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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4 19:48
정궁에 첫눈이 내렸음.
첫눈이 내린다는 건 곧 황제의 겨울 휴가가 시작된다는 의미였음.
재상 시절 카즈나리는 재상 집무실에서 내리는 눈을 보는 것을 좋아했음.
적어도 겨울 휴가 기간에는, 겨울 궁전에 가서는 일에서 잠깐 손을 떼고 후카츠 카즈나리로 지낼 수 있었으니까.
물론 황제와 함께 하지 않고 후카츠 가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거기서만큼은 황제도 어린 에이지가 된 것처럼 후카츠에게 격없이 굴었고
경호와 의전을 신경쓰면서도 카즈나리는 어린 에이지의 배동 시절처럼 그를 받아주곤 했었음.

그런데 지금 귀비가 되어 보는 첫눈은 사뭇 다르게 느껴졌겠지.

귀비, 무슨 생각해요?

황제가 소리도 없이 다가와 카즈나리의 등에 고개를 기댔음.
카즈나리는 흠칫 놀라며 몸을 빼려 했지만 황제가 단단하게 자신의 허리를 감싸 끌어안자 힘을 풀고 황제에게 몸을 맡겼음.

그냥 눈을 보고 있었습니다.

2주 후로 휴가를 잡았어. 호위와 의전은 카와타가 맡을 거야.
...
겨울궁전에 가면, 우리 예전처럼 편안하게 지내자.
...
내가 태자시절에, 겨울궁전에 위폐될 뻔 한 거 기억해?
....
그때 카즈가 나를 구해줬잖아. 후카츠 가문을 걸고 태자는 선황제를 능멸하지 않았다고. 음모가 있었던 거라고.
...신하로서 당연한 충심을 보인 것 뿐입니다.
당연한 충심...

황제는 카즈나리를 끌어안은 팔에 더 힘을 주었음.

당연한 충심 말고, 이제는 연심을 주면 안될까?


카즈나리가 대답하지 않자 황제의 팔에서 힘이 풀렸음.

뭐, 괜찮아. 결국은 카즈도 내 뜻에 따르게 될 테니까. 카즈는 늘 내 말을 들어줬잖아.
...
카즈한테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카즈가 신하에서 연인이 될 시간을 줄게.
...
겨울궁전에 가면,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사냥을...
응?
사냥을 하고 싶습니다.

황제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음.
카즈나리가 뭐라도 하고 싶다 말하는 게 워낙 적었으니까.

그래! 사냥을 하자. 또? 음... 창극을 보러갈까? 유리 온실에 꽃을 보러갈래? 아니면 데운 술을 마실까?

황제가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며 카즈나리는 그저 말없이 웃었음.





붕라야.
내일 귀비께서 폐하와 함께 겨울 궁전으로 휴가를 가시잖니.
귀비 마마의 짐을 꾸리는데, 마마께서 자신의 짐은 직접 싸시겠다 하시더라고.
마마께서는 저희에게 지시만 하면 된다 그리 말씀드렸는데도 그럴 필요 없다시면서.
그러더니 갑자기 고생 많았다며 장신구 장을 여시는거야.
이것봐라. 귀비께서 주신 옥가락지야. 붕라 너한테도 이 노리개를 가져다 주라고 하더라. 고생 많았다면서.
뭐?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원래 웃전들 모시는 나인들이 콩고물도 좀 얻어먹고 그러는 거지.
떠날 사람 같다고?
그래. 귀비께서 떠나기는 하시지. 겨울 궁전으로 가신다니까.
귀비께서 가락지나 노리개가 귀하겠니. 폐하께서 매일 전전긍긍하며 온갖 귀한 것을 사다 나르시는데.
아, 겨울궁전에서 귀비마마가 폐하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으셨으면 좋곘다. 그러면 더 귀한 것들이 쏟아질 거 아니야.


슬램덩크
우성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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