문 너머로 철골 선반 앞에 쓰러진 세번째 시체와 얼마 안 가 뒤통수에 총을 맞은 네번째 시체가 보였다. "두 번째 문 앞에서 시신을 두 개 더 발견했다. 무전 확인 바란다." 무전을 남긴 테리는 뒤따라오는 경찰 두 명을 곁눈질로 힐끗대며 찰스를 불러 세웠다. "찰스, 더 이상 우리끼리 들어가는 건 너무 위험해. 나도 우리 형사들이 살아있길 바라지만... 여기서 수색을 중단하고 경찰특수팀을 기다리는 게 낫겠어." 테리의 말에 찰스는 잠시 갈등하는듯 하더니 그럴 순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반장님도 흐느끼는 소리 들었잖아요. 그건 분명히 제이크의 목소리였어요. 아직 저 안에 제이크와 에이미가 살아있을지 모르는데 지원만 기다리다가 둘 다 못 살리면 어떡해요?" 찰스는 그렇게 말하며 어둠 속으로 용감하게 걸음을 내딛었다. "이봐, 찰스!" 테리가 찰스를 불렀지만 찰스는 잰걸음으로 테리를 앞서 가버렸고, 찰스를 혼자 보낼 수 없던 테리는 무전기를 바짝 당겨 쥐며 앞으로 향했다. "제이크와 에이미를 찾으러 더 깊게 들어간다. 지상에 있는 팀을 나눠서 반은 우리 쪽으로 보내줘." 테리가 무전하자 지상에서 기다리던 로사는 "알겠다."라는 짤막한 대답만 남기고 무전을 끝냈다. 사방을 경계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록 정체를 알 수 없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불빛 끝에서 흐느낌의 주인을 찾은 찰스는 그대로 발걸음을 멈추었고, 테리는 곧바로 무전을 보냈다.
"드디어 우리 팀을 발견했다. 제이크는 무사한 것 같지만 에이미는 이미... 사망한 것 같다."
"제이크!" 찰스가 제이크를 불렀지만 제이크는 찰스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 듯 했다. 제이크의 손과 얼굴은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로 잔뜩 얼룩져 있었다. 와중에도 제이크는 에이미를 지키려는 듯 에이미를 팔 안에 뉘인 채 상처를 손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안 돼. 세상에..." 찰스는 경악하며 제이크의 앞으로 다가갔고, 테리와 테리의 등 뒤로 따라 붙은 경찰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다른 위험이 없는지를 살폈다. "반장님, 세 명 더 발견했습니다. 혹시..." 테리의 뒤를 따르던 경찰이 급하게 테리를 불렀다. 하지만 테리는 각각의 상태를 살피더니 고개를 저었다.
"여긴 테리다. 제이크 옆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시신을 더 발견했다. 우리 쪽 사상자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총 일곱 명이 사망했다." 테리가 주변이 무사한지 확인하며 무전을 주고 받는 동안 찰스는 제이크의 어깨를 감쌌다. "제이크, 우리가 왔잖아. 이제 괜찮을 거야." 하지만 제이크는 애끊는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나 말고, 에이미가..." 그렇게 말하는 제이크의 얼굴은 눈물로 잔뜩 얼룩져있었다.
형사로서 온갖 끔찍한 현장을 다 겪었지만, 지금처럼 숨이 막힐만큼 괴로웠던 적은 없었다.
테리는 제이크의 앞으로 다가와 제이크가 에이미를 보호하려 두른 팔과 손을 조심스레 떼어냈다. "안타깝지만 에이미는 이미..." 하지만 제이크는 테리의 손길을 쳐냈다. "싫어요. 제가 반드시 데리고 나갈 거라 약속했단 말이에요." 피투성이가 된 제이크의 손이 차갑게 식어버린 에이미의 얼굴을 몇 번이고 쓸어내렸다. 제이크는 아직 에이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무리 상황을 설명한다 한들 지금의 제이크는 납득하지 못할 터였다. 테리는 애써 울지 않으려 눈물을 삼켰다. "네가 먼저 일어나야 에이미를 부축해주지. 안 그래, 제이크?" 테리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간신히 제이크의 손을 떼어낼 수 있었다.
제이크와 찰스가 에이미를 부축하듯 일으켜 세우자 테리는 곧바로 무전을 보냈다. "주변을 전부 확인했다. 우리 쪽 사망자를 데리고 지상으로 올라가겠다." 그러자 뉴욕시 경찰 간부 모임에서 급하게 연락을 받고 돌아온 홀트가 로사 대신 무전을 이어 받았다. "여긴 홀트다. 제이크는 걸을 수 있겠나?" 로사가 아닌 홀트의 목소리가 등장하자 테리는 조금 놀란 듯 했지만 바로 제이크의 상태를 살피며 대답을 이었다. "예, 제이크는 무사해보이긴 하는데 에이미를 직접 부축하겠다고 해서..." 테리가 말 끝을 흐리자 홀트는 이미 상황을 짐작한듯 "알겠다. 일단은 구급차를 대기해 놓겠다."며 무전을 끝냈다. 마침 테리가 요청한 지원이 도착해 임시 조명을 설치하고, 제이크 주변에 놓인 시신을 수습해 시체 가방에 담기 시작했다. 테리가 시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동안 찰스는 제이크의 반대편에 서서 에이미의 어깨를 붙들었다. "다른 건 생각하지마. 일단 지금은 돌아가는 게 우선이야." 찰스의 위로에 제이크는 반쯤 쉬어버린 목소리로 힘겹게 답했다. "고마워." 테리와 두 명의 경찰은 엄호 대형을 유지하며 제이크를 천천히 밖으로 이끌었다. 저녁부터 이어졌던 구조는 달이 뜨고 나서야 끝이 났다.
빛도 한 줌 들지 않던 지하 창고를 벗어나 마침내 지상으로 올라오자, 대기하고 있던 구조대가 곧바로 달려와 에이미의 몸을 넘겨받았다.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병원으로 데려가겠습니다." 그러나 제이크는 허우적대며 피로 물든 손을 뻗었다. "제가 이 사람 남편이에요. 같이 가야 돼요." 찰스와 테리가 제이크를 말렸지만 제이크는 끝까지 구조대원의 팔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피투성이가 된 제이크에게 붙잡힌 구조대원이 "이러시면 곤란한데요..." 하며 어쩔 줄 몰라하자 근처에서 상황 보고를 듣던 홀트가 다가와 제이크를 떼어냈다. "제이크, 이제 그만 놔 줘. 그게 에이미를 위하는 거야." 결국 제이크는 홀트의 말에 손을 놔주었지만, 여전히 억울하다는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왜 같이 못 가게 하는 건데요? 에이미가 임신 중이라는 것도 미리 의사한테 알려줘야 된다고요!" 에이미가 임신했단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된 찰스와 테리는 아연한 얼굴로 홀트와 제이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설마, 그걸 알면서 현장에 나가는 임무를 시켰어요?" 찰스가 홀트를 책망하듯 묻자, 우산을 주러 다가온 로사가 홀트 대신 입을 열었다. "아니, 에이미가 오늘 아침에 나한테만 알려줬었어. 서장님은 방금 나한테 들었고." 에이미 대신 동료들에게 임신 소식을 전하는 로사의 목소리는 슬픔에 잠겨있었다. 원래라면 기뻐하며 축하했을 소식이, 지금은 반대로 슬픔을 더하는 소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사이 에이미를 태운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빗 속으로 멀어져갔다.
"제이크는 무사하니, 일단 경찰서로 데리고 돌아간다."
홀트는 그렇게 말하며 제이크의 머리 위에 우산을 받쳐주었다. 제이크가 집으로 가고 싶다고 했지만 홀트는 지금은 제이크를 혼자 둘 수 없다며 기어이 자신의 차에 태웠다.
긴박하게 흐르던 시간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동안 제이크는 형사실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 비어있는 에이미의 자리를 바라보았다. "아직 연락 없어?" 제이크의 등 뒤로 전화하는 테리의 목소리가 지나가고, 옆에서는 로사가 마우스를 패대기 치는 소리가 들렸다. 홀트는 제이크 대신 에이미를 확인하러 병원에 갔고, 찰스는 야근하는 형사들을 위해 급하게 도넛을 사서 주변에 돌렸다. 제이크는 여전히 자신의 손에 피가 남아있는지 확인했다. '내가 언제 손을 닦았더라.' 창 밖은 어두컴컴한데 형사실의 조명은 눈이 시릴 정도로 밝았다. "아, 기억났다..." 제이크는 눈가를 손으로 꾹 누르며 중얼거렸다. 비품실에서 옷을 갈아입기 전에 피를 씻어낸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흐릿하게 떠올랐다.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마치 제이크 자신만 슬로우 모션이 걸린 것 처럼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제이크, 도넛 먹을래? 저녁에 생일 파티 한다고 점심도 안 먹었잖아."
찰스가 눈 앞에 도넛 상자를 내밀었지만 제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찰스는 스컬리와 히치콕의 자리를 한 번 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혹시 모르니까 냉장고에 넣어둘게." 찰스가 시야에서 멀어지자 제이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야간 당직을 맡은 형사들이 무언가를 수근대며 제이크 곁을 지나갔다. 왜 이 시간에 다들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까. 눈을 감았다 떠도 여전히 보이는 게 너무 많아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혼자 있고 싶어.' 제이크는 책상 위에 놓인 화려한 생일 카드를 구겨서 치워버렸다. 원래는 저녁에 에이미와 경찰서로 돌아오면 다같이 모여 제이크의 생일 파티를 하고, 임신 소식도 알리려 했는데. 모든 계획이 어처구니 없게 어그러졌다. '이대로 둘 순 없어. 자정이 지나기 전에 뭐라도 해야만 해.' 제이크는 분실 신고서를 꺼내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생일 파티도, 임신 소식을 알리려던 계획도, 그리고 에이미의 존재도. 자정이 되기 전에 전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고. 그러나 한참을 끼적이던 제이크는 갑작스레 눈시울이 화끈해지는 걸 느꼈다.
'정말로, 이제 에이미 없이 평생을 살아야 되는 거야?'
아무리 고개를 저어도 그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에이미가 없는데 자신은 여기에 계속 살아있다니. 눈물이 핑 돌면서 코 끝이 시큰거렸다. 어릴 적, 아버지가 집을 떠났다는 걸 알았을 때 처럼. 제이크가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눈물을 집어삼키며 소리 없이 견디는 게 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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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시발 내가 원래 페랄티아고로 보고싶었던 내용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어...... 이유 없이 죽인 거 아니다 믿어조라 흑ㅎ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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