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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9 21:16
다 ㅈㅇ
나르코스 안 봐도 됨
1.
- 페냐 요원, 그대가 해줘야 하는 일이 있어.
갑작스러운 누넌 대사의 목소리에 페냐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음. 그야 저렇게 시작하는 말 이후에 나올 명령이 페냐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말임을 뻔히 알았거든. 그리고 그건 그저 지레짐작하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페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음.
그리고 누넌 대사 또한 페냐가 자신의 명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미 알아챈 것 같았음. 그렇지 않고서야 어쩔거냐는 듯, 눈썹을 들어올리지 않았을테니. 그러거나 말거나 누넌 대사는 입을 열어 망설임 없이 페냐에게 명했음.
- 오늘 12번 구역 쪽으로 가지?
- 네, 대사님.
- 그럼 거기 가서 걔 좀 잡아와.
- 걔요?
- 그 왜, 요즘 시끄러운 센티넬 하나 있잖아.
누넌 대사의 말에 페냐의 미간에 힘이 더 들어갔음. '요즘 시끄러운 센티넬' 그 말이면 설명이 충분했음. 딱히 더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페냐 또한 누구를 말하는지 알았음.
12번 구역 쪽의 센티넬. 지난 몇 주간 12구역을 난장판으로 만든 탓에 지역 경찰들의 골머리를 썪게 만든 주인공이었음.
그 센티넬의 이름은 아무도 몰랐음. 더 나아가 사실 그 센티넬이 정말로 센티넬이 맞는지 확실하게 알지 못 했음. 그저 사고를 치는 스케일을 보면 가게 하나를 박살냈다든지 하는 것을 유추를 할 뿐이었음. 일반인이라면 저렇게 만들기도 쉽지 않았을테니까.
지역 경찰들이 골머리를 앓는 것은 앓는 것이고 그게 왜 페냐의 일인지 페냐는 이해할 수 없었음. 그야 페냐는...
- 전 마약단속반인데요.
- 그래, 그리고 난 미국 대사관의 대사지.
망설임 없이 반박을 해 오는 누넌 대사의 말에 페냐는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음. 까라면 까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밀려오는 담배 생각에 작게 입술을 씹을 뿐이었음.
2.
- 검은 머리, 검은 색 눈, 동양인, 나이는 10대 중후반으로 유추 중입니다.
간결하게 설명을 해 오는 경찰의 말에 페냐는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음. 10대? 여기도 갈 데까지 갔군. 그런 생각이 들었음. 아무리 센티넬이라고 하더라도 10대가 깽판을 치는 동네라니. 그리고 페냐가 한숨을 쉬듯 질문을 했음.
- 오늘 나타날지는 어떻게 알아?
- 나타날 겁니다. 저희가 미끼용으로 꽤나 비싼 값에 용병 길드에 의뢰를 걸었거든요. 비싼 의뢰비면 웬만하면 나타납니다.
- 허.
뭐, 믿어보는 수 밖에 없었음. 의뢰를 받아 용병 일을 하는 센티넬이라. 대부분의 센티넬들은 센터에 귀속되어 그곳에서 월급쟁이로 사는 걸 생각하면 이 또한 특이한 점이었음.
페냐는 어깨를 한 번 으쓱했음. 가능하면 빨리 잡고 마약단속범인 제 본래의 업무로 돌아가고 싶었음.
3.
- 3시 방향!
누군가의 외침에 페냐와 다른 경찰들의 시선이 일제히 돌려졌음. 그리고 그 시야 끝에는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작은 체구가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었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것이 페냐와 다른 경찰들이 노리던 목표물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 그리고 그걸 알아챈 모두가 분주하게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음.
- a팀은 동쪽으로! b팀은 서쪽으로 나뉜다!
그리고 페냐의 외침에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음.
4.
그 많은 경찰들이 뒤쫓았지만 센티넬을 따라잡은 것은 오직 페냐 하나 뿐이었음. 아니, 이게 정말로 따라잡은 게 맞나? 페냐의 머릿속에서 그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음. 왜냐하면 그 센티넬은 도망을 치면서도 계속해서 눈으로 페냐를 쫓았거든. 마치 따라오라고 하듯이 말이야.
뭐가 됐든 페냐는 상관 없었음. 이 망할 센티넬을 잡아 빨리 제 원래의 업무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뭐든 좋았음.
그리고 이내 막다른 길에 다다르고 페냐가 센티넬에게 총을 겨누었음.
- 적당히 하고 같이 가지? 나도 별로 길게 끌고 싶은 마음은 없어.
센티넬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음. 그런 그를 보며 페냐는 조금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음.
한 걸음. 한 걸음. 그리고 이내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가 될 때 쯤, 센티넬은 제 손을 뻗었음. 마치 수갑이라도 채우라는 듯.
뭐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페냐는 일단 제 뒷춤에 걸려있던 수갑을 꺼냈음. 그리고 센티넬을 제압하기 위해 손목을 낚아챘음.
그리고 페드로가 센티넬의 손목을 잡고 10초나 지났을까, 갑자기 전원이라도 꺼지듯이 센티넬이 바닥으로 고꾸라졌음.
5.
- 테이저건이라도 쐈어?
- 저 그런 거 안 쓰는 거 아시잖아요.
- 뭐야, 그럼 진짜 총을 쏜 거야?
- 총알 갯수 확인해보시죠, 한 발도 안 쐈습니다.
대사관에 돌아오자마자 만난 누넌 대사가 페냐에게 질문을 했음. 센티넬을 잡아오라고 했더니 그 요원이 센티넬을 잡다 못해 애를 쓰러뜨려 돌아왔다. 누넌 대사의 눈에는 아무리 봐도 이상했음.
- 과잉 진압한 건 아니지?
- 아니라니까요...
- 그래 뭐, 믿어보지 페냐 요원.
전혀 믿지 않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누넌 대사에 페냐는 마른 세수를 했음. 억울하기 그지없었음. 차라리 총알 한 발이라도 쐈다면 덜 억울할 것만 같았음. 그리고 그런 페냐를 보며 누넌 대사는 어깨를 한 번 으쓱했음.
- 뭐, 수고했어. 센티넬은 일단 센터 쪽에 넘겼어. 아마 형질 검사를 하고 적당히 배정되겠지.
- ...안 물어봤습니다만.
- 궁금한 얼굴이길래. 나가봐 이제.
간단한 축객령이 떨어지고 페냐는 의자에서 일어났음.
그래, 어차피 이제 안 볼 얼굴이었음. 기껏해야 운 나쁘게 임무가 겹치면 만나는 게 전부겠지. 그렇게 생각을 했음.
6.
며칠이 지나지 않고 누넌 대사의 호출에 페냐는 또 다시 대사실 앞으로 향했음.
누넌 대사가 자신을 부르는 일은 꽤나 잦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짧은 텀으로 부르는 일은 많지 않았음. 문고리를 돌리기 전에 페냐는 작게 한숨을 쉬었음. 뭐가 됐든 이번에도 저번처럼 귀찮은 일에 엮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음.
그리고 조금은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페냐가 바로 며칠 전에 본 그 뒷통수가 보였음.
잠시간은 쟤가 내가 생각하는 걔가 맞나? 싶었지만 이내 맞음을 알아챘음. 며칠 전 페냐가 봤을 때와는 다르게 단정하게 하나로 묶인 검은색 머리, 후드가 아닌 테크웨어, 그리고 앳된 그 얼굴까지. 그리고 그 얼굴을 마주하기 무섭게 누넌 대사가 먼저 입을 열었음.
- 어 페냐 요원, 잘 왔어.
- 뭡니까 이건?
- 뭐긴 뭐야. 자네 파트너지.
- 예?
들으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아 페냐가 다시 되물었음. 그리고 그런 페냐의 반응을 이미 예상한 듯, 누넌 대사가 아까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했음.
- 인사하게, 여기는 허니 비. 허니 비, 저기 저 뚱한 얼굴은 하비에르 페냐.
- 잠시만요.
- 페냐, 이건 내 선에서도 해결해 줄 수 없으니까 그냥 자네가 참아.
페냐가 무어라 반박하려 입을 열려고 했지만 누넌 대사의 말이 더 빨랐음. 미국 대사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그게 뭔데 도대체?
- 센터 측에서 오늘 아침에 연락이 왔어. 허니 비, 24세, 센티넬.
- ...
- 그리고 자네와 매칭이라더군.
순간 방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음. 뭐라고? 페냐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있는 동안 지금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허니 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음.
- 잘 부탁드립니다.
나르코스 페냐너붕붕 페드로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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