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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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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포프 극장판 로인디 엔딩 이후 좀 지난 뒤가 배경이긴 한데 큰 관련은 없음
언제나 그랬듯이 옵티머스는 꼭 돌아온다.
이번 세상에선 전처럼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옵티머스가 자기 희생으로 사이버트론을 되살린 뒤에 결국 살아돌아왔다. 사이버트론의 원로원을 조사해서 이번 세계에선 시민들이 실제로 오토봇에게 등을 돌린게 아니라 디셉티콘 잔당의 조작일 뿐이라는 걸 알아냈다. 오토봇이 임시 정부를 이끌고 난 뒤에 무사히 선거가 치뤄졌고, 옵티머스와 오토봇들은 드디어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이번 세상에서만큼은 모든게 잘 돌아갈거라고 믿어도 되지 않을까. 물론, 세상은 우리에게 그런걸 허락해주지 않을 모양이었다.
프라울이 디셉티콘 잔당의 체포까지 끝내고 쇼크웨이브를 조사하던 도중, 그는 옵티머스가 지구에 돌아갔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매트릭스도 더 이상 그에게 없고, 프라임의 차원에서 빌렸던 힘도 전부 반납한데다 계속된 싸움으로 점점 소진되어가던 그는 어느때보다도 약해지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프라울이 옵티머스를 봤을때만 해도 옵티머스는 평화로워 보였고, 편안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돌아온 옵티머스는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는다며, 사이버트로니안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서 지구에 몰래 들어왔다고 프라울에게 연락했다. 그가 혼란스러워 보인다면서... 프라울은 범블비의 연락에 "아 그럼 그렇지..." 라고 답하는 바람에 범블비가 지구에서 배운게 분명한 욕을 잔뜩 듣긴 했으나, 프라울은 당연히 그를 혼자 아프게 두고 싶지는 않았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 늘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 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던 그가 또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찾아간 옵티머스는 그가 죽어갈때보다도 더욱 혼란스러워 보였다. 프라울은 잠깐 자리를 물려달라고 하고 그와 대화를 시작했다.
"늘 다른 방법으로 절 놀라게 하십니다, 프라임."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말게."
"그럴 순 없습니다, 프라임."
내가 계속 프라임으로 부르자 옵티머스는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옵티머스."
옵티머스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오라이온."
이것도 싫어?
"팍스."
"그래, 프라울."
"이상한 고집을 부리네."
"네가 딱딱하게 말하는게 어색하니까 그렇지."
"첫 만남 때부터 그랬는데 무슨 소리야."
"아니잖아, 처음엔 내 욕하고 다녔으면서."
"내가 언제?!"
"시치미 떼지 마..."
옵티머스의 눈이 흐릿해졌다. 페이스 플레이트에서 약간의 열이 느껴졌지만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눈은 약간 혼란스러워보이기도 했고, 슬퍼보이기도 했다.
"네가 나더러 생각없이 행동한다며, 모두가 왜 다 너에게 그렇게 물러터지게 구는지 몰라도 넌 아닐거라면서."
프라울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이건 이번생에서 벌어졌던 일이 아니다. 먼 과거, 처음 프라울이 모든 우주를 돌아다니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따라다녀야겠다고 마음먹기도 전, 경관 오라이온 팍스를 처음 만났을때 일이다. 프라울의 옵틱이 흔들렸다. 우연일까? 아니야, 이번 생에선 그에 대해서 함부로 말한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혹시라도 헛된 소리를 할까봐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그럼 지금 옵티머스가 하는 말들은...
"제발 나더러 생각 좀 한번만 하고 행동해달라고 몇번이고 소리질렀잖아."
프라울은 일어서서 문 밖에서 몰래 엿듣고 있진 않은지 살핀뒤 문을 닫고 보안을 몇번씩 확인하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옵티머스는 더 이상 혼란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어때, 이번 생에선 조금 생각하고 행동한 것 같아?"
돌아보면 나도 내가 왜 그렇게까지 바닥을 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다시 태어난 곳은 약간 이상했다. 내가 알던 모든 선한이들이 조금씩 전부 비틀려있었다. 내가 아는 내 친구들은 어느 세계에서도 잔혹함과 폭력을 즐기는 친구들은 아니였다. 적어도 전쟁이 시작하기 전엔 그랬었지만... 이 세계에선 모두가 이미 망가져있는 것 같았다. 내가 태어나는 모든 세계에서 반드시 내 친구들이 늘 한결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난 그들의 깊은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그들안 어딘가에 선함이 자리하고 있을거라 생각했고 그걸 구하는게 내 일이라 믿었다. 모든 세계의 내가 그랬듯이, 난 이번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었다. 적어도 내 모든 기억이 벽을 깨고 들어오기 전까진...
나는 셀 수 없는 우주를 건너와 세기 어려울 정도의 환생을 반복해왔다. 매 세계를 건널때마다 기억은 지워지는게 아니라 덮일 뿐이다. 마치 새것인 것 처럼 세상에 걸어나오지만 내 스파크는 점점 닳아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계가 왔을때 난 산산조각 났다. 내 스파크 깊은 곳이 망가져 돌이킬 수 없게 된 모양이다. 가끔은 정신을 차리고 원래대로 돌아올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별 소용은 없었다. 내 손에는 이미 피가 묻어있었고, 난 이 세상을 구한게 아니라 파괴를 가속한 것 뿐이다. 가끔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의문할 수 밖에 없다, 난 왜 이런 삶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걸까. 어느 세계에선가 날 세상을 혼돈에서 구하기 위해서 온 환생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주민들이 있었던가... 그들이 아주 틀린건 아니였나 보다. 그러나 내가 구하기 위해 온 존재가 아닐뿐. 이 세계의 나는 수도 없는 학살과 전쟁을 불러일으켰고, 자비를 모르는 잔혹한 폭군이였다. 물론 이 세계의 내 행동이 더 제어가 되지 않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내가 살아왔던 이전 삶에 했던 행동들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결국 결과는 같아보였다. 난 사이버트론을 다시 내전으로 이끌고, 수도 없는 죽음을 불러왔다. 난 혼돈을 막기 위해 태어난게 아니라, 이 땅에 혼돈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계속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 내 믿음도, 내 신념도 전부 그를 부정하기 위한 것들에 불과했나? 내가 정말 세상을 위해 조금이라도 좋은 일을 했었다면, 왜 난 끝없이 다시 태어나는 벌을 받고 있는걸까. 과거를 잊지도 못하고 떠돌며 살고 있는 걸까. 내 모든 삶에 목적이 없었다면 왜 난 자유가 되질 못하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내 삶이 더 큰 파멸로 달려가고 있을 때, 프라울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내 모습을 보고 실망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를 처음 만난 장소는 약물을 유통하는 지하의 유흥장소였고, 난 내 권력을 공고히 해줄만한 의원중 한명에게 지분거리고 있었으니까. 그는 역겨워하는 표정으로 날 끌어냈다. 하지만 그가 원한건 체포는 아닌 듯 했다.
"넌 어떻게 매번 네 인생을 망치는 선택을 그렇게 쉽게 할 수가 있어? 네 인생을 제일 망치게 될 결정은 그렇게 기쁘게 받아들일 수가 있냐고? 뭘 원해, 바닥까지 망가져보고 싶어서 이러는거야?"
날 그 자리에서 끌어낸 프라울은 속사포처럼 쏟아내면서 화를 냈다. 누군가 나에게 직접 화낼정도로 신경써준 이도 그 뿐이었다. 프라울은 내가 멍청한 선택을 할때마다 매번 쫒아와서 화를 냈지만, 어느순간부터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의 침묵이 서운하게까지 느껴졌다. 그 조차도 날 확실하게 포기했다는 느낌에 날을 세우자, 그는 오히려 날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날 품었다. 그 말이 마치 진심같이 들려서 오히려 그에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행동은 통제가 더욱 되질 않고 있었다. 내 행동은 점점 통제를 위한 폭력에서 그냥 재미를 위한 학살과 고문으로 변질되고 있었고, 늘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할때마다 분노하던 프라울은 어느샌가 조언은 커녕 조용히 내 명령만을 따랐다. 그가 그럴때마다 그를 추궁했지만, 그는 내 의심을 사랑한다는 달콤한 말과, 그의 몸과, 다정한 손길로 무마했다. 그는 분명히 날 버렸다. 그가 날 포기했음은 분명했지만, 그가 그런 행동을 할때마다 실낮같은 희망을 걸게된다. 다른 오토봇들이 매번 나에게 고한다, 네 행동이 의심스럽다고. 디셉티콘과 접촉했다는 증거들을 내밀며 그를 빨리 처형하라고 재촉한다. 넌 매번 그런 의심을 하는 자들을 색출하고 네 자리를 위협하는 다른 이들을 죽이면서 버틴다. 디셉티콘보다도 네 손에 죽은 오토봇이 더 많을 지경이지만 난 널 쫒아내지 않는다. 지금 내가 붙잡을 수 있는건 너 뿐이니까.
그러니 네가 사운드웨이브의 첩자를 잡기 위해 떠난다고 했을때 몰래 도청을 붙인 것도 널 의심해서는 아니었다. 심지언 증거를 잡고 싶어서도. 그냥 널 이해하고 싶었다. 디셉티콘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하며 네 조건을 말하는걸 보면서 너도 그냥 권력이 필요했을 뿐인지 실망할때 쯤, 네가 한 말에 난 오히려 희망을 되찾았다.
[그리고 옵티머스가 죽을때 조금만 편하게 죽여줘.]
[진심인가?]
[그럴 자격 없는 짓을 많이 했다는거 알지만... 실각 후에 오토봇 손에 들어가면 더 끔찍한 꼴이 될거야. 최대한 고통없이 갈 수 있게 해줘.]
정말로 넌 날 위하는구나. 적어도 너 만큼은... 네 진심을 알고 오히려 난 가벼워졌다. 넌 날 정말로 사랑하는거야. 넌 날 죽일정도로 사랑하는거야.
[내가 직접 죽이진 못하겠어...]
[위장이 아니라 진짜로 사랑하기라도 했나?]
[그것만 부탁할게. 수년동안 내가 디셉티콘을 위해 해온 일들을 생각해줘, 제발...]
[제안: 합리적.]
난 뻔히 함정이라는걸 알면서도 디셉티콘과 네가 준비해둔 장소로 걸어갔다. 네 진심을 알고 나니 이 세상에 날 진정으로 위하는 존재가 단 하나는 존재한다는게, 그를 위해서 정말로 못 할 짓이 없는 존재가 단 하나만큼은 있다는게 날 자유롭게 만들었다. 네가 나에게 총을 겨눌때도 난 오히려 기뻤다. 네가 방아쇠를 당길때 눈을 감고 돌려버린 점만 빼면.
"왜... 차마 못보겠어?"
그건 안돼. 프라울, 날 죽일거면 날 똑바로 봐줘. 난 날 죽일때 네 눈이 보고싶어. 그 눈으로 똑바로 날 보면서 말해줘. 내가 천천히 그의 볼을 쓰다듬자 그제야 프라울이 눈을 떴다.
"날 똑바로봐, 날 쏠때는... 날 죽일땐 적어도 날 똑바로 봐줘야지, 응? 프라울..."
프라울이 눈물어린 그 두 눈으로 날 똑바로 보았다. 이 거짓뿐인 세상에서 유일하게 진실된 단 하나, 모든게 뒤집어진 세상에서도 변치 않은 단 한명.
"사랑해."
프라울의 슬퍼하는 목소리는 처음이다. 그렇게 오래 알아왔는데도... 하지만 이건 슬퍼 할 일이 아닌데. 정말로 내가 죽어야 한다면 난 네 손인게 기뻐. 다행이야. 사랑하는 이의 손에 죽을 수 있는 것 만큼 기쁜 일이 어디있을까? 사랑하는 이가 언젠가 당연히 다가올 내 죽음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그동안 날 견뎌줬을 뿐이라는 것 만큼 더 큰 사랑이 있을까?
"...알고 있어."
프라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것이 내가 그 세계에서 본 마지막 장면이 되었다.
내가 모든 걸 기억하는데, 너라고 전부 기억하지 말라는 법은 없구나. 네가 이토록 고독하고 외로워보이던 이유가 이것이였구나.
"...언제부터 알았어?"
프라울이 괴로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옵티머스는 그를 위로하며 손을 뻗었다.
"그냥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어, 어느 순간부턴 도저히 막을 수가 없더라..."
"그럼 저번에도..."
프라울은 어딘가 망가지고 돌이킬 수 없게 되버린 이전 세계에서의 그를 떠올렸다. 언젠가부터 망가졌다고 했는데, 모든 삶의 기억을 전부 기억해버린게... 그게 원인이였다고... 정말 그런거였다면 난...
"...미안해, 이번에도."
프라울은 곧 옵티머스가 무슨 부탁을 할건지 깨닫고 그의 손을 뿌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난 못해!"
"제발, 좀 들어줘."
"아냐! 안들을거야! 넌 또 나한테 그런짓을 시키겠다는거잖아!"
넌 어떻게 그런 눈으로 날 보면서 나에게 널 죽여달라고 할 수가 있는걸까.
"...두 번 다시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까지 타락하고 싶지 않아. ...제발."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거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매번 넌 이렇게 나에겐 잔인하게 굴수가 있어? 내가 그렇게 무감정해보여? 너에게 난 당연히 상처를 줘도 되는 존재야? 난 당연히 그냥 전부 견딜 수 있는것 같아보여? 아니야! 매번 네가 나에게 그럴때마다 누가 내 영혼을 찢어죽이는 것 같아, 나도 안괜찮아!"
"너 말곤 없어."
"난 니가 죽어도 그 뒤를 살아야 해. 니가 세상에서 없어져도 난 네가 죽은 다음 버티면서 네가 원하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 모든게 소진될때까지 버텨야 한다고! 그걸 생각해! 난 너랑 함께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거야, 니가 죽은 다음에서야 혼자 그런 세상에서 사는게 아니라!"
프라울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견디고 견디다 못해 무너진 두 영혼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날 사랑하게 된거야?"
난 너에게 날 사랑할만한 이유를 준 것 같지 않은데. 네가 감정을 죽인만큼이나 나도 감정을 죽이며 살아왔고, 그리고 난 너에게서 흘러나오는 좌절들을 보듬어줄 만한 그릇이 되질 못했다. 리더자리는 늘 나에게 과분했고 벅찼다. 매번 옳은 선택을 하느라 초조해하고 걱정하며 보내느라 난 너의 그 어느것도 돌봐준 것 같지 않은데.
"처음에 만났을때... 내가 너한테 왜 다들 너한테 넘어가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했었잖아."
프라울이 차분하고 그리움이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 그랬잖아, 왜 모두가 네가 하는 말이면 쉽게 따르고, 네가 하는 말이면 전부 믿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넌 모두가 널 너무 쉽게 사랑하게 만들어. 넌 모두가 널 위해 죽는걸 당연하게 여기게 만들었어. 나도 냉정하게 정신차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더 냉정하고 차갑게 대하려고 해봤어. 근데... 우습게도 니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걸 알면서 널 다시 보게 됐어. 그 뒤에서 고민하고 힘들어하면서 매 선택을 옳은 것으로 고르려 애쓰고, 너도 실수하고 자책하고 힘들어 한다는걸 알면서 널 좋아하게 됐어. 네가 겪은 모든일, 우리가 저질렀던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넌 여전히 괴로워하고, 힘들어하고 자책하지. 너에게 주어진 모든것을 넌 절대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그러면서 너에게 주어진 불행은 너무 쉽게 받아들여. 그래서 난 네 불행까지 전부 사랑해버렸나봐."
난 그래서 네 짐을 같이 짊어지고 싶었던 것 같다. 쇼크웨이브가 너에겐 죽음이 진정한 평안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 너에겐... 그 모든 걸 끝내는게 축복일 수 있겠다는 걸.
"...그래도 난 네가 살아있는 세상이 더 좋아. 넌 내 세상을 의미있게 만드는 유일한 존재야. 날 네가 사랑하지 않아도 돼, 나와 같은 마음일 필요도 없고 네가 꼭 나와 있어주는게 아니여도 상관없어. 난 그냥 니가 평화로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주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단 말이야! 그게 그렇게 이기적인 바램이야? 어떻게 넌 매번 이렇게 날 절박하게 만들 수가 있는거야? 날 이렇게까지 아프게 만들었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어떻게 매번 날 이렇게 만들어? 그렇게 모두를 위한다면서... 왜 매번 날 울게 만들어?"
프라울은 한참 울면서 화를 내더니 눈물을 닦고 원래의 그로 돌아와서 말했다.
"...알았어. 네가 원하는 일을 이뤄주는게 내 일이니까."
쇼크웨이브는 대체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화술로 사람들을 구워 삶아선 오토봇들이 임시 정부를 잡았을때 쯤에는 이미 자유가 되선 아이아콘 어딘가에서 틀어박혀 연구만 조용히 하면서 살고 있었다. 프라울은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기 위해 뒷조사를 꼼꼼히 했었다. 그러면서 한가지 불쾌한 사실을 알게되었다.
쇼크웨이브는 프라울이 온걸 눈치채곤 돌아보지 않고 몇몇 도구를 손보고 있었다.
"여긴 왠일이지, 프라울 조사관."
"옵티머스가 도움이 필요해."
"흠, 내가 그를 기꺼이 도울거라고 생각하고 온 건 아니겠지."
"당연히 도울거야. 넌 그가 필요하잖아?"
"잘 못 생각한 것 같군, 프라울 조사관."
"도와줘야지, 네가 한 짓이 있는데. 의원님."
쇼크웨이브가 그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무감정해보이는 목소리, 냉정해보이는 노란 눈 하나 뿐인 얼굴, 논리적이고 냉정하다는 과학자.... 하지만 프라울이 다른 세계에서 겪어본 쇼크웨이브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다수의 세계에서 그가 만났던 쇼크웨이브는 꽤 쾌활했고, 생각보다 철처하거나 꼼꼼한 성격은 아니었다, 게다가 외형도 다들 조금씩 달랐고. 물론 그들 전부 여전히 미친 과학자였고 잔혹하기야 했지만, 그 어느 세계의 쇼크웨이브도 그가 알던 쇼크웨이브 같지는 않았다. 처음엔 그가 좀 특이하게 그가 알던 쇼크웨이브와 비슷한 버전도 있는 거겠지 싶었다. 적어도 프라울이 그와 전장에서 마주친 내내 이 쇼크웨이브는 옵티머스에게 특이한 집착을 보인적이 없었으니까. 오히려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들에 더 집중했고, 디셉티콘보다도 그가 자유롭게 진행 할 수 있는 실험들에 더 관심이 많아보였으니까.
"널 조사하면서 알게 됐어. 이 세상에선 쇼크웨이브가 태어난 기록 자체가 없더라. 검투사 경기장으로 보내지면서 기록이 말소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넌 거기 해당하는 것 같지 않아서 말이야. 기록말소형을 당할정도로 죄가 있다면 다른 사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죄가 크단 소리인데 넌 그냥 어느날 갑자기 콜로세움에 나타나서 죽은 검투사 시체로 실험을 진행하기 시작했어. 나도 처음엔 헷갈렸어, 니가 오라이온에게 집착을 보이지 않으니까. 왜 갑자기 마음이라도 변하셨나?"
쇼크웨이브는 잠시 그가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했다.
"모든 세계의 오라이온 팍스가 같은 존재기라도 하다고 말하고 싶은건가?"
프라울은 잠시 멈칫했다. 이 버전의 쇼크웨이브는 그가 또 다른 세계에서 만났던 쇼크웨이브가 아니다. 수 많은 평행세계를 거쳐서 끝에서야 욕망을 내려놓은 버전의 쇼크웨이브가 아니라...
"이번 세계가 너한테 몇번째 평행세계지?"
"원래 우리가 있던 세계를 제외한다면 첫번째지."
이 쇼크웨이브는 아직 몰랐을 뿐이다. 그의 영혼이 모든 곳에서 결국 같은 존재라는 걸. 평행세계를 순차적으로 건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 시간대가 엇나가서 만나거나 하는 일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프라울은 언제나 그랬듯이, 조금 운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이런.
프라울은 자기가 쇼크웨이브의 기나긴 집착에 불을 붙인 원인이란걸 깨달았다.
"...그럼 별로 아는게 없겠군, 잊어버려."
"그가 정말로 우리가 아는 오라이온이라고 확신하나?"
"확실해."
"날 찾아올 정도라면 그가 죽어갈 때 밖에 없을 것 같은데... 내가 정말로 필요하지 않은가?"
"살리려고 찾아온게 아니야. 난 그가 스파크 깊은 곳의 기억까지 전부 파괴하고 안전하게 죽을 수 있게 해주고 싶어."
"너도 나만큼이나 이상한 놈인거 알고는 있나?"
"너랑 같은 수준에서 놓지마."
"방금 옵티머스 프라임을 확실하게 죽일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건 너인데."
"이유가 다르잖아."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건 우리가 희망하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 행동이라고 한건 너 아니였나?"
"니가 뭐라든 상관 없어, 이게 논리적으로 옳은 방법이니까."
"어떻게? 넌 방금 이 세상의 영웅을 죽일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게 네가 원하는 더 평화로운 세상과 무슨 상관이 있지?"
쇼크웨이브가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거라는걸 깨달은 프라울이 순순히 설명했다.
"옵티머스가 자기가 겪었던 모든 세계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어. 좀 더 지나면 완전히 망가질거야. 그리고 완전히 망가진 버전은 너도 그닥 알고 싶지 않을걸. 날 믿어, 네 안에 오라이온을 아끼던 마음이 어느 하나라도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그가 자기가 원치 않는 모습이 되기 전에 막아야 해."
쇼크웨이브는 또 다른 논리학자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프라울과 쇼크웨이브는 둘 다 논리적으로 유명했지만 방향성에서 같다고 느낀적은 없었다. 프라울이 수사관, 탐정으로서의 논리성을 중요시 여긴다면 쇼크웨이브는 과학적 논리성을 중요시여겼다. 프라울은 냉정해보이지만 그 깊은 곳에선 오토봇의 신념을 숭상하는 자고, 쇼크웨이브는 그런 것 보다는 더 큰 목적을 중요시 여겼다. 지금와선 그게 무슨 소용인지 의문하게 되버렸지만... 다른 세계까지 넘어와 탈출해서도 찾지 못했던 답을 방금 찾아낸 느낌이었다.
"방법은 있지만 내가 직접 보고싶군."
"징그러운놈."
프라울은 쇼크웨이브에게 협력을 요청해야 하는 위치라는것도 까먹고 무의식중에 툭 내뱉었다.
"메모리 제거 장치 사용법은 나만 아는데 그럼 어떻게 할건가?"
"...옵티머스 죽고나서 동체에 손대지만 마. 내 동체는 마음대로 처분해도 좋으니까."
"자네도?"
"옵티머스가 모든 생을 전부 기억한단 이유로 그렇게 됐으면 언젠가 나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어."
그리고 그 뒤는 사실 생각하기 싫었다. 그냥 끝내고 싶었다. 지치긴 했지만 옵티머스의 진짜 목적인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선 그럴 수가 없어서 옵티머스와 가까운 이들에게만 상황을 알렸다. 자세히는 아니지만, 옵티머스가 고통스럽게 죽어갈 병에 걸렸고 치료법이 없어 편안하게 보내줄 방법을 찾았다고. 옵티머스의 죽음을 알리면 혼란스러워질까봐 가까운 이들에게만 알린다고 말이다. 그 뒤에 쏟아진 눈물도 원망과 슬픔에 찬 말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정말 아무 해결방법이 없다는데 분노하고 좌절한 이들도 결국은 살아나갈 것이다. 이 세상은 이미 평화로워졌고, 슬프게도, 더 이상 옵티머스 프라임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쇼크웨이브가 마련해 놓은 실험대에 나란히 누운 옵티머스와 프라울은 조용히 손을 잡았다.
"기억을 전부 잊어도 또 널 만날 수 있을까?"
"그럴거야, 어느 우주든지 날 떨쳐낼 수는 없을 걸."
옵티머스가 슬픈듯한 미소를 지었다.
"기억나? 내 눈앞에서 니가 죽은적도 있다는거?"
"알아, 기억나. 그땐 미안했어. 근데 솔직히 네가 널 구하기 위해 죽는다 해도 네가 슬퍼할거란 생각도 안했고."
"그땐 왜 내가 울지도 않고 살아가게 내버려둔거야? 말이라도 하지 그랬어..."
"난 네가 바라는 이상을 이루기 위한 도구일 뿐이야. 난 그걸로도 족해. 꼭 내 품안에 네가 있어야 기쁜게 아니야... 그냥 널 따르는게 기쁜거니까. 그러니까 네가 몰라줘도 괜찮아."
"...그런데도 날 따라오고 싶어?"
"응. 몇번이고."
둘의 몸에 쇼크웨이브가 주사한 약물이 퍼져가며 의식이 흐려지는게 느껴졌다.
프라울의 시선은 옵티머스의 감겨가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가 포기해버린 세상에서 희망을 돌려준 유일한 존재.
"또 보자, 어디엔가, 어느 우주에서라도, 어느 시간에서라도."
오라이온은 늘 사고뭉치긴 했지만 어째서인지 다들 넘어가주는 눈치였다. 딱 한명, 프라울만 빼고. 그는 오라이온이 사고칠때마다 나타나서 잔소리하고 화내면서 쪼아대길 멈추질 않았는데, 그 오라이온이 결국 기가 죽어 피해다닐 정도였다. 안그래도 광산일은 위험한지라 어느정도 참견할 수 밖에 없던건지 오라이온이 자꾸 초보적 실수를 하는걸 참지 않고 쏘아붙이곤 했다. 그래서 프라울과 오라이온은 서로 거의 대화를 안하는 편이었는데, 프라울이 유독 오라이온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티를 내서 여기저기 말걸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오라이온도 프라울 옆에선 좀 조용하는 편이었고, 그래서 겨우겨우 평화가 유지되고 있었다. 광산일이라 위험한지라 오라이온도 광산 일을 한지 좀 지나고 나자 나름 주의하는 편이였는데, 요샌 자꾸 제트팩과 드릴을 고장냈다. 결국 참다참다 못한 프라울이 드디어 폭발했다.
"내 말 들려?! 어떻게 모두가 너한테 넘어갔는지 몰라도, 난 너한테 안넘어가!"
프라울이 잔뜩 씩씩거리며 이번주에만 일곱번째로 제트팩과 드릴을 망가트린 오라이온에게 소리를 쳤다. 광산의 모두가 약간 당황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디16이 당장이라도 튀어나가 프라울에게 쏘아붙이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재즈가 말렸다.
"D16도 재즈도 월도 그렇고 니가 뭘 어떻게 전부 꼬셨는지 몰라도 난 니 수작질에 안넘어가, 알았어?!"
"난 수작질 한적이 없는데..."
오라이온이 옵틱만 동그랗게 뜨며 당황했다. 재즈는 재미있는거 다보겠다는 듯이 쳐다봤다. D16은 경쟁자를 지금이라도 제거하고 싶은 눈치였다.
"너 때문에 이번 주엔 에너존 할당량도 못채웠잖아!"
"미안, 이번주 내몫 에너존 줄게."
"쬐끄만게 뭘 나눠준다는거야? 필요없어, 그냥 일이나 제대로 해. 난 너한테 방해받고 싶지 않은거라고. 눈만 귀엽게 뜨면 다인줄 알아?!"
"난 그냥 서있었는데."
"다들 니 얼굴때문인지 귀여운 태도 때문인지 몰라도..."
"...난 그런적 없-"
"니가 사랑스럽게 굴며 다들 살살 꼬시면 넘어가주니까 나도 그럴 줄 아나본데, 난 그게 아니라 니가 거슬리는게 싫은거야!"
오라이온이 죄책감 어린 표정을 하자 그제야 프라울이 좀 달래는 어투로 말했다.
"됐다... 할당량 못채운건 내가 추가근무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오라이온이 드물게도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괜찮아, 앞으로 일일히 잔소리할 일이나 없었으면 좋겠네."
"넌 신경써주는거잖아."
"니가 사고치면 다들 피해입으니까 그렇지."
"정말 그게 다야?"
오라이온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프라울은 잠시 그 눈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답했다.
"정말 그렇게 눈만 예쁘게 뜨면 다들 넘어가주냐? 그렇게 해서 재즈랑 디16도 넘어가줬나보지? 페이스플레이트 좀 반반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게 행동하면 다인줄 알아?!"
끝까지 못깨달을 모양이다.
"내가 언제 그랬다고 자꾸 그런 소릴해?!"
"이것봐 지금도 또 그러잖아!"
둘을 보면서 광부들은 결국 프라울이 끝까지 못깨달을거라는데 에너존을 걸었다.
"못살겠네, 그냥 사고나 그만 치고 다녀."
프라울은 한숨을 쉬면서 손으로 이마를 짚고는 자기 제트팩과 드릴을 내려놓았다.
"이거 써, 이럴까봐 더 챙겨왔으니까... 근데 이번엔 또 뭘 만들려고 한거야?"
"드릴이랑 제트팩을 재조립하면 자동 드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러다가 크게 다친다고 몇번을 이야기해?! 휠잭! 니가 얘 꼬셨지?!"
휠잭이 황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D16은 재즈가 말리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프라울을 집어던지고 싶은 기세였다. 프라울이 거기 신경쓸 성격은 아니긴 하지만.
"나도 다 생각이 있었는데..."
"생각이 있으면 뭘해? 넌 고집불통에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제멋대로에 니가 옳다고만 생각하면 막무가내로 굴면서 남들에게 얼마나 피해입히는진 신경도 안쓰고 매번 남들이 그 사고 수습하게 만들고 자기가 귀여우면 다인줄 아나본데!!"
이쯤 되면 오라이온이 아무리 둔해도 알 수밖에 없다. 오라이온이 옅은 미소를 짓고 프라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그렇게 귀여워?"
"뭐라는 거야?! 아니라는 이야길 하고 있잖아!"
"그럼 내가 얼마나 안 귀여운지 계속 말해보든가."
프라울은 오라이온의 이런 태도가 너무 싫었다. 당연히 자길 사랑할거라고 생각하기라도 하는지 사랑스럽게 웃으면 다 용서해줄줄 아나보다. 오라이온 조차 재미있다는듯이 귀엽게 웃고 있었다. 프라울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왜? 날 얼마나 안좋아하길래 그렇게 날 자세히 봤는지 계속 이야기 해줘."
"...기가 막히네, 너 진짜 남의 말 안듣는구나."
오라이온이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와선 자기 얼굴을 프라울에게 들이밀며 씩 웃었다.
"너 나 좋아하지?"
다들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오라이온이 프라울을 꼬신거다.
"아니라니까??"
프라울의 열이 오른 페이스플레이트가 오라이온의 짐작이 맞다는걸 알려주고 있었지만 광산 안에 있는 모든 코그리스 광부들은 깨달았어도 정작 프라울 본인은 눈치 못챈 모양이었다. 재즈는 혼자 생각했다. 저거 언제 깨달으려나. 그가 아는 프라울이라면 평생이 걸려도 모를지도 모르겠다.
프라옵티
약간 본편은 idw세계에서 자기 선택에 후회한 주요 인물들이 환생한뒤 기억은 없어도 무의식중에 이렇게 가면 안된다는걸 느끼고 자기 잘못을 만회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다른 선택을 했다는 그런 느낌으로 썼음
저 둘이 저러다가 본편 진엔딩본다는 결말ㅇㅇ
그게 전달된거 같진 않은데 의도는 그랬음
외전까지 읽어줘서 ㄱㅅㄱㅅ
사웨의 보고서 https://hygall.com/610545184
어나더 https://hygall.com/610568252
삼나더 https://hygall.com/610604455
사나더 https://hygall.com/610704668
원로원 https://hygall.com/610822116
원로원2 https://hygall.com/610881160
넉아웃 https://hygall.com/610958528
오토봇 https://hygall.com/611002373
평행우주 https://hygall.com/611159584
평행우주2 https://hygall.com/611206190
아웃라이어 https://hygall.com/611321845
메가트론 https://hygall.com/611365902
평행우주3 https://hygall.com/611397093
평행우주 완결 https://hygall.com/611465228
평행우주 진엔딩 https://hygall.com/611483939
외전 메가트론 https://hygall.com/611810990
외전 라쳇 https://hygall.com/611850059
외전 니켈 https://hygall.com/611879780
오라이온 사서님 https://hygall.com/611621709
어나더 https://hygall.com/611706709
삼나더 https://hygall.com/611737531
사서님 끝 https://hygall.com/611967160
섀글편 https://hygall.com/612160756
얼라이언드 https://hygall.com/612222895
트포프 극장판 로인디 엔딩 이후 좀 지난 뒤가 배경이긴 한데 큰 관련은 없음
언제나 그랬듯이 옵티머스는 꼭 돌아온다.
이번 세상에선 전처럼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옵티머스가 자기 희생으로 사이버트론을 되살린 뒤에 결국 살아돌아왔다. 사이버트론의 원로원을 조사해서 이번 세계에선 시민들이 실제로 오토봇에게 등을 돌린게 아니라 디셉티콘 잔당의 조작일 뿐이라는 걸 알아냈다. 오토봇이 임시 정부를 이끌고 난 뒤에 무사히 선거가 치뤄졌고, 옵티머스와 오토봇들은 드디어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이번 세상에서만큼은 모든게 잘 돌아갈거라고 믿어도 되지 않을까. 물론, 세상은 우리에게 그런걸 허락해주지 않을 모양이었다.
프라울이 디셉티콘 잔당의 체포까지 끝내고 쇼크웨이브를 조사하던 도중, 그는 옵티머스가 지구에 돌아갔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매트릭스도 더 이상 그에게 없고, 프라임의 차원에서 빌렸던 힘도 전부 반납한데다 계속된 싸움으로 점점 소진되어가던 그는 어느때보다도 약해지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프라울이 옵티머스를 봤을때만 해도 옵티머스는 평화로워 보였고, 편안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돌아온 옵티머스는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는다며, 사이버트로니안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서 지구에 몰래 들어왔다고 프라울에게 연락했다. 그가 혼란스러워 보인다면서... 프라울은 범블비의 연락에 "아 그럼 그렇지..." 라고 답하는 바람에 범블비가 지구에서 배운게 분명한 욕을 잔뜩 듣긴 했으나, 프라울은 당연히 그를 혼자 아프게 두고 싶지는 않았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 늘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 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던 그가 또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찾아간 옵티머스는 그가 죽어갈때보다도 더욱 혼란스러워 보였다. 프라울은 잠깐 자리를 물려달라고 하고 그와 대화를 시작했다.
"늘 다른 방법으로 절 놀라게 하십니다, 프라임."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말게."
"그럴 순 없습니다, 프라임."
내가 계속 프라임으로 부르자 옵티머스는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옵티머스."
옵티머스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오라이온."
이것도 싫어?
"팍스."
"그래, 프라울."
"이상한 고집을 부리네."
"네가 딱딱하게 말하는게 어색하니까 그렇지."
"첫 만남 때부터 그랬는데 무슨 소리야."
"아니잖아, 처음엔 내 욕하고 다녔으면서."
"내가 언제?!"
"시치미 떼지 마..."
옵티머스의 눈이 흐릿해졌다. 페이스 플레이트에서 약간의 열이 느껴졌지만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눈은 약간 혼란스러워보이기도 했고, 슬퍼보이기도 했다.
"네가 나더러 생각없이 행동한다며, 모두가 왜 다 너에게 그렇게 물러터지게 구는지 몰라도 넌 아닐거라면서."
프라울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이건 이번생에서 벌어졌던 일이 아니다. 먼 과거, 처음 프라울이 모든 우주를 돌아다니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따라다녀야겠다고 마음먹기도 전, 경관 오라이온 팍스를 처음 만났을때 일이다. 프라울의 옵틱이 흔들렸다. 우연일까? 아니야, 이번 생에선 그에 대해서 함부로 말한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혹시라도 헛된 소리를 할까봐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그럼 지금 옵티머스가 하는 말들은...
"제발 나더러 생각 좀 한번만 하고 행동해달라고 몇번이고 소리질렀잖아."
프라울은 일어서서 문 밖에서 몰래 엿듣고 있진 않은지 살핀뒤 문을 닫고 보안을 몇번씩 확인하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옵티머스는 더 이상 혼란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어때, 이번 생에선 조금 생각하고 행동한 것 같아?"
돌아보면 나도 내가 왜 그렇게까지 바닥을 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다시 태어난 곳은 약간 이상했다. 내가 알던 모든 선한이들이 조금씩 전부 비틀려있었다. 내가 아는 내 친구들은 어느 세계에서도 잔혹함과 폭력을 즐기는 친구들은 아니였다. 적어도 전쟁이 시작하기 전엔 그랬었지만... 이 세계에선 모두가 이미 망가져있는 것 같았다. 내가 태어나는 모든 세계에서 반드시 내 친구들이 늘 한결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난 그들의 깊은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그들안 어딘가에 선함이 자리하고 있을거라 생각했고 그걸 구하는게 내 일이라 믿었다. 모든 세계의 내가 그랬듯이, 난 이번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었다. 적어도 내 모든 기억이 벽을 깨고 들어오기 전까진...
나는 셀 수 없는 우주를 건너와 세기 어려울 정도의 환생을 반복해왔다. 매 세계를 건널때마다 기억은 지워지는게 아니라 덮일 뿐이다. 마치 새것인 것 처럼 세상에 걸어나오지만 내 스파크는 점점 닳아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계가 왔을때 난 산산조각 났다. 내 스파크 깊은 곳이 망가져 돌이킬 수 없게 된 모양이다. 가끔은 정신을 차리고 원래대로 돌아올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별 소용은 없었다. 내 손에는 이미 피가 묻어있었고, 난 이 세상을 구한게 아니라 파괴를 가속한 것 뿐이다. 가끔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의문할 수 밖에 없다, 난 왜 이런 삶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걸까. 어느 세계에선가 날 세상을 혼돈에서 구하기 위해서 온 환생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주민들이 있었던가... 그들이 아주 틀린건 아니였나 보다. 그러나 내가 구하기 위해 온 존재가 아닐뿐. 이 세계의 나는 수도 없는 학살과 전쟁을 불러일으켰고, 자비를 모르는 잔혹한 폭군이였다. 물론 이 세계의 내 행동이 더 제어가 되지 않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내가 살아왔던 이전 삶에 했던 행동들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결국 결과는 같아보였다. 난 사이버트론을 다시 내전으로 이끌고, 수도 없는 죽음을 불러왔다. 난 혼돈을 막기 위해 태어난게 아니라, 이 땅에 혼돈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계속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 내 믿음도, 내 신념도 전부 그를 부정하기 위한 것들에 불과했나? 내가 정말 세상을 위해 조금이라도 좋은 일을 했었다면, 왜 난 끝없이 다시 태어나는 벌을 받고 있는걸까. 과거를 잊지도 못하고 떠돌며 살고 있는 걸까. 내 모든 삶에 목적이 없었다면 왜 난 자유가 되질 못하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내 삶이 더 큰 파멸로 달려가고 있을 때, 프라울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내 모습을 보고 실망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를 처음 만난 장소는 약물을 유통하는 지하의 유흥장소였고, 난 내 권력을 공고히 해줄만한 의원중 한명에게 지분거리고 있었으니까. 그는 역겨워하는 표정으로 날 끌어냈다. 하지만 그가 원한건 체포는 아닌 듯 했다.
"넌 어떻게 매번 네 인생을 망치는 선택을 그렇게 쉽게 할 수가 있어? 네 인생을 제일 망치게 될 결정은 그렇게 기쁘게 받아들일 수가 있냐고? 뭘 원해, 바닥까지 망가져보고 싶어서 이러는거야?"
날 그 자리에서 끌어낸 프라울은 속사포처럼 쏟아내면서 화를 냈다. 누군가 나에게 직접 화낼정도로 신경써준 이도 그 뿐이었다. 프라울은 내가 멍청한 선택을 할때마다 매번 쫒아와서 화를 냈지만, 어느순간부터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의 침묵이 서운하게까지 느껴졌다. 그 조차도 날 확실하게 포기했다는 느낌에 날을 세우자, 그는 오히려 날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날 품었다. 그 말이 마치 진심같이 들려서 오히려 그에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행동은 통제가 더욱 되질 않고 있었다. 내 행동은 점점 통제를 위한 폭력에서 그냥 재미를 위한 학살과 고문으로 변질되고 있었고, 늘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할때마다 분노하던 프라울은 어느샌가 조언은 커녕 조용히 내 명령만을 따랐다. 그가 그럴때마다 그를 추궁했지만, 그는 내 의심을 사랑한다는 달콤한 말과, 그의 몸과, 다정한 손길로 무마했다. 그는 분명히 날 버렸다. 그가 날 포기했음은 분명했지만, 그가 그런 행동을 할때마다 실낮같은 희망을 걸게된다. 다른 오토봇들이 매번 나에게 고한다, 네 행동이 의심스럽다고. 디셉티콘과 접촉했다는 증거들을 내밀며 그를 빨리 처형하라고 재촉한다. 넌 매번 그런 의심을 하는 자들을 색출하고 네 자리를 위협하는 다른 이들을 죽이면서 버틴다. 디셉티콘보다도 네 손에 죽은 오토봇이 더 많을 지경이지만 난 널 쫒아내지 않는다. 지금 내가 붙잡을 수 있는건 너 뿐이니까.
그러니 네가 사운드웨이브의 첩자를 잡기 위해 떠난다고 했을때 몰래 도청을 붙인 것도 널 의심해서는 아니었다. 심지언 증거를 잡고 싶어서도. 그냥 널 이해하고 싶었다. 디셉티콘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하며 네 조건을 말하는걸 보면서 너도 그냥 권력이 필요했을 뿐인지 실망할때 쯤, 네가 한 말에 난 오히려 희망을 되찾았다.
[그리고 옵티머스가 죽을때 조금만 편하게 죽여줘.]
[진심인가?]
[그럴 자격 없는 짓을 많이 했다는거 알지만... 실각 후에 오토봇 손에 들어가면 더 끔찍한 꼴이 될거야. 최대한 고통없이 갈 수 있게 해줘.]
정말로 넌 날 위하는구나. 적어도 너 만큼은... 네 진심을 알고 오히려 난 가벼워졌다. 넌 날 정말로 사랑하는거야. 넌 날 죽일정도로 사랑하는거야.
[내가 직접 죽이진 못하겠어...]
[위장이 아니라 진짜로 사랑하기라도 했나?]
[그것만 부탁할게. 수년동안 내가 디셉티콘을 위해 해온 일들을 생각해줘, 제발...]
[제안: 합리적.]
난 뻔히 함정이라는걸 알면서도 디셉티콘과 네가 준비해둔 장소로 걸어갔다. 네 진심을 알고 나니 이 세상에 날 진정으로 위하는 존재가 단 하나는 존재한다는게, 그를 위해서 정말로 못 할 짓이 없는 존재가 단 하나만큼은 있다는게 날 자유롭게 만들었다. 네가 나에게 총을 겨눌때도 난 오히려 기뻤다. 네가 방아쇠를 당길때 눈을 감고 돌려버린 점만 빼면.
"왜... 차마 못보겠어?"
그건 안돼. 프라울, 날 죽일거면 날 똑바로 봐줘. 난 날 죽일때 네 눈이 보고싶어. 그 눈으로 똑바로 날 보면서 말해줘. 내가 천천히 그의 볼을 쓰다듬자 그제야 프라울이 눈을 떴다.
"날 똑바로봐, 날 쏠때는... 날 죽일땐 적어도 날 똑바로 봐줘야지, 응? 프라울..."
프라울이 눈물어린 그 두 눈으로 날 똑바로 보았다. 이 거짓뿐인 세상에서 유일하게 진실된 단 하나, 모든게 뒤집어진 세상에서도 변치 않은 단 한명.
"사랑해."
프라울의 슬퍼하는 목소리는 처음이다. 그렇게 오래 알아왔는데도... 하지만 이건 슬퍼 할 일이 아닌데. 정말로 내가 죽어야 한다면 난 네 손인게 기뻐. 다행이야. 사랑하는 이의 손에 죽을 수 있는 것 만큼 기쁜 일이 어디있을까? 사랑하는 이가 언젠가 당연히 다가올 내 죽음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그동안 날 견뎌줬을 뿐이라는 것 만큼 더 큰 사랑이 있을까?
"...알고 있어."
프라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것이 내가 그 세계에서 본 마지막 장면이 되었다.
내가 모든 걸 기억하는데, 너라고 전부 기억하지 말라는 법은 없구나. 네가 이토록 고독하고 외로워보이던 이유가 이것이였구나.
"...언제부터 알았어?"
프라울이 괴로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옵티머스는 그를 위로하며 손을 뻗었다.
"그냥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어, 어느 순간부턴 도저히 막을 수가 없더라..."
"그럼 저번에도..."
프라울은 어딘가 망가지고 돌이킬 수 없게 되버린 이전 세계에서의 그를 떠올렸다. 언젠가부터 망가졌다고 했는데, 모든 삶의 기억을 전부 기억해버린게... 그게 원인이였다고... 정말 그런거였다면 난...
"...미안해, 이번에도."
프라울은 곧 옵티머스가 무슨 부탁을 할건지 깨닫고 그의 손을 뿌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난 못해!"
"제발, 좀 들어줘."
"아냐! 안들을거야! 넌 또 나한테 그런짓을 시키겠다는거잖아!"
넌 어떻게 그런 눈으로 날 보면서 나에게 널 죽여달라고 할 수가 있는걸까.
"...두 번 다시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까지 타락하고 싶지 않아. ...제발."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거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매번 넌 이렇게 나에겐 잔인하게 굴수가 있어? 내가 그렇게 무감정해보여? 너에게 난 당연히 상처를 줘도 되는 존재야? 난 당연히 그냥 전부 견딜 수 있는것 같아보여? 아니야! 매번 네가 나에게 그럴때마다 누가 내 영혼을 찢어죽이는 것 같아, 나도 안괜찮아!"
"너 말곤 없어."
"난 니가 죽어도 그 뒤를 살아야 해. 니가 세상에서 없어져도 난 네가 죽은 다음 버티면서 네가 원하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 모든게 소진될때까지 버텨야 한다고! 그걸 생각해! 난 너랑 함께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거야, 니가 죽은 다음에서야 혼자 그런 세상에서 사는게 아니라!"
프라울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견디고 견디다 못해 무너진 두 영혼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날 사랑하게 된거야?"
난 너에게 날 사랑할만한 이유를 준 것 같지 않은데. 네가 감정을 죽인만큼이나 나도 감정을 죽이며 살아왔고, 그리고 난 너에게서 흘러나오는 좌절들을 보듬어줄 만한 그릇이 되질 못했다. 리더자리는 늘 나에게 과분했고 벅찼다. 매번 옳은 선택을 하느라 초조해하고 걱정하며 보내느라 난 너의 그 어느것도 돌봐준 것 같지 않은데.
"처음에 만났을때... 내가 너한테 왜 다들 너한테 넘어가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했었잖아."
프라울이 차분하고 그리움이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 그랬잖아, 왜 모두가 네가 하는 말이면 쉽게 따르고, 네가 하는 말이면 전부 믿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넌 모두가 널 너무 쉽게 사랑하게 만들어. 넌 모두가 널 위해 죽는걸 당연하게 여기게 만들었어. 나도 냉정하게 정신차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더 냉정하고 차갑게 대하려고 해봤어. 근데... 우습게도 니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걸 알면서 널 다시 보게 됐어. 그 뒤에서 고민하고 힘들어하면서 매 선택을 옳은 것으로 고르려 애쓰고, 너도 실수하고 자책하고 힘들어 한다는걸 알면서 널 좋아하게 됐어. 네가 겪은 모든일, 우리가 저질렀던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넌 여전히 괴로워하고, 힘들어하고 자책하지. 너에게 주어진 모든것을 넌 절대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그러면서 너에게 주어진 불행은 너무 쉽게 받아들여. 그래서 난 네 불행까지 전부 사랑해버렸나봐."
난 그래서 네 짐을 같이 짊어지고 싶었던 것 같다. 쇼크웨이브가 너에겐 죽음이 진정한 평안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 너에겐... 그 모든 걸 끝내는게 축복일 수 있겠다는 걸.
"...그래도 난 네가 살아있는 세상이 더 좋아. 넌 내 세상을 의미있게 만드는 유일한 존재야. 날 네가 사랑하지 않아도 돼, 나와 같은 마음일 필요도 없고 네가 꼭 나와 있어주는게 아니여도 상관없어. 난 그냥 니가 평화로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주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단 말이야! 그게 그렇게 이기적인 바램이야? 어떻게 넌 매번 이렇게 날 절박하게 만들 수가 있는거야? 날 이렇게까지 아프게 만들었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어떻게 매번 날 이렇게 만들어? 그렇게 모두를 위한다면서... 왜 매번 날 울게 만들어?"
프라울은 한참 울면서 화를 내더니 눈물을 닦고 원래의 그로 돌아와서 말했다.
"...알았어. 네가 원하는 일을 이뤄주는게 내 일이니까."
쇼크웨이브는 대체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화술로 사람들을 구워 삶아선 오토봇들이 임시 정부를 잡았을때 쯤에는 이미 자유가 되선 아이아콘 어딘가에서 틀어박혀 연구만 조용히 하면서 살고 있었다. 프라울은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기 위해 뒷조사를 꼼꼼히 했었다. 그러면서 한가지 불쾌한 사실을 알게되었다.
쇼크웨이브는 프라울이 온걸 눈치채곤 돌아보지 않고 몇몇 도구를 손보고 있었다.
"여긴 왠일이지, 프라울 조사관."
"옵티머스가 도움이 필요해."
"흠, 내가 그를 기꺼이 도울거라고 생각하고 온 건 아니겠지."
"당연히 도울거야. 넌 그가 필요하잖아?"
"잘 못 생각한 것 같군, 프라울 조사관."
"도와줘야지, 네가 한 짓이 있는데. 의원님."
쇼크웨이브가 그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무감정해보이는 목소리, 냉정해보이는 노란 눈 하나 뿐인 얼굴, 논리적이고 냉정하다는 과학자.... 하지만 프라울이 다른 세계에서 겪어본 쇼크웨이브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다수의 세계에서 그가 만났던 쇼크웨이브는 꽤 쾌활했고, 생각보다 철처하거나 꼼꼼한 성격은 아니었다, 게다가 외형도 다들 조금씩 달랐고. 물론 그들 전부 여전히 미친 과학자였고 잔혹하기야 했지만, 그 어느 세계의 쇼크웨이브도 그가 알던 쇼크웨이브 같지는 않았다. 처음엔 그가 좀 특이하게 그가 알던 쇼크웨이브와 비슷한 버전도 있는 거겠지 싶었다. 적어도 프라울이 그와 전장에서 마주친 내내 이 쇼크웨이브는 옵티머스에게 특이한 집착을 보인적이 없었으니까. 오히려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들에 더 집중했고, 디셉티콘보다도 그가 자유롭게 진행 할 수 있는 실험들에 더 관심이 많아보였으니까.
"널 조사하면서 알게 됐어. 이 세상에선 쇼크웨이브가 태어난 기록 자체가 없더라. 검투사 경기장으로 보내지면서 기록이 말소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넌 거기 해당하는 것 같지 않아서 말이야. 기록말소형을 당할정도로 죄가 있다면 다른 사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죄가 크단 소리인데 넌 그냥 어느날 갑자기 콜로세움에 나타나서 죽은 검투사 시체로 실험을 진행하기 시작했어. 나도 처음엔 헷갈렸어, 니가 오라이온에게 집착을 보이지 않으니까. 왜 갑자기 마음이라도 변하셨나?"
쇼크웨이브는 잠시 그가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했다.
"모든 세계의 오라이온 팍스가 같은 존재기라도 하다고 말하고 싶은건가?"
프라울은 잠시 멈칫했다. 이 버전의 쇼크웨이브는 그가 또 다른 세계에서 만났던 쇼크웨이브가 아니다. 수 많은 평행세계를 거쳐서 끝에서야 욕망을 내려놓은 버전의 쇼크웨이브가 아니라...
"이번 세계가 너한테 몇번째 평행세계지?"
"원래 우리가 있던 세계를 제외한다면 첫번째지."
이 쇼크웨이브는 아직 몰랐을 뿐이다. 그의 영혼이 모든 곳에서 결국 같은 존재라는 걸. 평행세계를 순차적으로 건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 시간대가 엇나가서 만나거나 하는 일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프라울은 언제나 그랬듯이, 조금 운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이런.
프라울은 자기가 쇼크웨이브의 기나긴 집착에 불을 붙인 원인이란걸 깨달았다.
"...그럼 별로 아는게 없겠군, 잊어버려."
"그가 정말로 우리가 아는 오라이온이라고 확신하나?"
"확실해."
"날 찾아올 정도라면 그가 죽어갈 때 밖에 없을 것 같은데... 내가 정말로 필요하지 않은가?"
"살리려고 찾아온게 아니야. 난 그가 스파크 깊은 곳의 기억까지 전부 파괴하고 안전하게 죽을 수 있게 해주고 싶어."
"너도 나만큼이나 이상한 놈인거 알고는 있나?"
"너랑 같은 수준에서 놓지마."
"방금 옵티머스 프라임을 확실하게 죽일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건 너인데."
"이유가 다르잖아."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건 우리가 희망하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 행동이라고 한건 너 아니였나?"
"니가 뭐라든 상관 없어, 이게 논리적으로 옳은 방법이니까."
"어떻게? 넌 방금 이 세상의 영웅을 죽일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게 네가 원하는 더 평화로운 세상과 무슨 상관이 있지?"
쇼크웨이브가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거라는걸 깨달은 프라울이 순순히 설명했다.
"옵티머스가 자기가 겪었던 모든 세계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어. 좀 더 지나면 완전히 망가질거야. 그리고 완전히 망가진 버전은 너도 그닥 알고 싶지 않을걸. 날 믿어, 네 안에 오라이온을 아끼던 마음이 어느 하나라도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그가 자기가 원치 않는 모습이 되기 전에 막아야 해."
쇼크웨이브는 또 다른 논리학자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프라울과 쇼크웨이브는 둘 다 논리적으로 유명했지만 방향성에서 같다고 느낀적은 없었다. 프라울이 수사관, 탐정으로서의 논리성을 중요시 여긴다면 쇼크웨이브는 과학적 논리성을 중요시여겼다. 프라울은 냉정해보이지만 그 깊은 곳에선 오토봇의 신념을 숭상하는 자고, 쇼크웨이브는 그런 것 보다는 더 큰 목적을 중요시 여겼다. 지금와선 그게 무슨 소용인지 의문하게 되버렸지만... 다른 세계까지 넘어와 탈출해서도 찾지 못했던 답을 방금 찾아낸 느낌이었다.
"방법은 있지만 내가 직접 보고싶군."
"징그러운놈."
프라울은 쇼크웨이브에게 협력을 요청해야 하는 위치라는것도 까먹고 무의식중에 툭 내뱉었다.
"메모리 제거 장치 사용법은 나만 아는데 그럼 어떻게 할건가?"
"...옵티머스 죽고나서 동체에 손대지만 마. 내 동체는 마음대로 처분해도 좋으니까."
"자네도?"
"옵티머스가 모든 생을 전부 기억한단 이유로 그렇게 됐으면 언젠가 나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어."
그리고 그 뒤는 사실 생각하기 싫었다. 그냥 끝내고 싶었다. 지치긴 했지만 옵티머스의 진짜 목적인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선 그럴 수가 없어서 옵티머스와 가까운 이들에게만 상황을 알렸다. 자세히는 아니지만, 옵티머스가 고통스럽게 죽어갈 병에 걸렸고 치료법이 없어 편안하게 보내줄 방법을 찾았다고. 옵티머스의 죽음을 알리면 혼란스러워질까봐 가까운 이들에게만 알린다고 말이다. 그 뒤에 쏟아진 눈물도 원망과 슬픔에 찬 말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정말 아무 해결방법이 없다는데 분노하고 좌절한 이들도 결국은 살아나갈 것이다. 이 세상은 이미 평화로워졌고, 슬프게도, 더 이상 옵티머스 프라임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쇼크웨이브가 마련해 놓은 실험대에 나란히 누운 옵티머스와 프라울은 조용히 손을 잡았다.
"기억을 전부 잊어도 또 널 만날 수 있을까?"
"그럴거야, 어느 우주든지 날 떨쳐낼 수는 없을 걸."
옵티머스가 슬픈듯한 미소를 지었다.
"기억나? 내 눈앞에서 니가 죽은적도 있다는거?"
"알아, 기억나. 그땐 미안했어. 근데 솔직히 네가 널 구하기 위해 죽는다 해도 네가 슬퍼할거란 생각도 안했고."
"그땐 왜 내가 울지도 않고 살아가게 내버려둔거야? 말이라도 하지 그랬어..."
"난 네가 바라는 이상을 이루기 위한 도구일 뿐이야. 난 그걸로도 족해. 꼭 내 품안에 네가 있어야 기쁜게 아니야... 그냥 널 따르는게 기쁜거니까. 그러니까 네가 몰라줘도 괜찮아."
"...그런데도 날 따라오고 싶어?"
"응. 몇번이고."
둘의 몸에 쇼크웨이브가 주사한 약물이 퍼져가며 의식이 흐려지는게 느껴졌다.
프라울의 시선은 옵티머스의 감겨가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가 포기해버린 세상에서 희망을 돌려준 유일한 존재.
"또 보자, 어디엔가, 어느 우주에서라도, 어느 시간에서라도."
오라이온은 늘 사고뭉치긴 했지만 어째서인지 다들 넘어가주는 눈치였다. 딱 한명, 프라울만 빼고. 그는 오라이온이 사고칠때마다 나타나서 잔소리하고 화내면서 쪼아대길 멈추질 않았는데, 그 오라이온이 결국 기가 죽어 피해다닐 정도였다. 안그래도 광산일은 위험한지라 어느정도 참견할 수 밖에 없던건지 오라이온이 자꾸 초보적 실수를 하는걸 참지 않고 쏘아붙이곤 했다. 그래서 프라울과 오라이온은 서로 거의 대화를 안하는 편이었는데, 프라울이 유독 오라이온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티를 내서 여기저기 말걸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오라이온도 프라울 옆에선 좀 조용하는 편이었고, 그래서 겨우겨우 평화가 유지되고 있었다. 광산일이라 위험한지라 오라이온도 광산 일을 한지 좀 지나고 나자 나름 주의하는 편이였는데, 요샌 자꾸 제트팩과 드릴을 고장냈다. 결국 참다참다 못한 프라울이 드디어 폭발했다.
"내 말 들려?! 어떻게 모두가 너한테 넘어갔는지 몰라도, 난 너한테 안넘어가!"
프라울이 잔뜩 씩씩거리며 이번주에만 일곱번째로 제트팩과 드릴을 망가트린 오라이온에게 소리를 쳤다. 광산의 모두가 약간 당황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디16이 당장이라도 튀어나가 프라울에게 쏘아붙이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재즈가 말렸다.
"D16도 재즈도 월도 그렇고 니가 뭘 어떻게 전부 꼬셨는지 몰라도 난 니 수작질에 안넘어가, 알았어?!"
"난 수작질 한적이 없는데..."
오라이온이 옵틱만 동그랗게 뜨며 당황했다. 재즈는 재미있는거 다보겠다는 듯이 쳐다봤다. D16은 경쟁자를 지금이라도 제거하고 싶은 눈치였다.
"너 때문에 이번 주엔 에너존 할당량도 못채웠잖아!"
"미안, 이번주 내몫 에너존 줄게."
"쬐끄만게 뭘 나눠준다는거야? 필요없어, 그냥 일이나 제대로 해. 난 너한테 방해받고 싶지 않은거라고. 눈만 귀엽게 뜨면 다인줄 알아?!"
"난 그냥 서있었는데."
"다들 니 얼굴때문인지 귀여운 태도 때문인지 몰라도..."
"...난 그런적 없-"
"니가 사랑스럽게 굴며 다들 살살 꼬시면 넘어가주니까 나도 그럴 줄 아나본데, 난 그게 아니라 니가 거슬리는게 싫은거야!"
오라이온이 죄책감 어린 표정을 하자 그제야 프라울이 좀 달래는 어투로 말했다.
"됐다... 할당량 못채운건 내가 추가근무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오라이온이 드물게도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괜찮아, 앞으로 일일히 잔소리할 일이나 없었으면 좋겠네."
"넌 신경써주는거잖아."
"니가 사고치면 다들 피해입으니까 그렇지."
"정말 그게 다야?"
오라이온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프라울은 잠시 그 눈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답했다.
"정말 그렇게 눈만 예쁘게 뜨면 다들 넘어가주냐? 그렇게 해서 재즈랑 디16도 넘어가줬나보지? 페이스플레이트 좀 반반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게 행동하면 다인줄 알아?!"
끝까지 못깨달을 모양이다.
"내가 언제 그랬다고 자꾸 그런 소릴해?!"
"이것봐 지금도 또 그러잖아!"
둘을 보면서 광부들은 결국 프라울이 끝까지 못깨달을거라는데 에너존을 걸었다.
"못살겠네, 그냥 사고나 그만 치고 다녀."
프라울은 한숨을 쉬면서 손으로 이마를 짚고는 자기 제트팩과 드릴을 내려놓았다.
"이거 써, 이럴까봐 더 챙겨왔으니까... 근데 이번엔 또 뭘 만들려고 한거야?"
"드릴이랑 제트팩을 재조립하면 자동 드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러다가 크게 다친다고 몇번을 이야기해?! 휠잭! 니가 얘 꼬셨지?!"
휠잭이 황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D16은 재즈가 말리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프라울을 집어던지고 싶은 기세였다. 프라울이 거기 신경쓸 성격은 아니긴 하지만.
"나도 다 생각이 있었는데..."
"생각이 있으면 뭘해? 넌 고집불통에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제멋대로에 니가 옳다고만 생각하면 막무가내로 굴면서 남들에게 얼마나 피해입히는진 신경도 안쓰고 매번 남들이 그 사고 수습하게 만들고 자기가 귀여우면 다인줄 아나본데!!"
이쯤 되면 오라이온이 아무리 둔해도 알 수밖에 없다. 오라이온이 옅은 미소를 짓고 프라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그렇게 귀여워?"
"뭐라는 거야?! 아니라는 이야길 하고 있잖아!"
"그럼 내가 얼마나 안 귀여운지 계속 말해보든가."
프라울은 오라이온의 이런 태도가 너무 싫었다. 당연히 자길 사랑할거라고 생각하기라도 하는지 사랑스럽게 웃으면 다 용서해줄줄 아나보다. 오라이온 조차 재미있다는듯이 귀엽게 웃고 있었다. 프라울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왜? 날 얼마나 안좋아하길래 그렇게 날 자세히 봤는지 계속 이야기 해줘."
"...기가 막히네, 너 진짜 남의 말 안듣는구나."
오라이온이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와선 자기 얼굴을 프라울에게 들이밀며 씩 웃었다.
"너 나 좋아하지?"
다들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오라이온이 프라울을 꼬신거다.
"아니라니까??"
프라울의 열이 오른 페이스플레이트가 오라이온의 짐작이 맞다는걸 알려주고 있었지만 광산 안에 있는 모든 코그리스 광부들은 깨달았어도 정작 프라울 본인은 눈치 못챈 모양이었다. 재즈는 혼자 생각했다. 저거 언제 깨달으려나. 그가 아는 프라울이라면 평생이 걸려도 모를지도 모르겠다.
프라옵티
약간 본편은 idw세계에서 자기 선택에 후회한 주요 인물들이 환생한뒤 기억은 없어도 무의식중에 이렇게 가면 안된다는걸 느끼고 자기 잘못을 만회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다른 선택을 했다는 그런 느낌으로 썼음
저 둘이 저러다가 본편 진엔딩본다는 결말ㅇㅇ
그게 전달된거 같진 않은데 의도는 그랬음
외전까지 읽어줘서 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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