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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23:10
개연성 없음, 점점 노잼

bg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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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슨 공부해요?

사학이요

그게 정치인을 싫어하는 데 한 몫 했나요?

슬프지만 그렇기도 해요



내가 답하자 그는 미소 지으며 공감한다는 표시를 했다
어느덧 우리 앞의 음식은 열기가 조금 식어 있었고 바깥과 반쯤 차단되어 있는 이 자리의 분위기 또한 유하게 풀어져 있었다
그는 물잔을 들어 가볍게 목을 축이고 말했다


아직 이름도 못들었네요

제 이름 들으면 웃으실걸요

안 그럴게요

웃으셔도 돼요 사실



내가 말하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고 내가 말해주기만을 기다렸다


허니예요 허니 비


내 말에 그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재차 물었다


허니에요 이름이? 정말?

네 맞아요 신기하죠

그러네요 허니



그는 내 이름을 부르며 낮게 웃었고 이때부터 난 그가 내 이름을 저런 식으로 부를 때마다 설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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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많이 사랑하셨나 보네요


네?


이름도 예쁘게 지어주시고



그는 말을 마치고 살짝 웃었다
그리고는 와인을 마실 거냐고 물었고 나는 그에 좋다고 대답했다
술을 즐겨 마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와의 대화에 술이 더해진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그는 와인 한 병을 주문하고 웨이터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뒤늦게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술 마실 수 있죠?

네 당연하죠

나이도?

걱정 마세요 나이도 돼요 학교를 2년 늦어서요



내가 말하자 그는 웃으며 다행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왜 2년씩이나 학교에 늦게 진학했는지 굳이 묻지 않는 그 모습이 좋았다
깔끔히 다듬어진 모습일진 몰라도 지금은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이윽고 웨이터가 돌아와 와인과 잔 두 개를 들고 들어왔고 와인을 오픈해주었다


따라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의 대답에 웨이터는 다시 자리를 비웠고 그는 내 잔에 와인을 따르며 말했다


얼굴로 봐서는 나이를 알 수가 없어서요


그는 내게 잔을 건넸고 나는 자기 잔을 채우는 그에게 말했다


저도 처음 뵀을 때 그랬어요

그래요?

네 석사생인가 했거든요



내가 말하자 그는 낮게 웃으며 잔을 들어 약하게 부딪히고는 말했다


원래 의심이 좀 없어요?

네?

처음 보는 사람 길 알려주려고 같이 가는 거

아..



그는 장난기가 조금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나는 도통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는 일
내가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것이었다


도와주는 것에 약간의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기는 해요


내가 결국 털어놓듯 말하자 그는 미소가 사라진 표정으로 진지하게 내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거의 태어나 처음으로 내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속마음을 꺼내놓았다


내가, 아니 우리 가족이 한참 힘들 때 누구라도 도와줬으면 했거든요


그는 대답 없이 고개만을 끄덕였다


그래서 그 뒤로는 도움 주는 것이 내 임무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이미 힘든 경험을 해봤으니까


나는 급격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어색해져 어깨를 으쓱하며 둘러댔다


큰 일 겪은 사람들이 변하는 경우가 좀 있잖아요


그러자 그동안 한 마디도 없이 내 말만 경청하던 그가 입을 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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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네?


경험을 했다고 모두가 발전하지는 않는데


그런가요..?



내가 어물거리며 시선을 피하자 그는 아주 약하게 미소 지으며 기특하네 라고 조용히 말했다
그 말을 똑똑히 들어놓고 끝까지 듣지 못한 척 했지만 너무나도 크게 쿵쿵 뛰었던 심장과 발개진 귀끝을 그가 알아챘으리라 생각한다













식당을 나와 그의 운전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 앞에서 내렸다
그러자 그 또한 차에서 내려 나를 조금 더 바래다 주겠다며 느린 걸음으로 함께 걷기 시작했다


오늘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저녁 사주신 게 감사하죠..



그는 이따금씩 하늘과 발 끝을 번갈아 바라보며 조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어느덧 집 바로 앞까지 도착해 즐거웠다고 작별 인사를 하려 하는데 그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허니

네?

오늘 나랑 밥 먹은 거 괜찮았어요?

당연하죠

내가 정치 얘기 안해서?



그의 말에 웃음이 터져나와 조금 웃자 그도 따라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음 하는 소리와 함께 미소를 짓다가 말했다



그럼 다음에 한번 더 만날래요?

.. 좋아요

그 때도 정치 얘긴 안 할게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고 나도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정장 자켓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려다가 도로 집어 넣고는 대신 휴대전화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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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면 이따 연락 해줘요


나는 그에게 번호를 주었고 나도 그의 번호를 저장했다
그리고 내게 다시 내 휴대전화를 돌려줄 때에는 그의 손 끝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제 들어갈게요

그래요 조심히 가요

의원님도요



나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고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을 때 그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모습을 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


나 밖에는 들을 수 없는 소리였지만 그에게도 인사가 전해졌을 거라 생각하며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떠다니는 공기 속에서도 그의 향이 느껴져 한참이나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스탘너붕붕 스탘이











봐줘서 고마워
 
2022.01.23 23: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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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탘이도 허니도 서로한테 반했네 호감 있구나.... 첫 데이트 무사히 잘했는데 순탄하게 흘러갔으면 싶기도 하고 갈등하는 모습도 또 궁금하고... 조심조심 설레는테 썸타는 느낌 너무 간질간질 좋다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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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23: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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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 내가 첫댓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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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23: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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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말로만 듣던 완벽한 첫 데이튼가...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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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23: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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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야말로 이런 멋진 글 공유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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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23: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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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너무 대박이야ㅠㅠㅠㅠㅜ 이런글을 써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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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23: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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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센세 열일༼;´༎ຶ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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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23: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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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ㅁㅊ 둘다 너무 ㄱㅇㅇ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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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23: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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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야 오늘도 잊지 않고 써줘서 고마워...이런게 행복인가봐..둘이 넘 간질간질하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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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23: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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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어어우우우우웅 달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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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4 00: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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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탁 달달하고 간질하다ㅜㅜㅠ 배려하는거 넘 좋아ㅜㅜㅜㅜㅜㅜ 센세 써줘서 고마워! 덕분에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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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4 00: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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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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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4 00: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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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최고에..
내 인생 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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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4 01: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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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설렐 수가 있나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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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4 01: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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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완벽한 데이트...... 심장 다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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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4 01: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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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생각보다 바로 직진하네 개좋다 너무 달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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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4 11:56
ㅇㅇ
너무 좋아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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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9 00: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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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의 정석이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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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9 01: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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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속에서도 그의 향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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