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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3 21:11
"나도 있어!"
"에? 밥, 진짜야??"
"웅…나도.. 있어.. 좋아하는 사람. 왜 무시해…"
취했네. 그런데 지금 밥이 애인 있다고 말 한 게 맞나. 취해서 하는 말 아니고? 고된 훈련 뒤 간만에 하드덱에서 시끌시끌하게 떠들어대던 이들은 순간 다 머리속에 물음표를 띄우겠다. 누군가의 연애 상담을 다같이 하다가 아는 척 하는 밥에게 장난스레 순진해서 네가 뭘 알겠나며 놀리던 목소리 뒤 들린 밥의 목소리에 다들 집중하면서.
"아니, 무시한 게 아니고… 얼마전에 같이 외출했던 날. 루스터 썸타는 이야기 하는데 너 그런 거 해 본 적 한번도 없고 지금 애인도 없다고 했잖아."
피닉스가 나서서 뾰루퉁하게 있는 밥을 풀어주려는데 밥의 표정은 어째 더 안 좋아지겠지. 술은 절대 안 마시던 밥이 오늘은 어쩐일인지 맥주를 시키더니 반병만에 초점이 살짝 풀어진 채였다. 아무래도 그만 마시게 하고 데려다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애매하게 썸을 탄 경험은 없으니까… 그리고.. 애인이라기 보다는…"
아직 애인까진 아닌가. 아님 짝사랑? 다들 궁금증을 참고 기다리는데 밥의 입에서 그들에겐 폭탄과 다를바 없는 말이 터져나오겠다.
"약혼자."
"…? 응?? 뭔..뭐라고?"
"약혼자라고. 그냥 애인이 아니라.."
하고 스르륵 눈이 감기며 고개가 기우는 밥을 다들 턱이 빠질듯 입을 벌려 쳐다보고만 있는데 가까이 없었던 것 같은 행맨이 어느새 다가와 밥의 몸이 더 기울기 전에 손을 뻗어 받쳤겠지.
"밥. 어지러워? 졸린 거야?"
밥의 상태를 살피는 행맨의 모습이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퍽 다정했으나 지금 그걸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밥! 약혼자라고?? 야 너 그러고 잠들지 마, 진짜. 우리 다 궁금해서 죽는다고 오늘! 행맨, 걔 좀 흔들어 깨워봐."
페이백의 흥분한 목소리에 행맨이 갑자기 인상을 확 구기며 째려보는데 밥이 몽롱한 눈을 뜨며 고개를 들겠지.
"밥? 너 약혼했다고 왜 말 안 했는데? 미래를 약속할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가 몰랐다고? 일과 끝나고 전화하는 모습도 한번 못 봤는데!"
피닉스가 억울한 듯 소리를 높혔다. 이번 미션에서 밥이 막내라고 내내.누나처럼 챙겼는데 배신당한 표정을 마구 지으면서.
"안 물어봤잖아.. 그리고 처음엔 부모님이 시키시는대로.. 한 거라서.. 서로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건.. 얼마 안 됐단말이야."
부모님? 술에 취에 느리게 말을 잇는 밥인데도 다들 그의 말을 따라가기란 어려웠겠다.
"집안에서 정한 약혼자? 뭐 그런 거라는 거지?"
"웅…원래는. 그런데 이제는.."
"이제는?"
"…결혼할거야."
막내의 입에서 제일 먼저 나온 결혼 소리에 다들 놀랐지만 그 누구보다 충격 받은 사람은 바로 옆에서 밥이 기대는대로 가만히 있던 행맨이겠다. 눈이 커진채로 굳어서 제 가슴께에 이마를 대고 있는 밥을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나.. 내년에 결혼하고 싶어."
내년이라고 해봤자 두달도 안 남았는데. '내년에 결혼해' 가 아니고 '하고싶어' 라고? 그럼 그건 결정 된 일이 아니라 밥의 희망사항이란 얘기일 것이기에 다들 의문이 가득한 채로 기다렸다. 그 중 누군가가 약혼자는 아직인데 너만 하고싶은 거냐고 물었더니 밥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서 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행맨과 눈을 맞추었다. 순간 녹색의 눈이 일렁거렸고.
"나 내년에 결혼하고 싶어. 그래도 돼…?"
"베이비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활짝 웃어보인 밥이 그대로 행맨의 허리를 끌어 안아버렸고 이제는 다들 경악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다들 믿고 싶지 않은 걸 본 듯, 밥이 취해서 앞에 있는 게 누군지 구분을 못 하는 거라고 누군가 얘기 하는 것 같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저렇게 자연스럽게 치대고 있는 게 말이 되냐고 행맨의 꿀떨어지는 목소리로 베이비는 뭐냐고 어쩌고 하면서 언쟁이 시작되려는 찰라 밥이 행맨의 품속에서 꼬물꼬물 거리며 더 가까이 파고들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고마워, 제이크…근데 나 이제 졸려.."
"제이크? 제이크으으??!! 야!! 행맨 너 우리 막내한테!!!!"
이제 다들 참지 못하고 제이크에게 달려드는데 제이크는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자기 피앙새 졸려서 먼저 들어가겠다며 밥을 안아들고 나가버렸고 다들 허망해져서 문만 바라보다가 행맨 내일 죽었다고 두고보라며 잔을 들이켰겠다.
남겨긴 이들이 뭐라고 떠드는지 따위 관심 없다는 듯 행맨은 관사까지 밥을 데려가면서 결혼하고 싶다는 밥의 목소리만 계속 떠올리며 벅차오른 표정일거다. 밥은 정략결혼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서로 좋아하게 된 거라고 말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서로' 좋아하게 된 시점이었고 행맨은 그보다 한참이나 빨랐어서. 드디어 소중한 자기 베이비가 결혼 마음을 먹어 주었다는 거에 기절할 듯 좋았겠지. 밥한테 첫눈에 반해 부모님께 부탁을 하면서 까지 밥의 집에 혼담을 넣은 것이며 그마저도 밥은 관심이 없어서 혼자 애타서 밥 주변을 맴돈 것만 몇년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과연 어떤 표정들일까 싶었지만 그까짓게 중요할 리 없었다. 오랜 노력 끝에 밥이 자신을 좋아하게 된 것도 얼마 전인데 이 때를 놓칠세라 결혼으로 완전히 밥의 옆에 서고 싶어 무던히 애쓰던 행맨은 그저 이제 이 소중하고 작은 새가 제 품에 떨어졌고 무슨 일이 있더라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제 품안에 영원히 두겠다는 생각 뿐이었으니까.
행맨밥
"에? 밥, 진짜야??"
"웅…나도.. 있어.. 좋아하는 사람. 왜 무시해…"
취했네. 그런데 지금 밥이 애인 있다고 말 한 게 맞나. 취해서 하는 말 아니고? 고된 훈련 뒤 간만에 하드덱에서 시끌시끌하게 떠들어대던 이들은 순간 다 머리속에 물음표를 띄우겠다. 누군가의 연애 상담을 다같이 하다가 아는 척 하는 밥에게 장난스레 순진해서 네가 뭘 알겠나며 놀리던 목소리 뒤 들린 밥의 목소리에 다들 집중하면서.
"아니, 무시한 게 아니고… 얼마전에 같이 외출했던 날. 루스터 썸타는 이야기 하는데 너 그런 거 해 본 적 한번도 없고 지금 애인도 없다고 했잖아."
피닉스가 나서서 뾰루퉁하게 있는 밥을 풀어주려는데 밥의 표정은 어째 더 안 좋아지겠지. 술은 절대 안 마시던 밥이 오늘은 어쩐일인지 맥주를 시키더니 반병만에 초점이 살짝 풀어진 채였다. 아무래도 그만 마시게 하고 데려다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애매하게 썸을 탄 경험은 없으니까… 그리고.. 애인이라기 보다는…"
아직 애인까진 아닌가. 아님 짝사랑? 다들 궁금증을 참고 기다리는데 밥의 입에서 그들에겐 폭탄과 다를바 없는 말이 터져나오겠다.
"약혼자."
"…? 응?? 뭔..뭐라고?"
"약혼자라고. 그냥 애인이 아니라.."
하고 스르륵 눈이 감기며 고개가 기우는 밥을 다들 턱이 빠질듯 입을 벌려 쳐다보고만 있는데 가까이 없었던 것 같은 행맨이 어느새 다가와 밥의 몸이 더 기울기 전에 손을 뻗어 받쳤겠지.
"밥. 어지러워? 졸린 거야?"
밥의 상태를 살피는 행맨의 모습이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퍽 다정했으나 지금 그걸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밥! 약혼자라고?? 야 너 그러고 잠들지 마, 진짜. 우리 다 궁금해서 죽는다고 오늘! 행맨, 걔 좀 흔들어 깨워봐."
페이백의 흥분한 목소리에 행맨이 갑자기 인상을 확 구기며 째려보는데 밥이 몽롱한 눈을 뜨며 고개를 들겠지.
"밥? 너 약혼했다고 왜 말 안 했는데? 미래를 약속할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가 몰랐다고? 일과 끝나고 전화하는 모습도 한번 못 봤는데!"
피닉스가 억울한 듯 소리를 높혔다. 이번 미션에서 밥이 막내라고 내내.누나처럼 챙겼는데 배신당한 표정을 마구 지으면서.
"안 물어봤잖아.. 그리고 처음엔 부모님이 시키시는대로.. 한 거라서.. 서로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건.. 얼마 안 됐단말이야."
부모님? 술에 취에 느리게 말을 잇는 밥인데도 다들 그의 말을 따라가기란 어려웠겠다.
"집안에서 정한 약혼자? 뭐 그런 거라는 거지?"
"웅…원래는. 그런데 이제는.."
"이제는?"
"…결혼할거야."
막내의 입에서 제일 먼저 나온 결혼 소리에 다들 놀랐지만 그 누구보다 충격 받은 사람은 바로 옆에서 밥이 기대는대로 가만히 있던 행맨이겠다. 눈이 커진채로 굳어서 제 가슴께에 이마를 대고 있는 밥을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나.. 내년에 결혼하고 싶어."
내년이라고 해봤자 두달도 안 남았는데. '내년에 결혼해' 가 아니고 '하고싶어' 라고? 그럼 그건 결정 된 일이 아니라 밥의 희망사항이란 얘기일 것이기에 다들 의문이 가득한 채로 기다렸다. 그 중 누군가가 약혼자는 아직인데 너만 하고싶은 거냐고 물었더니 밥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서 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행맨과 눈을 맞추었다. 순간 녹색의 눈이 일렁거렸고.
"나 내년에 결혼하고 싶어. 그래도 돼…?"
"베이비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활짝 웃어보인 밥이 그대로 행맨의 허리를 끌어 안아버렸고 이제는 다들 경악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다들 믿고 싶지 않은 걸 본 듯, 밥이 취해서 앞에 있는 게 누군지 구분을 못 하는 거라고 누군가 얘기 하는 것 같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저렇게 자연스럽게 치대고 있는 게 말이 되냐고 행맨의 꿀떨어지는 목소리로 베이비는 뭐냐고 어쩌고 하면서 언쟁이 시작되려는 찰라 밥이 행맨의 품속에서 꼬물꼬물 거리며 더 가까이 파고들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고마워, 제이크…근데 나 이제 졸려.."
"제이크? 제이크으으??!! 야!! 행맨 너 우리 막내한테!!!!"
이제 다들 참지 못하고 제이크에게 달려드는데 제이크는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자기 피앙새 졸려서 먼저 들어가겠다며 밥을 안아들고 나가버렸고 다들 허망해져서 문만 바라보다가 행맨 내일 죽었다고 두고보라며 잔을 들이켰겠다.
남겨긴 이들이 뭐라고 떠드는지 따위 관심 없다는 듯 행맨은 관사까지 밥을 데려가면서 결혼하고 싶다는 밥의 목소리만 계속 떠올리며 벅차오른 표정일거다. 밥은 정략결혼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서로 좋아하게 된 거라고 말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서로' 좋아하게 된 시점이었고 행맨은 그보다 한참이나 빨랐어서. 드디어 소중한 자기 베이비가 결혼 마음을 먹어 주었다는 거에 기절할 듯 좋았겠지. 밥한테 첫눈에 반해 부모님께 부탁을 하면서 까지 밥의 집에 혼담을 넣은 것이며 그마저도 밥은 관심이 없어서 혼자 애타서 밥 주변을 맴돈 것만 몇년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과연 어떤 표정들일까 싶었지만 그까짓게 중요할 리 없었다. 오랜 노력 끝에 밥이 자신을 좋아하게 된 것도 얼마 전인데 이 때를 놓칠세라 결혼으로 완전히 밥의 옆에 서고 싶어 무던히 애쓰던 행맨은 그저 이제 이 소중하고 작은 새가 제 품에 떨어졌고 무슨 일이 있더라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제 품안에 영원히 두겠다는 생각 뿐이었으니까.
행맨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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