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이어지진 않는 전편 https://hygall.com/511416298

리처가 결국 데이빗의 트레일러와 차량 구매를 허락했을 때 데이빗이 사온 트레일러가 이런거면 좋겠다...









딱봐도 럭셔리한 트레일러에 리처가 헛웃음 흘렸음. 위에는 태양열 발전기가 달려있었고, 차 옆의 장치를 해제하자 그대로 발코니처럼 되었음. 데이빗은 신나서 자기가 요청한 옵션들이 잘 들어가 있는지, 기능은 잘 되는지 여기저기 확인해봤음. 하자가 없는 걸 확인하고 뿌듯한 얼굴로 리처에게 돌아와 같이 보자며 손을 잡고 내부로 들어섰음. 트레일러면서 있을 거 다 있고 어지간한 모텔보다 좋아보이는 모습이었지. 리처는 살면서 단 한번도 돈이 좋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지만, 이정도면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음. 좀 더 안쪽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침대도 컸고, 세탁기까지 있었음. 지나가며 싱크대의 물을 틀자 약하게 흐르지도 않고 잘만 나옴. 전기야 그렇다 치고, 내부 구조를 봤을 때 물탱크랄 게 없어 보이는데 싶어 리처는 결국 질문으로 입을 열었음.

물은 어디서 공급되는거지?
아, 그거요, 발생기가 있어요. 공기로 만든다나.

데이빗은 신이나서 종알종알 떠들었음. 이런 옵션도 있고, 저런 옵션도 있고... 집이 필요없다고 했더니 집이나 다를 바 없는 트레일러를 구해오는 이 허무맹랑한 어린 연인은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리처를 놀라게 했음. 

...그래서 얼마나 주고 산거야.
이것저것 넣어서 한 40만달러?

국방사업의 취약점을 통해 돈을 많이 벌었단 사실도 알고 있고, 처분했던 마이애미의 끝내주던 건물도 데이빗의 소유였단 걸 알고있지만 이럴 때 마다 리처는 당황스럽긴 했음. 그래도 그동안 들렀던 5성급 호텔에 머무른 횟수와, 갈 때 마다 갖은 서비스를 턱턱 누렸던 걸 생각하면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음. 

너 수입도 없는데 이렇게 막 쓰지마.
응? 수입이 없긴 왜 없어요. 헉, 설마 내가 아무것도 안하고 잭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할 줄 아는건 마사지밖에 없는 한량으로 보였어요?
...아니라곤 말 못하겠다.
당신 말에는 어지간하면 타격 없지만 이번 건 좀 아파요. 

데이빗은 과장스럽게 제 가슴에 손을 얹고 울상을 지었음. 진짜로 상처받았다는 의미가 아님을 알았으나 데이빗이 이렇게까지 말한 것도 오랜만이었기에 리처는 미안, 하고 볼품없이 말했음. 그 말을 듣자마자 데이빗은 금방 또 헤 웃으며 풀어졌음. 그러더니 가방에서 랩탑을 꺼내 열고 뭔가를 타이핑하더니 리처에게 보여줬음. 

뭐야?
내 수입원. 
주식?
응. 적당한 선에서 굴리고 있는데 쏠쏠해요. 우리가 쓰는 거 보다 훨씬 버니까. 
이건 또 언제 배운거야.
몇 번 날려먹다 보니까 대충 알겠던데.
재주가 좋네.
나도 나름 유대인이니까요.

칭찬의 의미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데이빗이 리처를 끌어안고 어깨에 뺨을 부볐음.

나 나름 괜찮은 애인이죠.
그래, 그래.
완전 조신하고, 돈도 잘 벌고, 밤일도 잘하고.
마지막 건 굳이 안말했어도 됐다.
왜요! 내가 제일 자신있는건데.
근원을 없애줄 수도 있어.

데이빗은 제 가랑이를 은근히 협박하는 리처의 말에 얌전히 입을 다물었음. 여기서 제 아랫도리가 좀 섰다는 걸 들키면 안될 거 같아 약하게 허리를 뒤로 물리려 하자 리처의 손이 엉덩이를 콱 쥐어왔음. 단단한 악력에 데이빗이 저도 모르게 뜨헉 놀란 소리를 냈음.

여긴 왜 또 세웠어.
...당신이 무서운데 섹시해서요.
너 취향 진짜 이상해.
그렇게 말해도 못고쳐요.

데이빗의 말에 리처는 자기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터트렸음. 꽉 쥐었던 엉덩이를 한번 소리나게 두드린 리처가 데이빗의 품에서 벗어났음. 물러나자 데이빗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음.



지금 말고, 저녁에 해. 대낮부터 하긴 싫다.
...!!!

뭐라고 지칭하지 않았지만 데이빗은 단번에 알아듣고 활짝 웃었음.

​​​​​​​

네네, 기다릴게요. 당연하죠. 


루버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