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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1 05:14
노부는 정말로 케이에게 '단풍의 기록'에 대해서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때 케이가 어떤 고문을 당했는지 떠올린 것만으로도 노부가 직접 고문을 당했던 것처럼 괴로웠는데 그 일을 직접 겪은 케이에게 그 기록을 다시 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입술을 깨물던 노부는 고토를 달래주고 있는 케이를 흘긋 보고 쿠니시타에게 다가갔다. 노부는 쿠니시타와 눈을 맞춘 채로 케이가 듣지 못하게 조용히 물었다.
"네가 썼어, 단풍의 기록?"
쿠니시타는 목소리를 낮출 생각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자 이름으로 다른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나?"
덕분에 애써 케이에게 책에 대해 숨기려던 노부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가 버렸다. 고토를 토닥여주고 있던 케이가 고개를 들어서 두 사람을 바라봤으니까.
"저자라니? 무슨 말이야?"
노부는 티나지 않게 이를 갈며 다시 케이에게 돌아가서 케이의 어깨를 끌어안고 여전히 케이를 안고 있던 고토를 바라봤다.
"단풍의 기록, 정말 네가 쓴 거야, 타다오미?"
고토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노부를 바라봤다.
"단풍의 기록이요? 그게 뭐예요?"
어?
고토는 정말로 모르는 이야기인지 커다란 눈 안에 당황이 가득했다.
"네 이름으로 된 회고록이 있어. '단풍의 기록'이라고."
그러자 고토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쓴 적 없어요. 회고록이요? 제가요?"
그리고는 당황해서 손을 내밀었다.
"나도 볼 수 있어요? 정말로 그런 거 쓴 적 없는데."
케이의 앞에서 '단풍의 기록'을 꺼내려니 망설여졌지만, 케이가 고문이 서술된 부분만 안 보면 될 것 같아서 꺼내서 건네줬다. 그러자 제목과 자신의 이름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던 고토는 책을 펼쳐보고 더 당황하면서 책장을 마구 넘겼다.
"이거 내 일기인데."
고토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기분이라고 느끼긴 했지만 정말로 일기였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노부도 당황했다. 이게 정말 고토의 일기라면, 고토의 일기를 누가 동의도 없이 회고록으로 냈다는 거야? 고토는 당황이 가득한 얼굴로 책장을 마구 넘기다가 황당한 얼굴로 어느 페이지를 짚었다.
"이건... 난 이렇게 쓰지 않았는데."
고토가 짚은 부분은 보자, 케이가 떠난 후에 모두가 귀족들과 황자, 황녀를 잡으러 가고, 고토가 2황자와 3황녀를 찾아내 죽이고 안식을 빼앗았다는 부분이었다.
"네가 쓴 게 아니라고?"
"쓰긴 썼는데... 이건 그때 이런 일도 없었고... 당연히 이렇게 쓰지도 않았어요. 좀 다른데. 정말로 나 이런 거 안했어요."
고토의 옆에서 같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던 케이는 당황한 얼굴로 고토의 어깨를 잡았다.
"어떻게 다른데?"
"여기요."
나는 옛 동지들보다 먼저 3황녀와 2황자를 찾아내서 그들이 마치다에게 했던 짓을 모두 돌려주고, 그들에게서 영원한 안식을 빼앗았다. 그들의 육체는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들의 영혼은 영원히 쉬지 못할 것이다.
노부도 이미 봤던 문장이지만, 이게 뭐가 문제란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자 고토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이 둘을 찾아내서 죽인 건 맞아요. 죽이기 전에 고문한 것도 맞고... 그런데 그게 끝이었어요. 영원한 안식을 빼앗았다거나... 그런 건... 난 그런 걸 할 줄도 몰라요."
왠지는 노부도 몰랐다. 하지만 노부는 고토의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쿠니시타를 바라봤다. 그리고 쿠니시타는 담담하게 노부의 시선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먖아. 내가 한 거야."
"이 책도 네가 낸 거야?"
"그래, 고토가 복수를 해 줬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면 슬프잖아. 고토는 그들이 생전에 저지른 만큼 돌려받으면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난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열 배로 갚는 편이라. 그걸론 성에 안 차더라고."
고토도 쿠니시타의 능력은 몰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있었고, 케이는 이런 책이 있었다는 게 신기한지 책을 받아서 넘겨보려고 했기 때문에 노부는 얼른 책을 뺏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고문 부분을 보게 할 수는 없으니까. 케이가 다시 책을 뺏으려고 했지만, 노부는 책을 가방에 넣어버리고 가방을 잠근 다음 쿠니시타를 바라봤다.
"그럼 지금 반복되는 삶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아?"
쿠니시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조건은 알아. 그건 타다오미도 알고, 너와 마치다도 알걸."
케이와 잠시 시선을 마주쳤던 노부는 문득 고토가 회고록, 아니 일기의 마지막에 썼던 내용을 떠올렸다.
묘소에 잠든 마치다는 다시 만나 왜 그랬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마치다의 묘소 옆에 마련된 묘소에 잠든 스즈키는 그런 게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노부는 케이를 바라보다가 고토를 돌아봤다.
"그게 조건이었어? 내가 케이에게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말해주는 거?"
고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케이는 고토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노부를 끌어안았다. 한참 그렇게 끌어안고 있던 고토는 여전히 노부를 끌어안은 채로 고개를 돌려 다시 고토를 돌아봤다.
"그럼 이제 풀린 거야? 근데 우리가 대화를 나눈 후에도 너에 대한 내 기억이 안 돌아왔던 거면 완전히 풀린 게 아니지 않아?"
"전 두 사람이 다시 만나서 서로 못했던 말들을 하는 걸 바라기만 했던 거지, 기억을 지운다거나 하는 걸 바란 건 아니라서... 저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형. 미안해요."
케이는 고토가 사과하자 고토를 꼭 끌어안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뭔가 잘못됐나."
라고 말했는데 뜬금없이 쿠니시타가 그 말에 대답했다.
"맞아. 타다오미와 내가 각자 저지른 일의 규모가 너무 컸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두 놈의 영혼을 갈아버린 것과 타다오미가 우리를 환생시킨 게 충돌하면서 부작용이 일어난 건지 뭔지. 지금까지 난 언제나 스즈키, 네가 죽으면 바로 알 수 있었어. 내가 왜 그걸 알 수 있었는지는 몰라. 어쨌든 네가 죽으면 내가 그 현장에 없더라도 스즈키가 죽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어."
"너도 7번의 삶을 기억한다는 말이야?"
쿠니시타가 고개를 끄덕여서 노부는 고토를 바라봤다.
"타다오미 너도?"
고토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노부유키 형이 죽으면 알 수 있었어요. 어째서인지 이번엔 사고가 났을 때 몰랐는데, 쿠니시타는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노부유키 형이 사고를 피했다고..."
그때의 사고가 다시 떠올랐는지 케이는 노부의 손을 꼭 잡았다. 노부도 그 손을 잡아줄 때, 쿠니시타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네가 죽기를 바란 적은 없거든. 당연히 그렇게 의도한 적도 없고. 네가 계속... 그것도 마치다 앞에서 계속 끔찍하게 죽게 하다니... 난 너나 마치다에게 그런 짓을 할 정도로 너희를 싫어한 적 없어. 스즈키."
노부가 계속 케이 앞에서 죽게 만든 게 누군가의 악의가 들어간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두 사람을 계속 환생시킨 게 고토라고 의심했을 때는 당연히 고토의 의도는 아니었을 거라고 믿었다. 쿠니시타를 의심했을 때도, 쿠니시타가 그렇게까지 노부에게 악의를 가지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쿠니시타의 입에서 직접 들으니까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악의를 가졌을 거라 의심한 적도 없지만, 괜히 민망해져서 노부가 콧등을 긁적이자 케이가 노부의 뺨을 토닥였다.
"네가 그랬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노부가 머쓱하게 그렇게 말하고, 다시 말을 이었을 때였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끝낼 수 있는 거야? 설마 모두에게 단풍의 기록을 읽히거나 하는 식으로 기억을 다 떠올리게 해야 루프가 끝나는 건 아니겠지? 그건 좀 싫은데. 케이가 읽는 것도 싫고, 미야무라 선배한테 읽히는 것도 싫어. 미야무라 선배 힘들어했던 거 보여주는 건 슌짱, 아니 츠지무라 상도 싫어할걸."
고토가 시무룩하길래 노부는 고토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줬다.
"네가 쓴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야. 그 부분은 너나,"
쿠니시타를 흘긋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누가 조작한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 쓴 거잖아. 다만,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건 좋지 않다는 것뿐이야."
그러자 고토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냥 기록을 위해 쓴 거지, 그걸 형이나 미야무라 형한테 읽히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때였다.
"읽힐 필요도 없어."
가루베가 나갈 때 분명히 바의 문을 잠그고 나가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모두가 뒤를 돌아봤을 때였다. 어째서인지 아까 전에 이미 돌아갔던 류세이와 가루베는 물론이고, 츠지무라와 잔뜩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는 미야무라, 아몬 그리고 최근엔 케이도 만나지 못했다고 했기 때문에 노부는 이번 생에서는 얼굴조차 처음 보는 야마토와 노보루가 같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제일 앞에서 평소에는 차갑기만 한 얼굴이 무섭도록 굳은 쿠로사와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노부와 고토가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케이의 멱살을 잡았다.
"유이치?"
"마치다 케이타!"
쿠로사와가 케이를 때릴 것처럼 주먹을 치켜들어서 노부가 재빨리 뛰어들어서 막으려고 했을 때였다. 쿠로사와는 그 주먹을 날리지 못하고 케이를 끌어안더니.... 오열하기 시작했다.
"이 나쁜 자식아. 니가 그렇게 가면...!"
아... 모두 기억이 다 풀렸구나....
#성혁망사놉맟환생물
노부가 계속 케이 앞에서 죽게 만든 게 누군가의 악의가 들어간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두 사람을 계속 환생시킨 게 고토라고 의심했을 때는 당연히 고토의 의도는 아니었을 거라고 믿었다. 쿠니시타를 의심했을 때도, 쿠니시타가 그렇게까지 노부에게 악의를 가지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쿠니시타의 입에서 직접 들으니까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악의를 가졌을 거라 의심한 적도 없지만, 괜히 민망해져서 노부가 콧등을 긁적이자 케이가 노부의 뺨을 토닥였다.
"네가 그랬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노부가 머쓱하게 그렇게 말하고, 다시 말을 이었을 때였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끝낼 수 있는 거야? 설마 모두에게 단풍의 기록을 읽히거나 하는 식으로 기억을 다 떠올리게 해야 루프가 끝나는 건 아니겠지? 그건 좀 싫은데. 케이가 읽는 것도 싫고, 미야무라 선배한테 읽히는 것도 싫어. 미야무라 선배 힘들어했던 거 보여주는 건 슌짱, 아니 츠지무라 상도 싫어할걸."
고토가 시무룩하길래 노부는 고토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줬다.
"네가 쓴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야. 그 부분은 너나,"
쿠니시타를 흘긋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누가 조작한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 쓴 거잖아. 다만,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건 좋지 않다는 것뿐이야."
그러자 고토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냥 기록을 위해 쓴 거지, 그걸 형이나 미야무라 형한테 읽히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때였다.
"읽힐 필요도 없어."
가루베가 나갈 때 분명히 바의 문을 잠그고 나가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모두가 뒤를 돌아봤을 때였다. 어째서인지 아까 전에 이미 돌아갔던 류세이와 가루베는 물론이고, 츠지무라와 잔뜩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는 미야무라, 아몬 그리고 최근엔 케이도 만나지 못했다고 했기 때문에 노부는 이번 생에서는 얼굴조차 처음 보는 야마토와 노보루가 같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제일 앞에서 평소에는 차갑기만 한 얼굴이 무섭도록 굳은 쿠로사와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노부와 고토가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케이의 멱살을 잡았다.
"유이치?"
"마치다 케이타!"
쿠로사와가 케이를 때릴 것처럼 주먹을 치켜들어서 노부가 재빨리 뛰어들어서 막으려고 했을 때였다. 쿠로사와는 그 주먹을 날리지 못하고 케이를 끌어안더니.... 오열하기 시작했다.
"이 나쁜 자식아. 니가 그렇게 가면...!"
아... 모두 기억이 다 풀렸구나....
#성혁망사놉맟환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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