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1002
2025.05.09 14:48
여섯 번째 아이를 품고 있던 만삭의 황후가 고명부인들과의 다과회 도중 칠삭에 산통을 느껴 쓰러졌다.
키요이 소우는 역대 황후들 중 가장 낮은 신분의 소유자로, 현 황제 히라를 기른 젖어미이자 유모였던 인물의 아들이기도 했다. 귀족이 아닌 것은 아니었지만 하급귀족이었던 키요이의 신분으로서는 후궁이 가장 그와 맞았겠지만 황제의 장자를 낳아 기른 키요이는 다섯 살 난 소스케를 황궁의 모든 인물들에게 내보였다.

감히 황제와 똑같이 생긴 얼굴에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던 와중, 황제는 태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본래 예정되었던 황후 간택을 파토시킨 뒤 키요이 소우를 황후로 삼았다. 그로서 그는 황태자이던 시절의 황제가 말을 더듬던 시절 그와 은밀히 정을 통한 사이였으나, 현 태후가 말을 더듬던 제 아들에게 흘음이라며 흠이라도 잡힐까 두려워 키요이를 쫓아낸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당연히 황제인 히라는 모후의 생각과 달리 키요이를 찾아 헤매던 도중 소스케를 만났다. 제 아들이 틀림없는 소스케를 보고 히라는 별궁에서 키요이와 소스케를 머물게 했다. 황제는 황실에서 키요이와 소스케를 공개할 계획을 품고 있었던 것이었으므로 결국 황제를 쥐락펴락 하려던 태후가 패배했다. 태후 본인이 유모 내외를 쫓아낸 뒤 몰래 키요이 모자에게 자객까지 보낸 것이 밝혀져 그녀는 태후궁에 유폐되는 신세를 맞았다. 조정 대신들 중 그 누구도 태후를 비호하지 않았다.

그 뒤 성대하게 황후를 맞아들인 뒤 정식 혼례식을 진행한 히라 카즈나리가 후궁에 눈길도 주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황태자 시절부터 정약을 맺었거나 어쩔 수 없이 간택으로 두었던 후궁 대여섯은 있었으나 그 대부분이 높아봤자 빈이나 귀인이었다. 그에 비해 황후는 황태자 소스케를 비롯해 연차를 두고서 다섯 아이를 낳았다. 둘째 아이 츠쿠요미, 셋째 아이 리쿠, 넷째 아이 오사무, 다섯째 아이 이오리까지. 게다가 황후가 내명부와 후궁들을 생각보다 잘 다스리고 그들이 황후를 따르니 평온한 정국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좀 달랐다. 칠삭에 산통이 온 탓에 황후인 키요이는 이미 건강을 해친 몸으로 아이를 낳기 버거워했다. 기실 황제는 원하지 않던 아이였으나 황후의 자의로 품은 아이였다. 자신의 입지를 높이고 싶은 것이 다가 아닌 황제를 향한 사랑으로 아이를 품었으니 평소 황후를 모시던 후궁들도 키요이의 출산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산파들과 후궁들의 도움으로 아이를 낳자, 이번에는 황후를 닮은 음인이었다. 키요이는 다 쓰러져가는 몸에도 진심으로 기뻐했다. 황제는 아이의 이름을 마사토라고 지었는데, 마사토는 여섯 아이들 중 유일하게 황후를 닮은 음인이라 마치 고명 황녀와도 같은 취급을 받았다.

히라가 산실청에 도착해 키요이의 산후조리를 돕기 위해 모든 이들을 물렸다. 키요이는 제가 여태 낳은 아이들 때문에 부어 버린 팔 다리를 주물러 주면서 불을 떼게 해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 주는 부군을 보았다. 역대 제국의 황제들 중 황후의 산후조리를 돕는 황제는 없었다. 히라만이 유일했다. 그 점이 키요이를 기쁘게 했고, 그를 더욱 가지고 싶게 만들었다. 키요이가 여전히 잘난 히라의 얼굴을 쓸면서 산후증으로 인해 쉰 소리로 말했다. 

"히라."
"응, 키요이."
"앞으로도 아이를 낳고 싶어."
"그건 안 돼."
"너의 아이야."
"키요이의 생명을 빼앗고 태어난 아이야. 용납 못 해."

피임탕을 내릴 거야. 확고한 황제의 목소리가 황후궁의 산실청 안에 울렸다. 키요이는 히라가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반강제로 받아 들여야만 했다. 이 이상은 자신의 목숨에도 무리가 간다는 사실을 히라도 자신도 알고 있었다. 어의가 더 이상 회임하게 되면 사산하거나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진다 하였으니 더욱 그랬다.

"그럼 약속해 줘."
"키요이가 원하는 건 전부 약속해 줄 수 있어. 아이를 제외하면."
"나를 두고 후궁을 들이는 건, 용납할 수 있어."

키요이의 상태가 다소 나빠져 비스듬히 앉아있던 황후를 황제가 온전히 눕혔다. 그제서야 황후는 마저 말을 할 수 있었다.

"아이를 하나쯤은 줘도 좋아. 우리에게는 여섯 아이가 있으니까."
"키요이."
"하지만, 마음을 줘서는 안 돼."
"그런 말, 안 해도 돼."
"내게 약조해 줘. 나를 사랑한다는 신뢰를 온전히 줘."

그렇다면 믿을게. 히라는 키요이의 맹렬한 애정을 느꼈다. 흘음으로 태자 시절 방황했을 무렵의 키요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여전히 아름다웠으나 비틀린 모습이 꼭 위태로워 보였다. 본래의 키요이였더라면 황후의 자리도, 소스케의 태자의 지위도 원하지 않았으리라. 단지 히라 자신과 행복하게 사는 것을 원했을 텐데, 모후가 모든 것을 망치면서 이렇게 되었다. 그러나 히라는 이런 키요이도 상관 없었다. 키요이라면 전부 사랑했다.

"약조할게."

그제서야 키요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갓 태어난 마사토를 안았다. 젖어미인 유모 몰래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에서 모성애가 가득했다.
황제와 황후가 아닌 히라 카즈나리와 키요이 소우로 있을 수 있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 소중해서, 히라는 키요이와 아이에게 입을 맞췄다.


앎그 히라키요이 맇쿠유세이
[Code: c5d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