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는 손등 위로 뭔가 후두둑 떨어지는 느낌에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노부가 책상에 엎드려 자면서 누군가의 필통을 엎었는지 노부의 손 위로 잔뜩 쏟아진 필기구들이 보였다. 무의식적으로 펜을 모아주려고 하는 순간, 필통의 주인인지 필기구들을 다시 주워담던 남자가 시선을 올려 노부를 흘긋 바라보더니 바로 고개를 숙였다. 

"제가 필통을 너무 멀리 놓았나 봅니다. 미안합니다."
"케이!"

케이가! 케이가... 

그래, 케이가 죽는 거지같은 일은 역시 악몽이었던 거지? 케이가 죽을 리가 없잖아! 이 지독한 상실감도 악몽이었던 거지, 역시.

그러나 노부가 반색하며 벌떡 일어나 케이의 손을 잡자 케이는 강한 힘으로 손을 흔들어서 바로 손을 빼 냈다. 검술은 지독하게 싫어했지만 체력단련은 좋아하던 사람이라 힘이 세서 노부가 꽉 쥐고 있는데도 손이 빠져나갔다. 

"저를 아십니까?"
"케이... 나잖아요. 왜 그래요. 왜 나를 모르..."

날 모르냐고 외치고 싶었는데 순간적으로 끔찍하게 핼쑥해지고 파리해진 케이가 지독하게 피곤하고 절망적인 얼굴로 노부를 바라보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뭐야. 이건 언제지. 케이가 왜 그런 얼굴로... 뭐야... 언제야....케이...

노부가 멈칫하며 입을 다물자 케이가 펼쳐놨던 책을 모아서 정리하며 일어섰다. 

"잠이 덜 깨신 모양이군요. 시험이 코앞인데 가서 세수라도 하시죠."

시험? 그 말과 함께 지독한 두통이 느껴졌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기억이 머리가 쪼개지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노부가 알고 있던 그때 그 시절이 아니었다.

20여년 전 가난했던 어린 시절, 뜻밖의 뛰어난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고 상경, 대학 입학과 신났던 신입생 시절, 고된 아르바이트와 교수를 갈아버리고 싶은 어려운 시험들 그럼에도 신났던 시험 뒤풀이... 너무 낯설기만 한 기억인데 그 기억의 주인이 노부 자신이란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기억 속의 노부는 노부에게 낯설어야 할 지나치게 미래적인 공간에서 편안하게 공부하고 밥 먹고 잠을 자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놀고 웃고 울고 있었다. 노부가 아닌데도 노부인 그 사람은 분명히 스즈키 노부유키 자신이었다.

귀를 찢을 듯한 이명이 들리고 눈 앞에 번쩍거리고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머리를 사방에서 망치로 때리는 것 같은 끔찍한 통증까지.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비틀거리자 케이가 서둘러 손을 내밀어 노부를 잡아주려 했다. 그러나 케이의 손은 끝내 노부에게 닿지 않았고, 케이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돌리며 손을 내려 버렸다.  

마치 노부에게 닿으면 안 되는 것처럼. 닿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러나 노부가 비틀거리다 다시 의자 위로 풀썩 쓰러지듯 앉자 케이도 계속 못 본 척할 수는 없었는지 딱딱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괜찮으십니까?"
"아..."

그제야 이명과 점멸하던 불빛들이 사라지고 케이와 케이 주변의 풍경도 눈에 들어왔다. 노부의 눈에는 너무 낯설기만 한 디자인의 책상과 의자들, 심지어 창문의 구조도 처음 보는 것인데도 당연하다는 듯 몹시 낯익었다. 노부는 몰라야 할 텐데 분명히 노부가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심지어 천장에 달린 에어컨이나 노부의 자리에 놓인 패드, 케이가 가방에 넣고 있던 핸드폰 같은 건 노부는 본 적도 없는 것이고 전혀 모르는 문물이어야 하는데 저런 '전자기기'들이 뭔지 '노부'는 알고 있었다. 

"지금... 몇 년도입니까?"
"... 20xx년입니다."

노부가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고, 노부가 케이와 함께 살았던 그 시기는 1700년대 말이었다. 에어컨이 다 뭔가. 선풍기, 아니 전기도 없던 시대. 그런데 지금이 20xx년이라고? 그때 그 시절에는 2천년대가 올 거라고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그때 불안했지만 희망찼던 그 시절 노부가 케이와 함께 1700년대 후반을 보내던 그때, 두 사람이 꿈꿔봤던 미래라곤 고작 혁명이 성공하고 나면~ 정도의 미래였을 뿐이었다.

[혁명이 끝나면 수도에서 같이 떠나자.] 
[그래요. 나 남부에 가 보고 싶어요. 거긴 와인이 진짜 맛있대요. 케이도 가 보고 싶죠?]
[어. 거기 가서 포도원에서 같이 일하는 거야. 일 열심히 해서 임금을 와인으로 받자.] 
[천재인가? 케이는 천재예요?]

미래라고 해 봐야 그런 바보같은 얘기나 하면서 생각해 봤고.

[우리 나중에 다 끝나면 다른 나라도 가 봐요. 케이는 다른 나라 가 봤어요?]
[아니, 나도 못 가 봤는데. 어디 가고 싶은데? 생각해 본 나라 있어?]
[어디든 엄청 추운 나라요.]
[나 추운 거 싫어.]
[그러니까요.]
[뭐?]
[케이가 곰돌이인형처럼 보일 정도로 옷이랑 모자랑 목도리, 장갑으로 둘둘 둘러싸매가지고 품에 꼭 안고 다니려고요.] 
[네가? 네가 날 안고 다닌다고?]
[네, 내가요.]
[꿈도 야무지다.] 

케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기가 차 했었지만 조금 있다가 귀를 빨갛게 물들이고는 생각해 보니 그리 나쁘진 않은 계획이라고 말했었다. 그게 너무 귀여워서 달려들었다가 곧 회의 시간이라 다들 올 텐데 뭐하는 짓이냐고 케이한테 욕먹었지만. 아무튼 그때 우리가 꿈꾸던 미래는 고작 그 정도였는데. 순식간에 300년 가까이 날아가 버렸잖아. 이게 정말 말이 되는 거냐고.

이 모든 것이 너무 황당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지만. 





두통 때문에 창백해진 노부의 얼굴이 못내 신경쓰이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노부를 흘긋 바라본 케이는 그러나 가방에서 슬쩍 꺼냈던 약 -아마도 두통약-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노부를 걱정하고 있다는 게 뻔히 보이는데, 노부가 아는 케이라면 상태가 안 좋은 노부를 그냥 두고 갈 리 없는 건 둘째치고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몸이 안 좋아 보이면 걱정하고 돌봐줄 사람인데. 그러나 케이는 약을 다시 가방 깊숙이 넣더니 냉정하게 몸을 돌려 도서관을 나가 버렸다.

돌아서는 케이를 잡지 못한 것은 1700년대 후반, 노부와 케이가 공유했던 그 시간의 어느 날에 절망과 고통이 가득한 얼굴 위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노부를 바라보던 케이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니라고 말했잖아!]
[아닌 거 알아요.]
[그런데 왜 그래!]
[케이가 열흘간 어디에 있었는지, 왜 나타나지 않았는지만 밝히면 간단하게 다 끝나는 문제예요! 말해줘요. 누구와 어디에 있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말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거 알잖아요. 왜 입을 닫아서 일을 크게 만들어요.]

그렇게 케이를 다그치던 자신의 모습도 떠올랐기 때문에. 

지금의 케이는 한 번도 노부와 눈을 마주쳐주지 않았고, 한 번도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았지만 얼굴빛이 창백한 건 너무 잘 보였다. 그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몇백 년 전 노부의 기억에 새겨진 그 얼굴을 떠올리게 해서. 그래서 케이를 잡지 못했다. 





케이가 떠난 뒤 멍하게 앉아 있던 노부의 시선에 노부의 펜들 사이에 덩그러니 끼어 있는 낯선, 그렇지만 낯익은 만년필이 보였다. 케이의 필통이 쏟아졌을 때 굴러들어온 만년필인 모양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만년필을 들어보자 K. MACHIDA 라고 새겨져 있었다.

이건 그때랑 다르네. 그때 케이는 이름이 아닌 성을 이니셜 처리해서 KEITA M.이라고 새겨진 만년필을 가지고 다녔는데. 





17xx년에 어려운 형편이었는데도 수도 유일의 대학에 입학하는 데 성공했던 노부가 그때 그 시절의 케이를 만났던 것도 바로 이 자리였다. 20xx년에 노부가 다니고 있는, 그리고 아마 케이도 다니고 있을 이 대학은 1700년애 말에 노부와 케이가 함께 다녔던 그 대학있다. 그리고 그때도 노부와 케이는 도서관의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노부는 그때 밤새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전 내내 서둘러 시험 막바지 공부를 했고 점심 시간 직전에 시험을 치른 뒤 도서관에 와서 다음 시험을 준비하다 잠들었었다. 그리고 그때도 노부는 케이의 필통을 건드려서 펜을 우수수 쏟아 버렸었다. 노부가 손등 위로 펜들이 우수수 쏟아지는 감각에 놀라서 퍼뜩 일어나자 같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케이가 노부의 얼굴을 보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었다. 

[왜... 왜요?]

노부가 당황해서 얼굴을 반쯤 가리며 허둥거리자 케이는 가방에서 작은 약통을 꺼냈다. 한참 벌레가 많아지는 계절이라 노부의 주변에도 종종 이 약통을 들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긴 했지만 노부는 사지 않았다. 약값도 은근히 비싸서. 뭐 어디 물리기라도 했나. 노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케이는 약통에서 연고를 조금 덜어 노부의 뺨에 부드럽게 발라주더니 손수건으로 약을 그대로 닦아냈다. 그리고 보여준 손수건에는 잉크가 잔뜩 묻어나 있었다.

뭐야, 벌레에 물린 곳이 있어서가 아니라 노부의 뺨에 묻은 잉크를 유분기있는 약으로 닦아내려고 한 거야?

서둘러 책상을 내려다보자 과제를 하느라 펼쳐놨던 책에 필기를 하고 있던 게 엉망진창으로 마구 그어져 있었다. 졸다가 필기한답시고 알 수 없는 선만 죽죽 그어놓은 건 그럴 만한데 잉크가 다 마르지 않은 상태로 책 위에 그대로 엎어져 잠들었던 탓인지 얼굴에 그 잉크가 다 묻어난 모양이었다. 

창피함에 노부의 얼굴에 열이 확 오르자 케이는 작게 키득거리고는 손수건을 접으며 속삭였다. 

[다 닦았으니까 이제 괜찮아요.]
[아, 감사합니다...]
[뭘요, 우리 사이에.]

우리 사이...? 노부는 케이를 본 게 맹세코 처음이었다. 케이 같이 아름다운 사람을 이전에 본 적이 있다면 기억하지 못했을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요새 생활비가 똑 떨어져서 아르바이트 러시에 시험까지 겹쳐서 정신이 없긴 했기 때문에 혹시나 정말로 '우리 사이'라고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데 기억 못하는 걸까 봐 심장이 쫄깃해졌을 때였다. 

[유이치 녀석이랑 같은 과 후배죠?]
[유이치...?]
[쿠로사와 유이치.]
[아, 쿠로사와 선배님.]
[네. 제 친구거든요. 똘똘한 후배 들어왔다고 몇 번 이름 들었어요.]
[아... 감사합니다.]
[난 스즈키 군이 어디 사는지도 아는데? 서문 밖 5번지 붉은 벽돌집 2층, 맞죠?]
[... 네? 아니... 저기...]

정확하게 노부의 하숙집 주소를 읊는 케이를 보며 노부가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자 케이는 다시 웃더니 손을 내저었다. 

[나 이상한 사람 아니고. 그냥 장난 좀 친 거예요. 소라 알죠? 미야무라 소라. 내 친구거든요. 같은 하숙이라고 들었는데?]
[... 미야무라 선배님이랑...]
[유이치랑 소라랑 죽마고우잖아요. 나도 유이치랑 친구라서 소라하고도 친해졌는데 셋이 같이 밥 먹을 때 유이치가 과에 똘똘한 후배가 있다고 이야기하다가 소라랑 같은 집에 산다는 것도 알게 됐거든요. 뒷조사한 건 아니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아닙니다. 뒷조사라거나 그런 건 생각 안 했으니까...]

그렇게 허둥거리던 노부의 눈에 들어온 게 노부의 펜 사이에 섞여 들어와 있던 낯선 펜이었다. KEITA. M이라는 이름이 멋스럽게 각인된 만년필을 본 순간 노부도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았다. 미야무라 선배가 '케이타'라고 부르는 친구였다. 미야무라가 남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오늘 누구와 약속이 있다던가 누가 빌려준 책이라던가 하는 이야기에 등장하던 이름. 미야무라 선배에게 케이타라는 이름만 들었지 성을 들은 적이 없는데 만년필에도 성 쪽이 이니셜만 있는 게 신기하긴 했다. 보통은 성을 주로 부르니까 이름을 이니셜로 두고 성을 다 새기지 않나. 그러고보니 어린 시절부터 절친이었다는 미야무라 선배조차 소라라고 이름을 부르지 않고 딱딱하게 '미야무라'라고 부르는 쿠로사와 선배도 지나가는 말로 '케이타가 어쩌구'하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뭐... 성이 극비인가. 노부는 아니었지만 사실 이 대학에는 귀족들의 사생아도 많았다. 사생이라고 해도 대학까지 보내줄 정도면 낳아준 이의 신분도 어느 정도 되는 경우거나 법 때문에 대놓고 집에 들이지 못할 뿐 둘째 부인 취급받는 경우라 (이 나라는 일처일부제다) 그렇게 생활이 비참하지는 않았다. 돈이 없어서 일상이 버거운 건 시골에서 올라와서 돈 벌면서 공부하느라 바쁜 노부 같은 경우나 그렇지. 그렇지만 그 사생아들은 법 때문인지 본처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인지 성을 밝히기 꺼려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경우인가. 진짜로 그런 경우라면 굳이 성을 묻지 않는 게 예의였다. 노부는 아직 대학 1년차였지만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배운 대학생활 에티켓 중엔 그런 것도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그러니까... 케이타 선배님?]
[오? 날 알아?]
[미야무라 선배님이 가끔 말씀하셨습니다. 뭐 만났다던가 책을 빌려줬다던가 이런 이야기들이었는데요.]

그러면서 집어든 만년필을 내주며 각인된 이름을 슬쩍 가리키자 남자는, 아니 케이는 만년필을 받아서 각인된 이름을 만져보다가 픽 웃었다. 

[소라가 내 성은 이야기 안 했나 봐요?]
[네. 선배님도 케이타라고만 했습니다.]
[알고 싶어요, 내 성?]

글쎄다. 성도 궁금하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궁금하진 않았다. 집안 이야기만 나오면 곤란해하는 사람들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아니, 사실 그런 걸 궁금해할 정신이 없었다는 게 옳은 표현이었을 거다. 그보다 생글생글 웃으며 짓궂게 바라보는 얼굴이 너무 예뻐서.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는 눈이 너무 예뻐서 정신이 몽롱해진 기분이었다. 노부는 그렇게 남들의 얼굴에 쉽게 홀리는 편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는데, 그 순간은 정말로 그냥 케이의 얼굴에, 목소리에, 웃음에, 짓궂으면서도 달콤하고 다정한 분위기에 그냥 홀려 버린 탓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반쯤 홀린 채로 고개를 끄덕이자 케이는 손가락으로 노부의 뺨을 콕 찔렀다. 

[나랑 밥 한 번 같이 먹어요. 그럼 풀네임 가르쳐줄게.]
[네?]
[어제 아르바이트하느라고 집에도 안 들어왔다면서요? 아침에 소라 잠깐 마주쳤는데 소라가 걱정하던데. 요즘 밥도 안 먹는 것 같다고.]

돈이 없어서 최대한 하숙집에서 밥을 해결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정말 바빠서 집에 못 들어가고 아르바이트하는 데서 밥을 얻어먹곤 했는데. 소라가 걱정했다는 소리에 머쓱하게 목을 매만지고 있자, 케이는 상쾌하게 웃으며 말했었다. 

[닭고기 요리 좋아해요? 닭고기 잘 하는데 있거든요. 아, 그 식당도 서문 쪽이니까 알지도 모르겠다. 자작나무 식당, 알아요?]


*****


노부는 K.MACHIDA 라고 새겨진 만년필을 꽉 쥐고 비명이 터져나올 것 같은 입을 틀어막았다.

케이와 노부가 왜 20xx년에 다시 존재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꿈인지, 노부가 미친 건지... 아니면 정말 마법 같은 게 있어서 누군가 노부에게 케이를 다시 돌려준 건지 알 수 없지만...

뭐든... 뭐든 좋았다. 

이게 꿈이라도 좋아. 아니면 케이를 땅에 묻어야 했던 내가 결국 미처버린 거라도 좋아. 꿈이든 미친 거든... 그게 아니라 뭐라도 좋아.

케이가... 케이가 살아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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