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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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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 없는 파티에서 그나마 주인 역할을 대신하던 사람마저 물러가자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세러신 양은 아직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충분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약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타샤를 불렀다.

 "혹시 브래드쇼 씨에게 큰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나타샤는 브래들리가 세러신 양에 관해 무슨 말을 했는지 똑똑히 기억했다. 그리고 본인도 세러신 양에 대해 좋은 감정보다는 불편한 감정이 더 앞섰지만, 그녀는 감정에 의존해서 쉽사리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아마 그녀는 이미 플로이드 씨와 약혼한 상태였을 것이다. 나타샤는 타인보다 자신의 직관을 더 믿었고, 주변 환경에 휘말리는 편도 못 됐다. 나타샤는 세러신 양의 가까이에 서서 숨을 골랐다.

 "브래드쇼 씨 본인에게는 아직 아니에요. 혹시 지금 미라마에서 도는 소문을 알고 계신가요?"
 "전혀요. 저는 이번주에는 주로 수도에 있었답니다."
 "미첼 대령님과 제 어머니가 사촌 관계인 건 알고 계시나요? 사실 그 뿐이라면 제가 브래드쇼 집안 사람과 친해질 일도 없었겠지만, 공교롭게도 브래드쇼 씨가 어렸을 때 브래드쇼 집안의 선친께서 운명을 달리하셨답니다. 그 덕에 절친한 친구셨던 대령님이 브래드쇼 씨를 맡아 기르셨고요."
 "네. 불운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그것과 관련해서 대령님까지 좋지 않은 소문에 휩쓸렸었는데 아마 최근 며칠 간 그 비슷한 소문이 다시 돌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제 와서요?"

 세러신 양이 되물었다.

 "어째서요?"
 "아무도 자세히는 몰라요. 그저 한 사람이 말하기 시작하니 다른 사람들도 따라 말하게 된 것 아닐까요?"
 "무례하네요. 다른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 아주 뒤떨어진 짓이에요. 특히 그 사건이 상처로 남은 사람들이 있는데! 아, 저들이 심심풀이로 이야기하는 주인공이 여는 무도회에 와 발로는 춤추며 한 귀로는 그런 헛소문을 담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아요. 설마 그런 파렴치한이 제 주변에 있지는 않겠죠?"

 세러신 양의 목소리는 조금 컸지만 그녀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들을 테면 들으라는 투였다. 나타샤는 그 신랄한 어투에 반은 놀라고 반은 통쾌했다. 미라마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거칠 것 하나 없는 오만함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동시에 그녀는 브래들리가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시간 상으로보면 브래들리의 말이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한 편으로는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러신 양은 진심으로 언짢았다. 그녀는 시골 사람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나라를 지키려는 의무를 지고 왔으면서 어느 지역에나 널려 있는 여자와 술에만 미쳐 세금을 축내는 병장들도 싫어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막연한 감상에 젖어 싫어했다면, 이제는 정말로 싫게 된 이유가 붙여지게 되었다. 이십 년도 더 된 일을 꺼내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있는 그나마 봐줄 만한 대령을 욕되게 하다니. 세러신 양은 대령이 너무 유약해보여 제대로 군기가 잡히지 않은 것 같다고 속으로 평가를 마쳤다.

 "그럼 지금 브래드쇼 씨가 나가신 것도 순전히 이 소문 때문인가요?"
 "아니요. 그냥 소문이었다면 그리 마음에 담지 않았을 거에요.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드는 게 소문이라는 녀석이니까요. 그치만, 음, 소문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타샤는 이걸 전해야할지 말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세러신 양은 예의 그 반짝이는 눈을 뜨며 재촉했다. 그녀는 제 옥빛 부채를 펼쳐들고 입가를 가리며 소곤댔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요, 나타샤. 방금까지 춤 추던 분이 너무 굳은 얼굴로 연회장을 빠져 나간 게 혹 제 불찰 때문은 아닐까 걱정이 되어 그래요."
 "그... 나타샤라고까지 부를 필요는 없어요, 세러신 양. 수도에서 방금 대령님 편으로 전보가 왔어요. 그 소문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군사 재판의 마무리에 미흡한 점이 보고가 되는 바람에 다시 조사를 시작할 것 같다고 하네요."

 그리고 나타샤는 예상치 못한 것을 보았다. 가까이 서 있던 세러신 양의 얼굴에서 핏기가 살짝 사라진 것이다. 그녀는 방금 전 약간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들을 비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군요."

 나타샤가 조금만 더 성급한 사람이었다면, 하마터면 세러신 양이 재조사를 요청했다고 오해해도 할 말이 없을 반응이었다. 나타샤는 세러신 양이 수도에 주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에게 도리어 물었다.

 "혹시 아는 게 있으십니까?"

 세러신 양은 부채를 거두기 전에, 오직 나타샤만 보이도록 제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는 약간 흔들리는 눈빛과 함께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로버트 플로이드 씨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플로이드 씨는 명석하고 배움이 빨라 선생의 총애를 받는 청년이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법과 관련된 일을 도맡아했으며, 플로이드 씨도 아마 법원에서 일하는 높은 귀족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온 몸에 담고 있었다. 플로이드 가족은 깨끗했으나 집안마저 깨끗하게 된지는 오십 년이 채 되지 않았으므로 돈은 무척 많았지만 긍지가 없었다. 플로이드 씨는 개인적으로 그런 조상들의 방법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여러모로 그의 친구인 세러신 양과는 반대가 되는 셈이었다.

 세러신 가로 말할 것 같으면, 수도의 사교계에서 세러신 씨를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드물었다. 이백 년 전 거상으로 먼저 막대한 부를 불리더니 그 부로 정치적인 베팅마저 성공해 충신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었다. 세러신 씨는 높은 콧대만큼 손이 넓었고, 플로이드 가도 세러신 가의 고객 중 하나였다. 세러신 양은 병약한 부인을 대신하여 매우 어릴 적부터 토지 관리를 하고 돈 읽는 셈에 능했다. 플로이드 씨는 세러신 양이 광산이나 땅 이야기를 할 때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플로이드 씨와 다른 방향으로 명석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세러신 양은 중간이 없었고 추진력이 빨랐으며 제 인간 관계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고, 그래서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것을 편해했다. 플로이드 씨는 예외였다. 세러신 양은 그가 본심을 숨길 수 없다는 점을 퍽이나 귀여워 했다. 플로이드 씨는 그 점을 무척 질색했지만 말이다. 사실, 수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플로이드 씨가 똑똑한 것은 알았지만 동시에 어리다는 점을 빌미로 모두 물어뜯고 싶어했다. 그들은 나중을 기약하며 플로이드 씨의 친구가 되고 싶어했고, 그들은 플로이드 씨의 재산을 바라보고 그를 존중했다. 플로이드 씨는 시골 풋내기처럼 그들을 겁내다가도 실상 거절할 용기는 없어 항상 고역이었다.

 세러신 양과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숨기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무척이나 계산적인 속물로 살아가는 편을 택한 현명한 아가씨였다. 플로이드 씨는 세 살 많은 그녀를 존경했지만 닮고 싶지 않았다. 선택적으로 매력있게 굴고 선택적으로 예의 있게 구는 것은 그저, 플로이드 씨가 추구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그런 로버트 "베이비" 플로이드 씨에게 나타샤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었다. 나타샤는 느낀 것을 곧이곧대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비오는 날 처음 미라마에서 헤매이던 그를 천둥번개와 함께 찾아주고, 그의 잔뜩 젖은 손을 거리낌 없이 이끌어준 나타샤는 숙녀다움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사랑스러웠다. 나타샤는 로버트가 귀엽다고 했고, 로버트의 나이라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게 당연하다며 웃어주었다. 그 다음 번 무도회에서 만났을 때는 워낙 내외를 하길래 무엇이 문제인 거냐고 물었더니, 그저 안경을 벗은 로버트를 보는 게 떨려서 새삼 그렇다며 어찌나 솔직한 대답을 해오던지. 그리고 그 대답을 할 때의 까만 눈동자가 얼마나 생기있고 발랄하던지. 로버트 플로이드 씨는 이제 나타샤보다 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을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다. 

 그렇게 솔직한 사람이니까 더 아팠다. 나타샤가 자신만큼 사랑에 빠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로버트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나타샤와 같이 있기만 하면 좋을 정도로, 2주든 2년이든 지금만큼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알 정도로 나타샤를 좋아했다. 그렇지만 나타샤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로버트에게 그와의 결혼 생각은 없다고 고백했다. 로버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인정해야만 했다. 마음에도 없는 브래드쇼 씨의 이야기를 꺼내들 정도로 크게. 플로이드 씨가 아무리 다른 것을 원한다고 한들 그는 겨우 스물이었고, 또 그 이십 년을 내내 귀족 사회에서만 자라난 남자였다. 돈만 보고 사랑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세러신 양에게 주장했지만, 무의식적으로 플로이드 씨도 자신이 청혼만 하면 나타샤가 거절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귀족들의 한계였다. 플로이드 씨가 지금 그리도 아프고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었지만, 그는 그걸 스스로 깨닫지 못했다. 대신 본성이 냉철한 성격의 그는 찬물을 한 번 맞은 듯이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빠르다니, 정말 빠른가?

 플로이드 씨는 잘 하지도 못하는 와인을 들고 창 밖을 내다봤다. 아직 무도회가 끝날 시간이 아닌데 마차가 멈춰섰다. 세러신 양이 내렸다. 플로이드 씨는 제가 벌써 취한 건가 생각했다. 세러신 양이 잔뜩 울상을 짓고 있었다. 바늘로 찔러도 눈 하나 깜짝은 할까말까하는 인간이 말이다. 세러신 양은 체통도 잊고 계단을 뛰듯이 올라갔다. 길고 복잡한 자수가 새겨진 드레스가 숨을 쉬는대로 팔락였다. 플로이드 씨는 영문을 몰라 물었다.

 "무도회가 벌써 끝났어?"
 "그런 거나 다름 없어. 완전히 흐지부지 됐으니까. 그치만 그게 문제가 아니야. 밥, 판사 한 명만 매수해줄 수 있어?"
 "뭐? 난 그런 거 못해, 행맨!"
 "그럼 최대한 실력 좋은 변호사를 불러주던가. 오, 세상에. 내가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어. 브래드쇼 씨는 절대 몰라야만 해."
 "알아듣게 말해. 지금 머리도 아프고, 나도 신경 쓸 게 많아서 머리가 안 돌아가."

 세러신 양은 예쁘게 잘 빗어넘겨졌을 게 분명한 머리카락을 마구 흩뜨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그래. 내가 뒷조사를 좀 했어."
 "알아. 그러느라 수도 갔다온 거잖아."
 "하지만 너도 이해해야해. 난 어쩔 수가 없었어! 브래드쇼 가문에 숨겨진 재산이 있나, 뭐 양아버지라는 미첼 대령님이 혹시 억만 금을 숨겨놓은 건 아닌가, 난 뭐라도 찾아야 했다고. 그런 최소한의 보험조차 없이 어떻게 별 볼 일 없는 장교한테 먼저 다가가는데? 내 쪽에서 먼저 행동하기 전에 알아둬야만 했다고. 내가 사랑해도 되는 건지 아닌지. 절박했어. 너는 남자니까 트레이스 양한테 행운을 주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나는 아니란 말이야. 제 발로 불운으로 걸어들어간다고 해도 대체 얼마나 깊은 사자굴인지는 알아야만 됐어."
 "네가 이미 저지른 짓에 대한 변명은 그만 해도 좋아."
 "나오라는 비밀 장부는 안 나오고 미첼 대령이 엉뚱하게 재판 받은 결과나 나오더군."

 세러신 양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지 짧게 웃었다.

 "미첼 대령이 브래드쇼 씨의 아버지에게 일부러 불량품인 총을 줘서 사고사로 위장한 게 아니냐는 혐의였어. 그럴 리가 없지. 너도 봤잖아. 밥, 그 대령은 그 정도의 깜냥이 안 돼. 아무리 싫어하는 인간이 있어도 죽일 만큼의 각오가 없다고."
 "제인, 언제부터 네가 그런 감상에 의존해서 타인을 재단했다고."
 "정확히 그거야. 난 그냥, 브래드쇼 씨가 아버지처럼 따르는 그 사람이 정말 무죄라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어. 그걸 봐야 마음이 놓이니까."
 "설마, 제인."

 플로이드 씨가 완전히 당황해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러신 양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중얼거렸다.
 
 "군사 재판 기록이라 비공개로 되어 있길래, 공개로 돌려달라고 압박을 좀 넣은 것 뿐이야."
 "세상에!"
 "맹세해, 그걸 공개로 돌리면서 재조사해달라느니 뭐니 하는 얘기는 한 마디도 안 꺼냈어! 나는 그냥 브래드쇼 씨의 양아버지가 정말 브래드쇼 씨한테 나쁜 짓을 저지르진 않았는지 알고 싶은 게 전부였다고."
 "비공개인 문서를 공개로 돌릴 만한 건덕지가 있으려면 당연히 재조사 요청 쯤은 사유로 붙지, 그걸 생각을 못 했다고?"
 "빨리 봐야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어."
 "정말 너답지 않네. 언제부터 네가 뒷 일을 하나도 생각을 못 했어?"

 세러신 양이 말이 없었다. 플로이드 씨는 와인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눈을 굴렸다.

 "아, 아니지. 생각을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겠지. 이 촌구석에 사는 대령의 재판 기록 따위 누가 봐도 모르는 사소한 거니까. 안 그래?"

 세러신 양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녀는 플로이드 씨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정말 생각을 못 한 게 전부였다. 제인은 수도에서 관련 문서를 봤을 때 정말 경악했다. 그녀는 곧장 브래드쇼 씨가 이 일을 알고 있을까, 모른다면 알려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살면서 지금껏 항상 자신의 이익을 가장 먼저 머리에 두고 사뿐히 경우의 수를 세어보며 일을 벌렸지만 이번 건은 달랐다. 그녀는 정말, 순전히, 오로지, 브래들리 브래드쇼 대령이 혹시 자기도 모르는 새에 나쁜 사람을 가족으로 믿고 따르는 게 아닐까 염려가 되어 확인해보고 싶은 것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플로이드 씨의 말도 맞았다. 만일 국왕의 뒤를 캐는 거라면 그 정도로 부주의하진 않았겠지. 심지어 플로이드 집안의 뒤를 캐는 거래도 말이다. 누가 뭐래도, 들어본 적도 없는 대령과 들어본 적도 없는 한미한 집안이니까 더 안이하게 생각한 게 맞았다. 세러신 양은 입술을 깨물며 다시 부탁했다.

 "실수야. 제일 실력 좋은 곡예사도 줄에서 떨어진다고들 하잖아, 밥."
 "그리고 떨어지면 그대로 즉사지."
 "무서운 소리 하지 마. 그리고 그 문서를 봤더니 진짜 무죄였어. 재조사가 들어간다고 해도 다시 무죄로 판명이 날 거야... 그냥, 그걸 덜 고통스럽게 해주기 위해서 네 도움이 필요해."

 로버트는 제인의 엉망이 된 표정과 떨리는 손끝을 바라보았다. 그는 세러신 양을 나무라고 싶었지만 한 편으로는 사랑에 빠진 귀족들이 얼마나 멍청해질 수 있는지 그 본인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 추한 질투를 보이고 끝끝내 아프다는 핑계로 나타샤를 보러 가지도 않지 않았는가. 로버트는 일주일만에 그가 알던 제인 세러신이 얼마나 바보같은 실수를 저질렀는지 멍청히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지금 자신의 엉망인 마음도 같은 실수의 연장선일까 생각했다. 로버트의 대답이 늦어지자 초조해진 제인이 독촉했다.

 "내가 트레이스 양도 티 파티에 초대해줬잖아. 그리고 너랑 둘만 얘기하라고 계속 브래드쇼 씨하고 시간도 보내줬고."
 "이래서 너랑 시간을 보내는 게 무서운 거야. 언제 어디에서 빚이 지워질지 모르니까."
 "이걸 만회하지 못하면 브래드쇼 씨한테 다가갈 건덕지도 없어져. 나를 한 번만 도와. 배로 갚아줄게."

 마침내 로버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인은 그제야 숨을 내쉬고는, 고급 종이를 아무렇게나 찢어 각서를 적었다.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례를 제 이름으로 청구한다는 간단한 종이에 플로이드 씨가 고개를 저었다. 플로이드 씨는 세러신 양에게 말했다.

 "이 일이 끝나면 이제 브래드쇼 씨에 관한 뒷조사 같은 건 그만둬."
 "알아."
 "아니, 아는 것 같지 않아. 제인. 네가 말하는 것처럼 내가 어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사랑에 빠져 있다는 건 공통된 점이니까 말하는 거야. 나나 너나 너무 과열되어 있는 것 같아."

 플로이드 씨는 자기 자신에게도 당부하는 듯이 말했다. 나타샤는 정당한 이유로 제 구혼을 미뤘다. 거기에 이 정도로 상처받고 슬퍼하는 건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확실히 브래드쇼 씨나 트레이스 양은 우리가 수도에서 봤던 사람들의 유형은 아니지. 그들하고 있는 건 마치 아편에 중독된 것 같은 기분이야."
 "해본 적은 있고?"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잖아. 처음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실 때의 환희같은 거야. 제인, 난... 난 너를 보면서 깨닫는 게 많아. 아마 나도 뒷일을 생각하지 못하고 내 자신을 잃은 채 빠져가고 있었겠지. 그래서 네가 미라마에 토지를 사는 걸 말린 거고."
 "..."
 "그래, 제인. 도와줄게. 같이 수도로 돌아가자. 나도 가서 조금의 확신을 더 찾아야겠어."

 세러신 양은 말리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고개를 단촐하게 끄덕였다. 

 사랑이 맞느냐 아니냐고 묻는다면, 세러신 양과 플로이드 씨는 단연 사랑에 빠진 게 맞았다. 그러나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버리겠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다가도 세러신 양과 플로이드 씨는 한 순간 멈추는 것이다. 그건 두 손에 가진 게 너무 많아 흘러넘치기까지 하는 귀족 자제들의 특성이었고, 곧 그들의 변하지 않는 오만이었다.

















루스터행맨ts
밥피닉스

오늘 나오지 않은 브래들리는 수도 갈 짐 싸는 중
세러신 양은 절찬리에 멘붕왔다가 지금 다시 멘탈 잡는 중
피닉스는 아니 근데 그럼 소문은 누가 낸 거지?? 상태
밥은 실연의 아픔이 크다
2022.12.08 08: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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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악 센세!!!!!! 오늘도 하루를 센세와 시작해서 존나 행복하다 너무재밌었어
[Code: 1376]
2022.12.08 08: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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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가진게 많은 사람들이니 그럴수밖에 없겠지만 내가 집어도 되는 파이인지 아닌지 이리저리 재보는게 정말.. 오만 그잡채긴 하네요ㅜㅜㅋㅋㅋㅋ 갑자기 브래들리랑 나타샤 세상 순수해보이잖앜ㅋㅋㅋ 후 근데 세러신양.... 어쩌지.... 모르겠다 예쁘니까 봐달라고 하면 브래들리 어쩌면 봐줄지도..ㅜㅋㅋㅋㅋ
[Code: 1376]
2022.12.08 08: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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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ㅜ개존잼이다ㅠㅠ
[Code: a03a]
2022.12.08 08: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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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혹시 천재야? 센세덕분에 아침이 기다려져...너무 재밌고 흥미진진하고 ㅜㅜㅜㅜ 아아....루행과 밥피닉스 넘어야할 산이 많네 ㅜㅜ 아 개존잼이라고 창문열고 소리지르고싶다!! ㅋㅋㅋㅋㅋ
[Code: c6a4]
2022.12.08 09: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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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풀리려고 하고 있는것 같아서 그나마 안심이 된다ㅜㅠㅠㅠㅠㅠ 역시 돈이 최고!!ㅋㅋㅋㅋㅋㅋ
[Code: 4333]
2022.12.08 09: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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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헐 제인이 비공개를 공개로 전환하게 만들어서 이렇게 나비효과가ㅠㅠㅠㅠㅠㅠㅠ 제인 죄책감 어떡하냐고ㅠㅠㅠㅠㅠㅠㅠ
[Code: 2fd2]
2022.12.08 09: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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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에 빠진 빠진 귀족들이 얼마나 멍청해지고 또 오만할 수 있는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일이 너무 커졌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리고 밥은 귀족남자라 나타샤에게 행운이 되지만 여자인 제인은 같은 귀족이어도 브래들리에게 빠지는 게 불운이 될 수도 있다는 거 진짜 개씁쓸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인의 오만과 편견이ㅠㅠㅠㅠㅠㅠ일을 너무 키웠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a483]
2022.12.08 09: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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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몰아치는 언덕 위에 서 있는 기분이야
[Code: 1fed]
2022.12.08 09: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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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해 모든 걸 버리기엔 손에 쥔게 너무 많은게.. 나 오만한거 좋아하네
[Code: 34f8]
2022.12.08 10: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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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이걸봐서 행복하다 ㅜㅠㅜㅠ
[Code: 58b0]
2022.12.08 10: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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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존잼ㅠㅠㅠㅠ센세 글 덕분에 하루가 행복해진다ㅠㅠㅠㅜ
[Code: 6ec8]
2022.12.08 10: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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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겟다 존나좋아서 머리 멍해져서 할 말이 없어 지금..
[Code: cf68]
2022.12.08 10: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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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 너무 사랑해. 진짜 너무 재밌어서 숨참고 읽었다. 와 이런 전개일 줄이야. 비공개 문서가 공개문서로 만들어서 벌어진 일이라니. 아니 소문은 누가낸거야. 하 진짜 너무 재밌어 대박이야.
[Code: 8dc0]
2022.12.08 10: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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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져서 정신없이 허우적대는 수도귀족자제들 왤케 좋냐ㅠㅠㅠㅠ 로버트가 불도저같을 땐 제인이 말리고, 제인이 불도저되니까 로버트가 말리는 것까지 좋아 가진 게 너무 많아서 사랑 하나에 다 버릴 수 없는 건 제인이야 당연하고, 심지어 베이비 로버트까지도 그렇다는 게 ㅈㄴ 귀족적이고 짜릿해ㅠㅠ 오늘 아침도 센세 덕에 너무 행복하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efe0]
2022.12.08 11: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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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미치겠다
[Code: 8fef]
2022.12.08 11: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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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검했을때 센세 와있으면... 정말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Code: 8fef]
2022.12.08 11: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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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하나하나가 진짜 끔찍하게 좋다 너무 좋아 시발... 지독하게 사랑하면서도 오만을 못 버리고 상대방이 자길 당연히 받아들일거라고 생각하는 귀족들과 그 사람들 완전히 뒤흔들어놓는 브래들리랑 나타샤라니
정말죽고싶다...
[Code: 8fef]
2022.12.08 11: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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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ㅅㅂ 어떡하지 나 이 무순 사랑해서
[Code: 8fef]
2022.12.08 11: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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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하루종일 이 무순 생각만 함... 내 인생 하나의 소원 볼 수 있다면 완결까지 함께하는 것 뿐임...
[Code: 8fef]
2022.12.08 13: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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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진짜 드라마로 보고싶다 아니 근데 재판 건드린건 제인이 맞아서 브래들리가 오해 쎄게 하겠는데ㅠ 제인이 소문낸거 아니라고 나타샤가 말해줘도 안믿을거같다ㅠㅠ
[Code: 1b55]
2022.12.08 13: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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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제인 ㅈㄴ 싫어할거같다.....내가다눈물이....
[Code: b476]
2022.12.08 13:42
ㅇㅇ
아이고..일이 왜 이렇게 꼬여버렸냐 ㅠㅠ 세상 똑똑하던 애가 사랑에 빠져서 바보가 된 것이 너무 좋닼ㅋㅋㅋ
[Code: 229f]
2022.12.08 15: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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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행맨한테 우리 둘다 제정신이 아니라고, 수도로 돌아가자고 한거 진짜 캐해 천재적 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둘다 상대방보다 그 사람한테 미쳐있지먄 그걸 거부하는거
[Code: 386e]
2022.12.08 15:38
ㅇㅇ
세러신양은 자신의 방식대로 사랑을 했을뿐인데 그게 브래들리에게 저런 후폭풍을 가져오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의 무순은 양장본으로 출판되어 후대에도 기리기리 읽혀야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ae1]
2022.12.08 18:23
ㅇㅇ
아오 어떡해 빨리 해결되길... ㅜㅠㅜㅠ
[Code: 8690]
2022.12.08 20: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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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갓댐 지져스 제인... 악의는 없었지만 사랑에 눈이 멀어 잘못을 저질렀네...ㅠㅠㅠㅠ무조건 만회해야 해!!! 어떤 놈이 악의를 품고 소문을 낸 거임...이 사건을 계기로 브래들리가 회피해오던 진실을 맞닥뜨리게 되어서 결과적으로 브래들리한테 성장의 계기가 되겠지만...제인은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첫사랑의 아림만 얻어가겠네ㅠㅠ 그나저나 밥이랑 나타샤는 결이 참 잘맞는다 과열되는 순간마저도 결국은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는 모습이 서로 닮았어 미라마에서 커플 최소 둘은 나와야 해!!! 믿는다 얘들아!!!!!
[Code: 91d2]
2022.12.08 23: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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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와 제인의 대화로 나타샤는 제인이 소문을 낸 사람이 아닌 걸 알게됐구나 다행이다ㅠㅠㅠ브래들리는 짐 싸느라 모르지만ㅠㅠㅠ나타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타입이라 다행ㅠㅠㅠ그치만 재조사를 하게 된 원인 제공은 제인이라는 사실이 반전이네 갸아악ㅠㅠㅠㅠ그치 로버트 말이 맞다 오만한 태도로 대령의 뒷조사를 해서 일이 이렇게 커진걸 제인도 이제는 알겠지 브래들리도 자기 뒷조사한거 지난 무도회에서의 대화 보면 별로 안 좋아할수도 있구ㅠㅠㅠㅠ어떻게든 만회해 보려고 밥한테 변호사 부탁도 하는데 잘 풀리려나ㅠㅠㅠ사랑에 빠진 제인이 하는 행동을 보고 로버트는 우리 이러면 안된다고 딱 말하는거 하나도 안 어리다 으른이다 으른ㅠㅠㅠ 로버트도 제인도 각자 연애가 잘 풀리면 좋겠다ㅠㅠㅠ그와중에 아편은 해본적 있냐고 묻는 제인ㅋㅋㅋㅋㅋ존낰ㅋㅋㅋㅋㅋㅋ으이그ㅋㅋㅋㅋㅋㅋ플로이드 가문이 법이랑 관련된거면 이번 재판에 좀 도와줄 수 있으려나ㅠㅠㅠ 센세 너무 궁금해요 존잼ㅠㅠㅠㅠㅠ
[Code: 479e]
2022.12.09 01: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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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문단 진짜 시리즈를 통찰하는 명언잔치..... ㅠㅠㅠㅠㅠㅠㅠ
[Code: e531]
2022.12.10 14: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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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너랑 시간을 보내는 게 무서운 거야. 언제 어디에서 빚이 지워질지 모르니까."

밥의 이 대사가 왜 이렇게 좋을까ㅠ...... 제인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용하는 점이 그와 친한 밥에게도 빗겨나가지는 않는다는 게 정말 좋음 제인 세러신이 '알고 보면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니라 분명히 오만하고 계산적인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사람'이라서 너무 좋다 센세 어떻게 이런 캐릭터와 글을 쓰는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 글 속의 인물들이 다 생생하게 살아움직여서 읽을 때마다 나도 그 장소에 함께 있는 것만 같아ㅠㅠㅠ
[Code: e9ea]
2022.12.11 23: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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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인 세러신 잘못이 맞았잖아ㅠㅠㅠㅠㅠㅠㅘ....오만....정말 오만이 만들어낸 실수가 맞다ㅠㅠㅠㅠㅠㅠ하지만 그게 사랑에 눈 멀어한 실수라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인물과 서사가 너무 와닿는다ㅠㅠㅠㅠㅠ
[Code: 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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