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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7 00:01
“오늘 지각한 새끼들 싹 다 남아서 청소다.”

신이시여, 세상에. 싸늘하게 떨어지는 명령에 아이들은 느물느물 네에, 하며 대답했다. 그나마도 맘에 안 들었는지 대답 크게 안하냐. 불호령이 떨어진다. 요즘 독사는 독을 뿜다 못해 학교에 독을 전파하고 다니는 수준이었다. 노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전 아빠인 보위에게 들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아아. 아마 프숙이 때문일 거야. 너도 알지? 저기 의상실하는.’
‘그분이랑 쌤이… 왜요?’
‘디키 걔가 어릴 때부터 프숙이 좋아했었거든. 근데 요 며칠 동안 오며가며 주워들으니 글쎄 프숙이한테 고백했다가 덜컥 차였다는 게 아니겠니. 내가 프숙이를 잘 아는데, 아마 젊은 애 앞길 막기 싫다고 그랬을 거야.’
‘그럼, 디키쌤이 저러는 게…’
‘뭐, 실연의 아픔이겠지.’

그러니까 지금 불광남자고등학교 학주 조디키 선생님께서는 실연의 아픔으로 엄청난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거였다.

***

“야. 독사 요즘 너무 심한 것 같지 않냐?”

아이들 사이에서 말이 나온 건 다음 날 점심시간이었다. 오늘은 다행히 혼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수업을 진행하는 내내 디키는 무표정을 유지했고, 평소엔 수업시간에도 꽤나 장난을 잘 받아줬던 선생님인 탓에 아이들은 적응을 하지 못했다. 불평이 터져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아, 쌤 차였다잖아. 니네가 이해…”
“뭐?”
“쌤이 차여?”
“누구한테?”
“…씨발.”

이놈의 입방정! 노아는 제 입을 틀어막았지만 금세 달려든 ㅡ하이에나와 같은ㅡ 친구들에 의해 보위에게 들은 모든 것을 털어놓아야 했다.

“간단하네! 우리가 사장님한테 가서 빌자.”
“미친놈.”
“돌았냐?”
“우리 죽어, 새끼야.”

의견을 낸 붕붕이가 질타를 받던 그때, 노아는 번쩍 일어섰다.

“…존나 좋은 생각인데?”

붕붕이와 노아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이 둘을 한심하게 쳐다봤지만 노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니까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가서 제발 우리쌤 고백 좀 받아달라고 빌자.”
“…걸리면 좆되는 거 알지?”
“그럼 뭐 어떡해 씨발! 학교에 있는 거 숨 막힌다고!”
“저 새끼 언제는 숨 안 막혔던 척하네.”

와르르 웃음이 터졌다. 반신반의하는 아이들에 노아는 열변을 토하며 디키쌤의 장점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야! 솔직히 그 젊은 나이에 임용 통과해서 선생이지, 얼굴도 잘생겼지, 운동도 잘하지, 그리고 나 목욕탕에서 쌤 봤었는데 거기도 존나…!”
“저 저 미친새끼. 알았으니까 닥쳐. 누가 들을까봐 무섭네.”

그래서 아이들은 학교 끝나고 바로 사장님을 찾아갈 계획을 세웠다. 정말 충동적이고 답없는 짓이었다. 딱 그나잇대 고등학생들이 할 수 있는 생각. 노아는 청소시간에 몰래 나가 꽃다발을 사왔고, 붕붕이와 다른 친구들은 케이크 하나를 준비했다. 어김없이 축 처진 디키쌤의 종례가 끝났고, 그들은 비장한 표정을 하고서는 의상실로 향했다.

***

“계세요…?”
“어서오세, 어?”

와 존나 예쁘다. 아이들은 의상실에 들어서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저들을 반겨주는 사장님에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디키쌤 눈 존나 높구나.

“너, 노아지? 보위오라버니 아들!”
“아하하, 네. 안녕하세요.”
“으응. 친구들이야? 세상에. 아가들이 여긴 무슨 일이래?”

막상 프숙을 마주하자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노아는 총대를 매고 입을 열었다.

“저어기, 사장님.”
“응?”
“제발 저희 쌤 고백 좀 받아주세요.”

던졌다. 프숙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그제서야 말뜻을 이해한 듯 묘한 웃음을 지었다.

“…애기가 부탁한 거야?”
“애, 애기요?”
“아, 미안. 디키가 부탁한 거야?”

저분 지금 독사를 애기라고 부른 거야…? 예상치 못한 인지부조화에 아이들은 눈동자만 도록도록 굴렸다. 노아는 침착하게 대답해나갔다.

“아, 아뇨. 디키쌤이 부탁하신 건 아니고…”
“혹시… 디키가 학교에서 많이 힘들어하니?”
“…네. 그런 것 같아요. 솔직히 저희도 진짜 주제넘는 짓이라는 거 아는데, 디키쌤이 사장님 진짜 좋아하시거든요.”

솔직히 디키쌤이 프숙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노아는 모른다. 그런데 눈치껏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
“이렇게 찾아와서 정말 죄송해요. 근데 이거, 대신 받으시고…”
“어머, 이게…”

얼떨결에 꽃다발과 케이크를 받아든 프숙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아가들.”

그리고 그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너네 여기서 뭐 하냐?”

좆됐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그 세글자 뿐이었다.

***

디키는 빠르게 의상실 안을 훑었다. 왜 제 반 학생들이 의상실에 와 있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게다가 프숙의 손에 들려있는 케이크와 꽃다발까지. 어느정도 눈치껏 파악이 끝난 디키가 화를 눌러참고 입을 열려고 하던 순간,

“아가들, 와줘서 너무 고마워! 정말 와줄 줄은 몰랐는데. 이것도 잘 먹을게. 어서들 들어가서 공부해!”

프숙이 환하게 웃으며 아이들을 배웅했다. 디키의 눈빛에 쫄아서 다들 땅만 보는 중이었지만, 프숙은 끝까지 따스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다독이며 재빨리 의상실에서 내보냈다. 보아하니 디키도 아예 몰랐던 눈치였다. 얘네가 무슨 잘못이야. 디키에게 혼나지 않게끔 해주려던 프숙의 배려였다. 오늘 아이들의 방문으로 제 마음이 굳어지기도 했고.

“…누나. 쟤들이 와서 뭐라고 했어요? 혹시 쓸데없는 소리 한 거면-”
“애기야.”

프숙의 나직한 부름에 디키는 말을 멈췄다. 디키는 죽어도 프숙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

“오늘도, 고백하려고 온 거야?”

디키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사실 오늘은 정말 마지막으로 마음을 다잡고 온 날이었다. 오늘도 안 된다면 정말 포기하자고 맘 먹고 온 날. 그래서 디키는 시큰해지는 눈시울을 애써 무시한 채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프숙의 앞에만 서면 디키는 아직도 아홉살 남짓한 어린애가 되어버린다.

“애기야.”
“…….”
“조디키.”
“…네, 누나.”
“좋아.”
“네…, 네?”
“좋다구.”

나 지금 대답하는 거야. 디키는 잠시 시공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져서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무슨 소리지.

“좋아해.”
“…누나.”
“내가 너무 겁쟁이라서… 너무 늦어서 미안해.”
“지금 그거…”
“좋아해, 디키야.”

프숙은 새하얀 백합처럼 웃었다. 디키는 황홀함에 성큼성큼 다가가 프숙을 꼭 껴안았다. 프숙이 디키의 너른 등을 끌어안는 게 느껴졌다. 디키는 내일 반 아이들에게 뭐든 쏴야겠다고 생각했다.











디키프숙 디키프레디 퀸퀺큍 디큥비
불팡고 독사랑 의상실 사장님 만큼 클래식 로맨스인 게 없그등요
2019.09.17 00: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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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보여...? 나 지금 행복해서 울면서 눈물로 타자치고 있어
[Code: 79c2]
2019.09.17 00:04
ㅇㅇ
모바일
와 센세 진짜 내가 뭘 읽은 거야 역시 클래식이 최고다;
[Code: e6b1]
2019.09.17 00: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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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겁쟁이라서… 너무 늦어서 미안해.”
“지금 그거…”
“좋아해, 디키야.”
“내가 너무 겁쟁이라서… 너무 늦어서 미안해.”
“지금 그거…”
“좋아해, 디키야.”
“내가 너무 겁쟁이라서… 너무 늦어서 미안해.”
“지금 그거…”
“좋아해, 디키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만 해라 디키프숙 ㅠㅠㅠㅠㅠㅠㅠ
[Code: 79c2]
2019.09.17 00: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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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키야 반에 피자 돌려라 1인1판으로;.노아한테는 점핑큰절하고
[Code: 41d4]
2019.09.17 00: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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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키는 기념일마다 노아에게 갈비보내라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502]
2019.09.17 00: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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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고딩 애기들 귀엽네 진짜ㅋㅋㅋㅋㅋㅋㅋ 독사 독 피해보겠답시고 대리 고백까지 하러가고ㅋㅋㅋㅋㅋㅋㅋ
[Code: 9ea6]
2019.09.17 02: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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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하 넘 달달ㅠㅠㅠㅠ최고다 진짜ㅠㅠㅠㅠㅠㅠ존나 귀엽고요ㅠㅠㅠㅠㅠㅠㅠ흐 프숙아ㅠㅠㅠㅠㅠㅠ미치겠다 진짜ㅠㅠㅠㅠ디키프숙영원해ㅠㅠㅠㅠ
[Code: a7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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