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259813834
view 1691
2020.01.27 23:02


어느날 하경위랑 킬그가 서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사태파악 못하고 얼어있던 것도 몇초간이었고 곧 정신차린 둘은 각각 둘째형과 형수한테 사실대로 말하겠지
아니 말하려고 했는데 이상한 일이지 영혼체인지에 관해서 말하려고 할때마다 어음음, 버퍼링이 걸리는 거야

알렉과 케빈의 희한한 모습에 닥터는 소닉 스크류 드라이버를 들이댔고 호인스는 걱정스러워 하다가, 닥터는 타디스를 타고 어딘가로 홀연히, 호인스는 웨스트민스터로 출근했음. 

케빈은 멘탈 터져서 멍해져 있고 경찰인 하경위는 그나마 정신 수습해서 그래, 종이에라도 적어야지. 하는데 멀쩡하던 펜이 잉크가 안 나오거나, 통화와 문자 외에 쓸 일이 없던 휴대폰으로 메모를 시도하면 꼭 그때만 먹통이 되거나, 온갖 시도를 해도 안 먹히고 심지어 자해를 해서 피로 써볼까도 했는데 종이 위에서 피가 지멋대로 구르는 공포영화스런 장면을 봤을 땐 ㄹㅇ 부정맥이 도질뻔했겠다

하경위가 너갱이 나가서 대책을 못 떠올리는 사이 의외로 가장 빠른 해결책을 시도한 건 케빈이었음. 엉엉 울면서 형아야, 크롤리 형... 애타게 악마를 찾았는데(애기가 엄마찾듯) 막둥이(몸은 셋째지만) 부름에 크롤리가 기적으로 재빨리 나타난 거지.

근데 케빈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났어. 크롤리에게 제게 일어난 일을 말하려거나, 통신수단을 활용하려거나 하면 다 안 되는 거야. 안타깝게도 악마는 독심술은 못 했고. 크롤리는 의아했지. 셋째 답지 않은 행동인데, 셋째가 이상하다에서 더 나아간 발상을 못하겠는 거야. 평범한 일이 아니지. 진짜 문제는, 크롤리조차 '셋째가 이상하다에서 뭔가 다른 점을 깨닫지 못한다'는 그 사실에서 제자리걸음 중인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거임. 케빈은 그걸 깨닫고, 절망했어. 조짐이 심상치 않았지. 

알렉, 알렉을 만나야 해. 

케빈은 급하게 

"형, 알렉 형에게 데려다 줘."

말했어. 말한 직후, 이 말에서 크롤리가 이상하단 걸 알아채겠단 생각이 들었지. 지금 자신이 알렉인데, 알렉에게 데려다달라니! 크롤리라면 틀림없이 눈치챌 거야. 희망에 젖었지. 하지만, 크롤리는 노란 눈을 두어번 깜박이곤 두 손가락을 맞대었어. 그리고, 케빈의 몸을 한 알렉이 보였음. 그 과정에서 크롤리는 전혀, 전혀 이상한 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고.


"알렉!"
"케빈!"

두 인간은 서로를 보자마자 얼싸안았어. 이번에도, 크롤리는 케빈이 기대하던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 잠깐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너희 둘,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걱정스럽게 묻는 게 다였음. 알렉, 그러니까 케빈의 표정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어. 케빈, 그러니까 아무 능력이 없는 인간 경찰의 표정은 이전부터 잔뜩 굳어진 상태였고.

"크롤리가...왜 저래?"

케빈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어. 타인의 육체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표정을 보는 건 정말이지 묘한 기분이었지. 

"내가 알 리가 있겠어? 이상해... 정말 이상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이 대화에도조차 크롤리는 반응하지 않았어. 알렉이 닥터가 떠난 후 에이든에게라도 설명하려 했으나 자신의 시도가 헛수고로 돌아갔음을 설명할 때도 크롤리는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음. 두 인간과 악마가 완전히 분리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아 너무 길어졌네

하여튼 각각 탑/주변사람에게 영혼체인지에 관해 말하려거나 연관된 걸 말하기만 해도 소용이 없어지는 거임. 테닥/호인스는 케빈(하경위)과 알렉(킬그)이 요즘 이상해졌다곤 여기는데, 흥미로워하거나 걱정하는 게 다였어. 정말 그걸로 끝이고, 그때뿐인 거야. 이런 일이 누적되면 의문이 커져야 하잖아. 그런데 마치 그 둘이나 크롤리 등 가까운 이들에겐 그 일이 리셋이라도 되는 것 같았어. 아니 그게 확실해.

알렉과 케빈은 날마다 만나서 대책을 의논했지만, 헛수고였어. 둘은 나날이 우울해졌고, 걱정은 갈수록 쌓여갔지. 차마 둘다 서로에게 얘기하지 못하는 부분은, 둘의 성생활이었음. 물론 처음엔 핑계를 대고 빠져나갔어. 몸이 안 좋다거나, 피곤하다거나, 하고 싶지 않다거나. 근데 미치고 팔짝 뛰겠는 게, 형제의 영혼이 바뀐 그 부분은 리셋이 되는 것 같은데 둘이 각각 상대방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는 것엔 해당하지 않는 거야. 

자연히 테닥과 킬그(하경위), 호인스와 하경위(킬그)의 사이도 안 좋아지겠지.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알렉과 케빈은 생각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어. 크롤리한테 부탁하려 했는데 이것도 또 먹통이었고. 

결국 일이 터졌음. 내가 지겨워졌냐고, 다른 사람 생겼냐고 화를 내는 호인스의 모습에 형과 형수가 자신 때문에 파경을 맞을까봐 겁을 먹은 케빈이 몸을(알렉의 육신이긴 했지만) 허락하고 말았어.

알렉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지. 처음엔 끝까지 거부하려 했어. 닥터와 케빈은 형제니까. 모든 게 정상적으로 회복된다면, 그때 일어났던 일을 설명한다면 지금 관계가 나빠진 것도 고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어. 그런데, 키스를 거부하는 알렉을 보자 싸늘하게, 맹세코 알렉은 처음 보는 표정으로 변한 테닥이 타디스를 부르자 알렉은 버틸 수 없었지.

잊고 있었던 거야. 닥터는 구백 년을 살아온 타임로드이자 외계인이었어. 그의 시간관념은 인간과는 완전히 달라. 화가 난 김에 타디스를 타고 갔다가 5년 후에 돌아온다면? 10년 후라면? 혹시나 잘못되어 그들 모두 죽고 크롤리만 남은 뒤에 돌아온다면? 알렉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어. 그리고 닥터의 다리를 붙잡고, 

"가지마, 형. 잘못했어. 떠나지 마."

애타게 빌었어. 닥터의 표정이 서서히 풀렸고, 착하다는 듯 서늘한 손이 알렉의 정수리에 얹어졌지. 몇 번 동그란 뒤통수를 쓰다듬다가, 닥터가 알렉을 따라 바닥에 앉았어. 그리곤 눈물범벅인 알렉의 얼굴을 다정하게 어루만진 뒤 다가오는 얇은 입술에 알렉은 눈을 질끈 감았어.





---

이 뒤는 압해 안할 것 같아서 zipzip하겠음. 킬그와 하경위에게 일어난 일이 아마겟돈을 망친 크롤리에 대한 벌이었던 거. 약 1년을 각자 케빈/알렉으로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1년 전처럼 아침이 되었을 때 알렉과 케빈은 본래의 몸으로 돌아옴. 그리고 크롤리와 테닥, 호인스도,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거나/수신되지 않았던 문자를 받거나/ 등등으로 진실을 알게 된 거. 테킬과 호하, 테닥과 하경위, 호인스와 킬그의 관계는 엉망이 되었고 취하지도 않는 술을 퍼 마시며 허공에 대고 하소연하던 크롤리는 지옥으로 소환됐음. 만면에 미소를 지은 채, 같잖은 형제놀음을 이래도 계속 할 건가? 묻는 지옥의 왕 앞에 크롤리는 무릎을 꿇겠지. 이 자리에서 소멸되어도 좋으니 네 사람의 기억을 지워달라고. 하지만 사탄의 미소는 더욱 깊어질 뿐이었지.  


+일년 전부터, 테넌4형제와 호인스에게 파국이 일어나기까지 내내 아지라파엘은 지상에 나타나지 않았음. 


약테닥하경위 호인스킬그 아지크롤
그냥 모두가 절망하는 그런... 거 쓰고 싶었는데 결과는 설사..
 
2020.01.27 23:05
ㅇㅇ
아니 센세.. 천재야..?? 우리 굿뱜 멘탈 지켜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857]
2020.01.27 23:54
ㅇㅇ
모바일
배워도 너무 배웠다 센세 진짜.....
[Code: 9e93]
2020.01.28 12:55
ㅇㅇ
모바일
와 미쳤다 미쳤어 존나 멘탈스왑된채로 각자 상대 파트너랑 잣죽먹는거 존꼴이고 이게 처벌인것도 존꼴이에요 센세는 지니어스야...
[Code: 4f5f]
2020.02.09 00:24
ㅇㅇ
모바일
와.. 1년간 압해가 시급한데 아 센세 아 나붕 잠 다 가져가버얐는디 아 사랑해 센세 ㅠㅠㅠ
[Code: 31c9]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