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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은 토요카와 영업부와 관리부의 전체 회식이 있던 날이었음. 쿠로사와를 유독 예뻐하던 부장이 그날따라 기분이 좋았는지 쿠로사와를 연신 칭찬하면서 술을 엄청 따라줬던거야 나름 술을 잘 먹던 쿠로사와였는데 그날은 어쩔수 없이 취해버렸던거임 그리고 다음날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간신히 한쪽 눈만 겨우 뜬채로 협탁에 놓인 핸드폰을 집으려 손을 뻗었는데 왠걸 분명히 사람의 형체를 한 무언가가 느껴지는거야 등골이 오싹해진 쿠로사와는 마치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것만 같은 모션으로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돌려보았음. 그리고 정체를 확인해을땐 아뿔싸 세상 익숙한 얼굴이 보이는거야... 근데 이제 알몸을 곁들인.


“허억....!”


쿠로사와는 비명이 튀어나오려는 제 입을 급하게 두 손으로 틀어막고서 놀란 가슴 부터 진정 시키며 빠르게 두뇌풀가동을 하기 시작함.

어제 부서 전체 회식이 있었고? 부장이 술을 존나게 줬고?
끝나지 않는 제 기억속 부장님의 훈화말씀이 슬슬 지겨워 지려는 찰나 문득 떠오른 기억은 제 앞에 앉아있던, 그러니까 지금은 바로 내 집, 내 침대에서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회사 동기인 바로 아다치 키요시였음.

당시에 쿠로사와는 아다치를 보고 술먹으면 얼굴이 빨개지는구나. 하고 생각했고 미쳤었는지 그게 귀엽다는 생각도 했던거 같아 그리고 늦은 회식으로 인해 차가 끊기니까 넷카페에서 잔다는 아다치를 쿠로사와가 술기운에 무작정 집으로 끌고 왔던거임.

그러고 나서 씻고... 술 좀 더 먹다가... 중간중간 암전이 생기긴 했지만 분명 제 밑에서 헐떡 거리는 아다치가 떠오르는 쿠로사와.


"하....시발 진짜"


쿠로사와가 끄응 거리며 머리를 쥐뜯은지 서른마흔다섯번 쯤 됐을때였나 아다치가 스르륵 눈을 뜨는거임
부스스거리며 일어나는 소리를 들은 쿠로사와는 거의 발작하듯 벌떡 일어나서는 뽀르르 뒷걸음질 쳐 침대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벽에 착 달라붙었음. 방 안에는 둘 밖에 없으니까 당연히 아다치도 그런 쿠로사와를 쳐다봤겠지 ㅋㅋㅋ
두 눈이 마주치자마자 방안은 쥐 죽은듯 고요해졌음. 쿠로사와는 무슨 말을 해야되지 뭐라고 해야 되는거지 하고 눈을 떼굴떼굴 굴리면서 생각하다가 엄청 급하게 입을 뗐는데 그와 동시에 아다치도 입을 떼는거야


“어제는!!”
“... 어제..”
“시, 실수! 실수였어..!“


쿠로사와가 한발 빠르게 내뱉었음 저런 개 찌질한 말로..
그 말을 들은 아다치는 쿠로사와를 그저 몇초간 쳐다보기만 할 뿐 그 어떠한 대답이나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음. 게다가 무슨생각을 하는지도 알수없는 표정이었을거임. 아다치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민망해진 쿠로사와가 점점 제 발언이 찌질했다는걸 인지하게 될때쯤, 아다치가 입을 열었음


“씻고 가도 되지?”
“어어. 그래.”


생각지도 못한 말을 너무나도 여상스러운 톤으로 물어보는 아다치였음. 그 때문에 쿠로사와는 이제 더 민망해지는거임 ㅋㅋ잔뜩 당황해서 답지않게 말같지도 않은 말을 내뱉은 저와는 달리 아다치는 놀랍도록 침착하고 차분했으니까.

뭐야 왜 저렇게 차분해 암것도 모르는 순진한 놈인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였나? 왜 나만 이렇게 당황하는건데 하, 내가 그동안 너무 일만 했지 너무 굶은거였던거야 그래 그랬던거야 그렇지 않고서 내가 왜 쟤를? 내가 왜 쟤랑?

그도 그럴것이 평소 쿠로사에게 아다치는 그저 동기1,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음. 아니 사실 그정도도 아니었던 것 같음
매일 더벅하게 까치집 지어져 있는 머리며, 힘없이 축 쳐진 어깨며, 선배가 무리한 일을 시켜도 거절할 줄도 모르는 바보같은. 그런.. 못마땅한 애라고 생각을 해왔던것이지.

쿠로사와가 그렇게 계속 정신이 없는 사이 아다치는 이제 거의 준비를 다 끝마친 상태였음. 평소랑 다름없이 저 어벙벙한 핏의 수트를 입은 아다치가 눈에 들어오니까 쿠로사와의 정신도 이제 어느정도 깨끗해져 가겠지 ㅋ 그리고 속으로 생각하는거야.

잤다. 분명히 잤다. 게다가 인정하긴 싫지만 꽤나 좋았던 것도 같다.
저 애매한 수트 안에 가려진 아다치의 속살이 얼마나 부드러웠는지, 삐쩍 마르기만 한 줄 알았던 몸에 허리라인이 얼마나... 아 이게 아니지.
그래. 성인남남 둘이 술먹다가 한 집에 있으면 실수도 하고 그러는거다(?) 별 일 아니다. 그냥 평소처럼 하면된다.
물론 같은 회사, 그것도 동기랑 이런 적은 없었지만 그것만 빼면 안해봤던 것도 아니니까 뭐 별일 아닌건 확실하다. 쟤도 아무렇지 않지않나. 이러먄서 합리화 오지는 쿠로사와임ㅋㅋㅋ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
"...어?"
"준비 안해? 지금 나가도 늦을거 같은데."
"아..!"




그러고 뭐 둘이 헐레벌떡 나와가지고 회사 도착하는데
늦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하필 사무실로 가는 엘리베이터에도 사람은 커녕 개미한마리도 안보여 말 한마디 없이 계속 이러고 있으니까 원래 이런 어색한 분위기가 맞지않는 쿠로사와는 막 미치겠어 안절부절이야 ㅋㅋ
왜냐면 쿠로사와 주변은 언제나 시끌벅적 했었을거고 이런식으로 아침을 맞이할때는 오히려 상대방이 귀찮게 굴었을테니까 말임. 그러니 지금 이 상황이 숨막히는건 지극히 당연한거 아니게슴?????

그 때문에 저도 모르게 회사로 오는 내내 힐끔힐끔 아다치를 쳐다 볼 수 밖에 없었는데 도무지 저 순진한 얼굴이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거임.
그렇게 쿠로사와가 슬슬 답답해져 가고 있을때 쯤, 엘베가 띵하고 도착하는거임. 쿠로사와는 마치 그 효과음이 막 구세군의 종소리같은거야 그래서 엘베 문 열리자마자 탈출 하듯이 내려버렸는데 때마침 아다치가 드디어 입을 여는거지 그리고 그건 평소의 아다치에게서는 한번도 들을 수 없던 목소리였을 것이다. 엄청 짜증난다는듯한 한숨소리.


"하... 야."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아다치의 목소리에 당황한 쿠로사와는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버려서 당황한 그 표정 그대로 아다치를 쳐다봤음. 그러자 아다치가 말을 이어가는거야 (사실 이 장면이 너무 보고싶었음ㅋ)


"아침에 말야. 나는 어제 고마웠다고 말하려고 했어. 재워줘서."
"....아.."
"잘 모르는거 같아서 하는 말인데 우리 어린애 아니고, 알만큼 다 알고, 난 너 곤란하게 할 생각 없고, 한번 잤다고 책임지라고 할 생각도 없어. 하룻밤 잔게 뭐 대수라고.. 겨우 그깟거 가지고 실수였다고 하는 사람.. 나도 싫거든."
"야 그건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어쨌든."
"......미안하다 그래. 찌질했고 무례했어. 나도 인정해."
"사과할 필요 없는데? 사과받을 필요도 없고. 이미 일은 일어났고, 너나 나나 뭐 잘못한것도 아닌데 사과를 왜 해."
"그,그치.."



경험이라곤 1도 없어보이던 아다치였는데 오히려 쿠로사와를 막 쥐락펴락 당황황당 하게 만들어버리는거임 쿠로사와는 익숙한 그에게서 낯선 분위기가 풍겨버리니까 뭔가 막 좀 달라보여 좀 섹시한것 같기도... 뭐라는거야 쿠로사와 이 미친놈아



"그러니까. 제발 평소처럼 행동해. 쿠로사와."



'아.. 쿠로사와...!’

아다치가 끝에 제 이름을 말함과 동시에 갑자기 쿠로사와의 머릿속에서는 어젯밤 쾌락에 젖은 아다치가 제 이름을 불렀던게 떠올라 버리는거임. 그건 마치 성능좋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꽂은듯 귀에서 왕왕 울려댔으며, 눈 앞에 4K 영상을 틀어놓은거 마냥 생생하게 펼쳐졌음.


'아..하아..아..!쿠로사와..나..으..갈거..같아.......!'
'...미친, 아다치 너 , 지금 너무 위험해..'
'윽..아..제발..아..!아아...!'



아까 했던 말은 취소다. 꽤나 좋았던거 같다던 말, 씨발. 솔직히 존나 좋았다.



"...이..ㅆ어..?"
"........."
"...듣고있냐고!"
"....어?? 뭐라고?? 뭐라했지?"




정신이 아득해진 쿠로사와에게 아다치가 작게 소리치자 휘리릭 현실로 돌아와진 쿠로사와가 멍청하게 대답했음. 쿠로사와의 반응에 살짝 인상을 찌푸린 아다치는 답답하다는 듯 팔짱을 끼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음.(이 와중에 저 모습도 좀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쿠로사와 ㅋ)


"장난해? 너랑 나 이상태로 들어가면 뭔 일 있던거 다 들킬판이라고. 나 먼저 들어갈테니까 넌 좀 이따 들어와."
"그렇게 까지 해야돼?"
"이렇게 까지 하게 만든게 누군데. 나는 별로 눈에 안띄니까 얼른 들어가서 앉으면 돼. 너는 아니잖아. 주목받기 싫어."
"그럼 그동안 주목받기 싫어서 그러고 다녔던 거야?"
"그건 알거없고. 더 늦으면 안될거 같으니까 난 먼저 들어갈게."
"야...!"



왠지 모르게 자꾸만 말려버리는 쿠로사와. 천하의 쿠로사와가 아다치한테 이렇게나 꼼짝도 못할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냔 말임. 아니 애초에 둘이 자는것 자체가 성립 되지가 않았을거임. 쿠로사와가 꽤나 다급하게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아다치는 쌩하니 쿠로사와에게 등을 돌려 빠르게 사무실 안으로 사라져버렸음.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쿠로사와는 쌀쌀맞은 그 뒷모습을 떠올리다 결국 허,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음. 그리고는 낮게 중얼거리는거지



"쯧.자존심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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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이제 아다치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밟히고 저도 모르게 시선은 아다치한테 늘 고정되어버리는데 제 맘처럼 되지않는 아다치 때문에 자존심은 상하는데... 점점 애는 닳고... 찌질해져가는 쿠로사와가 보고싶다 ㅋㅋㅋㅋㅋㅋㅋ 체리비들 다 뒤졋냐ㅠㅠ 난 아직 살아잇다.. 겨울이라 동정마법 재탕하다가 보고싶은거 써봄 ㅠ 마치아카 좆목해 제발 동정마법2 어디까지 왔니...


마치다
아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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