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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23:21
둘 다 과거 연애 경력 화려하고 인기 있는 데이트 코스 줄줄 외울 정도로 익숙한데도 뚝딱거리면서 긴장이나 잔뜩 했으면 좋겠음ㅋㅋㅋㅋㅋㅋㅋ

루스터는 약속장소에서 행맨 보자마자 "헉" 소리 진짜 내버림. 평소에도 그루밍 빡세게 하는 편이지만, 행맨이 제대로 칼 갈고 꾸며서 오면 이 정도일 줄은 루스터 상상도 못 했겠지. 그냥 이대로 화보 찍어도 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꾸미고 옴. 겉에 입고 있는 옷이나 손목에 찬 시계, 가슴 포켓에 꽂혀있는 선글라스까지 죄다 명품이라 번쩍거림. 하지만 걸쳐 입은 옷이 전부는 아니잖아? 행맨 새벽 일찍부터 단골 헤어샵 가서 머리도 하고 눈썹 정리에 면도, 피부관리까지 다 받고 옴. 솜털 하나까지 전부 다듬어진 상태라는 뜻임. 물론 첫 데이트니까 그냥 평범하게 식사정도만 하겠지만, 혹시나 해서 제모까지 꼼꼼하게 하고 옴.

루스터? 당연히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이거 입을까 저거 입을까 고민함. 사귀고 난 이후도 아니고 첫 데이트에 하와이안 셔츠는 조금 아닌가 싶어서 얌전한 셔츠 찾느라 한참을 옷장 뒤져야 했음. 그나마 체면을 지켜야 하는 자리에서 입는 용도의 셔츠가 있어서 다림질도 하고 입고 왔지. 패션에 자신이 없으면 일단 심플한 게 최고니까. 행맨이 보기에 솔직히 저런 심심한 패션은 취향이 아닌데, 평소 눈 피곤하게 만드는 셔츠나 입던 애가 저런 걸 입고 오니까 설레는 거야. 자기한테 잘 보이려고 열심히 골라 입었다고 생각하니까 귀엽기도 하고.


어쨌든 두 사람 서로 관찰하느라 정신없음. 루스터는 이미 눈으로 행맨 발라먹는 중이고, 행맨은 루스터 핏줄 선 팔뚝에서 시선 못 떼는 중임. 그러다가 둘 중 한 명이 말 걸면 "어어? 어, 뭐가? 방금 뭐라고 했어?"하고 뚝딱뚝딱함. 식사 도중에 그러면 더 웃기겠다. 각자 딴생각하고 있다가 대답할 타이밍 놓치고 화들짝 놀라서 우당탕탕 포크 떨어뜨리고 와인잔 쏟고 난리도 아닐 듯. 평소에 절대 이러지 않는 행맨이라 괜스레 더 민망해서 얼굴 새빨갛게 물드는데, 루스터 그 모습보고 더 망가짐. 속으로 지금 행맨한테 '너 귀엽다' 같은 말 하면 혼날까? 혼나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고개 숙여 포크 줍다가 테이블에 머리 쿵 한 번 박았음.


둘이 소화라도 시킬 겸 조금 걷기로 함. 손 잡기 딱 좋은 타이밍임. 그런데 둘 다 잔뜩 긴장한 상태라 어느 타이밍에 손을 잡을지 자꾸 눈치 보겠지. 행맨 손 뻗어서 루스터 커다란 손 덥썩 잡으려는데 루스터가 갑자기 주머니 뒤적이는 바람에 어색하게 기지개 켜는 시늉함. 루스터도 나름 각을 재던 중이라 힐끔거리며 손 잡으려고 뻗는데, 하필 그때 행맨이 고개 숙이면서 "구두끈 풀렸네."하고 구두끈 묶느라 루스터 손 허공에 휘익 돌겠지. 그게 너무 민망해서 루스터 운동하는 척 팔 휘적임. 그렇게 몇 번 더 엇나가는 타이밍으로 손 헛돌다가 간신히 잡았는데 오랜 사투를 벌인 탓인지 둘 다 손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을 듯.


즐거운 시간도 빠르게 흐르고 헤어질 순간이 오겠지. 마음 같아서는 함께 더 있고 싶은데, 첫 데이트잖아. 두 사람 다 여기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여기서 더 욕심부리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음. 아쉬운 마음에 포옹이라도 할까 루스터가 두 팔을 뻗었어. 그런데 행맨은 악수하려고 손 내밀었음. 이렇게까지 어색한 순간을 없겠지. 루스터 머쓱해져서 "아, 미안!"하고 급히 팔 한쪽 내리고 행맨 손 잡으려고 하는데 행맨이 루스터 품에 뛰어들듯이 한 번 안기는 거임. 루스터 놀라서 뻣뻣해진 채로 마주 안아줘야 하나? 아니면...하고 생각할 무렵에, 행맨이 그 품에서 쏙 빠져나옴. 그리고 혀 삐죽 내밀면서 "수탉아, 다음부터는 봐주는 거 없어. 각오하는 게 좋을걸?"하고 말하더니 뒤돌아 가버림.

루스터 얼떨떨한 표정으로 멀뚱히 그 자리에 서있다가 뒤늦게 얼굴 확 달아오르겠지. 루스터도 행맨이 계속 뚝딱거리고 긴장하고 실수하는 거 계속 알고 있었거든. 그런데 헤어지는 순간, 있는 힘껏 허세 부리면서 루스터 한 번 끌어안고 가버린 거잖아. 저 멀리 가는 행맨 귀 끝이랑 뒷목이 새빨갛게 물든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말이야. 루스터 마른세수 하듯이 손바닥으로 자기 얼굴 여러 번 문지르고 심호흡하겠지.


행맨 당당히 선전포고한 대로 다음 데이트에서 당당하게 루스터 리드함. 조금 긴장한 것 같았지만, 분위기도 좋았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음. 그런데 너무 들뜬 건지 술에 취한 행맨이 루스터 자기 관사로 데려와 끝내주는 슬로우 라이드 보여주겠다고 옷부터 냅다 벗으려고 해서 루스터가 뜯어말리면 좋겠다. 행맨은 나름 용기 낸 거임. 물론 간질간질한 데이트도 좋지만, 약간 불안한 것도 있었거든. 루스터가 날 정말 좋아하는 게 맞나? 그냥 간 보는 거 아냐? 하는 마음.

하지만 루스터는 행맨 침대에 앉혀두고 이런 건 순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성급하게 굴지 않아도 된다고 침착하게 말해주는 거지. 행맨은 루스터가 자기 정말 아끼고 소중히 여겨주는구나 싶어서 감동하는데, 루스터가 차근차근하자고 키스하면서 애무부터 시작해서 머리 띵해질 것 같다. 차근차근 한 건 맞지만, 온갖 방법으로 호로록 잡아 먹혀서 다음날 아침에 이게 맞나? 하고 행맨 혼이 쏙 빠진 상태로 멍하니 누워있을 듯.



루스터행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