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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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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치고는 날이 점점 추워지더니, 급기야는 눈이 내렸다. 대령의 방은 특히 춥고 서늘해서 벽난로를 켜야 했다. 그 방엔 근처에도 가기 싫다고 뻐겼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애들은 나보다 다섯 배는 더 겁을 먹었다. 어떤 애들은 날더러 끄나풀이라면서 피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그 망할 대령을 믿어서 생긴 일이다.

왜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대령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울기까지 했다. 그가 총을 쏘고 도망쳤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혹시 문제가 생길까 그의 편지를 감춰놓는 위험도 감수했다. 누가 내 방을 뒤지지 않을까 얼마나 염려했던지!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들키는 게 나았다. 그럼 대령은 이 집에서 나가고, 나는 더 이상 소름끼치는 방에 발 딛을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대령은 전보다 배는 더 말라보였다. 움푹 배인 볼, 왼쪽 눈을 가린 안대, 마른 손목과 온전하지 못한 손. 여전히 수척한 몰골이다. 그는 날 보고 아는 체를 했지만, 나는 그를 무시하고, 들으라고 한숨을 쉬었다. 신경쓰지 않는 척 벽난로에다가 장작을 던져넣다가 참지 못하고 쏘아붙였다.

“저는 대령님께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어요.”

대령은 아무 말 않고 눈을 끔뻑거리기만 한다. 나는 그에게 장작 더미 속에 숨겨온 편지를 던져주었다.

“다른 누가 쳐들어와서 총을 쐈다고 생각했다고요. 사실을 알았다면 챙겨놓지도 않았을 거에요.”
“미안하네.”

대령은 달리 할 말이 없는 것 같았다. 편지는 달리 둘 곳이 없어서 그에게 주고 나왔지만, 그냥 내가 태워버리던가 할 것을 그랬다. 나는 화가 풀리지 않아서 대충 벽난로를 마무리하고 빨리 그 방을 빠져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불이 붙이고 근처에 떨어진 나무 껍질을 정리하는데, 대령이 편지를 들고 가 벽난로 앞에 서더니, 편지를 하나씩 던지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그가 불타는 종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자네에겐 미안하네. 애써 숨겨줬는데.”

그러나 편지를 던지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편지들을 한 번씩 훑어보고, 벽난로에 던져넣기를 반복했다. 한때 소중히 여겼던 글씨가 검게 오그라든다.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몇 번이나 읽고 다시 읽어 손때가 묻은 편지를, 몇 주를 목 빠져라 기다리다 받은 편지를 그냥 태워버리는지, 왜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도 손을 그치지 않는지. 그러다 마침내 마지막으로 편지 한 장이 남았을 때서야 그가 멈추었다. 몇 줄 안 되는, 다른 것들에 비해 별 볼일 없는 편지 한 장을 그는 세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이 편지들은 카잔스키 제독에게서 전달받는다고 했었나?”
“네. 그런데 가족들이 쓴 편지를 왜…”
“이건 내 가족이 쓴 게 아니야.”

그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대령은 정신이 나간 게 분명했다. 봄이 오면 사람이 미친다더니, 신경쇠약을 이기지 못하고 망상에 빠진 걸까? 그래서 소동을 벌이고, 이제는 그가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가족을 태워버리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나는 그를 그냥 내버려두고 나왔다. 더는 그의 헛소리를 들어줄 기분이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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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인연을 끊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그 모든 약속과 기대를 불살라 버리고, 대령은 그들의 안전을 빌었다. 그들이 부디 모든 것을 잊고 살아가기를.

그러나 마지막 남은 편지를 보았을 때 문득 생각했다. 그건 아내가 쓴 것이 아니었다. 경직된 서체와 깍듯한 단어 선택, 휘갈긴 ‘사랑하는 나의 남편에게’. 그와 같은 서체로 온 편지가 몇 통 있었다. 카잔스키 제독은 아내의 말을 받아 적은 것이라고 했지만 전부 가짜였다. 처음 몇 번은 속아넘어갈 만큼 감쪽같았다. 갈수록 힘을 잃고 초라해졌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분명 사려깊고 정중한 위로였다. 외로움에 내몰린 그는 그 말에라도 기대고 싶었다. 진짜가 아니므로 태울 필요도 없었다.

대령은 엷은 노란색으로 변색된 편지를 어루만졌다. 꼬리를 이어오는 질문을 애써 흩어버리지만 결국은 떨쳐내지 못했다.

누가 쓴 글일까, 혹여 이 글이 진심은 아닐까, 아니면 그저 흉내내기에 불과한가.
겨우 편지 한 장으로 마음을 달래는 꼴을 보면 그 자는 비웃을까, 혹은 흡족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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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령은 멀지 않아 그 답을 알게되었다. 그 날 밤에 카잔스키 제독이 위스키 한 병과 잔 두 개를 가지고 그를 찾아왔다. 뜻밖의 방문에 당황한 내색을 하자, 그는 무심하게 술병을 흔들어 보인다.

“편지를 태웠다고 들었소. 필요할 것 같아서.”

답지 않게 부드러운 어투다. 다시 보니 벌써 몇 잔을 마셨는지 술냄새를 풍겼다. 대령은 어깨를 으쓱해보이고 그와 함께 탁자에 앉았다. 카잔스키는 직접 병을 기울어 잔 두 개를 채웠다. 건배는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축하할 일이 없었다.

오랜만에 들이키는 알코올에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 제독의 말대로 그에게는 술이 필요했다. 둘은 말 없이 잔을 기울이고 다시 채우다가, 석 잔 째를 비울 때가 되어서야 카잔스키 제독이 입을 뗐다.

“그들을 찾았소. 어떤 목사가 그들을 도와줬다는 모양이오.”
“다행이군.”
“이건 그에게 보낼 편지인데, 좀 봐주시오.”

그가 고급 편지 봉투를 내밀었다. 상당한 금액의 헌금을 낼테니 과부와 어린아이들을 도우라는 내용이었다. 대령은 편지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문제가 될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익숙한 그의 문체를 어디서 보았는지 떠올랐다.

대령이 경직된 채로 편지를 내려놓자, 제독은 그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렇게 별로입니까?”
"카잔스키."

대령은 목이 타서 위스키를 털어넣었다.

“왜 내게 이런 친절을 베푸나?”

그는 한참 대령을 보면서 대답을 고민하다가, 건조하게 답했다.

“당신이 내 아들에게 친절을 베푼 것과 같은 이유요.”
“기억이 나지 않나? 나는 그 애를 위협했는데.”

카잔스키는 드물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취했다지만, 대령은 그가 온순하게 구는 것에 적응할 수 없었다.

“내가 왜 그 애가 당신과 놀게 두었겠소. 당신이 그 애를 해치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오. 실제로 다치지 않았지.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친절하게도 당신이 그 애를 재운 덕분에.”

대령은 헛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보니 사람을 쉽게 믿는군.”

“웃기지 마시오.” 그는 드물게 솔직했다. “당신이 쓴 편지를 한 장이라도 읽어봤다면 누구라도 알았을거요. 당신이 아이를 해칠 만한 위인은 아닐거라고...”

대령이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자, 카잔스키는 입꼬리를 샐룩거렸다.

“왜 놀란 척을 합니까? 당연히 다 읽어보았지. 거기에 무슨 내용이 쓰여있을 줄 알고.”
“그래. 그렇군.” 대령이 말했다. “그저 궁금해서 묻는 것인데, 내가 받은 가짜 편지는 누가 쓴 건가?”
“내가 그 걸 어떻게 압니까?”

카잔스키 제독이 과장되게 성을 냈다. 대령은 깊이 탄식했다. 그가 간직한 편지는 카잔스키가 쓴 것이었다. 그토록 사려깊은 말을 할 줄 아는 자였던가, 한편으로는 놀랍다가도, 얼굴이 온통 붉어져서 눈이 풀린 눈 앞의 제독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제보니 아주 물러터진 양반이었다.








시니어슈슈 아이스매브

늦어서 ㅁㅇ... ㅃ하게 계절감 맞춰서 올리고싶었는데 벌써 5월이네ㅋㅋㅎ 읽어주는 붕들 항상 코맙
2024.05.04 23:34
ㅇㅇ
모바일
센세 진짜 영화 한 편 보는 기분이야 고마워
[Code: b264]
2024.05.04 23:35
ㅇㅇ
모바일
내센세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
[Code: 688f]
2024.05.04 23:35
ㅇㅇ
모바일
과장되게 성내는 물러터진 양반 카잔스키ㅜㅜㅜㅠㅠㅠ 너무 따숩고 좋다 이 무순ㅜㅜㅜㅜㅠ
[Code: 688f]
2024.05.05 00:26
ㅇㅇ
모바일
ㅁㅊㅠㅠㅠㅠ이 물러터진 양반ㅠㅠㅠㅠㅠㅠㅠ
[Code: d02a]
2024.05.05 00:45
ㅇㅇ
모바일
과장되게 성내는 카잔스키라... 이거 완전 강한 부정 강한 긍정... 시니어슈슈 대존맛이라고 ㅠㅠㅠㅠ
[Code: b4fd]
2024.05.05 00:57
ㅇㅇ
모바일
카잔스키 제독님 너무 물러터지신거 아닙니까ㅠㅠㅠㅠ
[Code: a881]
2024.05.05 00: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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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악ㅠㅠㅠㅠ!!!!¡!! 내 센세 오셨다 센세 오셨다
[Code: bb96]
2024.05.05 01: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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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건 드라마다....진짜...몰입 장난 아니야ㅠㅠㅠㅠㅠㅠ 센세 제발 토지만큼 써줘 나 진심이야.....센세 없으면 나 죽쏘
[Code: e4d0]
2024.05.05 07: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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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과장되게 성내는거 귀여워ㅠㅠ
[Code: 214e]
2024.05.05 08: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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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샌세진짜 너무 사랑해 ㅠㅠㅠㅠㅠㅠ그시절분위기 물씬나고 둘의관계가 변하고있는거 넘 좋다
[Code: 5452]
2024.05.05 11: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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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ㅜㅜㅜㅜㅜㅜㅜㅜㅠ센세 사랑해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
[Code: 6233]
2024.05.05 13: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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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진짜 푸딩이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말랑말랑해ㅠㅠㅠㅠㅠㅠㅠ
[Code: 596f]
2024.05.05 18: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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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의 글이 너무 너무 좋다고 말했던가? 제독의 친절함이 대령의 피폐한 마음에 작은 온기나마 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가족에 대한 미련을 아예 끊어버린 슈슈에게 이제 남은건 가짜 편지라도 사려깊은 배려가 담긴 시니어의 글이겠지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눈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감동이야 ㅠㅠㅠㅠㅠ
[Code: dbd8]
2024.05.05 19: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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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는 왜 슈슈에게 이렇게 다정한거야? 위험을 무릎쓰고 끝까지 돕는 이유 언제쯤 슈슈가 알게 될까?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센세의 어나더를 또 행복하게 기다릴거야 센세 빨리와줘 ㅠㅠㅠ
[Code: 9ec5]
2024.05.05 23: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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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센세 늦었다니 무슨 그런 말을ㅠㅠㅠ 평생이라도 기다릴거야 센세 글써줘서 고마워
[Code: c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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