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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4 12:35
관점이 처음부터 달랐던 것 같음...

오라이온은 세상을 바꾸자는 것 자체에 집중하고 세상을 바꿀 힘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왜 우리는 채굴만 해야해? 우리가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우리에게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는 걸)보여주자! 라고 생각해서 계속 행동으로 그걸 옮기고 다니는데 디는 세상을 바꿀 ‘힘’에 더 포커싱이 맞춰진 느낌임. 이제 그 힘이라는 건 오라이온처럼 능력이나 부조리한 세상에 따르지 않는 저항정신 이런 거라기보다는 문자 그대로 무력의 의미를 가진 힘 같고...팩스 니가 아무리 그렇게 뛰어다녀봤자 우리한테는 힘이 없어 당장 코그가 없어서 변신도 못하고 할 줄 아는 일은 광부 노릇 밖에 없다고>>그래서 이 둘은 친구니까 서로 뒤를 지켜주는 한편 서로의 관점은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음 애초에 일이 바빠서...여기까지 얘기해본 적도 없었을 것 같고...그러니까 오라이온은 우리가 채굴 일만 할 필요는 없다! 우리도 다른 가능성을 펼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타입인데 디는 우리는 세상을 바꿀 힘(가능성보다 무력의 의미)이 없다 그러니 채굴 일밖에 못 하지...이런 정반대의 관점을 지닌 것 같음

근데 디십육이라고 당연히 세상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건 절대 아니었을 거고 오히려 내일을 바라보고 희망을 품는 오라이온보다 오늘 당장의 세상의 부조리함은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을 것 같음...보면 다정하던 시절부터 삽으로 변해서 때려주겠다 죽여버리겠다 소리도 자주 하고 센티넬의 진상을 알자마자(코그 없던 상태에서도)폭력성을 터뜨려낸 걸 보면 디는 내재된 울분과 폭력성이 엄청나게 많은 것 같음.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광부들 봇권이 존나 좆같음 엘리타 원은 정말 프로토콜대로 행동한 적 밖에 없고 우수한 광부였는데도 1초만에 해고당하고 상사들은 불만 좀 표하면 감독관한테 꼰지르는 수준도 아니고 손을 올림 자기 크기 반 정도 밖에 안되는 봇들한테...게다가 재즈는 ㅅㅂ 지금 사이버트로니안이라 부품 교체로 해결 가능해서 그렇지 위험한 직종에 종사하다가 다리가 절단된 거잖아 근데 저게 일상임 부당해고 폭력 사망사고 이런게 너무 만연해있음 ptsd가 안 올리가 없다...당연히 그런 걸 갈아엎어버리고 싶은데 디 본인은 (1)실제로 코그가 없어서 트랜스폼 못함>무력함+(2)사회 전체가 코그리스 봇들을 천대하고 멸시하고 너희는 광부 일 밖에 못한다고 가스라이팅함...특히 (2) 때문에 무기력함이 학습된 상황에서 실제로 (1)처럼 몸이 무력하니 어떤 분노도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반항심도 안으로 꾸역꾸역 삼킬 수 밖에 없는 거지

속으로는 나한테도 힘이 있었다면...이라고 생각하고(힘에 대한 관점이 오라이온이랑 다르니까 오라이온이 우리에게도 다른 가능성을 펼칠 힘이 있다고 하는 말은 아주 와닿지 않는 상태) 힘을 동경했기 때문에 가장 강한 프라임인 메가트로너스를 동경했고 가장 강하고+실제로 쿠인테슨을 해치웠다고 하며+어쩌면 매트릭스를 찾아서 내 삶을 바꿔줄 ‘힘 있는 존재’인 센티넬 프라임을 열렬히 존경했던 것 같음. 그리고 좆같은 일을 하면서도 내가 열심히 채굴하는 것도 센티넬에게 도움이 되겠지 라는 정도의 보람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고(하다못해 꿀따는 것도 힘들지만 의식주 유지 덕질 이런 동기와 보람이 필요하니까)

근데 문제는 그게 다 가짜였다는 거...알고보니 센티넬은 원래 프라임이 아니었음+쿠인테슨을 내쫓기는 커녕 쿠인테슨에게 부역하는 작자였는데다가+사실 매트릭스는 이미 사라졌데 센티넬 때문에...그렇다는 건 자기 삶이 바뀔 가능성은 먼지가 돼서 사라진 거임 왜냐하면 삶을 바꿔줄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 센티넬이 사실은 그런 존재가 아니었으니까...그래서 자기의 하루하루는 도대체 뭐였나 하면서 고통스러워하고 그러다가 분노해서 차랴리 모르기라도 했으면 나았을텐데! 여전히 우리는 무력하잖아 이제 죽는 것 밖에 없어! 하면서 애꿎은 오라이온한테 분노를 마구잡이로 던지기도 하고...

화룡점정은 사실 자기한테는 코그가 있었는데 센티넬이 강탈한 거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을 것 같음. 사실 난 이렇게 무력하지 않았데 그런데 센티넬이 내게서 힘을 강탈해 간 거야+게다가 나한테 무기력함을 주입한 사회상도 다 센티넬이 조종했던 거래...이쯤 되면 삶의 하루하루 수준이 아니라 삶의 시작 어쩌면 시작하기 전부터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거임 실제로 센티넬은 디가 태어나기 전의 역사도 다 조작했잖아...

코그가 주어지고 나서부터 디는 싸우자/쓰러뜨리자/죽이자 이런 생각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그게 다 원래부터 내재되어 있었던 감정들 같음 오라이온과 달리 힘이 없으니 할 수 없다고 묻어놨던게 진짜로 힘(무력)이 생겼으니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로 표출된 거...그리고 디의 이 센티넬의 기만에 대한 배신감이 하이가드의 50사이클 동안이나 억눌러온 센티넬의 배반에 대한 배신감이랑 합쳐져서 아주 불이 붙은 듯...

어쨌든 오라이온은 우리 모두 세상을 바꿀 힘(가능성)이 있다! 라고 생각했고 디는 우리에게는 세상을 바꿀 힘(무력)이 없었다(센티넬이 강탈했기에) 그렇지만 이제 다시 주어졌다! 라고 생각해서...필연적으로 어긋난 것 같음...오라이온이 보기에 힘을 통해 돌아가는 세상은 끝없이 그 힘을 증명할 적의 존재를 요구하는데(센티넬은 그래서 가짜 적(쿠인테슨과 위험한 지상)을 날조해냈고) 그건 너무 위험하고 파멸로 가는 지름길임...알파 트라이온은 트랜스포머를 정의하는 것은 코그가 아니라 그 안의 스파크라고 했는데 그 말이랑도 좀 겹쳐보임 오라이온은 모두에게 잠재된 스파크를 보고 디는 자신이 (돌려)받은 코그를 보는 정도의 시선 차가 있는 것 같음

트포원
2024.10.04 13: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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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스파크=가능성/코그=힘 진짜네
[Code: 1538]
2024.10.04 13: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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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ㄹㅇ 처음부터 둘은 같은 단어를 보아도 의미를 생각하는 바가 너무 달랐음 서로가 서로를 이해 해주지 못했고 이해 받지도 못했음 디는 언젠가 참다참다 터트릴 징조가 이미 처음부터 보였고 오라이온은 처음부터 이미 방향이 잡혀 있었음 그냥 언젠가는 서로 갈길이 갈라질 기미였음 안타깝지만
[Code: 6e37]
2024.10.04 13: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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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은 글이다...
[Code: 29bd]
2024.10.04 13: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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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무력함으로 억압됐던 내재된 분노가 힘만 생긴다면 언제든 터져나올 것이었던거지
[Code: e3cd]
2024.10.05 00: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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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분석 너무 좋다
[Code: 48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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