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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3 00:16
이 회사는 2차 면접이 실무진 면접이라 내가 지원한 부서 팀장님이 들어오셨단 말이야
허니 비씨는 보자, 음. 애초에 여기 전공이 아닌데 들어와서 잘할 수 있겠어요? 전공인데도 입사하면 적응 못하는 사원들이 태반이라.
..네? 어, 그게
장난이에요 장난ㅋㅋㅋ 긴장한 거 같길래.
ㅅㅂ 나 안그래도 취준 길었고 전공 문사철 중 하나라 맨날 광탈했던 거라 무슨 이런 장난을 치나 했는데ㅜㅜ 다행히도 붙어서 다니고 있단 말이야?
친구들한테 말해보니까 그때 장난친게 합격시그널이라는 거임 맘에 든거라고..
근데 문제는 맘에 든 게 다른 의미인 거 같아
내가 처음으로 사고쳐서 크게 혼나고 있을 때도
-허니 씨, 서류를 올리기 전엔 저한테 보여주라고 했잖아요. 왜 시키는 것도 제대로 안해서 다른 팀원들을 피곤하게 만들어요.
-죄송합니다ㅠㅠ 제딴에는 대리님 편하시라고 그렇게 한 거 였는데...
..붕팔씨, 애 잡겠다. 붕팔씨 처음 들어왔을 때 사고쳐서 회사에 배상할 뻔 했던 거 기억 안나요?
사실 이렇게 커버쳐주는 거까진 좋은 상사면 다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 근데 이래놓고 그날 점심시간 끝나고 내 자리에 오니까 개비싼 고디바 초콜릿 하나 놓여져 있고
'허니씨 아까 전엔 많이 속상했죠? 더 단호하게 말렸어야 됐는데 붕팔 대리가 워낙 뒤끝이 세서:< 이거 먹고 힘내서 오후도 화이팅.'
이렇게 쪽지 남겨놓은 거...
내가 이거 하나 때문에 이러는 것도 아냐ㅠㅠ 저번 여름에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려서 왔는데 내가 좀 심하게 아팠었거든.
이틀 쉬고 겨우 돌아왔는데 아무래도 몸이 안나은 거 같았어. 그래도 폐끼치는 게 싫어서 나와서 일하려고 하는데 내가 또 콜록콜록 대니까 지나가다가 갑자기 멈춰서서 내 이마 위에 손을 얹는 거야 그러더니 자기 이마 위에는 반대 손을 얹더라?
아무리봐도 아직 열 나는 거 같은데? 아직 안 나았죠? 뭐야 진짜, 병가 써줄테니까 빨리 집가서 쉬어요.
-아뇨아뇨! 저 진짜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나중에 막 골골대서 나때문이라고 울지말고 집 들어가요.
이러고 결재도 안올렸는데 자기가 알아서 병가 처리해준 거 있지.
이제부터는 얼마 안 지난 일이긴한데, 연말되니까 정산하고 사업 마무리하고 정리하느라 너무 바빠서 나도 인생 처음으로 야근이란 걸 한 날에 있었던 일이야
근데 하필이면 그날에 팀에 나만 남은 거.
같은 층에 거의 나만 있을 각이라 좀 무섭기도 하고 불도 내가 끄고 가야된다길래 ㅅㅂ 야근하는 것보다 이게 더 쫄렸어
다른 사람들 퇴근할 때 같이 나가서 아메리카노 한 잔 사오니까 엥? 팀장님 자리에 아직 불이 켜져 있더라고
-팀장님? 안 가세요?
아, 일이 남아서. 조금만 하다가 갈거에요.
아니 분명 아까 전에 다 하신 거 같았는데... 걍 그러시구나하고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왔는데 일이 하다보니까 너무 어렵고 힘든 거야. 팀장님한테 물어보기엔 내가 못하는 거 내 손으로 까발리는 거 같고 그래서 눈치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책상 위로 그림자가 드리우는 거임
왜요, 일이 속도가 안 나가나?
그러고 팀장님이 일 도와주시고 내가 이것저것 물어보고 했는데 사실 말이 도와주신 거지 팀장님이 다 한 거야ㅠㅠㅠㅠ 나는 걍 옆에서 맞장구만 쳐주는 사람이었음;;
10시 다 되서였나? 겨우 일이 끝나서 이제 짐싸서 둘이서 같이 나왔단 말이야.
집도 같은 방향이라 갈림길까지 같이 가기로 하고 나온 건데, 밖에 나가니까 갑자기 날이 쌀쌀하네 이러더니 자기가 하고 있던 목도리를 푸는 거야. 그러더니 내 목에 둘러주는 거임 개유죄라고
-엇, 팀장님. 저 괜찮은데 팀장님 하세요. 추우실텐데;
그러다가 또 저번처럼 감기걸려서 골골대면 어떡하라고. 그러면 또 내가 허니씨 일 다 해야되는데?
ㅅㅂ야근할 때 팀장님이 일 다한 거 괜히 찔려서 암말도 못하고 알겠다고 하고 걸어가다가 헤어졌어. 근데 막상 각자 갈길 갈때 보니까 팀장님 손에 차키가 들려져 있더라? 뭐지; 나때문에 그냥 걸어온 거 였나?
이건 당장 어제 일이야. 또 저번처럼 팀장님이랑 나만 남아서 야근하는데
또 팀장님이 내 일을 거의 대신해주시는 거임 난 걍 과외쌤이 숙제 봐주는 고딩마냥 옆에 앉아서 네네만 하고 있고 ㅈㄴㅈㄴ죄송한 거임
-팀장님.. 제가 진심 너무 죄송해서 그러는데 혹시 뭐 안드실래요? 뭐 와플이나 샌드위치나 암꺼나 말해주세요 저 진짜 너무 찔려서 안 될 거 같아요
이제서야 찔린 거에요 허니씨?
-아니ㅠㅠㅠㅠㅠ그런 게 아니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또 도와주시는데 거절하기도 그렇잖아요...
아 알겠어요 장난 장난. 뭐 먹지. 허니씬 뭐가 좋은데?
-음..이 앞에 호떡 진짜 맛있게 하는 노포 있거든요 거기가서
좋다 그럼 호떡 확정.
-넹 그럼 제가 사올게요!!!
그러고 지갑 호다닥 챙겨서 나오는데 거기 호떡 파는 데가 생각보다 거리가 좀 있어 그래서 종종걸음으로 호다닥 걸어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또 팀장님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
그 추운 날에 등치는 남산만한 인간이 겅중겅중 뛰어오는 거 있지
또 혼자 보내면 섭하지. 그래도 내가 얻어 먹는 건데.
-그냥 들어가 계시지. 얼마 안걸려요.
좀 걸리던데? 하마터면 놓칠 뻔...
팀장님이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첫눈이 내리는 거야. 뭔 드라마냐고;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거 같아서 머쓱하게 웃으면서 아니 무슨 11월 말부터 첫눈이 오네요ㅎㅎ 하면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더니
운치있고 좋지 뭐. 다음 해에도 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죠?
..얘들아 진짜 이 남자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시바 오늘 뜬 인텁보고 참을 수가 없었음 페드로팀장님이 허니 진짜 좋아하는 거여도 좋고 반대로 허니 혼자 김칫국마시다가 먼저 짝사랑하는 것도 좋다 후
페드로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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