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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3 14:57


6년 만에 문자 보낸 벤



 

펄럭패치ㅈㅇ











 

약속장소에 도착해 네가 오기 전까지 열심히 계획을 구상했었다. 최대한 저자세를 유지하면서, 내가 너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알려주는 게 내 계획이었다. 엉성하고 조악한 계획이었지만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계획이라도 세우는 일이 필요했다.



 

내 계획은 네가 나타나자마자 수포로 돌아갔다. 나는 네가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며 너에게 인사하고 말았다. 예전보다 더 차분해지고 서늘한 인상으로 변해 있었지만, 내눈에는 영락없는 20대 초반의 네가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너를 마주한 나는 20대 초반의 뻔뻔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식사하는 내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얘기했다. 주로 내가 질문하면 너는 답했다. 네가 지금 불편해하고 있음을 알았다. 너는 아직도 표정 관리를 못했다. 내가 이것저것 캐물으면,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에는 평이한 표정으로 답하면서 조금이라도 답하기 싫은 질문을 하면 얼굴을 찡그렸다. 그렇다고 대답은 안 하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너는 내 질문에 언제나 성심성의껏 답했다. 



 

나온 음식에 반도 먹지 않은 너를 보면서 혹시 네가 싫어하는 메뉴를 주문했나 고민했다. 그제야 네가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었다는 게 떠올랐다. 너에게 커피를 줄이고 먹는 양을 늘렸다면 지금쯤 키가 2m는 넘었을 거라고 농담했던 게 떠올랐다. 학식을 먹으며 그랬을 것이다. 너는 내 말에 웃으며 뭐라 반박했는데, 그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그걸 너에게 곧이곧대로 말했다. 


 

“맞아, 너 엄청 소식했었어. 그게 왜 지금이야 생각났지?” 


 

내 말에 너는 아무런 말 없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런 네 반응에 나는 덜컥 겁이 났다. 혹시 그때 네가 몸이 아팠는데 내가 그걸 몰랐었나 하는 추론까지 하기 시작했다. 둘 사이의 침묵은 내가 차마 버틸 수 없을 때까지 길게 지속되었다. 


 

“파이브, 왜?” 


 

결국 내가 먼저 어색한 침묵을 깨트렸다. 내가 네 이름을 부르자 너는 표정을 풀고 물로 입술을 축였다. 


 

“너는 먹는 걸 참 좋아했었지.”

“그랬지. 지금도 좋아해.”


 

나는 네 말에 강하게 긍정하면서 웃었다. ‘지금도 나만 거의 다 먹었잖아.’ 나는 손으로 네 앞에 놓여있는 접시와 내 앞에 놓여있는 접시를 번갈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러네.’ 너는 내 손짓에 맞춰 고개를 움직이면서 수긍했다. ‘지금도 좋아하는구나.’ 혼잣말을 하면서 말이다.













 

=




 

네가 만나자고 전화를 한 날부터 나는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약속한 주말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시간이 너무 안 가는 거 같아 짜증이 나기도 했다. 너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수백 번 시뮬레이션을 돌리기도 했다.


 

잔뜩 굳은 표정으로 내가 네 앞에 앉으면, 너는 내게 아직도 화가 안 풀렸냐고 물어볼 것이다. 좋지 않은 선택이다. 나는 너에게 조금의 감정도 남아있지 않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동창을 만난 것처럼 아주 반갑게 너를 맞이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이 방법이 좋을 것 같았다. 옛날의 구질구질했던 감정은 모두 사라진 것처럼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네가 그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너는 마치 우리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원래 내가 하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너는 내가 소식한다는 걸 기억해냈고, 그 사실을 기억해냈다는 걸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 기가 막혔다. 나는 네 습관 하나하나까지 잊은 적이 없는데. 그걸 모르는 너는 여전히 나에 대한 기억을 열심히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다. 



 

내가 네 앞에서 밥을 먹으며 무슨 표정을 짓고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신경은 온통 너를 향했다. 옛된 얼굴은 사라지고 여유롭고 조금은 권태로운 표정을 가진 네가 내 앞에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차분한 목소리와 말투로 요즘 하고 있는 일을 말하는 너를 보면서, 나는 너를 잊고 살았던 게 아니라 참고 살았음을 깨달았다.





 

너는 내가 승진했다는 말에 축하주를 마시자며 나를 술집으로 끌고 갔다.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그저 와인을 홀짝이며 본격적으로 옛날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네가 자주 갔던 카페 이름이 아포칼립스였나?”

“둠스데이였어.”

“맞아. 그랬어. 이름 왜 그렇게 지었는지 사장님한테 물어보자고 그랬었는데.”


 

너는 카페 이름을 기억해낸 게 아주 큰일이라도 이룬 것처럼 흥분하며 말했다. 중요한 건 카페 이름이 둠스데이인 게 아니라 그 카페 안에서 있었던 일인데 말이다. 


 

우리는 아침 일찍 카페에 가서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았었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과제를 하거나 시험 공부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곳이 우리 지정석처럼 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받거나 대놓고 데이트 신청을 받기도 했다. 너를 그때마다 눈을 빛내며 내가 상대방에게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고, 나는 아주 단호하게 거절했다. ‘한 번 만나보지.’ 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딱 한 번 데이트 신청을 승낙한 적이 있었다. 네가 애인이 생기고 3일 뒤였다. 그때는 너를 향한 내 감정을 뭐라 정의하지 못한 때였다. 네가 다른 사람과 사귀는 게 싫은 이유가, 친구를 남에게 빼앗겼다는 유치한 감정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헛된 바람이 있을 때였다. 나는 데이트 상대를 둠스데이 카페 우리들의 지정석에 앉혀놓는 실수를 범했다. 뒤늦게 교양 강의를 끝내고 카페에 온 너는 내가 낯선 사람과 나란히 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 


 

“계속 만날 거야?”

“응.”

“네 스타일 아니잖아.”

“내 스타일이 뭔데?”


 

내 질문에 너는 아무 말도 못했다. 몰랐으니까. 나는 네게 어떤 유형의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너는 커피와 함께 시킨 와플만 포크로 꾹꾹 누르고는 오늘따라 공부가 안 된다면서 혼자 카페를 나갔다. 그러고는 다음 날 너는 강의실에서 귓속말로 어젯밤 애인과 잤다고 내게 속삭였다. ‘그딴 걸 왜 나한테 말해.’ 내가 짜증을 내자 ‘자랑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라고 시답지 않은 이유를 댔다. 둠스데이는 그런 추억이 있었던 곳이다. 너는 까맣게 잊었을 테지만.  





 

네 말투가 느스해졌다. 기분 좋을 만큼 취기가 오르면 너는 평소보다 더 느리게 말을 했다. 지금이면 물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나한테 갑자기 연락한 이유가 무엇인지, 갑자기 만나자 전화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너와 마주보고 있는 내내 궁금했다. 예전처럼 네가 애인과 싸워서 나한테 위로받고 싶었다고 말해도 괜찮았다. 청첩장을 꺼내며 결혼한다고 말한다면 가슴 아프겠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웠어.”


 

하지만 너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의미를 담은 단어를 선택해서 내게 대답했다. 내가 괜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말이었다. 나는 조금 더 단호하게 나갈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우리 관계가 복잡했잖아.”


 

말해놓고 아차 싶었다. 말투가 지나치게 뾰족하게 나갔기 때문이었다. 너는 놀랍다는 듯이 흐트러진 자세를 고쳐잡고 나를 쳐다보았다. 느슨했던 말투는 원래의 차분하고 단단한 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우리 사이가 복잡했다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너는 날 비참하게 만드는 방법을 아주 잘 알았다. 내가 헛웃음 짓자, 그제야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았는지 너는 황급히 변명을 갖다 붙였다.


 

“아니, 내 말은… 그때 일은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였어.”

“다 없던 일로 하고?”

“그렇지.”


 

너는 그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네가 만들어 놓은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못했는데 너는 그 위에 새로운 상처를 만들고 있었다. 어떻게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있을까. 아무리 괴로운 시간이었어도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밀회를 가질 때면 너는 나밖에 없다는 듯이 오직 나에게만 집중했었다. 마주 보고 누워 흘러내린 내 앞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네가 내게 해줬던 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너는 잊었을 그런 사소한 순간들을 빠짐없이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는데, 너는 너무 쉽게 없던 일로 만들고 싶어했다. 네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앞으로 서로 연락하지 말자.”


 

내 이름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부르는 너를 두고 나는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나왔다. 희망을 가졌던 스스로가 창피하게 느껴져서였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만난 우리는 예전의 모습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너는 끝까지 이기적일 것이고, 나는 그런 너에게 끌려다닐 게 뻔했다. 너와 함께 보내던 나날들이 행복했던 만큼 쓰라렸다는 걸 잊고 있었다.  

 

우리의 첫 번째 재회는 이렇게 끝났다. 










 

 












쉽지만은 않은 시발텀의 후회닦개 되기
 

 

파이브벤

 
2021.04.23 15:06
ㅇㅇ
모바일
미친거아냐? 센세가 어나더 주셨어 센세
[Code: ec1b]
2021.04.23 15:16
ㅇㅇ
모바일
아 너무 좋아서 손떨린다
나는 너를 잊고 살았던 게 아니라 참고 살았음을 깨달았다. 아 아 너무 좋아서 진짜 손떨려 센세 저 가슴이.... 존나.... 찢어져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거 아니냐고 벤 너 진짜 너 파이브 이렇게 아프게 해도 되냐
[Code: 65f7]
2021.04.23 15:18
ㅇㅇ
모바일
파이브한텐 비록 밀회여도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아 시발 생각만 해도 개찌통이다 마주보고 흘러내린 앞머리 쓸어주면서 했던 말 뭐였을까 아ㅠㅠㅠㅠㅠㅠㅠㅠ으아아ㅠㅠㅠㅠㅠㅠㅠ첫 번째 재회라면 두 번째가 있겠죠 센세 아 벤 정말 혼나야 해 제발 어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65f7]
2021.04.23 23:48
ㅇㅇ
모바일
벤시발 시발력 무슨 일이냐 진짜 너무 좋다(???)
파이브 롤링당하는 거 진짜 심장 저미게 좋아요 센세...
파이브가 제 이상형이 어떤 타입인지 말해준 적 없었던 이유는 그 모든 설명이 다 벤으로 귀결될까봐, 단 한마디를 해도 그게 벤을 나타내는 설명이고 그걸 혹여, 그럴 리 없지만, 벤이 알아채고 부담을 느껴 관계가 끝나버릴까봐 그랬을 것 같다는 게 너무 미치게 좋아요. 다 저의 궁예지만 그냥 좋다고요ㅠㅠㅠㅠㅠ
[Code: fdac]
2021.04.24 05:42
ㅇㅇ
모바일
아악 둘이 어긋나고 있어ㅜㅜㅜㅜㅜㅜㅜ 찌통이다ㅠㅠㅠㅠㅠㅠㅠ 흡 슬퍼 근데 재미써요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a2eb]
2021.04.24 06: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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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밀회말고 당당히 만나야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에는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사랑을 듬뿍 느끼라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찌찌 내 찌찌 다 떨어지네 아이고 센세 내 찌찌 돌려줘요 어나더로 붙여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c10]
2021.04.27 08:10
ㅇㅇ
모바일
아 진짜로 심장이 저릿저릿 해 ㅠㅠㅠㅠㅠㅠ 아아 ㅜㅠ
[Code: e39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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