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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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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비문 ㅈㅇ 캐붕ㅈㅇ
전편: https://hygall.com/511332143


*

윌러드의 고개가 쭉 올라가다가 거의 뒤로 꺾였다. 그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세러신 타워는. 눈에 직접적으로 쏟아지는 햇볕을 한쪽 손으로 가린 윌러드는 그 끝 모르고 수직상승할 것처럼 생긴 건축물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세러신이라는 이름 되게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타워가 뒤에 붙으니까 구리지."

피터가 뒷말을 완성해주었다. 윌러드는 피터를 보며 눈을 깜박였다.

"응. 좀 이상하다."
"그러니까. 브래드쇼 타워는 괜찮은데."
"...그런가?"
"그럼. 당연하지. 브래드쇼는 어디 붙여도 다 어울려. 이 이름으로는 글루텐 프리 빵집을 해도 대박이 날걸."
"으음."

윌러드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지만 이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윌리."

피터가 별안간 엄숙한 목소리로 윌러드를 불렀다.

"준비됐어?"
"응. 가자."
"...손은 잡을 필요 없어."
"그래?"
"어. 놔라."
"그러면 뽀뽀는?"
"제일 필요없어."
"진짜?"

윌러드가 꽤 진지한 얼굴로 반문했다. 피터는 눈을 굴렸다. 이건 윌러드의 징크스 같은 거였다. 어릴 때 중요한 경기 전에 하도 긴장한 티가 나길래 달래줄겸 뽀뽀를 한 번 해준 적이 있는데, 역대 최고의 플레이로 우승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 후부터 윌러드는 정말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엄마와 형에게 뽀뽀를 받겠다는 고집을 부렸다. 피터는 여전히 진지한 눈빛으로 저를 빤히 보는 윌러드를 흘겨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 버릇을 잘못 들였어.

"아 알았어."

피터는 툴툴대면서 누가 볼까 경계하며 얼른 윌러드의 뺨에 입술을 가볍게 붙였다 떼어냈다.

"너 정말 이렇게 어리광이 많아서 나중에 나 없이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데?"
"형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
"......"

핀잔을 준 거였는데,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곧바로 대꾸하는 윌러드 때문에 드물게 할말을 잃은 피터는 입술을 직선모양으로 꾹 다물었다.

"...아무튼 이제 가자."
"응."

윌러드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건물의 정문을 향해 걸음을 착착 옮겼다. 긴 여정이었다. 한 밤중의 탈출과 몇 번의 버스 및 기차와 험난한 밤샘과 노숙을 비롯해 거의 마지막에는 예상치 못한 공연예술 활동까지 있었지만, 어쨌든 형제는 이제 이곳에 왔다. 마침내 그들이 오랫동안 품어 온 의문의 답이 풀릴 것이다....

"...근데, 형. 우리가 여기 사장을 막 만날 수 있어?"
"...아니. 그렇지 않지."

....아직 답을 얻기 까지는 몇 가지 단계가 좀 더 남은 듯했다. 로비에 의기양양하게 발을 들인 두 사람은 널직하고 고급스러운 로비 공간 가장자리마다 버티고 선 경호원들과 출입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엘리베이터와 바로 앞에 크게 설치된 데스크와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데스크 직원들을 보았다.

"하지만 나한테 생각이 있어."

단호하게 말한 피터는 냅다 데스크 직원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미스,... 제인."

윌러드의 눈이 살짝 커졌다. 피터가 이렇게 정중한 표정으로 저렇게 차분하고 진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처음 보았다. 피터에게 이름을 불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든 직원은 순간 제 앞에 선 두 소년들을 보고 살짝 당황한 티를 냈으나 이내 프로답게 표정을 지우고 물었다.

"네, 뭘 도와드릴까요?"

영혼이라곤 단 1그램도 없는 목소리였다.

"제이크 세러신 회장님을 뵈러 왔는데요."
"...음, 사전 약속은 하셨나요?"

피터는 저 표정이 뭔지 알았다. '너 같은 애들 정말 많단다'라는 표정이었다. 아마 지금껏 무작정 쳐들어와서 사장 얼굴을 보겠느니 하며 투자자를 구하는 아마추어 사업가들부터 특종 건져보려고 얼쩡거리는 기자들까지 다양한 이력이 있었을 거다. 직원은 벌써 모든 의지를 잃어버린 얼굴이었다. 하지만 피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당연하죠."

윌러드의 고개가 확 돌아갔다. 우리가 사전 약속을 했다고? 그의 눈빛이 혼란하게 흔들렸지만 피터는 무시한 채로 꿋꿋이 말을 이었다.

"저희가 그렇게 아무 약속도 없이 쳐들어와서는 이 나라에서 무려 10위 안에 드는 기업의 총수를 만나고 싶다고 떼쓰는 어린애처럼 보이세요? 당연히 약속은 했죠."
"어, 음.... 그, 크흠, 그래요... 이상하다, 연락받은 게 없었는데,... 음, 몇 시 약속을 잡으셨나요?"
"들어보세요, 미스 제인. 이건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 가 더 중요한 약속이에요. 왜냐면 생물학적 진화의 계보를 바탕으로 맺은 약속이거든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스케줄러를 분주하게 넘기던 직원의 손동작이 멈추었다. 그녀의 눈썹이 의구심 넘치게 추켜 올라갔다.

"그런데 좀 오래 전에 한 약속이라, 지금 세러신 씨가 분명 잊고 있을 거거든요. 하지만 지금 제가 미스 제인에게 이거 한 가지를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피터는 자세를 고쳐서 데스크게 편안하게 기대섰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 보셨어요?"
"....네. 명작이죠."

미스 제인의 손은 이제 슬금슬금 경비원 호출기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거 보셨으면 아시겠죠. 살다보면 진짜 이상한 일이 많은데 어떤 경우는 아주아주 기묘한 타이밍과 실낱같은 희망이나 얼핏 말도 안 되는 힌트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거거든요. 그런 걸 두고 우린 기적이라고도 하죠."
"......"
"현실이 영화와는 다르다지만, 모든 영화는 결국 현실에 기반한 거잖아요. 지금 이 경우도 딱 그런 거예요. 있죠, 저희는 미스 제인을 곤란하게 할 의도는 조금도 없어요. 그냥 미스 제인이 평생 두고두고 돌이켜봤을 때, 그때 그 작은 선택을 하기를 잘했다고 여길거라는 한 가지를 말해주고 싶은 거죠. 지금 제가 하는 말이 헛소리같겠지만, 생각해보세요, 모든 역사적인 일은 바로 그 순간만큼은 별 거 아니어 보여요. 거의 헛소리나 헛짓거리처럼 보인다고요.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 과정이나 에디슨의 실험을 생각해봐요. 전부 비웃고 하찮게 여겼잖아요."

그녀의 눈은 유려하게 말을 쏟아내는 피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요점이 뭐죠?"
"오, 이제 들어보실 생각이 드셨군요."

피터는 뻔뻔스럽게 미소짓더니 데스크에 마련되어있던 메모지를 집어들어 뭔가를 적었다.

"이거 전달 좀 해주세요. 그냥 종이 하나니까 미스 제인이 크게 곤란할 일 없잖아요? 물론 이게 느긋하게 처리해도 되는 문제는 아니에요. 정말 긴급한 일이거든요. 아까 말했죠? 타이밍이요. 1초 차이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바로 그거 말예요. 아, 그리고 반드시 '파병 시절 당신의 루스터'에게 왔다는 말을 들려주셔야 해요."

직원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완전히 지우지 않은 채로 피터가 내민 메모지를 건네받았다.

"마지막 말이 제일 중요해요. 루스터요. 절 믿으세요. 지금 미스 제인은 영화 속에서 말하는 '바로 그 순간'에 있는 거예요."
"......"
"그럼 저흰 이대로 조용히, 얌전히, 아무 문제 없이 이 공간을 나가볼게요. 그리고 미스 제인이 그걸 전달하는 동안 최대한 몇 초 내로 안 죽고 버티도록 해볼게요."

멍하니 입을 벌린 윌러드의 손을 잡은 피터는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았다.

"정말 간절하게 부탁해요, 누나."

형제가 다시 건물을 나서는 동안 경호원 몇명과 눈이 마주쳤다. 피터는 그들에게 가볍게 윙크를 날리며 문을 열었다.

*

"...뭐라고요? 누구라고 했어요, 지금?"
"음, 루스터요."

하비는 잠깐 멍한 상태로 눈을 깜박이며 비서를 쳐다보았다. 그는 겨우 정신을 차린 후 손을 뻗어 비서가 내미는 메모를 건네받았다.

[000-0000-0000, 연락해주세요. 정말 긴급한 일이에요. 어쩌면 목숨이 걸렸어요. 당신의 루스터가.]

파일럿을 그만 둔지 십 몇 년이 지난 지금, 하비는 제이크의 사업적 파트너로 일하는 중이었다. 그는 사업적으로 긴급한 연락을 제이크가 받지 못하는 경우 그 대신 받아보는 위치에 있었다. 예를 들면 그건 제이크가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를 포함한다. 하비는 갑자기 뒤통수가 지끈거렸다.

"제이크는 이틀 후에 돌아오죠?"
"네."

루스터라니. 그는 이마를 짚으며 탄식같은 한숨을 내뱉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단 한 번도 연락이 없이 사라졌던 이가 갑자기 제이크의 앞에 나타난단 말인가. 심지어 목숨까지 운운하면서.
하비는 파일럿 시절 루스터에 대해 늘 좋게 생각했지만, '그 사건' 이후로는 그러기가 어려웠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행맨- 아니, 행맨이 아닌 '제이크'는 한때 그가 열렬히 사랑했던 이에 의해 가장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하비는 현재 제이크의 내면이 과거의 제이크와 달리 망가지고 붕괴한 상태로 나아가지 않는 이유가 브래들리의 탓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물론 제이크는 그걸 조금도 티내지 않고 있지만... 애초에 그들 사이에 더이상 브래들리의 이름이 오르는 일이 없었다. 제이크의 삶에 그는 완전히 지워진, 혹은 지워진 척하는 인물이었다. 절대 다시 꺼내서는 안 되는. 그런 과거의 흔적.

"...우선 내가 만나볼게요."

*

"....목숨이 달린 일이라며?"

하비가 겨우 그 한마디를 뱉었다.

"산다는 건 늘 삶과 죽음 사이의 일이죠."

빤지르르한 표정을 지은 소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하비는 아까보다 머리가 더 지끈거리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맙소사, 신이시여, 그곳에는-

"사르트르 모르세요? B와 D사이의 C 말이예요."

-루스터와 꼭 닮은 아이가 있었다. 그것도 둘이나. 심지어 그중 하나는 어떻게 보아도 행맨의 주둥아리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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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텔러 행맨루스터 행루

2022.12.05 22: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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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 10번쯤 보고 10번쯤 추천눌렀는데 왜 추천이 한번밖에 안되는거지?
[Code: 2721]
2022.12.06 02: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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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의 주둥아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만날 수 있는걸까 코요테 고생 좀 하겠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4a31]
2022.12.06 11: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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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을 더 닮은 피터랑 루스터를 더 닮은 윌러드랑 안맞는 듯 잘 맞는거 보면 행루도 그랬을텐데 왜 헤어졌어 제발 가족을 이뤄...2 그래도 애들이랑 행맨이랑 드디어 만나는건가 쌍둥이 너무 사랑스러워 하앙
[Code: 6318]
2022.12.07 13: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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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진 쌍둥이ㅋㅋㅋㅋ
[Code: 2a43]
2022.12.30 20: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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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의 주둥아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2ce6]
2023.01.17 18: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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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와 꼭 닮은 아이가 있었다. 그것도 둘이나. 심지어 그중 하나는 어떻게 보아도 행맨의 주둥아리를 가지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피터 코요테 만나서도 개당당한거 진짜 귀여워 죽겠다 ㅠㅠㅠㅠ 윌리 피터 매끄럽게 입터는거 놀라서 입벌리고 쳐다보는거 진짜 애기 귀여워 죽겠는데 피터도 지가 어린건 알아가지고 마지막에 누나 이러는것까지 진짜 요오망하기 짝이없다 ㅋㅋㅋㅋ 하 행맨이 이거 알면 어떻게 반응할지 너무너무 궁금하고 ㅠㅠ 그래도 루스터랑 쌍둥이들은 삼촌이모들 사랑 잔뜩 받으면서 자랐는데 애들 존재도 모르고 혼자 남겨졌던 제이크 옆에 하비 있어서 다행이다 ㅠㅠ 하 피터랑 윌리도 행맨 마주하면 어떨지 제일 궁금해 피터 원조 에고킹 주둥아리 앞에서 침착할수있을지 사랑둥이 깜찍이 윌리는 아빠 앞에서 어떻게할지 ㅠㅠㅠㅠㅠㅠㅠ
[Code: 8640]
2023.01.17 18: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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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아니 그리고 중요한 경기 전에 형아가 뽀뽀해줬다가 완전 잘풀려서 그다음부터 엄마랑 형아한테 뽀뽀 꼭 받겠다고 고집하는 윌리 실화야????? 존나귀여워 ㅠㅠㅠㅠㅠㅠㅠ!!!!!!!!!!!!!!!

"준비됐어?"
"응. 가자."
"...손은 잡을 필요 없어."
"그래?"
"어. 놔라."
"그러면 뽀뽀는?"
"제일 필요없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 중요한 일 하려고 하면 형아 손부터 꼭 잡고 형아 뽀뽀 받는게 가장 중요한 루틴 되버린 이 깜찍이 ㅠㅠㅠㅠㅠㅠ 이세상 사랑 다 받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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